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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찬디/찬백] 장미에 가시가 있는 이유
written by. 돼지저금통







 11. 미련을 추하다 여기지 말 것


 “경수야.”
 “응, 형.”


 찬열이 해사하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막 신발을 꿰어 신고 학교를 가기 위해 집을 나선 경수는 찬열을 보고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실로 아주 오랜만에 봐서, 어딘가 모르게 이질적인 풍경이었다.

 그 날 그렇게 찬열에게 전화를 해서 경수는 모든 것을 말했다. 오해해서 미안해. 내가 형을 미워해서 미안해.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했다. 바보처럼 착한 박찬열은 자기가 더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어쨌거나 경수가 오해하게 된 데는 찬열의 잘못도 있었다. 찬열의 모호한 행동이 경수에게서 의심을 불러 일으켰고, 그것이 공교롭게도 백현과 종인의 플랜에 딱 맞아 떨어져 이별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들의 이별은 찬열과 경수 두 사람 모두의 잘못이었다. 하지만 사실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기도 한 것. 대화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풀지 않고 속으로만 쌓아 두는, 연인 사이에서 가장 좋지 못한 방법. 그 둘은 서툰 연애를 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둘은 다시 만났다. 찬열은 다음날 아침부터 경수의 집 앞에서 경수를 기다렸다. 종인은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 날 집에 와 울고 있던 경수에게 울리던 연락은 모두 종대의 연락이었다. 종인의 연락은 하나도 없었다. 경수는 그 사실을 확인하고 가슴 한구석이 찌르 했지만 이제 아무래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 김종인이라면 치가 떨린다. 지가 무슨 낯짝으로 연락을 하겠어.
 둘이 다시 만나게 되면서 찬열은 백현과 연락이 끊겼다. 경수가 백현에게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길래, 자세한 일도 알고 싶고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했던 그 진심이 담긴 서글한 눈매가 생각이 나서 연락을 시도했지만 모두 받지 않았다. 그 전에는 그렇게나 자주 마주쳤는데 그 이후로는 단 한번도 안마주쳤다. 찾아갈까 하다가 어떻게 다시 만난 경수인데, 또 오해 받고 상처를 주기는 싫어서 그만 뒀다.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밥 먹었어?”
 “아-니.”
 “자.”


 찬열이 가방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낸다. 예쁜 노란색의 빨대까지 꽂혀 경수의 앞에 내밀어진 것. 그건 허쉬 초콜릿이 아니라 서울 초코우유였다.


 “……우유가…바뀌었네.”
 “응. 너 이거 좋아한다며. 종대한테 물었어.”


 찬열은 그 전과 달라졌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경수의 조금 기울어진 마음을 다시 온전히 돌리기 위해, 그 전에는 마냥 경쟁자로만 생각하고 경계했던 종대에게도 먼저 다가갔다. 죽기 일보 직전의 몰골을 하고 애절하게 경수가 좋아 하는 것은 모조리 알려달라고 하는 찬열을 종대는 거부 할 수 없어 모든 것을 알려 줬었다. 김종인은 진작에 알고 있었던 것. 박찬열은 이제야 알게 된 것.


 “…나 이제 이거 안좋아해….”


 서울 초코우유. 글씨 위를 쓰다듬던 경수가 조그만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난 허쉬 초콜릿이 더 좋아.”


 어쩐지 그렇게 말하는 경수의 목소리에 물기가 배인 듯 했다. 자신에게 말하는 다짐과도 같았다. 알겠어. 다음 번엔 그걸로 사올게. 경수가 또 다시 울까봐 찬열은 황급히 말을 이었다. 오늘만 이거 먹자, 경수야. 응 오늘만. 찬열의 말을 따라하며 경수는 빨대를 입에 물었다. 달기는 확실히 달았다.
 머릿 속에서 종인의 얼굴이 또 솟아 올랐다가 사라졌다. 왜 이렇게 끔찍하게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등굣길을 함께 하던 것도 얼마 전까지는 종인이었는데. 지금 자신의 옆에서 가지런한 이를 들어내며 환하게 웃는 찬열이, 더 오래 사귀었음에도 불구하고 불편하고 어색했다. 익숙하지 않았다. 종인은 엄청 빨리 익숙해졌었다. 이 모든 상황들이 경수에게는 답답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종인이 했던 짓을 생각하면 차라리 이 편이 나았다.


 “이렇게 늦게 가도 괜찮아?”
 “어 그럼. 괜찮아. 오늘 마치고 집에 데려다 줄까?”
 “아냐, 괜찮아. 혼자 갈 수 있어. 수능도 얼마 안남았는데 형 공부해야지.”


 확실히 그 전보다 조심스럽다. 대화는 쉽게 이어지지 않고 자꾸만 끊겼다. 경수의 말에 찬열은 손사래를 친다. 아냐, 수능이 뭐가 중요해. 나한텐 니가 더 중요해. 그렇지만 경수는 그 말을 원하던게 아니었다. 수능보다 내가 더 소중하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는 거짓으로만 들렸다. 그렇지만 전보다 불편한 관계에 차마 말도 못하고 경수는 속으로만 한숨을 삼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들떴던 등굣길이 요즘은 축 쳐졌다. 그건 찬열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 때문이란 걸, 경수는 알았다.


-


 『경수야! 매점 와』

 찬열의 문자에 앉아있던 경수가 스르륵 몸을 일으킨다. 분명 반가운 문자였건만 표정에는 변화가 없다. 심각한 무표정으로 귀신같이 발걸음을 옮기는 경수를 보며 종대가 깜짝 놀란다. 어쩜 저렇게 기척도 안하고 스르르 잘 돌아다니냐…. 어쨌거나 백현이 모든 사실을 말한 이후로 경수의 상태는 쭉 저렇다. 찬열도 많이 노력을 하는 것 같은데 좀처럼 경수의 반응이 좋지 않다. 종대는 경수의 얼굴도, 찬열의 얼굴도 모두 반쪽이 되어 가는 것을 보고 혀를 쯧쯧 찼다. 둘 다 저렇게 미련한 짓을 왜 하고 있는건지, 서로의 마음을 알면서도 왜 두려워서 직면하기를 피하는 것인지. 제 3자인 종대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행동이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었다.

 종인은 그 날 이후로 한번도 본 적이 없다. 학교에도 나오지 않는다. 학교에는 다시 수군거리며 소문이 돌았다. 또 그새 도경수의 남자가 바뀌었대, 또 그새. 경수는 입술을 앙다물었다. 그 모든 소리를 들으면서도 독하게 그 앞을 지나다녔다. 그럴 때 마다 아무도 못건들이게 지켜주겠다던 종인의 말이 또 경수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이렇게 경수 혼자 치욕스러운 욕이란 욕은 다 듣고 있는데, 김종인은 어디서 뭘 하는 걸까. 원망스럽기도 했다. 다시 보지 말자는 그 한마디에 정말 이렇게 다신 안볼 정도 까지만 나를 좋아했나 싶어서 솔직히 서운하기도 했다. 옛날에는 몇번 거절을 당해도 다시 거머리처럼 달라 붙어서 어떤 행동을 해도 떨어지지 않더니. 아무래도 종인도 경수에게 마음이 식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또 눈물 범벅으로 말을 잇지 못하던 그 때를 생각하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경수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찬열의 부름에 경수는 화들짝 놀라 몸을 움찔 한다. 찬열은 불안해진다. 경수의 작은 머리통에 무슨 생각이 가득 찼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요즘 경수와는 전보다 많이 만나고 있지만, 그럴 때 마다 빈껍데기와 만나는 기분이다. 전에 경수가 찬열에게 이런 서운함을 느꼈을까? 분명 내 앞에 있는데도, 내 생각을 안하고 있는 것. 다른 사람으로 채워져 있는 것. 그게 이토록 가슴 아픈 일인지 찬열은 몰랐다. 그런 줄 알았으면 정말로, 정말로 안했을텐데.


 “초코 우유 먹을래?”
 “아니…. 이제 안좋아해.”
 “아……. 그럼 오늘 야자 째고 놀러 나갈까? 형이 풀코스로 쏜다!”
 “야자… 해야… 되는데…. 형도 야자 해야 되잖아.”


 이제 수능 치는데. 말투에는 걱정이 묻어있지만 표정에는 조금의 감정도 없다. 찬열은 경수가 무서워졌다. 이렇게 또 어디론가 가버릴까봐. 그렇게 느낄 만큼 눈 앞의 경수는 위태롭다.


 “그래. 오케이! 우리 경수 응원 받고 열심히 해야지.”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 입이라도 뗐다간 훅 하고 날아가버릴까봐, 부숴져버릴까봐. 결국 찬열은 오늘도 하고 싶었던 말을 하지 못했다. 경수야. 너 나 좋아해? 나 사랑해? 아니면…… 김종인 좋아해?

 경수를 대충 반으로 올려 보내고 학교 뒤뜰의 구석진 곳에서 찬열은 담배를 피웠다. 길쭉했던 담배는 길이가 짧아져가고, 타버린 것은 재가 되고 연기가 되어 날아간다. 그게 꼭 경수와 저의 관계 같아 마음이 착잡했다. 하늘로 날아 가는 연기 위로 누군가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이럴 때 마다 가장 힘이 되주던 사람, 언제나 옆에서 위로를 해주던 사람. 강아지처럼 순둥순둥하게 생겨서는 하는 짓은 꼭 여우 같았던 변백현. 찬열은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걸리는 것을 느꼈다. 경수야. 너도 나도 참 웃기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면서도 서로를 놓지 못하고, 이게 무슨 짓이래니……. 아직도 경수의 웃는 모습이 너무 좋지만 백현에게 위로를 받고 싶다. 힘든 마음을 보상받고 싶어하는 이기적인 마음이다. 뭔가를 곰곰히 생각하던 찬열은 아직도 꽤 장초인 담배를 발로 짓이겨 불을 끄고, 그 자리를 망설임 없이 빠져나왔다.




***




 “야 이 씨팔놈아. 아무리 실연을 당했어도 학교는 나와야 될 것 아니냐.”


 그래도 제법 10년지기 친구라고, 집에 틀어 박혀 한발자국도 안나오는 종인을 위해 요리까지 하러 와준 세훈은 제 방에 박혀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서 술로 배를 채우고, 담배로 폐를 썩히는 일 밖에 하지 않는 종인의 꼬라지가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확히 사건의 내막이 어떻게 되는 건지는 종대에게서 대충 들어 알고 있었다. 미친놈 미친놈 말로만 했었는데 종인이 생각보다 훨씬 미친놈이라 세훈도 깜짝 놀랬기는 했다. 그치만 또 그렇게 도경수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게, 기회 좀 잡아보겠다고 아둥바둥했던 것 생각하니까 맘이 찡해지면서 그래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도경수가 살짝 미웠다. 물론 죄없는 피해자 박찬열은 누구에게나 씹쌔끼고.


 “너 아줌마 오셔서 이 꼴 보시면 너 죽고 나 죽어.”
 “…….”
 “학교라도 나와라. 어?”


 종인의 부모님이 워낙에 지방 출장이 많은 터라 집에 들어 오는 일이 적어서 그렇지, 일반 가정이었으면 이 꼴을 보고 기함을 했을거다. 언제 오신다고 했더라. 머리를 굴려 대충 계산을 해보니 낼 모레 쯤에 오신다고 했던 것 같다. 김종인 사람 만들기를 오늘의 목표로 정한 세훈이침대에 누워서 눈만 끔뻑이는 김종인의 머리끄댕이를 잡았다.


 “일어나 씨발새끼야. 일단 학교 나가서 누구를 패든 여자를 만나든 씨발 도경수를 패든.”
 “…닥쳐.”


 도경수 얘기가 나오니까 눈에 살기가 등등해져서는 세훈도 못 알아보고 으르렁댄다. 이 배은망덕한 새끼를 어쩔까. 어이가 없어진 세훈이 코웃음을 허- 쳤다.


 “…아님 박찬열을 패든가.”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하던 종인이 그 말에 느릿하게 몸을 일으킨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탄탄한 상체가 드러난다. 어깨도 넓고 비율도 좋고 뭣보다 몸 선이 예쁘다. 새끼, 잘 빠졌네. 세훈은 속으로만 생각했다. 저런 놈을 차버린 도경수는 진짜 후회할거야. 속으로 씨알도 안먹힐, 팔이 안으로 굽다 못해 꺾인 생각을 하면서 종인을 살살 구슬려 화장실로 들여 보낸다. 자, 이제 집 밖에서 김종인을 다루는 법만 남았다. 미친놈처럼 날뛸 종인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려 세훈은 종인의 방에서 두통약을 찾아 냈다. 그리고는 물에 그것을 삼키면서 어쩌다 자신이 이런 호모씹게이들과 엮여 이런 고생을 하게 된 것인지, 진심으로 통탄했다.


-


 그래서 세훈의 말대로 종인은 정말로 미친놈이 됐다. 그건 딱 그 일이 일어나고 일주일째의 일이었다. 일주일만에 학교에 등교한 김종인은 일단 지 어깨를 살짝 스쳐 갔다는 이유로 같은 반 애를 미친듯이 팼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눈을 마주친다고 어떤 애 이빨을 하나 뽑아 놓고, 날씨가 더운데 선풍기를 안튼다고 선풍기 당번을 존나 패고. 같은 반 아이들은 수만고의 흑표범 김종인이 미친개가 되어 돌아 왔다고 저마다 수군댔지만 그건 저들 반 안에서 도는 얘기일 뿐이었다. 종인은 정말 반 안에만 딱 있었다. 경수와 마주칠까봐 무서워 밖으로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그래도 학교는 나와야 할 것 같아서 그냥 반 안에서만. 근데 경수가 궁금하긴 하고 또 박찬열이랑 어쩐다 저쩐다 소문이 들리니까 열이 오르긴 해서 분출은 반 애들한테 해야겠고. 김종인도 피해자고, 반의 급우들도 피해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야. 얘는 어떤데.”


 그런 종인을 원래대로 돌리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는 것은 세훈이었다. 어디선가 예쁘다고 소문이 조금이라도 난 여자애들의 사진을 왕창 구해와서는 하나, 하나 오분에 한번씩 종인의 눈 앞에 들이 밀며 어떠냐고 물어댔다. 아니 씨발 여자고 뭐고 눈에 들어 올 리가 없던 종인은 그걸 엄청 귀찮아 했지만 세훈의 마음을 모르지는 않는 터라서 그냥 사진 보면서 감상평이나 죽 읊었다. 가끔 좀 예쁜 년이 나온다 싶으면 어, 괜찮네. 그렇지만 그 말에 담긴 소울리스를 읽어 낸 세훈은 얘도 아니구나. 하며 침울한 표정으로 수집한 사진들을 넘겼다.


 “얘는? 솔직히 얘는 내 눈엔 별론데.”
 “…얘 누군데.”


 솔직히 너무 별로라서 보여줄까 말까 한참 고민하다가 그래도 눈이 낮을수가 있겠다 싶어서 보여 준 사진에 종인은 의외로 반응을 보였다. 아까와 너무나도 다른 반응에 오히려 놀란 것은 세훈이다. 눈을 멀뚱히 뜨며 어…? 하고 멍청한 소릴 내다간 아! 얘! 수경이. 오수경. 번호 줄까? ……어어. 줘 봐봐. 종인의 눈에 약간 생기가 돌았다.
 세훈이 보여준 수경의 사진은 경수와 무척 닮아 있었다. 얼굴이 막 그렇게 닮은 건 아닌데 뜯어보면 조금 닮은 거. 눈이 동그랗게 크고 입술이 도톰하다. 얼굴형도 제법 괜찮고. 일단은 눈이 닮은게 제일 마음에 들었다. 경수를 처음 봤을 때도 그 땡그란 눈이 좋아서 끌린거였으니까. 그리고…… 경수는 하트 입술이 제일 예쁜데. 얘도 웃으면 입술이 하트가 되려나? 종인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세훈에게서 받은 번호에게 카톡을 날렸다. 안녕. 경수를 만나기 전에는 늘 반복되던, 지루한 일상들이 다시 시작 되는 것 같았다.


-


 “영화 뭐 볼래, 으응?”


 종인은 제 옆에 찰싹 달라 붙어서 애교를 떨어 대는 여자를 귀찮다는 눈빛으로 내려다 봤다. 이 여자애의 이름은 오수경. 이름도 도경수랑 비슷하다, 씨발. 첨에 사진 봤을땐 눈이 땡그래서 끌렸었는데 포토샵이었나 뭐였나. 하튼 아이라인이랑 마스카라를 떡칠해서 귀신을 만들어 놨다. 거기다가 옷은 왜 저렇게 천박하게 입어서, 하는 꼬라지는 걸레 같은 지. 오늘 처음 본거면서 지 수박만한 가슴짝을 종인의 몸에다가 부비부비 대는 데. 예전 같으면 좋아서 좆이라도 벌떡 섰을 것을 이제는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그래도 도톰한 입술은 도경수를 좀 닮은 것 같아서. 웃는 모습은 하트가 아닌데. 그래서 그냥 영화라도 한편 봐줘야겠다 싶어서 예의상 니가 고르라고 심드렁하게 말해줬다.


 “그러엄, 난 이거 볼래!”


 웬 19세 영화를 하나 고른다. 이년 작정을 하고 왔는가. 코웃음이 팽 나온다. 천박한 그 계집애의 얼굴 위로 도경수의 얼굴이 오버랩 됐다. 내가 이런 걸레 같은 년을 두고 우리 장미를 떠올리다니. 생각하면서도 너무 미안했다. 그러고 보니 경수와 짧은 시간 만나서 영화도 한번 못봤다. 그 때 경수 집에서 DVD를 틀긴 했는데 장난친다고 제대로 보지도 못했고. 그 날 했던 첫키스를 생각하니까 갑자기 아래로 피가 확 몰렸다. 도경수는 역시 한방이다. 뭘 안해도 그냥 한방이면 김종인을 쥐었다 놨다 해. 역시 안될 것 같았다. 이건 아니다.


 “야.”
 “웅?”
 “너 팝콘 먹냐.”


 수경은 부러 귀척하려고 눈을 땡그랗게 뜨며 자지러지더니, 으응 나 먹을래. 오빠가 사줄꺼야? 지랄 하고 자빠졌다. 그래 사줄게. 어차피 차고 넘치는게 돈인데, 다신 안볼 사이에 아무래도 상관 없겠다 싶어서 카드를 꺼냈다. 나는 나쵸 먹을래! 팝콘 먹으라니까 왠 나쵸는 나쵸…. 투덜대면서도 일단은 사달라는대로 다 사줬다. 콜라 두개요- 하는 목소리에는 그냥 하나만 달라고 했다. 나쵸랑 콜라가 나오고 종인은 계산을 하고, 나쵸랑 콜라는 수경의 손에 가득 쥐여졌다.
 종인은 영화 시간을 살피면서 끝까지 수경의 옆에 있어 줬다. 끝없이 지루한 시간이었다. 수경은 제 학교에서 있었던 종인에게는 관심도 없는 얘기들을 나불대고, 가끔 세훈의 얘기가 나와서 깜짝 깜짝 놀래기도 하고. 오세훈은 이딴 애를 어떻게 알았나 싶었는데 종인을 위해 건너건너 수소문도 한 모양이었다. 세훈이 종인에게 소개시켜 줄 여자를 찾는다는 말에 수경이 지원(?) 을 했다고 한다. 무슨 신붓감 찾는 것도 아니고 우스운 일이다.


 “영화 시간 다됐어, 종인아.”


 종인아. 하는 말에 종인이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경수에게서 듣고 싶은 말이었는데. 한숨이 푹 나온다. 주머니에서 꾸깃한 영화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두 장을 다 수경에게 건낸다.


 “영화는 너 혼자 봐라.”
 “…뭐?”
 “팝… 아니. 그거 나쵸까지 사줬으니까 질질 짜거나 욕하거나 하지 말고.”


 여자들이란 귀찮다. 까칠하고 자존심 세지만 가끔 빈틈을 보여주는 우리 장미 도경수가 훨씬 낫다. 다시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는 경수 생각에, 종인은 뒤에서 수경이 부르는 것도 모조리 의심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영화관을 빠져 나왔다. 
 경수가 유독 더 보고 싶은 날이었다. 종인은 울음을 참았다.


-


 종인은 매일 매일 초코우유를 샀다. 서울 초코우유. 경수가 처음 마음을 열어 줬던 초코우유. 아침은 제대로 먹고 다닐까, 찬열이 옆에서 잘 챙겨줄거란 걸 알면서도 그냥 걱정이 되서 주지도 못할 초코우유를 사기만 샀다. 그리고는 경수가 오기 전 경수의 반 앞에서 망설였다. 가끔 그걸 딱하게 보던 종대가 경수에게 전해줄까, 했지만 그렇게 하라고 하지 못했다. 그것마저 미안했다. 경수의 옆에서 경수를 잊지 못해 서성이는 것 조차도 미안했다. 얼마나 배신감을 느꼈을까. 그 예쁜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서는 눈물을 줄줄 흘리던 게 자꾸 생각이 나서 마음 한구석이 찌르 해졌다. 미안하다. 미안해서 죽을 것 같다. 그런 짓을 한 걸 정말 후회한다. 그냥 친구로 지내자고 할 걸. 처음부터 친구로 다가갈걸. 괜히 빼앗아 보겠다고, 찬열에게 승부욕을 불태워서는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했다. 경수를 더이상 힘들게 하면 안된다.

 벌써 밥을 못먹은지가 며칠이 됐다. 술을 먹거나 아님 경수에게 전해주지 못한 초코우유를 먹거나. 액체만 들이 붓다 보니 몸이 성할 리가 없다. 하루에도 몇번씩 위액이 올라오고 헛구역질이 났다. 그래 보니까 경수의 마음이 이해가 되어서 미안함만 커졌다. 밥도 못먹을 만큼 힘들었구나. 그게 이렇게 힘든거였구나. 왜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경수를 이렇게 힘들게 했었을까. 그러나 그 때 경수에게 종인이 있었던 것 과는 다르게 지금 종인의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것이 더 힘들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지는 않다. 도경수가 아니면 안된다.

 미안해. 미안해 경수야.
 경수의 눈물 범벅이 된 얼굴을 생각하면서 종인이 결국 또 울음을 삼켜낸다. 경수가 없는 봄은 순애보 종인에게는 겨울보다 더 혹독한 것이었다.




***




 없다. 초코우유가 없다.

 오늘 아침은 찬열이 먼저 갔다. 요즘 들어 경수때문에 워낙 지각을 많이 해서 선생님한테 혼쭐이 크게 난 탓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은 경수 혼자 걸어 왔다. 당연히 아침마다 건네지던 허쉬 초콜릿도 없다. 매일 먹던 것을 안먹으니 속이 쓰렸고 속이 쓰리니까 서울 초코우유가 생각났다. 더이상 책상 위에 놓여져 있지 않는 게 허전했다. 나쁜 놈…. 그래도 한번 쯤 올려 두면 내가 쪼금 맘이 풀릴 수도 있는데. 선을 그은 것은 자신이면서 그건 생각도 못하고 경수는 종인을 원망하기에만 바빴다.


 “오늘 아침엔 맨날 니 주둥이에 물고 있던 게 없네.”


 요즘은 이쁜 구석이라곤 없는 경수를 향해 종대가 한마디 툭 던진다. 으응, 오늘은 찬열이 형이 먼저 갔어…. 물론 당장 이시간이 마치고서라도 사달라고 하면 사들고 달려 올 찬열임을 알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온 몸에 힘이 쭉 빠진 경수가 책상 위로 늘어졌다. 아, 얼른 이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 시간이 약이라는데 그 약효가 얼른 발휘되서, 마음이 싹 나았으면 좋겠다. 찬열의 빈 자리는 종인으로 채워졌었는데 종인의 빈자리는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그 자리가 너무 컸었던 탓이다.


 “야. 오늘 점심 돈까스임.”
 “수제돈까스?”
 “엉.”


 좋아 하라고 알려줬는데 반응이 어째 시원찮다. 수제돈까스라는 말에 경수는 와아- 하고 말은 하면서도 어깨가 축 늘어진다. 우울한 날이야. 경수 저러는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제는 이골이 나버린 종대가 혀를 쯧쯧 차며 고개를 돌린다. 


-


 “밥 먹으러 가자.”


 늘어져 있는 경수의 팔뚝을 잡아 끌면서 종대가 채근을 한다. 벌써 발 빠른 놈 몇명은 식판을 집어 들었을게 분명했다. 평상시도 걸음이 느린편이라 맨날 줄 뒷편에 섰었는데 그래도 최근은 종인의 권력으로 인해 앞에서 편하게 밥을 먹었었다. 이제 종인이 없으니 그것도 여의치 않다. 그래도 가면 새치기 해줄 놈 몇명은 있겠지 싶어 급식실로 황급히 내려가봤더니 아니 줄이 무슨 만리장성. 씨발씨발 거리며 그 기나긴 남고생들의 행렬에서 제 반 학생을 찾는 종대를 도와 줄 생각은 않고 경수는 눈만 도록도록 굴렸다. 오늘 왠지 느낌이 좋지 않다. 종인을 마주칠 것 같았다.


 “어! 저기 밍쏙이 있다. 저기로 끼자.”


 그새 눈 좋은 종대가 같은 반 민석이를 찾아냈다. 민석도 종대의 간절한 눈빛을 눈치 챘는지 손을 휘적이며 빨리 오라고 난리 부르스를 친다. 발을 질질 끌며 갈 생각이 도통 없어 보이는 경수를 그래도 친구라고 멱살까지 쥐어서는 그곳으로 힘겹게 달렸다. 종대의 손에 멱살이 쥐인 채로 흔들흔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를 시전하며 끌려가던 경수의 눈과 누군가의 눈이 순식간에 마주쳤다.

 김종인.
 반대편에 노-란 머리는 분명 오세훈일게 분명했다. 급식판에 산더미처럼 쌓인 수제돈까스가 경수를 멍멍하게 했다. 종대의 손에 끌려가던 경수도 밥 먹던 종인도 놀라 벙쪄서는 서로의 눈을 보고 있기만 했다.


 “아…”


 그렇지만 눈을 먼저 돌린 건 종인이었다. 잠깐 경수를 보고 놀라움으로 찼던 눈이 곧바로 무심함으로 바뀌어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돈까스를 베어 물었다. 정말 아무렇지 않은걸까? 그 눈빛에 날이 선 것 같았다. 예전에 보기만 해도 사랑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보던 종인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낯설었다. 종인이 원래 그런 애라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나쁜 놈. 잘못한건 지면서, 뭘 잘했다고 저렇게 노려 봐. 경수의 몸에 힘이 풀렸다. 억울한 생각과 동시에 조금 심했나, 하는 후회도 밀려왔다. 쓰레기 새끼는 솔직히 너무 했던 것 같다. 김종인도 너무하긴 했지만 그렇게 잘해줬었는데. 내가 좋아서 그랬대잖아. 그게 말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마음이 자기합리화를 시키려고 했다.
 민석의 뒤에서 종대와 함께 줄을 서 밥을 받으면서도 경수의 머릿 속에는 자꾸만 차가웠던 종인의 눈빛이 둥둥 떠다녔다. 심장이 쿵쾅쿵쾅 방망이질 친다. 정말로 김종인이 날 더이상 안좋아하게 된걸까? 그건 생각만 해도 무서운 일이었다. 그토록 맛있게 보였던 수제돈까스가 하나도 맛이 없어 보였다. 결국 경수는 한입도 먹지 못하고 식판을 모두 비웠다. 입맛이 돌지 않았다.


-


 신경이 쓰인다. 신경쓰여 미치겠다. 신경이 쓰여서 돌아 버릴 것 같다.

 집에 와서도 계속 종인의 그 눈빛이 신경스여 아무 일도 못했다. 공부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찬열의 카톡도 읽지 않았다. 종인과 했던 차마 나가지 못했던 채팅창만 주구장창 올려다 봤다. 종인의 두줄짜리 말에 경수의 대답이라고는 이응, 니은 니은, 이응 키읔. 좀 길게 말한거라고는 뭐래 병신이 정도가 다였다. 이렇게나 매정했었나. 이러면 솔직히 좀 질릴 만도 하다. 경수의 자책감을 느끼며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처음에는 원망과 배신감이 너무 컸다. 정말로 여태껏 누군가에게 당해본 배신 중에서 가장 컸다. 엄청 엄청 믿었던 종인이었기에 더 그랬다. 종인이 찬열과 저를 떼어 놓기 위해 백현에게 찬열을 꼬시라고 했다는 그 자체보다 그냥 종인이 자신에게 말하지 않고 숨겼다는 것이 더 화가 났다. 그렇게 힘들어 하는 걸 보면서도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던 것이 미웠다. 그리고 솔직히 자존심도 상했다. 저는 그 내용을 모르니 슬퍼서 울고 화나서 화내고 했던 사실을 종인과 백현 둘이서는 사정을 모두 알고 경수를 비웃었을 것 같았다. 백현이 그랬을 거란 생각을 하니 정말 내장이 베베 꼬인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그 때 종인에게 던졌던 말들이 생각났다. 많이 아팠을거다. 경수의 말 한마디에 울고 웃고 했던 놈인데, 경수의 어깨가 조금만 쳐져도 웃겨주겠다며 난리 부르스를 쳤던 놈인데.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곳을 떠났을때 뒤에서 들려오던 울음소리가 계속 귓전을 맴돌았다. 가슴이 울렁울렁했다. 울 것 같기도 하고, 화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며칠 전까진 좋다고 했으면서. 내가 젤 좋다고 했으면서. 지켜 주겠다고, 다 이겨주겠다고, 좋아한다고….

 심란해진 마음을 이겨낼 길이 없어 경수는 책상 정리를 하기로 했다. 그래도 정리를 하면 마음이 좀 괜찮아 지겠지 싶었다. 책상을 보니 꼴이 말이 아니다. 며칠동안 정리를 제대로 안해서 책이고 뭐고 온통 쌓여있다. 책을 하나 하나 책꽂이에 꼽으면서 정리를 하는데 웬 투명한 포장지 같은 것 끄트머리가 책 사이로 삐쭉 나와 있다. 고개를 갸우뚱한 경수가 그 위에 쌓여 있던 책을 드러내고 그것을 꺼내 들었다.


 “윽….”


 그걸 보자 마자 경수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순식간이었다. 슬프다, 아프다, 생각 할 겨를도 없었다. 그냥 눈물부터 마구 쏟아졌다. 며칠 간 잘 참아 왔었는데 이걸 보는 순간 모든게 터져 버렸다. 경수의 손에 쥐여 있는 투명한 포장지는, 그것이 감싸고 있던 것은… 종인이 언젠가 줬던 빨간 장미 한송이었다. 이제는 꽃잎이 모두 말라 퍼석해진 빨간 장미. 그리고 그 위에 붙어 있는 쪽지 한 장.


 『너 닮았어. 너 처음 본 순간 장미인줄 알았어. 장미보다 더 예뻐. 진짜야.
 좋아해, 경수야.』


 처음부터 끝까지 진심으로만 가득 채워진 초딩같은 글씨체가 다시 경수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못된 짓을 했지만, 그랬지만, 이렇게 좋아해줬는데. 이렇게 진심이었는데.

 쪽지를 보며 하염없이 눈물만 뚝뚝 흘리던 경수가 조용히 밖으로 나가 부엌에서 빈 페트병에 물을 담아 왔다. 그리고는 투명 포장지를 곱게 뜯어 장미의 줄기를 잡아 조심히 페트병에 밀어 넣었다. 이미 뿌리도 없이 말라버린 장미가 다시 살아 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벌써 꽃잎 몇장이 힘없이 책상 위로 떨어져 있었다. 경수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손에 담아 종인이 준 쪽지와 함께 보물 상자 가장 깊은 곳에 담아 두었다.

 살아 나, 장미야. 다시 빨갛게 피어줘.
 희망 없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경수는 그 페트병을 잡고 펑펑 울었다. 제 간절한 바램이 부디 장미에게 전해져서, 죽어버린 장미가 힘을 내기를. 꽃잎도 잃어버리고 뿌리도 잃어버렸지만 그래도 그 말라버린 꽃잎이 생생하게 살아 나기를. 
 김종인의 도경수에 대한 사랑이 다시 살아 나기를, 그날 밤 경수는 한참동안 눈물을 쏟으며 저도 모르게 생각했다.



이번편은 쓰기가 가장 힘들었어용..ㅠㅠㅠ
늦게와서 죄송합니다 ㅎㅎㅎ
에휴 언제쯤 카디가 이어질까 싶네요!
읽어주시는 분들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파워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카디찬백한 하루되세용~~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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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장미야살아나ㅠㅠㅠㅠ우리종인이살아나게해줘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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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8.136
아ㅠㅠㅠㅠㅠ 한 번 어긋난 사이는 쉽게 돌아오지 않는군요ㅠㅠㅠㅠ 찬디들 지금 사이 어떤지 알 것 같아요 안타깝다 진짜ㅠㅠㅠㅠ 백현이는 어디서 뭐 하고 있나요 백현이도 찬열이 진짜로 좋아했던 것 같은데.....경수한테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기도 하지만 이미 백현이 때문에 틀어진 관계들은 돌아올 수가 없고ㅠㅠㅠㅠ 여러 사람의 순애보가 상처받았네여 세 명씩이나ㅠㅠㅠㅠㅜ 끝에는 잘 풀리기를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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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다시잘됐으면좋겠어여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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