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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potencia 04

회의실 안에는 시원과 규현이 제법 심각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야기의 주제는 며칠 전 바다 위에서 발견된 중국인 시체에 관한 이야기였다. 차라리 중국에서 발견되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필 한국에서 발견된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몸은 냉동실에 얼려놓은 고기마냥 차갑고 딱딱했다. 아니 얼어있는 것이 맞았다. 다소 쌀쌀한 날씨와 차디찬 해풍 때문에 그들의 시체는 하얗게 얼어붙어 있었다.

경찰들이 경악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들의 손이 잘려나가 배 안을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그들을 죽인 것일까. 그것도 그렇게 잔인하게.

중국인들이 무단으로 한국 해양에 침범한 것도 모자라, 누군가에 의해 살인까지 일어났으니 자칫하면 중국을 상대로 외교 마찰이 일어나기 아주 좋은 상황이었다.

KNC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시원과 규현은 나누던 이야기를 잠시 멈추고 그들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준면과 백현, 경수에게 있어 시원과 규현은 어렸을 때부터 보아 오던 이들이었고, 그 때문에 친숙했다.

"자네가 타오인가?"

시원이 먼저 타오에게 말을 걸어왔다. 먼저 악수를 내미는 시원의 손을 맞잡으며 타오가 금새 얼굴에 웃음을 걸고 대답했다.

"네. 황쯔타오입니다. 편하게 타오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도 잘 부탁해요. 한국인은 아닌 것 같은데... 어느 나라 사람..?"

"중국인입니다."

중국인..? 그들의 대화를 듣던 규현의 얼굴이 묘하게 굳어갔다. 시원도 규현과 마찬가지로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웃음으로 응수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난 최시원. 저기 못생긴 애는 조규현."

"누구보고 못생겼대?!!"

억울하다는 듯 빽 소리지르는 규현 때문에 회의실 안의 규현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머쓱한 듯 자리에서 일어난 규현이 그제서야 KNC를 자리에 앉혔다. 규현은 심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늘 긴급 회의를 연 이유는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

"이 시간 이후로 박찬열의 팀을 소탕하는 것을 중지한다. 그 대신, 헤이씽을 먼저 없애라는 상부의 지시가 내려왔다."

헤이씽. KNC도 잘 알고 있는 조직이었다. 자신들과는 상반된 길을 가고 있는 그들 또한 초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리고 그 능력 때문에 섣불리 잡기 힘들다는 것도 모두 다. 그런 헤이씽을 박찬열네 팀도 잡기 힘든 이 상황에서 잡자니, 당황한 KNC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하지만.. 아무 이유 없이 말입니까?"

경수가 물었다. 시원이 그런 경수의 앞으로 다가왔다.

"이유가 없을 리 없지."

"그럼...?"

"헤이씽이 중국 조직원들과 마약 밀매가 있었어. 거래 중 마찰이 생긴 것 같다. 바다에서 중국인들의 시체를 발견했어. 그리고 배 내부 비밀 창고에서 상당한 양의 마약이 발견되었고. 확실한 건 좀 더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현재까지 정황을 파악한 결과 아마 그러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 중이야."

"헤이씽이 마약을 밀매했다는 사실은 어떻게 아신 겁니까?"

"사건 당일날 그쪽 바다 근처 편의점에서 헤이씽의 막내가 나타났다. 물건을 사는 모습이 CCTV에 잡혔어. 늦은 시간대라 사람도 별로 없던 시간이었고, 그들이 사는 곳과는 한참 떨어져 있던 곳이었지. 그들이 와야 할 이유가 없었다는 거야."

"하지만 헤이씽 소탕과 마약 밀매가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거죠?"

잠자코 듣던 백현이 물었다.

"박찬열네 팀을 소탕하는 데는 엄청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도 성공하지 못했지. 왠 줄 알아? 걔네를 잡아야 할 이렇다 저렇다 할 마땅한 이유를 못 찾았거든. 그들을 죽인다고 하면 그건 우리 입장에서는 엄연한 민간인 학살이지. 하지만 헤이씽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져. 그들이 중국 조직원들을 죽이지 않았더라도 그들은 마약 밀매 혐의가 엄연히 존재하니까."

점차 표정이 찡그려지기 시작한 준면이었다. 맞는 말이었다. 박찬열의 팀과의 전투는 KNC가 상황상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하지만 헤이씽을 상대로 한다면... 어쩌면 가능할 이야기일지도 몰랐다. 한참을 생각하던 준면이 시원에게 물었다.

"헤이씽이.. 순순히 잡힐 거란 보장이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아니, 확실해."

준면의 생각을 읽은 시원이 빙긋 웃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헤이씽을 직접 이 곳으로 오게 만들 거다. 올 수밖에 없도록 만들거니까. 헤이씽은 지금껏 꾸준히 초능력을 사용해왔지. 우리가 재판에서 백날 헤이씽이 초능력을 썼다고 주장해도 법정에서는 우리를 더 미친놈으로 볼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엔 달라."

KNC는 시원의 말에 귀기울이며 집중했다. 적막이 흐르는 회의실 안에서 시원은 당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헤이씽의 막내를 이번 마약 밀매 사건의 범인이 아닌, 용의자로 잡아들인다."

긴급 회의가 끝나고 KNC가 돌아간 자리에는 다시 처음처럼 시원과 규현이 남았다. 이번 사건은 시원과 규현이 속한 강력반에서는 아주 좋은 건수였다. 그들의 외모, 신상, 심지어 거주지까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잡을 수 없었던 헤이씽을 KNC를 통해 가뿐히 뿌리 뽑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검찰에서 손을 대지 않아도 KNC는 알아서 헤이씽을 물어 올 것이다. 둘만 남은 회의실에서 시원과 규현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씩 웃고는 공중에서 하이파이브했다.

띵동-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모든 것이 시작될 서막의 초인종이 울렸다.

상당히 이른 시간에 누가 초인종을 누르는것인지 참 실례라고 생각하며 크리스가 문을 열었다. 열린 문 앞에서는 시원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서울 경찰지검 소속 강력반 형사 최시원입니다. 김종대를 마약 밀매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경찰이 헤이씽의 거주지를 들락날락 하는 것은 자주 있었던 일이었다. 크리스는 헤이씽이 범인임에도 섣불리 체포하지 못하는 경찰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무엇인가 달랐다. 동물적인 직감이 크리스를 이끌고 있었다.

그동안 크리스와 루한, 민석은 숱하게 경찰서를 넘나들었다. 하지만 종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저 종대가 가는 것은 처음이라 이렇게 긴장되는 것이라고 크리스는 자신에게 애써 최면을 걸었다. 하지만 종대의 이름이 시원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민석의 눈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떨리고 있었다. 그런 민석의 어깨를 조용히 루한이 감싸 안아왔다. 종대 또한 형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잘 알았다. 자신도 매번 형들이 경찰서로 가는 것을 볼 때와 똑같을 것이었다. 종대는 탁자에서 안경을 집어들어 쓰고는 애써 밝게 말했다.

"금방 다녀올게~"

순식간에 종대는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이름."

"김종대."

간단히 신상 조사를 받고 있던 종대는 문득 이상한 점을 느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라면, 사람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떠들고 있었을텐데 이 곳은 뭔가 달랐다. 아무도 없었다. 원래 조사를 받을 때 그런 것일까. 굳이 따지자면 경찰서라기보다는 심문실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시원과의 간단한 조사가 끝난 후 일어서려는 종대를 준면이 들어와 눌러앉혔다. 그런 준면을 시원이 흘낏 쳐다보고는 밖으로 나갔다.

방은 굉장히 어두침침했다. 밝은 것이라고는 천장에 달린 동그란 전구 하나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어두운 탓에 안경을 꼈음에도 시야가 흐려지는 기분이었다. 가운데 탁자 하나를 두고 준면과 종대가 마주앉았다. 종대가 준면을 모를 리 없었다. KNC 소속 리더 김준면. 크리스가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얘기했던 그가 바로 제 앞에 있었다. 그제서야 종대는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부터 이상했다. 조사를 받으러 들어오는 그 순간부터 눈치 챘어야 하는데 이건 늦어도 너무 늦게 깨달아버렸다. 종대는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앉아."

가벼운듯 무겁게 준면이 명령조로 말했다.

"너 누구야."

여전히 앉을 생각을 하지 못한 채 종대가 물었다. 답은 정해져 있었으나 차마 믿고 싶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준면에게 물은 것이었다.

"니가 날 몰라? 모르는 척 하지 말고 앉아. 좋게 좋게 가자고. 효율적으로."

매직미러 너머로 경수와 백현, 타오가 그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둘은 저희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셋은 그들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어떤 대화를 하는 지 들을 수 있었다. 종대가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았다.

"원하는 게 뭐야."

"원하는 거라... 잡혀 온 사람 치곤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

"목적이 있어서 날 잡아온 거겠지."

"잘 알고 있네.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우린 오늘부터 헤이씽을 없앨거야. 그러기 위해선 미끼가 필요했던 거고. 그래서 널 선택 한거야."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 준면이 종대의 안경을 벗겨버리고는 안경을 벽으로 집어던졌다. 어마어마한 힘에 산산조각난 안경이 바닥을 뒹굴었다.

"헤이씽에서 아직 교육을 덜 받았나보군. 하긴, 막내니까. 근데 그거 알아?"

준면이 종대의 멱살을 붙들고 일으켜 세웠다.

"카메라를 달려면 렌즈가 안 보이게 달았어야지. 다 보이잖아. 그리고 니 귀에 달린 그 피어싱, 도청 장치라는거 모를 줄 알았나?"

눈치 못 챌 거라 생각했는데 너무도 쉽게 들켜버린 이 상황이 종대는 못내 당황스러웠다. 그런 종대에게 준면이 천천히 피어싱 볼을 돌려 빼면서 귓가에 속삭였다.

"정말로... 걔네가 니 편이라고 생각해...?"

이윽고 피어싱을 빼버린 준면이 발로 콰직 소리가 나도록 밟아버렸다.

"그게 무슨....."

"니가 어떤 사람인 줄 알면서 왜 그렇게 널 쉽게 노출시켰을까? 그것도 니 형이. 김종대, 넌 니가 헤이씽에게 속고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한건가?"

"거짓말 하지 마..."

"내가 니 형이었다면 절대 널 노출시키지 않았을거야."

종대가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분명 저건 거짓말이다. 틀림없었다. 분노에 찬 종대의 몸에서 파직거리며 전기가 튀어올랐다. 준면의 예상은 적중했다. 자극하기 위해서는 도발하라. 준면의 도발은 제대로 종대를 자극시켰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흐릿했던 전구가 이젠 새 전구마냥 반짝거리다 이내 전압을 이기지 못한 채 필라멘트가 끊어졌다. 빛을 잃은 전구가 까매졌다. 그리고 빛이 사라진 방 안으로 새까만 어둠이 밀려왔다.

이성을 잃은 종대가 준면에게 번개를 쏘려고 하자 준면이 먼저 그에게 물을 쏘았다. 물과 번개가 공중에서 맞부딪혔다. 분노로 제 자신을 컨트롤 하지 못하는 종대의 번개가 점점 약해져갔다. 그 기미를 틈타 준면의 물이 종대의 위로 떨어졌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홍수가 나면 으레 길거리를 다니는 것도 조심하라고한다. 거리에 세워 놓은 광고 간판이 넘치는 빗물과 만나면 감전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종대는 온몸을 비틀며 비명을 질렀다. 감전. 제 능력치를 뛰어넘은 전류에 종대는 방이 떠나가라 비명을 지르다 그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그런 종대를 내려다보던 준면이 방을 나왔다.

"타오야, 데려가."

타오가 종대를 들쳐메고 어디론가 향했다. 준면은 방을 나와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다 말고 혼자 발걸음을 돌려 아까 그 방으로 다시 향했다. 준면은 어지럽게 널린 안경 파편 중 하나를 집어들며 씩 웃었다.

"잘 봤지? 김종대를 구하고 싶으면 잘 찾아 오던가, 니들 그 잘난 능력으로."

사실은 렌즈는 아직까지도 헤이씽과 연락이 되어 있었다. 준면은 안경을 부순 척 하며 헤이씽이 잘 볼 수 있도록 했다. 들리지도 않는 헤이씽의 비명이 귓가에서 소용돌이치듯 물러났다 사라지는 듯 했다. 이제 분명 헤이씽은 이 곳으로 오게 될것이다. 이제 KNC는 가만히 이 곳에만 있으면 된다. 말을 마친 준면이 렌즈를 향해 씩 웃어보이고는 정말로 렌즈를 벽에 내리쳤다. 준면이 나가고 아무도 없는 방에는 깨진 안경과 피어싱 조각만이 외롭게 나뒹굴고 있었다.

슬슬, 손님들을 맞이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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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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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학항아리에엽 ㅜㅜ으으종대야ㅜㅜ그엄헤이씽이랑KNC랑맞붙는건거여?????으으다음편기대되여엉엉엉기다리그있을게여작까님회이팅이에여!!!!!!!!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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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 쩔어요 ㅠㅠㅠ 아전 빠오슈입니다 ㅠㅠㅠ 헝 종대우째 ㅠㅠㅠㅠ 그나저나 준면이정말 철두철미히네요 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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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꿈이에요ㅠㅠㅠ종대 어떡하나ㅠㅠㅠㅠ준면이 박력터져!!!베이베!!!!종대걱정하면서 준멘한테 설레고있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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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rose) 헐헐.. 나 너무 늦게 신청했어.. 그쳐...? 13일날 쓴걸 한시간쯤전에 보다니!! 제정신이 아닌가봐여...ㅠㅠㅠ이제 꼬박꼬박 댓글 달아줄께여..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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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가끔 너무늦게 쓸지도 모르지만,..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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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우와 초능력물이네요 ㅠㅠㅠㅠㅠㅠㅠ이런거꼭보고싶었는데 이제야댓글을다네여 종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무사해야할텐데여 ㅠㅠㅠㅠ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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