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학과 조교랑 연애하는 썰
007
(부제 : 나만 바라봐)
"발레도 현대무용인가?"
하고 툭 던지니까. 얘가 진짜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소릴 들은건지. 잘 못 들은 건가'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더라,
"야........"
"....왜...... 그렇게 한심하다는 눈으로..쳐다보냐..."
"한심하니까 그렇지. 발레에 대한 문제 제기로 시작된 게 현대무용이라는 건 길 지나가는 초딩들도 알겠다."
"아........그..래?........"
"너... 요즘 수상해. 내가 전공얘기만 꺼냈다하면 기겁하고 도망가던 년이 왜 자꾸 이런 걸 물어봐?"
얘가 갑자기 덜컥 이렇게 물어오는 거야.
순간 심장이 진짜 쿵. 하고 떨어지는 기분이었어.
"어?......"
"...수상한데. ㅇㅇㅇ."
"야. 수상하긴 누가!!!!!!!!!! 씨발 내가 시집은 가야할 거 같은데 이런 쪽으론 똥멍청이라 예술하는 친구 덕 좀 볼라그런다!! 왜!! 왜!!!!!!"
"ㅋㅋㅋㅋㅋ아낰ㅋㅋㅋㅋㅋㅋ지가 똥멍청인건 아나보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눈물나ㅋㅋㅋㅋㅋㅋㅋㅋ"
의심의 눈초리를 거둔 채 자지러지듯 웃는 정수정을 얄밉다는 표정으로 때리는 시늉을 하면서
속으로는 '다행이다. 다행이다.' 얼마나 중얼거렸는지.....하........
그렇게 놀란 가슴. 진정시키고 있는데. 정수정이 갑자기 또 나를 부르는거야.
"아. 맞다!! 야!!"
"아오씨.. 놀랐잖아. 살살 불러 이년아."
"미안미안ㅋㅋㅋㅋㅋ 아니 예전에 니가 대신 내준 과제있잖아. 그 과제 나 교수님한테 엄청 칭찬받았다~"
"아 그래? 다행이네!!" 라고 말하는 내 입꼬리가 귀에 걸리는 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보면 가장 친한 친구가 칭찬을 받은 게 뿌듯해서인줄 알겠지만. 나는. 김종인과의 첫만남을 떠올리고 있었지.
처음 만난 날. 나를 기분나쁘게 훑던 그 눈빛이,
사실은 얼굴이 빨개지지 않으려고 혼자 속으로 애쓰고 있던 거였다는 걸 알았을 때는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얼마나 귀엽던지.....
이 말을 하는 와중에도 부끄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게 또 귀여워 김종인의 무릎을 베고 누운 채 숙여진 고개를 내 얼굴 쪽으로 잡아당겨 키스..하고..ㅎㅎ..ㅎㅎㅎ
그 때 생각에 또 심장이 간질대서는 혼자 실실 쪼개고 있는데,
"야 너 내 말 듣고 있는거지? 그래서 올거야 안올거야?"
내가 약간 이중 플레이가 안되는 뇌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나 혼자 김종인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정수정이 나한테 한 말을 정말 하나도 못들은 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안. 친구야.)
"아..어? 미안.. 뭐..라고 했더라?"
".....죽을래? 나 그래서 그 교수님이 연출하시는 무대에 서기로 했다고!!!! 올거냐고 안올거냐고!!!!!!!!"
"아... 당근 가야지. 언젠데?"
"다음주 금요일!!!! 너 올거지? 올거지? 꼭 와라 진짜. 그 교수님이 살짝 외모지향주의라 우리 무용과에 훈남이라는 훈남은 그 날 다 나와. 너 오면 아마 후회 안 할거야."
아...무용학과 훈남........
김종인도.. 얼굴이 좀 까무잡잡한 거만 빼면 나름 훈남인데. (물론 연애 초라 내 눈에 콩깍지가 잔뜩 씌였을 때였음. 어휴 지금은 잘생기고 뭐고를 떠나서 얄미워 죽겠어.)
무튼 그렇게 팔불출이였던 나는 김종인을 떠올리면서 조심스럽게 물었지.
"..혹시..거기 대학원생들도 나오나?"
"야."
"..왜...?.."
"너 아까 내 말 하나도 안 들었지."
뜨끔.
미안해.
사랑해.
정수정.
♥
"어?..어. 미안. 내가 딴 생각을 좀.. 하느라."
"..............................................지만 연애한다고 자꾸 나두고 딴 생각 하는거봐. 지금. 어우 짜증나."
"야..미안미안............ 그래서 아까 뭐라고?... 이번엔 정신 똑띠 차리고 들을게!"
"...아오. 이걸 한 대 팰 수도 없고. 잘 들어 이번엔!!!!!!!!!!!!!!!!!
내가 이번 과제 때문에 교수님 눈에 들어서 서게 된 무대가 원래는 대학원 생 위주로 진행되는 무대야. 나 같은 학부생은 나 포함 3명 쯤 되고."
"아.. 진짜?...... 올....정수정. 대단한데???"
어이고 이뻐. 오구오구 내시끼~~~~ 하면서 정수정한테 막 얼굴을 들이댔더니 정말 세상에..
못 볼 것이라도 본 사람 마냥 개정색을 하면서 손을 뻗어 내 얼굴을 밀어내더라.
"방금 치한이라도 본듯 한 그 눈빛 뭐냐."
"아하하하 미안. 내가 그랬어? 내가 속이 좀 안 좋아서."
니 얼굴에 토할 뻔 해서 그랬지ㅋㅋㅋㅋㅋㅋㅋ 하고 웃어재끼는 정수정의 등짝을 있는 힘 껏 갈기고는 '나 간다.' 하고선 일어났어.
그랬더니 그제서야 웃음을 멈춤.
내 주변 사람들은 전생에 나 못놀려서 병이라도 났었던 건가.
하... 나 왜 이렇게 사는 지 누가 좀 알려줄래?....
"야. 미안.. 무튼 공연 재밌을 거야! 우리 학교 무용과에서 제일 잘하는 선배도 올라가거든.
심지어 얼굴도 훈남! 보고 맘에 들면 소개시켜줄게. 아.....근데 너 남자친구 있지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누군데 그래."
"말하면 니가 아냐?"
똥멍청이 주제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고선 또 웃어재끼는 내 친구 냔.
상기시켜줘서 고오오오오맙습니다.
"...그래^^....내가 똥멍청이다. 됐냐. 아오....................야. 나 근데 이제 진짜 가야돼. 미안미안. 니 공연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꼭 보러갈게!" 라고 말하고서는
서둘러 카페를 빠져나가려는데.
"김종인."
"어..?"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방금 누구라...고.
"김종인이라고. 그 선배가."
"..."
"인터넷에라도 검색해 보고 오라고 짜샤. 거의 그 선배 위주로 돌아가는 공연일텐데 누군지는 알고 봐야지."
"..아..어.. 고마워."
"바쁘다매 뭐 그렇게 멍하게 서 있어. 나 버리고 갈거면 빨리 꺼져버려!!!!!!!!"
"아. 어. 나 갈게."
계속 멍..한 채로 카페를 빠져나와서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도착해서야 겨우 정신이 들어서는,
바로 김종인한테 전화를 걸었지.
"..후..여보세요."
전화 너머로 숨이 가빠보이는 김종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미안. 연습 중이였어?"
"어. 안 그래도 지금 쉬는 타이밍이여서 너한테 전화할려고 했었는데."
통했네. 우리. 하면서 잔잔하게 웃는 그 목소리에 심장이 간질간질.
"..그러게..ㅎㅎㅎㅎㅎ... 아 맞다. 종인아. 너 지금 준비하는 공연이 언제랬지?"
"다음주 금요일. 왜?"
"...혹시 그 공연에. 정수정도 올라가는 거 알아?"
"..ㅋㅋㅋㅋㅋㅋㅋ정수정이 드디어 말 했나보네."
"....어?"
"내가 추천했어. 정수정."
"..."
"과제 좋더라. 연습하는 거 몇 번 봤는데. 춤 선도 예쁘고. 좋던데."
"아.. 내 친구가 쫌...ㅋㅋㅋㅋㅋㅋ 잘 하긴 하지!"
원래 가장 친한 친구 사이는 다 그렇잖아.
앞에서는 '야. 너 졸라 못생겼어.", "그게 춤이냐?", "연습 좀 더 해라." 하면서 온갖 빈말은 다 던져놓고
막상 지인들이 물어보면 "정수정이 제일 잘해요.", "얘 솔직히 진짜 예뻐요." 하고 칭찬해주는 것처럼.
다른 사람 입을 통해서 듣는 내 친구 칭찬이 참 듣기 좋더라. 뿌듯하기도 하고.
정수정. 인정받고 사는구나 하는 생각에 입이 귀에 걸려있는데.
"꼴에 지 친구라고. 좋아하는 것 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혼자 머리 한 대 맞은 애처럼 웃고 있지 너? 그러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랜만에 소오오오름이.......
이 남자 신 기 있다. 확실히.
"..종인아. 난 갈수록 니가 무서워."
"무섭기는. 니 표정이야 뭐 뻔하지. 3종류밖에 없는데. 멍 때릴 때. 웃을 때. 울 때."
공통점은 셋 다 못생겼다는 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면서 연습실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웃는 데
진짜 이 사람을 죽이러 가야 하나. 싶었다.
"끊자."
"야야야야야!!!...나 아직 말 안끝났어!!!!!!!!!!!!!!!!!! 미안미안"
"....뭐. 왜. 뭐!!!!!!!!!!!!!!!!"
"아..... 준비했었는데 까먹었다. 아오 씨. 너 때문에, 진짜....."
"....끊을래."
"아아아..미안미안.... 아, 무튼 정수정 추천한 거.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야."
"그럼 또 무슨 이유가 있는 데."
그렇게 한참을 뜸 들이던 김종인이.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어.
"니 친구여서."
"...어?"
"걔가 니 절친이라며. 걔가 무대 서면 니가 무조건 보러 올 거 아니야......... 그럼 내 무대도 볼 거고."
"..."
"...그러니까.. 내 말은."
"..."
"너한테. 보여주는 내 첫 무대라."
"..."
"너무 많이 떨리고. 잘 하고 싶고. 욕심나고. 그냥 그래."
"...아..."
"그래서 연습도 더 열심히 하고 있고."
"..."
"요새 연락 많이 못 해줘서 미안. 대신 최고의 무대.. 보여줄게. 꼭.
사랑해. 잘 자."
뚜뚜뚜...
저 말을 끝으로 김종인은 전화를 끊어 버렸고.
나는 귀에서 핸드폰을 떼지도 못한 채. 멍하게 앉아만 있었고.
정신을 차렸을 때.
내가 왜 녹음 버튼을 눌러놓지 않았을까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하......
| 공연 당일 날. |
그 날 따라 들떠서 그랬는지 공연장에 무려 40분이나 일찍 도착한거야.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들어가 앉아있다가 폰을 꺼내서 김종인한테 문자를 했지. [4번째 줄 중앙 쪽에 앉아 있을게. 공연 잘 해 ♥] 평소에 잘 붙이지도 않는 하트까지 붙여가며 문자를 보내놓고는, 팜플렛을 읽고 있는데. 한 2분 쯤 지났으려나. 지잉, 하고 진동이 울리는 거야. [안 어울리게 하트는 무슨. 평소처럼 해. 평소처럼.] 그래. 이래야 김종인이지.^^ 간만에 달달해지나 했더니 우리 커플은 여전히....ㅎㅎㅎㅎ... 약이 잔뜩 올라서는. [꺄. 오늘 수정이가 훈남들 많이 나온댔는데. 간만에 눈호강 좀 해야겠다.] 라고 보내니까. 30초도 안되서 답장이 오더라? [훈남은 무슨.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데.] 100% 뚱한 표정으로 문자를 꾹꾹 눌러서 보냈을 김종인이 눈에 선해서 더 놀려주고 싶은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떤 남자든 너보단 훈남일듯?..ㅎㅎㅎ] [죽는다. 너.] [메롱. 아 이따가 공연 때 괜찮은 사람 보이면 수정이한테 번호나 물어봐야겠다^^] 이렇게 보냈는 데. 한 5분? 동안 답장이 안오더라? 화났나 하고 순간 좀 찔리는 감이 없지 않아있었는데. 그냥 공연 시작 전이니까 공연 준비를 하나보다 했지. 그래서 폰을 내려놓고 다시 팜플렛을 뒤적뒤적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오는 거야. 액정화면 가득 [종인이] 라는 글자가 둥둥. 놀라서 얼른 전화를 받아보니까. 한 옥타브 다운된 종인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지. "대기실 쪽으로 잠깐 와 봐." "..응?.. 종인아... 공연 시작 20분 전인데..?" "5분이면 되니까 빨리 와 봐." "...알..았어..." 애가 진짜 너무 무섭게 말해서. 그냥 꼬리 내리고 알겠다고 했지. 티켓만 대충 챙겨서 공연장 밖으로 나가서 대기실 쪽으로 들어가려는 데 음.. 뭐라고 해야하지. 검은 정장 입은 아저씨? 경호원? 무튼 그 사람이 내 앞을 딱 막는거야. "관계자 외 출입금진데요." "아..어....음.. 저랑 제일 친한 친구가.. 여기.. 있어서요. 얼굴만 잠깐 보고 나갈게요." 비밀연애니까. 차마 남자친구라고 말은 못하고. 정수정 핑계라도 대야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검은 팔이 쑥. 내 손목을 확. "죄송합니다. 제 여자친구에요." 그대로 김종인한테 질질 끌려서 아무도 없는 빈 대기실로 들어갔고. 들어가자마자 "야!!!!!! 여자친구라고 하면 어떡해!!!! 들키면 어떡하려고!!!!" 하고 소리치는데. "들키면 안돼? 언제까지 숨겨야 되는 데." 이러는 거야. 김종인이. "아..음.. 그런 건 아닌데. 너네 무용학과 사람들한테 알려지면.... 그리고 너 되게 유명한 사람이라며. 이 쪽 분야에서. 팬도 많고....." "그래서. 그게 뭐 어쨌는데."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내가 너한테 피해를..줄까봐.." "난 상관없는데." "...어?" "난 처음부터 그런 거 다 상관없었다고." "..." "니가 하자니까. 그래 그럼 그러자고 해서 비밀로 한 거지." "..." "근데....... 이젠 안되겠어." "어?..." "니가. 나만 봤음 좋겠어......." "....." "딴 남자들 보는 거. 질투나." "..." "걔네보고 잘생겼다고 하는 것도 싫어." "...아..종인..ㅎㅎㅎ아.." "오늘만 생각하면서. 연습 진짜 많이 했는데." "..." "그러니까 오늘은 나만 봐주면 안돼?" "...풉.." 이런 귀요미 같으니라고. ♥♥♥♥♥♥♥♥♥♥♥♥♥♥♥ |
우쮸쮸쮸 입니다.
점점 불어나는 댓글 수를 보며 행복하고 또 행복합니다. ♥
늘 여러분의 댓글. 제 사랑 준수처럼.
귀 쫑긋 세우고 눈 부릅 뜨고.
잘 읽고 잘 듣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
암호닉 불러볼까요? :)
스테이크 님, 체리 님, 찬여열 님, 세젤빛 님, 허거덕 님, 마지심슨 님, 곰탱이 님, 모카 님, 샴푸요정 님, 가나초코 님, 맴매때찌 님, 잭프로스트 님, 충전기 님,
벨레 님, 지안 님, 시카고걸 님, 빨간벽돌 님, 뚜비뚜바 님, 꼬꼬마 님, 연하 님, 쮸쀼쮸쀼 님, 재범잉 님, 가르송 님, 양치 님, 징지잉 님, 쎄쎄쎄훈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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