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뭉이같은 분이 부엌으로 들어가시자
그제서야 꽉 막혀있던 숨통이 조금 트여요..
처음 와보는 서울이...
처음 보는 나의 남편될 사람이...
낯설었고..무서웠고..긴장됬어요..
손가락을 꼼지락 거려보기도 하고,
집안을 둘러보기도 하고,
잠시 멍때리고 있을때 쯤
멍뭉이같은 분이 물컵을 들고 제 곁에 다가왔어요.
건내받은 물컵이 차가워 움찔하자
픽-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요.
조금 창피해져 고갤 숙이곤 물컵 속을 바라보자
얼음이 동동 떠있는데...
그 세심함이 너무 고마워 저까지 웃음이 지어져요..
"제 이름은 변백현이예요, 찬열이 친구고..
그쪽은...?"
"전 ㅇㅇㅇ이구..이 집에 시집왔어요...
나이는 20살..."
"어?그럼 찬열이랑 저보다 3살 어리시네요?저랑 찬열인 23살이거든요..ㅋㅋ
저보다 어리시니까...말 놔도 되죠?ㅎㅎ"
"네,뭐...하핳..;;"
"편하게 오빠라고 불러~백현오빠..해봐!"
"ㅂ...백..백현...오..빠..?"
".....프훕..."
"ㅇ..왜웃어요...;;"
많이 이상했던지 웃기시작하는 백현오빠의 행동에 울상이 되자
제 머릴 살살 쓰다듬어 줘요...핳...
"아니아니...귀여워서...ㅋㅋ
난 위에 형밖에 없어서 오빠란 소리 잘 못듣거든...
하..역시 여동생이 있었어야 했는데...쯧.."
오빨 멀뚱히 바라보자 제 볼을 톡톡치며 환하게 웃어요...
내 기분까지 좋아지게...
"근데 한복입고 있으면 불편하지않아?"
"아뇨..어렸을때부터 입고 자랐던거라 오히려 이게 더 편해요..ㅎㅎ
안입으면 허전하달까...?"
".....되게 이쁘네.."
"...네?"
"ㅇ..아니..아니;;한복입는 사람 보기가 드물다보니까..
한복에 대해서 별 생각 없었는데....이쁘길래...;;"
"아아....ㅎㅎ그죠그죠?
한복은 세상에서 제일 이쁜 옷인것 같아요..."
"....그러게...이쁘네....."
이때 절 멍하니 바라보며 말하던 백현오빠의 말 뜻을...조금이라도 빨리 알아챘다면...
그랬다면....
조금이나마 달라졌을까요....?
.
.
.
"나 왔어"
백현오빠와 시시껄렁한 얘길 주고받다,
급작스럽게 들이닥친 서방님의 목소리에 놀라
엉거주춤 일어나자 거실로 들어오던 서방님과 눈이 딱마주쳐버렸어요..
"...아직 있었네.."
서방님의 말 한마디에 그대로 굳어 서있자
백현오빠가 제 팔을 끌어당겨 절 자리에 다시 앉혀요.
"야 넌 ㅇㅇ이한테 말좀 이쁘게해~니 와이프 될 사람한테 그게 뭐냐..."
백현오빠 특유의 장난끼 넘치는 말투로 저렇게 말해도
서방님은 묵묵부답...
"...그럼 전 이만 방에...."
"이게 어딜 들어갈려고...가지말고 내옆에 앉아있어!"
엉거주춤 일어나는 날 다시 끌어앉히는 백현오빠..;;
"야,그나저나 너 나가서 뭐사왔냐?맛있는거 사왔냐?"
하며 서방님을 따라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서방님이 들고오신 것들을 이리저리 뒤지기 시작했어요.
"뭐야...죄다 옷이네..?그것도 여자걸로만...?"
백현오빠가 이것저것 꺼내들자 서방님이 백현오빨 옆으로 치우시더니(?)
그 짐들을 들고 제앞으로 오셔선 제 앞에 툭 내려놓으세요.
상황판단이 안되서 짐 한번 보다 서방님한번 올려다보다 하고 있자
"....이거 들고 방에 들어가서 갈아입어..덥다.."
하시곤 다시 부엌으로 가세요...
일단 상황파악은 안되지만 방엔 들어가야겠다 싶어서
짐 보따리를 들곤 방으로 올라갔어요.
방에 들어가자마자 풀어본 짐보따리 속에는
치마며 원피스며 청바지,티셔츠...
온통 여자 옷 뿐이네요...
한복이 더 편하긴 하지만...
서방님의 첫 부탁(?)이니 입어보기로 했어요,..
서툴게 옷을 하나하나 걸치자마자 뭔가 오묘한게...
제게 아닌것만 같은 이질감..이랄까....
한참 방에 있는 전신거울을 통해 비치는 낯선 절 게슴츠레하게 보다가
쭈뼛쭈뼛 거실로 나가자 상상했던것보다 더 무거운 정적이 흘러요...
".....헐...대박.."
하....괜히 입었나봐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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