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그 이후로도 종어바라는 멍멍이 취급을 한참동안 당했을까, 아이가 지루해졌는지 손을 떼었다. 살았다. 머리를 얼마나쥐어뜯던지, 안그래도 얼마전에 머리를 밀어서 머리도없었는데. 아이가 날 바라보다가 고개를 휙 돌리고는 낑낑대며 쇼파를 잡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저러다 넘어질꺼같은데? 악! ...내 이럴줄 알았다. 다리를 바들바들떨며 쇼파 밑으로 내려가려고 했던 아이는 그만 엎어지고말았다. 설마..또..또우는건 아니겠지, 다행이도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거실에 있는 티비쪽으로 뛰어갔다. 뭘하려고?
마냥 쇼파에 앉아서 멍하니 아이가 하는것을 지켜보고있었다. 아이는 티비쪽으로 다가가서 모니터에 손바닥을 쿡 하고 찍더니 갑자기 얼굴이 울상이 되어버린다. 뭐하나 싶어 거리를 조금 둔채 가까이 다가갔다. 아이는 티비의 아랫쪽모서리를 쥐더니 여기저기 꾹꾹 누르기시작했다. 아마 티비를 켜려고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전원버튼을 찾지 못한 아이는 신경질을 내며 꾹꾹 누르던 티비를 쿵쿵 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망가져! 티비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는 준홍이에게 테이블밑에 있던 리모콘을 쥐어주기 위해 조그만한 등을 톡톡 쳤다. 그러자 돌아보는 준홍이, 이내 리모콘을 보고서 눈이 커지기시작했다.
[이거 빨리줬어야지!!]
하며 자기품으로 홱 뺏어가는 것이었다. ....개싸가지. 그래, 참자, 릴렉스. 방용국, 애 한테는 무조건 상냥하게하는거다, 릴렉스. 아이에게 리모컨을 쥐어주자 익숙하게 빨간 전원버튼을 쿡 하고 누르더니 채널이동버튼을 콕콕누르며 여기저기 돌리기 시작했다. 애가 뭘보려나..저 정도 나이면, 뽀로로? 무얼 볼까 궁금해 하던참에 리모콘을 누르던 아이가 손을 멈추고 손에 쥐고있던것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나한테로 와서 발로 내 무릎을 아프지않게 쿡쿡치기시작했다. 얼떨결에 아빠다리를 하고 있던 나는 다리를 폈고 이 자세를 기다렸다는 듯 아이가 꺄르륵웃으며 내 허벅지위로 푹 앉았다. 윽! 아무리 아이라지만 무게가 조금 있었기에 아팠다. 하지만 아이는 신경쓰지않는다는듯 엉덩이를 부비며 자세를 고쳐잡았고, 옆에 축 늘어져있던 내 팔을 낑낑대며 잡아 당기기시작했다.
[뭐 어떻게해줄까]
뭘 원하는거 같기는한데, 도통 알수가없어서 아이한테 물어봤다. 그러자 준홍이는 아무대답없이 볼을 부풀리고는 팔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뭐야, 준홍이가 이끄는 대로 팔을 옮겨주었다. 지금 내 자세는 조금 웃기다. 준홍이를 허벅지에 앉힌채 한팔은 준홍이의 어깨를 감싸고있는, 그런포즈였다. 준홍이가 한숨을 포옥 쉬더니 어깨를 감싸고있지않은 다른쪽 팔을 다시 잡아 당기기 시작하였다. 이번엔 또 뭐, 다시 준홍이가 이끄는대로 팔을 따라주었더니 자신의 어깨위로 다시 놓기 시작했다. 마치 백허그하는듯한, 하지만 내 어깨는 이미 축쳐져있다, 왜냐 24살짜리하고 4살짜리하고 키 차이가 얼만데.
준홍이는 내 팔을 자기가 원하는 모양대로 만들어놓더니 내 배쪽으로 포옥 기대서 티비를 시청하기시작했다. ..이 어정쩡한 자세는 무엇이란말인가, 여튼 아이가 나에게 기대고 싶어하는 건 확실히 느껴졌다. 애는 애다 역시, 이렇게 어정쩡하게 있는것보다야, 차라리 편한자세로 보는게 낫다싶어서 아이의 무릎밑에 손을 넣어 아이를 들어올렸다. 들어올렸더니 또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내 팔뚝을 꽉 잡았다. 이상하게 이건 안아프네. 아이를 끌어안은채 쇼파위로 올라가서 아이가 기대기 쉽게끔 자세를 낮추어주었더니 그제서야 내 팔뚝을 잡았던 손을 풀고 다시 티비를 시청하기시작했다.
대충 십분이 지났을까, 티비에서는 재미없는 빨간친구와 파란친구가 나와서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하는것만 보고있었더니, 머리가 지끈지끈아파왔다. 저게 무슨재미가있다고 보는건지, 하지만 이런 내 생각과는 달리 준홍이는 저게 재미있는가보다. 빨간친구가 한소절을 내뱉을때마다 음정도 맞지않는 음으로 따라부르며 몸을 흔들흔드 거렸다. 애는 애다. 뭐, 금방 끝나겠지. 하던 내생각과는 달리 십분이 더 지나도 끝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조금씩 졸음을 느끼며 꾸벅 꾸벅 고개를 숙였다 일어났다 하던 도중에 묵직한 느낌이 사라졌고, 그 때 눈이 뜨였다. 눈을 뜨자 보이는건 복실복실한 노란 머리. 그리고 가까이 다가오는 준홍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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