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국홉] 교생쌤 上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6/6/d/66d3d6b62e9aea09854b80bca1aa66df.jpg)
교생쌤
上
「안녕, 반갑다!」
뿌듯한 표정을 하고 교탁 앞에 서서 뭔지 모를 두꺼운 책을 하나 꼭 끌어안은 모양새가 아이 같았다.
「난 오늘부터 한 달간 너희들의 수학 수업과 함께할 정호석이라고 해, 잘 지내보자 얘들아!」
교생이 왔다.
*
교생이 올 시기거니, 하는 생각은 없잖아 있었다. 일 학년도 아니고 이 학년이니 대강 어느 쯤에 교생이 올 것이다 하는 것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으니까. 교생은 짜증나게 너무도 일찍 찾아와버린 여름의 오월 끝자락에 왔다.
전정국은 그닥 공부에 관심이 있다던가 아이들과 원만한 교우관계를 맺고 있다거나 하는 종류의 학생은 아니었다. 머리가 나쁘지는 않아 중상위권 정도의 성적을 유지하고는 있었으나 수업 시간에는 흔히 널브러져 있기 마련이었다. 그렇다고 체육시간을 딱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다. 전형적인 만사 귀찮음이라고나 할까. 그냥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다. 유일하게 정국이 어울려 다니는 친구는 옆반의 김태형이었는데, 김태형은 제 친구와는 다르게 활동적이고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물론 전정국도 왕따를 당하는 것은 아니었다. 맞고 지내는 것도 아니었다. 때리고 다녔으면 다녔지, 맞고 있지는 않았다. 절대로.
그러니까 그냥 솔직히 말하자면 정국의 주위에 아이들이 없는 이유는 전정국이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그것 뿐이었다. 남고였던 정국의 학교에 정국이 처음 입학했던 날, 하얀 편인 피부와 남자답지만 곱게 생긴 얼굴 때문에 뭣도 모르는 사내새끼들의 추파를 전정국은 받았었다. 허벅지를 쓴다던가, 볼을 만진다던가 하는. 그리고 전정국은 그대로 그 아이의 볼에 이가 부러지지 않을 만큼만의 주먹을 메다꽂았다. 갈비뼈가 부러지지 않을 만큼만의 발길질을 했고. 딱 미간이 좀 심히 찌푸려질 만큼만의 육두문자를 내뱉은 것은 옵션.
그 이후로 전정국은 평범하고, 아무 일 없고, 평화로운 학교 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저, 정국아.」
「…….」
「선생님 들어오는데… 그, 그만 자고 일어나.」
정국이 뒷머리를 신경질적으로 긁었다. 다른 건 터치하지 않아도 조례 시간과 종례 시간에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으면 담임이 정말 하루 종일 히스테리를 부린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국은 고개를 들었다. 쏟아지는 잠 때문에 잔뜩 찌푸려진 미간과 일그러진 얼굴로.
「잘 지내보자 얘들아!」
교생이라고 했다. 이름은 정호석, 스물 여섯.
정국의 일그러졌던 얼굴이 펴졌다.
*
「자, 오늘은 첫 시간이니까-.」
수학 시간이었다. 분명 삼 분의 이는 잠에 빠져 있어야 할 시간이고, 정국 역시 그래야 했음에도 반에는 한 명도 잠들어 있는 놈이 없었다. 그 이유는 말할 필요도 없이, 저 사근사근하고 살랑거리는 교생 때문이었다.
「수업은 조금 이따 하고. 얼굴부터 익혀야겠다, 한 사람씩 번호순으로 이름 말해주라. 괜찮지?」
첫 교생이라 꽤나 격식을 차린 모양이었다. 새하얗고 가장 기본적인 와이셔츠에 젊은 나이답게 몸에 타이트하게 붙어 선을 드러내는 새까만 정장바지. 슬쩍 갈색 빛이 도는 결 좋은 머리카락. 목소리는 밝았지만 말투는 나긋나긋했다. 한 쪽 손바닥으로 뺨을 짚고 다른 쪽 손으로는 뺨을 짚은 팔을 받치고 있는 자세가 뭐랄까, 남자들이 득시글거리는 이 남고에서, 물론 교생 역시나 남자였지만 흔하지 않은 것이어서 정국은 웃었다.
일 번부터 차례로 일어나 이름을 말하고 후다닥 앉아버린다.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아이들의 얼굴을 빠안하니 쳐다보는 시선이 앙증맞았다. 정국의 차례가 되었고, 전정국이 일어났다. 눈이 마주쳤다. 눈동자가 정말로 맑다는 생각을 했다.
「이름이 뭐야?」
「전정국이요.」
「잘생겼네-.」
「선생님은 예뻐요.」
직설적이고 담담한 정국의 한 마디에 아주 약간 당황한 듯 호석이 조금은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뭐야, 그게. 남자한테 예쁘다니, 나도 잘생겼다고 해 주면 안돼?
「아뇨, 안 될 것 같은데.」
「왜?」
「예쁘다니까요.」
「…그래, 그래. 고맙다.」
호석이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정국이 자리에 앉자, 몸을 돌리려던 호석이 아, 하고 멈추었다.
「정국아, 너 진짜 잘생겼는데 말야.」
「?」
「머리, 까만색으로 규정에 맞게 염색하면 훨씬 잘생겼을 것 같다.」
「…아.」
「그래줄 거지?」
전정국의 머리는 슬쩍 붉은빛이 돌고 있었다. 일 학년 때 염색을 했던 것이 아직까지 남아 있던 탓이었다. 정국을 향해 맑게 웃어보이는 호석을 본 반 아이들 사이에서는 정적이 흘렀다. 전정국 저 싸이코 새끼, 오늘 새로 온 교생 앞에서 교실 뒤엎으면 어떡하지. 아직까지 수많은 선생님들이 정국의 머리색을 바꾸려 노력했으나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들의 걱정은 커져만 갔다.
정국은 한참 동안 대답이 없었고, 전정국은 정말로 교실을 뒤엎을 수도 있는 새끼였기 때문에 정국의 옆에 앉은 아이가 무어라 말을 꺼내려 했으나 한참 동안 호석을 바라보고 있던 전정국은 그 때 입을 열었다.
「네, 선생님.」
역시, 선생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 정국이는. 호석이 웃었고, 정국 또한 웃었다.
반 아이들끼리 의문에 찬 시선이 오고갔으나, 전정국은 그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물론, 호석 또한.
*
전정국이 염색을 하고 왔다더라. 소문은 삽시간에 전교에 퍼졌다. 호석의 요청 바로 다음날 정국의 머리는 반항적인 붉은색에서 차분하고 깔끔한 까만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조금은 길던 머리를 단정하게 쳐내고 교복을 똑바로 차려입은 전정국의 모양새는 전교 1등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순종적이었다. 도대체 전정국을 염색시킨 교생은 어떤 교생이냐는 말까지 나돌 정도로 그건 한동안 교내의 화젯거리였다.
「야, 전정국. 니가 드디어 돌았구나. 해가 서쪽에서 떴나, 오늘.」
「시끄러.」
「선생도 아니고 교생이 한 마디 했다고 머리 바꿀 놈이냐, 니가? 존나 별일이네.」
정국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옆에서 쫑알쫑알 떠들던 김태형의 말이 귀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은 이미 온통 오늘 3교시에 수학 들었는데 교생이 머리 보고 칭찬해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버렸다. 아 씨발 닥치고 좀, 나 잘 거니까 꺼져.
「아 존나 잠성애자 새끼. 잘 쳐자라 씨발.」
태형이 교실을 나갔고, 정국은 일 교시와 이 교시에 꽤나 달콤한 숙면을 취했다.
*
「어, 정국이 머리 염색했네?」
「네.」
「검은 머리가 훨씬 잘생겼다, 거봐 깔끔하고 학생답고. 얼굴이 사네.」
제 곁에 와 잘했다는 듯 아직 미용실 염색약 냄새가 나는 머리카락을 부둥부둥 쓰담아 주는 호석의 손길이 따듯했다. 워낙에 끈적임을 싫어하는데다 맨살 접촉을 싫어해 여름엔 누구와 살끝만 스쳐도 바로 주먹이 날아가는 전정국이었건만, 마치 말 잘 듣는 애완견마냥 정국은 그대로 호석의 손길에 제 머리칼을 맡겼다. 반에 한 차례, 자그맣게 술렁임이 일었다. 전정국이 더위를 먹어서 미친 건 아닐까. 또라이 새끼가 더 또라이가 됐어.
「자, 그래서 이 식의 원시함수는-」
「선생님, 저희 수업하지 말고 놀아요!」
한 아이가 불쑥 내뱉은 말이었다. 작게 웃은 호석이 그럴까? 하자, 마치 포효하는 맹수마냥 쩌렁쩌렁, 예에! 하는 목소리가 고막을 찔렀다.
「그건 안 되고.」
「에이-」
「질문 한 개만, 딱 한 개만! 받을게. 아무거나 물어봐.」
저마다 질문을 생각하는 듯 아이들 사이에 일순간 고요가 맴돌았다. 또다시 그 얼굴 받침을 한 호석이 아이들을 귀엽다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들고는, 외쳤다.
「쌤 첫경험 얘기해줘요!」
「…어, 어?」
「우와아아 첫경험! 첫경험!」
남고 아니랄까봐, 질문의 수준은 알 만했다. 들뜬 듯 상기된 얼굴로 첫경험을 외쳐대는 반 사내새끼들의 상판대기가 꼴보기 싫었다. 정국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정국은 호석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답잖게 당황한 모습이었다. 아이들의 외침소리가 거세지면 거세질수록 벌건 물감을 얼굴에 풀어놓은 듯 점점 얼굴이 붉어져가더니 이내 조금씩 떨리는 입꼬리를 올려 웃는 모습이, 정말로 정국은 보기 싫었다. 보통 남자 선생들은 이런 얘기 나오면 능글맞게 넘어가던지 호통을 치던지 할 텐데, 존나 멍청해 빠져가지고는 왜 아무 대답도 못 해.
「얘, 들아 그만….」
「쌤 해봤어요?」
「설마 한번도 안 해봤겠냐? 고자도 아니고-」
이제는 대놓고 성적인 농담을 던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호석은 정말로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던지,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안절부절. 그만하라는 말은 진득하고 더러운 농담 소리에 파묻혔다.
「그만해, 새끼들아.」
그리고 정국의 소리 역시나 들리지 않았던지, 시끌거리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안 닥쳐, 씨발?」
정국의 책상, 은 물론 아니고 애꿎게 정국의 옆에 앉아 있던 아이의 책상이 봉변을 당했다. 책상과 의자, 교실 마룻바닥이 부딪혀 만들어내는 엄청난 파열음과 그보다 압도적인 전정국의 목소리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본능적으로 아이들이 입을 다물었다.
「좆도 안 되는 새끼들이 닥치랄 때 조용히 닥치지 꼭 씨발 소리를 쳐야 말을 들어?」
「…….」
아이들을 곧 죽일 것 같은 눈으로 바라보던 정국이 고개를 돌렸다. 교탁 앞에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호석이 보였다. 씨발, 모범생 이미지 좀 유지하려고 했더니 그게 이렇게 어렵나. 난 망했어, 씨발.
「수업 계속하세요, 선생님.」
「아, 어어, 응.」
*
하굣길에 세상 짐을 다 짊어진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정국은 또 처음이었기에, 태형이 정국을 쿡 찔렀다.
「야, 너 오늘 왜 이렇게 죽상이야. 머리도 염색한 새끼가.」
「존나 때리기 전에 제발 닥쳐라, 너라도 좀.」
「아 씨발 얘는 걱정해줘도 지랄-」
「정국아!」
태형과 정국이 동시에 그 자리에 우뚝 섰다. 낯설지 않은 목소리에 정국이 뒤를 돌자 거기에는 뻘쭘히 서 있는 호석이 있었다. 정국이 저를 알아본 것을 알아채고는 호석이 총총 뛰어 고 앞으로 달려갔다. 저보다 좀 큰 정국을 똘망하니 올려다보며 우물쭈물거리는 호석의 얼굴을 보며 정국은 긴장했다. 뭐라고 할까, 너 그런 일진새끼였냐, 실망이다. 뭐 그런 류의 말이면 진짜 어제 첫경험 얘기 꺼낸 씨발새끼 족쳐버린다 내가. 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상하던 정국의 귀에 들려오는 말은 생각보다 의외였다.
「오늘 도와줘서 고마워.」
「…에?」
「그, 도와줘서 고맙다고. 수학, 시간에.」
「…아- 뭘요, 저는 그냥,」
「내가 그런 쪽으로 좀 낯가림이 심해서 당황해가지고… 남고면 애들 그러는 거 당연한 건데 대처를 잘 못했던 거 같아서.」
「아니에요, 그 새끼들은…」
습관적으로 욕설이 나오는 제 입을 정국이 황급히 막았다. 호석이 재미있다는 듯 웃더니 제 주머니를 뒤져 무언가를 꺼내 정국의 손에 쥐어주었다.
「휴대폰?」
「번호 가르쳐주라.」
「번, 번호요?」
「응, 혹시 뭐 애들에 대해서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려고… 나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지내자.」
「아, 저기, 네.」
제 번호를 꾹꾹 눌러 호석에게 갖다주자 그것을 받아든 호석이 무어라 저장을 하더니 정국의 어깨를 톡톡, 하고 쳤다.
「응, 진짜 고마웠고! 수학 뭐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 내일 보자-」
그리고는 사뿐히 뒤를 돌아 또 총총총 걷다가 갑자기 홱, 뒤돌더니.
「그리고 욕 좀 줄여-!」
호석이 사라질 때까지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정국이 흐, 헤헤, 푸흐흐, 실실 웃기 시작했다. 그 모든 것을 지켜보던 태형이 얼굴 가득 무슨 외계 생물체라도 본 것 마냥 요상한 표정을 짓고는 반쯤 정신이 나간 것 같이 웃고 있는 정국의 등짝을 소리나게 퍽 하니 때렸다.
「야, 너 돌았냐?」
「푸하, 흐흐, 흐-」
「이 미친 새끼….」
정국은 생각했다.
어제 첫경험 얘기 꺼낸 새끼 내일 머리라도 쓰다듬어 줘야지.
안녕, 내 님들 :)
나 왔어요.
온다던 글 여기 있어.
쓰다보니 조각글이 아니라 상 하로 나뉘어질 단편이 돼버렸네ㅋㅋ
국홉 교생쌤 소재는 예전부터 생각해오던 거고 가볍고 달달하게 한 편 꼭 써보고 싶었거든.
가벼운 글이라 쓰는 데도 부담 없고 다른 웬만한 소설들보다 빨리빨리 써져서.
아, 내일은 또 월요일이고, 바쁘겠네요.
너무 바쁘고.. 힘들다. 다들 시험기간이니 그렇겠지?
무리하지 말고 몸 챙겨가면서 열심히 해요. 시험기간 끝나고 더 좋은 글로 찾아올게.
늘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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