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Skrillex-Bangarnag
typhoon
*갬갬
prologue
2:13 Am
'태풍(颱風)' 이라는 이름에 딱 걸맞게 비바람이 자동차를 때려부술듯 쏟아지는날이다. 날씨가 날씨인지라 인적도 드물다. 날씨와 걸맞게도 조직끼리의 중요한 거래가있는날인듯, 잠복경찰들은 최대한 몸을 낮춘채 쏟아지는 비로 흐려져 잘 보이지도 않는 창밖을 주시한다.
오세훈, 27살. 조금 건방져보이지만 번듯한 외모에 유능한 두뇌덕분에 여기저기서 수재라고 불렸었다. 아버지가 유명 자동차기업의 회장, 어머니가 유명피아니스트로, '경찰'이라는 험한직업을 굳이 가지지않았더라도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받거나, 재산을 물려받아 평생을 펑펑쓰며 놀수있는 여건임에 불구하고, 고등학생때 각종 추리소설과 추리드라마에 필이꽂혀 진로를정하고서는 뛰어난 결단력과 통찰력으로 마약수사대에 한획을 그었다. 그가 여태껏 맡아왔던 밀매범들중 검거하지못한 케이스는 손에 꼽을정도로 극히 드물정도였다. 승산없는 사건이라도 한번 잡겠다 마음먹은것은 왠만해서 절대놓지않아 동료경찰들에게 '별종'이라고 핀잔도 많이받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세훈이 밀매범을 보란듯이 검거해오면 얼굴을 붉히는쪽은 언제나 별종이라며 핀잔을줬던 동료경찰이었다. 허술하게보이지만 완벽주의자. 단점이라고는 찾기힘든, 흔히말해, '사기캐'와같은 이미지다. 굳이 단점을 골라내자면, 게이라는정도.
그옆에 운전석에 앉아있는남자는 29살의 김종인이다. 태어나자마자 고아원에 버려져 한때 한 '나와바리(구역)'을 재패하며 양아치의 정석과같은 삶을 살았으나, 현 약혼녀 세희를 만나 경찰임용고시에 합격하고 길가에서 침도 뱉지않을정도로 반듯하게 살아가고있다. 과거의 실전경험(?)들을 토대로 수많은 조직들을 검거했다. 동네 양아치 출신치고는 두뇌도 꽤 쓸만한것인지 그가 마약수사부서에 배치되기전까지 잡지못해 끙끙앓았던 마약밀매범을 첫출동때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검거해왔었던 모습은 동료경찰들에게 전설로 불릴정도였다.
"형, 종인이형."
"왜."
"지금 벌써 2시간짼데 언제까지 이러고있어요? 걔네 날씨안좋아서 거래취소된거아니에요?"
"현장에있을때 쓸때없는걸로 말걸지말랬지, 니가 마약밀매범이면 대낮에 안녕하세요 마약밀매범들입니다~ 하면서 거래할거야? 연인들도아니고 양아치새끼들이 이런날 약속? 지나가는 초등학생이 봐도 알겠다. 오늘 일이일어납니다 지켜봐주세요 하는 꼬라지지 뭐야."
"농담인데…. 난 농담도못해요? 형은 꼭 내가 농담하면 정색하고 잔소리하더라."
"중요할때만 시덥잖은 말만 하니까 그렇지. 알았으면 창밖이나 계속 쳐다봐."
외모와 어울리지않게 시덥잖은 농담을 자주던지는 세훈이 농담을 던지면, 종인은 항상 현장에 집중하라며 다그치곤했다.
오늘 역시 예외는 아니었던듯, 종인은 세훈의 농담을 딱잘라 정적을 유지시켰다.
2:48 Am
"형."
"또 왜,"
"뭐 하나 물어봐도 되요?"
"농담따먹기 빼고, 얼른말해. 집중력흐려지니까."
"이번일 끝나면 뭐 하실거에요?"
"또 쓸때없는거, 이번일 끝나면 보너스랑 월급보태서 세희랑 결혼할거야. 내가 고생시킨게 몇년인데 이제 책임질때도 됐고, 자리도 이만하면 꽤 잡았고. 됐지? 현장봐."
"아… 형 결혼 말인데요…"
귀찮다는 듯이 대꾸한 종인이 야속했지만 세훈은 말끝을 늘이며 종인을 쳐다본다. 종인은 창밖에서 시선을 때지를않고, 세훈은 종인이 자신의 시선을 의식하고 자신을 쳐다볼때, 서로의 눈이 마주칠때를 기다렸다.
둘사이에 정적이 흐르고, 종인의 시선이 힐끗 세훈을 쳐다보았을때. 세훈이 입을 열어 그 다음말을 내뱉으려는순간, 정적을 먼저 깬것은 세훈이 아닌 종인이었다.
"야 움직인다…. 신호하면 바로 뛰어나가, 다른쪽에도 연락하고."
검은 양복들을 입은 남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결혼 안하면 안되요?" 라며 고백을 건내려고했던 세훈의 말은 허공으로 사라져버렸다. 종인과 단둘이 있을시간이 없어 어렵게 말을꺼낸건데, 허무하게 끝나버린 고백에 어이없어하며 종인의 신호를 기다릴뿐이다.
물론, 종인은 지극한 이성애자고, 약혼녀가있다는걸 세훈 본인도 잘안다. 게다가 종인의 약혼녀 세희는 게이인 세훈이봐도 감탄사가 나올정도로 예쁘다. 고양이처럼 애교있게 올라간 눈매와 입꼬리, 새하얀피부, 거기에 선머슴같았던 종인을 올곧은길로 이끌어낼정도의 착한심성과 경찰서에 올때는 항상 지친 종인을 포함한 경찰관들을위해 주전부리들을 바리바리싸들고와 칙칙한 경찰서에 꽃을피게만드는 내조까지 지녔다. 무엇보다, 둘은 무척이나 잘어울렸다.
세훈은 세희와 사이가 좋지않은것도 아니었고, 탐탁치않더라도 형수님,형수님 부르며 친하게 지냈다. 말그대로 승산없는 게임이라는걸 잘알기때문에, 속으로만 앓고있었다. 하지만 머리와 심장의 거리는 멀다고 했던가, 머리로는 '안돼' 라고하지만, 심장은 주인생각도 모른채 종인만보면 쿵쾅쿵쾅 잘만뛴다. 급기야 고백을 시도하려고까지 해버린 것이다.
"지금 가! 저 중앙에있는 검정벤츠쪽으로 무조건 뛰어가! 난 뒤에서 커버칠께! 다른쪽도 바로 나온다니까 넌 달리기만해. 정신 똑바로차리고."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린 세훈은 차문을열고 검정벤츠를향해 급히 뛰어나간다. 비바람이 심하게 시야를 가리고, 바닥도 미끄러워서 달리기에 썩 좋은 여건이아니었다. 종인까지 그뒤를따라 뛰어나가자, 큰 거래라 그런것인지 꽤 다부져보이는 깍두기들이 여럿 달려든다. 주먹질이 불가피해진 세훈은 검정벤츠로 달려가면서 죽일듯이 달려드는 깍두기들을 하나둘 제압했다. 예상하지못한것은 아니지만 깍두기들이 달려든 덕분에 세훈이 검정벤츠에 다다르는시간이 지체가되었다. 하지만 동료경찰들도 완벽한 타이밍에 나왔고, 머릿수로는 경찰측이 훨씬 유리하다. 거래가 시작된 즉시 주변도로도 다 막아두었고, 제압만 수월하게 끝마치면 완벽한 정의의 승리였다.
"손 들어! 경찰이다!"
검정 벤츠에 다다른 세훈이 조직의 간부급으로 보이는 남자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들이밀었고, 남자는 순순히 손을 든채로 차에서 내렸다. 남자의 관자놀이에 세훈의 총구가 닿아있는것을보고서는 깍두기들도 조용히 손을들고 순순히 항복해왔다. 치밀한 계획덕인지, 손쉽게 조직들을 포위한 경찰들은 승리를 확신하며 의기양양한표정으로 차안의 내용물들을 확인하기위해 조직 소유의 차량쪽으로 다가갔다. '덜컥' 하고 검정색 SUV차량의 문을 연순간, 귀를 찢어대는 굉음과함께 차량 다섯대가 연달아 폭발해댔다.
주변에 있던 경찰관들은 굉음과함께 형체도 알아볼수없는 흉측한 부검으로 변해버렸다. 차량들이 폭발하자, 순순히 항복해오던 깍두기들이 언제 그랬냐는듯 쇠파이프를 들고 돌진해왔고, 간부급으로 보였던 남자는 정신나간사람처럼 히죽거리며 자신은 일개 마약쟁이밖에 안된다며 웃어제껴댔다. 세훈은 유일한 인질이라고 생각했던 '간부'가 허무하게도 일개 마약쟁이라는것을 밝히자마자 관절을 꺾어 고꾸라지게 만들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현장에서, 종인은 최대한 빨리 철수하는것밖에 수단이없다고 판단했다.
"씨발…. 아, 폭탄…."
나즈막히 지껄인 종인이 세훈을 눈으로 좆았다. 얼굴이 따가울정도로 억센 빗줄기들이 시야를 가렸다. 침착하게 벤츠 주변을 주시하던 종인은 세훈을 발견해냈다. 가장 도망가기 불리한 위치에 있었던 세훈에게 재빨리 철수하라고 말하려고 하는순간, 깍두기들중 유독 험악하게생긴 한명이 세훈의 뒷통수에 쇠파이프를 겨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종인의 심장이 요동치며 한 문장만을 반복했다. 막아야한다. 막아야한다. 막아야한다.
"오세훈 너뒤에!"
말하면 늦는다. 더군다나 최악의 기상조건, 아수라장이 된 현장에서 종인의 목소리가 세훈에게 닿을리없다. 세훈은 종인이 경찰로 취직한후, 아니, 종인의 일생 처음으로 마음놓고 술한잔 걸칠수있는 친구 그이상의 소중한 가족같은 존재였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부서에 배치되었고, 이리저리 트러블도 사건도 함께 척척 해결해왔던 세훈은 종인에게소중했다. 물론 동료로써, 친구로써, 남동생으로써…. 종인은 험악하게생긴 깍두기가 날리는 쇠파이프의 스윙이 세훈의 머리에 꽂힌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눈이 질끈감기고, 입안이 바짝 말라갔다. 깍두기가 쇠파이프를 내리치려는순간에 야차같은 몸짓으로 세훈에게 몸을 날린 종인은 정신이 아득해져감을 느꼈다. 머리에선 뜨거운것이 흐르는게 느껴졌고, 그에 반해 종인의 몸은 점점 차가워져갔다.
종인은 손을들어보였다. 하얀색 셔츠가 검붉은색으로 젖어갔고, 고개를 돌리자 검회색의 아스팔트바닥이 소름끼치는 검붉은색 피로 일렁거리는것이 보였다. 자신이 세훈대신 쇠파이프에 맞았다는걸 자각한뒤에서야, 종인은 세훈의 모습을 찾아내기위해 눈을 굴렸다. 종인은 본인의 것인지 세훈의것인지 아니면 험상궂은 깍두기의것인지 모를 피를 잔뜩 뒤집어쓴 세훈의 모습을 찾아냈다.
"형..! 종인이형!"
세훈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번져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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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훈이가 약간 싸이코로 나옵니다
염두해두시고 이쁘게봐주세요ㅠㅠ
브금은 모바일로 들을때 스피커로들으면 심하게 시끄러우니 이어폰이나 헤드셋 이용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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