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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매 전체글ll조회 1133


Piano: Chopin





루한이 연습실 문 옆에 몸을 숨겼다. 가만히 숨을 죽였다. 이건, 쇼팽. '말할 수 없는 비밀' 피아노 배틀로 잘 알려진 왈츠곡. 세훈은 자신 안에 쇼팽을 들여놓고 있었다. 아니, 세훈은 창조자였다. 적어도 루한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것은 쇼팽의 것도, 주걸륜의 것도 아니었다. 어설프게 주걸륜의 흉내를 내보려고 하던 조무래기들과 달랐다. 이것이 진짜 피아니스트다. 루한은 숨을 내뱉었다.



남의 연습을 훔쳐보는 것이 취미야?



그 때와 마찬가지로 연주 위에 냉랭한 목소리가 더해졌다. 연주는 역시나 동요가 없었다. 루한이 살짝 고개를 돌렸다.



따로 할 말이 있는건가.



루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통유리 너머 세훈이 루한을 흘끗 바라보고는 다시 지긋이 눈을 감았다. 루한이 손을 꼼지락거렸다.



당신 곡은 좋아.
......
담담해.
응.
근데 안 어울려.



그렇게 굳이 확인사살 해줄 필요는 없는데. 루한이 입을 삐죽거렸다.



너랑?
아니, 당신이랑.
뭐?
당신에게 어울리는 곡을 써.
......
어차피 나에게는 맞지 않을 거야. 헛된 욕심은 부리지 않는 게 좋아.



도#. 날카로운 스타카토로 연주를 끝맺은 세훈이 그제서야 루한을 돌아보았다. 루한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시린 눈빛으로 그런 루한을 바라보던 세훈이 시선을 거두어 피아노로 돌아앉았다.



당신에게는 이게 어울리잖아.



아. 루한이 입을 벌렸다. 이것은 루한이 콩쿨에서 선보였던 곡으로 극찬을 받으며 결국 루한에게 대상 트로피를 안겨준 곡이었다. 장황한 오케스트라로 구성되어있던 곡을, 세훈은 딱 한 번 선보였던 곡을 피아노로 그대로 재현해냈다. 단순하게 멜로디화 된 선율이었지만 루한은 그 때 오케스트라가 자신의 곡을 연주해주었던 그 때의 희열을 느꼈다. 몸이 부르르 떨렸다. 제 1악장의 절정 부분, 루한이 소리쳤다. 그만, 그만해.



대체 무엇이 너를 그렇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는 이런 곡을 치고 있을 아이가 아니야. 세훈이 루한을 돌아봤다. 루한은 애원하듯 말했다.



내가 무엇이 어울리는지는 내가 잘 알아.
그건 네 생각일 뿐,
이상과 현실은 매우 달라.
......
더이상 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졸업반이니만큼 졸업작품에 집중해. 그게 당신을 위한 길이야.



루한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뒤를 돌았다. 연습실을 나섰다. 문이 닫혔다.
세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머리를 감싸쥐고 악보대에 머리를 찧었다. 쾅. 팔꿈치에 건반이 부딪혀 시끄러운 소리를 냈지만 세훈은 신경쓰지 않았다. 세훈 자신도 괴로웠다. 쓰러지듯 피아노 의자에 늘어졌다.



난 대체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루한의 일상 생활 계획표에 오후 3시 경, 세훈의 연습실 앞에 한 시간 가량 죽치고 앉아있기가 더해졌다. 항상 문을 열고 피아노를 치는 세훈 덕분에 루한은 세훈의 연주를 언제나 들을 수 있었다. 세훈과 소동이 있었던 그 날부터 세훈은 쇼팽만 일주일 째 주구장창 치고 있었다. 어느 날은 왈츠, 또 어느 날은 장난감 행진곡, 어제는 녹턴이었고 오늘은.



Etude OP 10-5, 흑건.



분명 실기 시험에서 쳤었던 것일거다. 손이 큰 세훈에게 유리한 에뛰드. 하지만 세훈은 1초에 건반을 12번 누르는 빠른 흑건을 아무런 무리없이 쳐내고 있었다. 루한은 그 모습을 눈을 감고 상상했다. 와아, 감탄사를 자아내는 실력이었다. 영혼 없는 고독한 천재. 루한은 세훈을 그렇게 정의했다. 흑건은 빠르고 꽤 경쾌한 곡이었지만 그것을 쳐내는 세훈은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루한은 그런 세훈의 모습에 더욱 경외심을 느꼈다.



갑자기 연주가 뚝 끊겼다. 그것을 알아챈 것은 세훈이 이미 연습실 밖으로 나와 루한을 가만히 보고있을 때였다.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키니 세훈이 팔짱을 꼈다. 한숨을 내쉬었다. 루한이 돌아가려는 기미를 보이자 세훈이 다시 연습실로 들어갔다. 세훈이 연습실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자 루한이 슬쩍 뒤를 돌아 품에서 악보를 하나 꺼내었다. 연습실 작은 소파 위에 악보를 살짝 올려두고 루한이 저만치 뛰어갔다. 세훈은 다시 흑건을 치기 시작했다.



[Sonata: Distortion (作曲: 루한)]

 

 

-

안녕하세여... 알매입니다...

내일부터 시험이라 슬픈 알매... 크흡... 곧 방학이니 자주 찾아뵙도록 할게요...!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일빤가여!!!!암호닉을했는지기억이안나네요ㅠㅠㅠㅠ작가님 문체가 너무 예쁘세요ㅠㅠㅠ흐름이 너무좋아서 다읽은지도 몰랐네요ㅠㅠ다음화 기대 할께요!
11년 전
대표 사진
알 매
암호닉... 제가... 몰라서... 안 받아놨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감사합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신청해두시면 제가 적어두도록 할게요! 매우 감사함미다...♡ 세루 사랑 머겅...!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매일매일기다리고있어요ㅜㅜ둘이어떻게될지진짜기대중ㅜㅜㅜㅜㅜㅜ다음화또기다릴께요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3
세후니랑 루하니 분위기가 진짜 봄같은 분위기를 풍기네요! 차가운데 따스한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전 너무 좋네요ㅠ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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