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phoon
*갬갬
3
세훈은 개통된 아이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있다. 방금 개통해 연락처에 번호가 하나도 없었을것임에 불구하고, 전화번호를 외우고있는 상대인것을보니 제법 가까운상대인것 같다. 모르는 번호라 받는것을 꺼리는것인지,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수없어…." 하는 여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세훈은 다시한번걸었고, 그제서야 상대는 전화를 받았다.
"박찬열이지?"
"누구?"
"누구긴. 목소리들으면 모르겠어?"
휴대폰을 조금때고 아, 씨발 하는 소리가 세훈의 귓가 너머로 들려왔다. 세훈은 실소를 터뜨리며 찬열에게 어디냐고 물었다. 찬열은 세훈의 이복 형이었다. 찬열의 아버지이자 세훈의 아버지는 찬열의 어머니와 결혼과 동시에 찬열을가졌고, 한살인 찬열을 한국에두고 프랑스로 장기출장을 다녀오는사이 세훈의 어머니와 눈이맞아 세훈을가졌다. 그러고선 완전한 두집살림을 7년. 찬열이 9살때, 아버지는 찬열의 어머니에게 일방적인 이혼을 '통보'한다. 찬열의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매달리면서 찬열이가 불쌍하지도 않냐며 울어댔다. 그런 어머니에게 돌아오는 아버지의 반응은 차가웠다. 찬열이가 불쌍해? 그럼 내가 맡아 키울께. 당신은 모쪼록 찬열이가 안보는곳에서 잘살아. 하는 가시돋힌 말이었다. 아버지의 가시돋힌말은 어머니에게 부부로써 나눈 마지막 말이되었고, 그 마지막말이 찬열과 세훈을 만나게했다. 하지만 찬열은 말그대로 '맡아 키워지기만'하고, 찬열이 마땅히 받아야할 '아들취급'은 모조리 세훈몫이었다. 그걸 증명이라도하듯 찬열의 성은 '전'어머니를 따라 '박찬열'로 바뀌었다. 따라서, 이 둘의 사이는 한쪽의 피가 같이 흐른다는것을 제외하면 개와 고양이같은 사이인것이다. 찬열에게있어서 세훈은 하루사이에 자신의 모든것을 휩쓸어간 악당같은존재였다.
"목포. 왜."
"하하, 잘됐네. 나 타투하나 새기려고."
"니가 타투?"
어렸을적부터 몸에 상처나는것 하나는 끔찍이도 싫어하던 세훈이 타투를 한다는 뜻밖의 말을하자, 찬열은 자신도 모르게 되물었다. 찬열은 고3때 집을 뛰쳐나간이후, 약간의 생활비만 매달 송금받으며 타투이스트로 활동했다. 어린나이에 시작한 타투는 경력이쌓여 찬열을 꽤 인지도있게만들었고, 요 근래에는 연예인들부터 조직들까지 찬열에게 시술을 받고싶어 거금을 들고 찾아오곤했다.
"무슨타투하게."
"일단만나. 니 문신집이 어디쯤에있더라?"
어린시절과 다름없이 두살 형에게 꾸준히 너,너, 하는 세훈의 말버릇에 기분이나쁠만도한데, 어렸을적부터 이사람 저사람 비위를 맞춰가며 살았던 찬열은 크게 신경쓰지않았다. 사실상 찬열은 타투를 하나의 예술 자체를 사람의 몸에 새기는것이라고 생각해서, 자신의 타투를 받고싶어하는 거의 모든이에게 최고의 타투를 해주었다. 그 수많은 고객들중 세훈도 예외는 아니었는지 찬열은 예술가정신을 발휘하여 저 새끼가 타투를 해서 몸에 새길정도라면 아마 엄청난 대작이겠구나 하고 세훈에게 자신의 '작업실'의 위치를 순순히 알려주었다.
세훈은 네비게이션을켜 찬열의 작업실을 도착지로 설정했다. 생각보다 가까운위치에 있던것인지, 세훈이 찬열의 작업실에 도달하는데에는 20분도 걸리지않았다.
"도안은 생각해놨어?"
"이걸로."
세훈은 종인의, 아니. 종인과 세희의 타투를 본떠온 메모지를 꺼내보였다. 찬열은 메모지를 보고선 눈이 휘둥그레져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는 큰눈으로 세훈을 경계하듯 쏘아보았다.
"너 이거 어디서났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닮고싶은 사람이 생겨서. 니가 예전부터 뭐 베끼는거 하난 끝내줬잖아, 아는 타투인가봐?"
"진짜. 미친새끼…. 어디다 할꺼야."
"오, 해주려고? 아는 타투라며, 위치도알꺼아냐."
세훈은 바지 버클을 풀고 셔츠를 올려 골반뼈가 보이게했다. 멋대로 시술침대에 벌렁 누운 세훈을 지켜보던 찬열은 미간을 찌뿌리며 바로 타투작업을 시작했다. 찬열은 세훈의 건방진 태도보다 타투이스트로써의 직업정신이 중요했다. 타투머신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둘은 한참동안 일체의 대화도 하지않았다. 새하얀 세훈의 피부가 붉게 부어오르고, 서서히 글자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찬열이 먼저 입을 열기시작했다.
"종인이야 세희씨야."
"종인이형."
세훈의 입에서 종인이형 이라는 말이 나오자 찬열은 다시한번 진짜, 미친새끼 라며 욕을 내뱉었다. 종인과 세희의 타투는 찬열이 해준것이었다. 종인과 찬열이 25살때. 종인은 큰 조직의 간부를 따라 찬열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하지만 그때는 종인이 세희를만나 양아치의 길에서 점점 멀어져갈때였고, 타투를 사양하는대신 사랑하는여자와 결혼하기전에 꼭 들리겠노라며 약속을했다. 찬열이 조직간부의 문신을 해주는동안 종인과 세훈은 대화를 나누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종인이 얼마나 세희를사랑하는지. 그리고 서로 연락처도 모른채 헤어졌는데, 2달전 자신의 작업실에 정말 예쁜여자를 데리고 약속지키려왔다며 환하게 웃는 종인을 찬열은 참 마음에 들어했다.
"종인이한테 허튼짓하지마. 하긴, 너같이 곱게자란 서자도련님께서 그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알 바도 아니겠지만."
"난 종인이형 사랑해."
"니가 종인이를 사랑한다고 생각해? 웃기지마. 넌 착각하고있어. 진짜 어렸을때랑 하나도 안변했다. 오세훈."
"너도 딱히."
"아버지랑 똑같아. 가지고싶은건 꼭 가져야되지. 남 사정은 생각도 안하고…. 오세훈, 넌 지금 가지고싶은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어린애에 지나지않아. 막상 얻게되면 금방 질려 내팽게칠껄?"
"방금 그말, 니네 엄마가 우리아버지한테 내팽게쳐졌다고 인정한거아니야?"
'서자','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어린애' 라는말에 표정이 싹 바뀐세훈이 찬열에게 쏘아붙였다. 미간이 잠시 일그러졌던 세훈은 금방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골반뼈에 타투를 새기고있는 찬열을 내려다보았다.
"그 서자보다 니가 잘난게 뭐가있는데? 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어린애라고? 미안한데, 난 가지고싶은걸 조른적없어. 조르기전에 모든건 내손안에 있었지. 혹시 부러워서그래?"
비아냥거리며 쏘아붙이는 세훈의 말에 타투를 하던 찬열의 손길이 잠시 멈칫했다. 타투는 거의 마무리 되어가는듯했다. 찬열은 고개를 살짝 꺾더니 한숨을 한번 푹 내쉰채로 타투하던 손을 움직였다.
"이제서야 한번 졸라보려는데 뭐가나빠. 내가 못가질바엔 삼켜버려서 누구도 손대지못하게, 내안에서만 살게할거야."
"그래서 니가 아버지같다는거야. 넌 미쳤어."
"왜? 경수형처럼 될까봐? 걱정되?"
'경수' 라는 말에 찬열은 타투머신을 바닥에 던지고선 세훈의 멱살을 잡았다. 바닥에 떨어져서 진동하는 타투머신의 소리가 소름끼치는 소음을 만들어냈다. 세훈의 멱살을 잡은 찬열의 눈동자에 불꽃이 일었다. 그에비해, 세훈은 오히려 더더운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실실웃어댔다.
"작업해. 얼마안남았잖아."
실실 웃다 싹 바뀐 무표정으로 명령하듯 지껄인 세훈의말에 찬열은 어째선지 고분고분 다시 타투머신을 손에 들었다. 다시 10분간의 정적. 타투를 끝마친 찬열은 애써 화를 억누르며 입을열었다.
"세훈아, 오세훈. 형이부탁할께. 이건아니야. 종인이랑 세희씨 서로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르진 않을거아냐."
"난 세희씨보다 종인이형 더 많이 사랑해. 이번이 기회야. 실패한적없어. 알잖아 '형'도."
세훈이 '형'이라는 말에 악센트를 주며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벌떡 일어난 세훈은 옷매무세를 정리하고서는, 멋대로 카드기에 다가가 100만원을 결제했다. 용돈이야, 요긴하게써. 형. 세훈은 찬열을 한번 더 조롱하며 작업실을 나갔다. 자존심을 짓밟힌 찬열이 이를 악물었다. 세훈이 나가고 난 후, 찬열은 담배를 물고 머리를 감싸쥐었다. 역시 만나면 안되는 상대였다. 찬열은 복잡한 머리를 식히려고 티브이를 틀었다. 티브이에는 세훈이 오기전부터 반복보도 되었던 뉴스가 나오고있었다.
"새벽 3시경, 전라남도 목포시 목포항에서 국내 마약밀매 조직 '흑양파'를 검거하다 폭탄이 터져 경찰관이 14명 사망했고, 53명이 중상을당했습니다…. 현재 경찰관 2명은 실종. 조직들은 전원 도주했고, 유실된 시체는 없지만 손상이심해 신원파악이 힘든상태입니다…. 경찰측은 실종자 두명이 조직에 인질로 납치되었을 확률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찬열은 망치로 머리를 세게 맞은듯했다. 자신과 앙숙인 세훈이 찬열에게 문신을받으러 목포까지 내려올리없었고, 두달전 종인은 경찰복을 입고 작업실에 방문했다. 그리고 친척들모임에서 얼핏 들은걸 떠올려보니 세훈이 경찰대를졸업하고서 마약수사대에 배치되었다고했다. 찬열의 귀에 '현재 경찰관 2명은 실종.' 이라는말이 박혀들렸다.
"아… 이거였어. 미친새끼."
찬열이 허공을 바라보며 깊게 빨아들였다 내뱉은 담배연기가 자욱히 작업실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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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오려고 했는데 제가 글쓰는 속도가 느려요 ㅠㅠ
달팽이보다 느립니다 이해해주세요 ㅠㅠ
갑자기 등장한 찬열이와 경수에 당황하셨겠지만 세훈,찬열,경수의 이야기는 외전에서 다룰께요!
세훈이의 중이병이 날이가면 갈수록 심해질 예정ㅎㅎㅋㅎㅋㅎㅋㅎ
짤이 떨어져가네요 짤이..하....
(이번편에는 종인이가 나오지않아 사진첨부안했습니다)
암호닉
멍뭉변백현
봄나
휴지통
황제몽구
정말 정말 내가 님들 때문에 글쓸 힘이납니다!!!!!!!!!!!!!!!!
여러분 없었으면 한편쓰는데 삼일은 걸렸을꺼에요 ㅠㅠ
사랑해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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