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배스킨 라빈스입니다."
"경수야!"
으, 또 저 형.
경수는 순간 얼굴을 찌푸릴뻔했지만 애써 침착하며 미소를 유지했다.
모든 것에 자비로운 평화주의자 경수가 손님 얼굴을 보자마자
인상을 쓰는 이유라 하면, 바로 저 변백현 때문이라 말할 수 있다.
일단 한달 전으로 거슬러 간다.
경수는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바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그게 바로
지금 일하고 있는 배스킨 라빈스였다.
뜨거운 여름에 아이스크림 가게 아르바이트라 하면, 무척이나 바쁘고 힘들 걸
알고 있었지만 사장님께서 바쁜 만큼 알바비도 두둑이 주시기로 약속한 일도 있고
무엇보다 얼른 돈을 모아서 친구들과 놀러 갈 계획에 들뜬 경수의 마음이
'한여름날 아이스크림 가게 알바하기'에 크게 한 몫 한 것이었다.
근데,
다 좋은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손님이 와서 경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대부분 손님들은 무슨 무슨 맛 주세요. 하고 대화가 끊기는데
이 말끔하니 잘생긴 남자는 자꾸만 경수의 말에 꼬투리를 잡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가끔 남자가 남자에게 할만한 말이 아닌
번호를 달라는 둥 시간 있느냐는 둥의 말을 하곤 할 때마다 경수는 혹시 자신을 게이로 생각하나 하고
직접적으로 물어본 적이 있다.
'왜 저한테 그런 거 물어보세요?혹,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저.. 여,여자 좋아해요!'
경수는 자신도 모르게 살짝 언성을 높이며 물었었다.
순간 여자 좋아한다는 자신의 말이 기분이 나쁠까봐, 자기 자신만의 착각일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지며 얼굴이 빨개졌었다.
경수의 말을 들은 남자는 순간 당황한 듯 멈칫하더니,
화를 낼 거라는 경수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런 경수가 귀엽다는 듯. 강아지처럼 웃으며 대답했더란다.
'미안. 기분 상했구나. 널 그런 쪽으로 생각한 건 아니야 그냥 친해지고 싶어서 그랬어.
너무 내 생각만 하고 들이댔나 보네..미안해.'
평소 능글맞게 이름이며 나이며 물어볼 때와는 다르게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얼굴을 보니
경수는 되려 자신이 미안한 얼굴이 돼버렸다.
'아니 뭐.. 미안할 거 까지는 없구요.. 친,친해져요 그럼..'
하고 친한 형 동생이 되기로 한지
한 달째가 된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
저는 여자 좋아해요!
라며 얼굴까지 붉어지면서 당돌이 외쳤던 장본인 도경수 씨는 요즘 따라 고민이 여만 저만이 아니었다.
분명 자신은 여자를 좋아하는데.. 그게 맞는데..
요즘 따라 자꾸만 백현의 얼굴을 보는 게 부끄럽고 그의 앞에만 있으면 심장이 튀어 나갈 것처럼 쿵쾅 쿵쾅대는 것이었다.
말도 안돼..
경수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자꾸만 백현의 얼굴이 떠오르고
또 그 얼굴이 생각날 때마다 얼굴이 붉어지고
아직 자기 자신조차도 확신이 없는 이 마음을 백현이 알게 될까 봐
백현이 가게에 올 때마다 일부러 틱틱대며 말을 한 게 2주째였다.
"어떤 걸로 하시겠어요?"
"에이 또 경수 딱딱하게 군다~ 형아 늘 먹던 거 줘~"
".."
"..싱글콘으로 하나 주세요"
경수 기분이 안 좋아 보이길래 일부러 장난을 친 거였는데
백현의 장난때문인지 아님 기분탓인지 경수의 표정이 더 어두워 진 것 같아
백현은 얼른 제대로 주문했다.
"경수야 형아 와서 싫어요? 형아가 장난쳐서 그래? 표정풀어 형아가 미안해"
"그런거 아니에요..얼른 한가지 맛이나 골라요"
미안하다는 백현의 말에 또 백현보다 더 미안해진 경수가 슬쩍 표정을 풀며 말했다.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이 백현을 좋아하게 됐다는 현실을 부정할 수가 없는것만 같았다.
경수가 다시 표정을 풀고 대답하자 백현은 또 방긋 웃었다.
저런 미소 하나하나에 마음이 설레여서 미칠 지경인걸 백현은 모를거라 생각하며 경수는 얼른 백현의 눈을 피했다.
"음..형아는.."
평소엔 늘 슈팅스타만 사먹길래 경수가 늘 그렇게 맛없다고 다른거 먹으라고 해도 그것만 고집하더니
오늘은 웬일로 다른걸 먹으려나 보다..하며 생각하고 서있었는데,
"사랑에 빠진 백현이 주세요"
..그렇게 경수 심장은 곧장 멈춰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힘차게 뛰었다.
-
"점장님 저 퇴근할게요.."
하루종일 일하는동안에도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백현의 얼굴에 미칠 지경이었다.
'사랑에 빠진 백현이 주세요'
백현의 그 말에 창피한줄도 모르고 겉잡을수 없게 붉어지는 얼굴을 경수는 가릴수도 없었다.
'장난이야. 놀랬어? 크크크 하여튼 도경수 귀엽다니까. 반응이 재밌으니까 계속 놀리고 싶잖아'
장난이라는 백현의 말에도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그냥 그 순간 백현의 목소리 , 얼굴 , 그 대사까지 완벽하게 경수를 설레게 했다.
경수야!
짧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백현의 목소리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경수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얼른 아이스크림 한덩이를 퍼담아 백현에게 주고 백현이 볼 수 없는
안쪽 백룸으로 들어가 버렸다.
세차게 뛰는 심장이 겨우 진정이 되고 다시 프론트로 나가봤을 땐
당연하게도 이미 백현은 돌아가고 난 후였다.
원래 경수는 12시 까지 근무였지만
얼굴이 많이 안좋아 보인다며 오늘은 일찍 퇴근하라는 점장의 말에 11시 30분이 된 지금 퇴근을 하는 경수였다.
"경수야"
경수는 눈을 크게 뜨고 멈춰섰다.
그도 그럴것이, 하루종일 자신을 힘들게 했던 백현의 얼굴이 바로 자신의 눈앞에 있기 때문 이었다.
"혀,형..여기서 뭐해요..?"
"너 기다렸어."
가게 밖에서 백현을 본 건 처음이었다.
인적이 드문 공원에 앉아있는 백현을 보고서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자신을 기다렸다는 백현의 말에 경수는 또 설레면서도 한편으론 화가 나기 시작했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채고 가지고 노는건가? 이런게 밀당인가? 어장인가?나 물고기 된건가?
경수는 그런걸 따질 틈도 없이 머리를 거치지않고 무작정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형 자꾸만 왜그래요? 안그래도 요즘 형때문에 머리가 복잡해 죽겠는데..
맨날 와서 이상한 소리만 하고..내 마음 다 알고 나 가지고 노는거에요?
나 진짜 여자 좋아하는데..분명 여자 좋아하는데..그랬는데..이젠 아닌가봐..으아아아아아앙"
처음엔 따박따박 따지듯 말하더니 이내 감정이 복받친듯 주저 앉아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울기 시작하는
경수에 당황한건 백현뿐이었다.
"겨,경수야 ! 일단 일어나서 얘기하자 응? 바닥 더러워 얼른 일어나 지지"
"으아아아아아아앙 나 왜 기다렸는데요 왜애애애.. 하루종일 형생각하는것도 힘든데..흡..흐으으으으윽..
형은 것도 모르고 마음만 흔들고오오오오..흐으윽.."
정신없이 눈물을 흘리는 경수와 달리 다시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고 자신의 옷 소매로 다정히 경수의 눈물을 닦아주며 백현이 물었다.
"하루종일 형 생각을 왜 하는데? 네 마음이 어떻길래 내가 흔들었느냐고."
"..좋아해요..흑,..형이 좋은가봐요..형만 생각하면 미칠것만 같아요"
"형도 그래."
".."
"형은 처음부터 그랬어.처음부터 지금 네 마음 같았어."
백현의 말을 듣던 경수는 상황파악을 하려는 건지 눈에 눈물을 달고는 가만히 생각하다
벌떡 일어나 백현을 껴안았다.
"혀엉.."
"그만 울어.뚝 하자, 응?"
백현에 품안에서 경수를 살짝 떼어내고는 계속 울어댄 경수의 볼이 쓰릴세라 살살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렇게 눈이 맞고,
입술이 닿았다.
한참동안 키스를 하던 백현이 입술을 떼고서 숨을 헐떡대는 경수에게 말했다.
"우리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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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쓰려고 했는데 일 생겨서..여기서 끊어영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똥글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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