"아, 더워." "짝꿍. 더워? 매점 갈까? 아이스크림 사줄게." "됐어. 저리 가. 더워." "더위 잘 타네. 나랑 자리 바꿔앉아, 그럼. 여기가 선풍기 바람 더 잘 온다." 나를 멋대로 자기자리로 밀어 앉히더니 책상을 빙 돌아 다시 내옆에 앉는 한상혁이다. 그래도 선풍기 바람이 더 솔솔 불어오는 탓에 나는 아무말도 없이 조용히 앉아있었다. 차가운 책상위에 열이 올라 뜨거운 얼굴을 식히려 엎드리자 시원한 선풍기 바람이 머리칼을 흔든다. 그러다 차가운 책상이 미지근하게 뎁혀질 무렵. 휴대폰 진동이 징-하고 울린다. '더워. 음료수하고 아이스크림.' 이재환에게서 온 문자다. 하다못해 이젠 심부름 셔틀까지 시키는건가. 미지근하게 변한 책상에서 일어나 창밖을 보니 한창 공을 차느라 바쁜 남자애들이 보인다. 그 사이로 우두커니 서서 내가 있는 창가쪽을 보는 이재환과 눈이 마주쳤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것처럼 서있는건 내 착각인거겠지. "어, 어디가?" "매점." "뭐야. 됐다며. 나도 같이 가." 내 머리카락을 베베 꼬며 갖고놀던 한상혁도 그대로 일어나 내 뒤를 졸졸 따라온다. 끝까지 갖고놀던 머리카락은 붙들고서 말이다. 이재환이 뭘 좋아하더라. 코코팜인가 뭔가였던거 같은데. 자판기에서 뭘 누를까 고민하다가 결국 코코팜을 눌렀다. 항상 외국에서 들어온 영어로 적힌 음료수만 먹다가도 학교에서는 코코팜만 먹던 모습을 자주 본것같다. 아마 언니가 좋아해서였겠지. "아이스크림도 사려고? 차가운거 한꺼번에 먹으면 배탈 나는데." "내가 먹는거 아니야." "그럼 누구 주려고?" "이재환. 나 운동장 갔다가 갈게. 너 먼저 가." 아. 아프잖아! 머리카락을 베베 꼬던 손이 멈칫하더니 쭈욱 잡아당긴다. 갑자기 심술 부리는 한상혁을 뒤돌아 째려보니 뭐뭐 하며 내 이마를 아프게 툭 치며 밀어낸다. 안그래도 더워죽겠는데 성질을 돋우고 난리야. "바보냐. 이재환이 뭐라고 셔틀까지 하냐." "너야말로 왜 괜히 심술이야. 이거나 먹고 떨어져." 급하게 아이스크림을 뜯지도 않은채 입에 물려주니 또 좋다고 웃는다. 단순한 놈. 그런 한상혁을 뒤로한채 이재환이 보이는 운동장으로 나가니 스탠딩에 앉아있던 녀석이 가만히 나를 쳐다본다. 뜨거운 햇빛에 서둘러 그늘이 진 스탠딩쪽으로 빠르게 걸어가니 이재환이 자신의 옆에 앉으라며 옆자리를 툭툭 친다. 차마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나는 멀찍이 떨어져 머뭇머뭇 거릴뿐이다. 손에 든 아이스크림이 차가워 손이 시렵다. "더워." "여기." 이재환의 앞으로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내밀자 내밀어진 내 손을 잡아끌며 기어코 자신의 옆에 앉힌다. 완전한 그늘로 들어오니 더위가 조금 가시는 기분이다. 이재환은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번갈아 보더니 기분 나쁜 표정으로 음료수를 밀어낸다. 그리곤 아이스크림을 집어 포장을 뜯더니 입에 문다. 졸지에 내쳐진 음료수는 내 손에 덩그러니 남아있다. "나 그거 싫어해." "뭔소리야. 너 학교에서 이것만 먹었잖아." "싫어해. 싫다고. 너나 마셔." 항상 언니와 있을땐 이것만 마시더니. 그래서 늘 나도 덩달아 매점에서 이것만 사먹었었는데. 이재환이 싫단다. 음료수를 쥔 손이 차갑기만 하다. 꼭 우리 사이처럼. 멍하게 음료수를 바라보던 내 손에서 갑자기 이재환의 손이 음료수를 낚아채 입구를 딴채로 다시 내 손에 쥐어준다. 조금 놀란 나는 눈길을 옆으로 돌려 녀석을 본다. 이재환은 멀리 공이 오가는 운동장을 보고있다. 아무것도 하지않았다는듯이. "더위 잘 타지않냐. 마시라고. 괜히 덥다고 한상혁한테 찡찡대지말고." "....어떻게 알았어. 나 더위 잘 타는거." "그냥. 그래보여서." 운동장을 보던 시선을 내게로 옮긴 이재환은 알수없는 눈으로 나를 본다. 언제나 날 보는 눈빛은 저렇다. 나를 미워하는건가. 아니면 언니의 모습을 찾는건가. 그것도 아니라면. 나를 조금은 좋아하는건가.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거지같은 상상이지. 음료수는 금새 식어 표면에 송골송골 맺히던 물기가 뚝뚝 떨어진다. 나는 덜 차가운 음료수를 벌컥벌컥 마신 뒤 빈 캔을 던져 발로 잘근잘근 밟아댔다. 이재환이 싫어한다면 나도 더이상 마실 이유가 없으니까. - 너무 오랜만이죠. 죄송합니다ㅠㅠㅠ 병원에서 치료도 받고 정신없은 일주일이었어요! 오늘 빅스 1위!! 그 누가 뭐래도 당당한 1위었어요ㅠㅠㅠ 참 행복한 하루입니다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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