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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락비/코일] 올가미 | 인스티즈   

    

    

    

지코x태일    

    

    

올가미

    

    

    

    

    

우지호를 처음 만났던건, 그러니까 6월쯤 이였을까. 초여름에 걸맞게 장마전선이 한반도 위에 보란듯이 걸쳐져서 폭우를 쏟아내던 그런 때였다. 뉴스에선 홍수피해에 대한 보도가 연일 끊이질 않았다. 몇 명 죽고, 몇 가구는 집이 떠내려가고. 뭐, 이맘때쯤에 항상 나오는 그런 진부한 내용들. 천상 남의 일이니 별 감흥이 없다. 나에겐 오늘 먹을 쌀도 없는데 오지랖이 태평양같지 않고서야.    

    

정말 황당하게도 내 미래는 바로 그 날, 평소와 다를 것이 전혀 없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은 아주 평범한 날에 생긴 작은 균열에 의해 점차 일그러졌다.    

    

아주 처참하게, 원래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    

    

    

7교시가 끝나고 석식을 먹으면 학교는 끝난다. 야자란걸 해 본적이 없다. 애초부터 대학을 가겠단 생각이 없었으니 공부를 아예 놓았다. 고졸만 해도 중졸보단 그나마 입에 풀칠하기가 쉬워지니까, 나름 되지도 않는 머리 쓴 최선의 방법이랄까. 요즘 세상이 좋아져서 정부에서 돈도 다 내준다. 국가가 날 돕겠다는데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꼴통이지만 급식이 맛있는 가까운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엄마는 내가 문제아들이 널리고 널린 학교에 가도 신경쓰지 않았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밤엔 아예 만나지도 못하니 이젠 얼굴도 거의 까먹을 지경이다. 이걸 다행으로 여겨야할까.    

    

첫 등교부터 나는 필요 이상으로 주눅들었다. 꼴통학교 답게 기 쎈 애들이 널렸다. 아무리 내가 관심이 없어도 지나가다 이름 한 번 정돈 들어본 적 있는 그런 애들. 나는 그 철저한 약육강식의 현장에서 최대한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살았다. 나와 같은 애가 아주 없었던건 아니였는지 나와 비슷한 처지인 민석이와 단박에 친해졌다. 그렇게 그럭저럭 평범한 학교생활을 지내며 춘추복과 함께 5월을 맞이했다.    

    

    

"태일아, 가자"    

    

민석이는 나보다 더 몸집이 작고 왜소했다. 그래도 마음씨가 착하고 과묵해서 같이 다니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우리는 항상 요란하지 않고 조용하게 다녔다. 마치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나는 그게 마음에 들었다.     

    

"오늘 급식 뭐야?"    

"짜장밥이랑 계란국"    

"오오"    

"그게 그렇게 좋아?"    

    

민석이가 작게 웃으며 기뻐하는 나를 바라봤다. 가끔 민석이는 날 친동생처럼 대할 때가 있었다. 동생취급 받는건 전혀 불쾌하지 않았다. 민석이의 동생은 채 6살도 되지 않았을 때 농약을 마시고 죽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다고 밝히는 민석이는 마치 남 얘기인 마냥 무서우리만큼 차분했다. 과연 친해진지 겨우 두 달된 내가 알아도 될 얘길까하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민석이는 별로 개의치 않아보였다.    

    

"나는 짜장밥이 좋아. 굳이 반찬을 먹지 않아도 되잖아"    

"아 맞다, 너 젓가락질 못하지"    

"응. 그래서 짜장이나 카레같은게 좋아"    

    

별로 웃기지도 않는데 민석이는 조금 과하게 웃었다. 그러다보니 민석이는 자신의 바로 뒤로 지나가는 무리를 보지 못했다. 후방을 확인한 내 표정이 사색이 되어 민석이에게 주의를 주기도 전에, 일은 터졌다.    

    

"아....."    

"씨발"    

    

나는 발 끝에서 부터 소름이 돋는게 느껴졌다. 우지호, 우리 학교에서 가장 악명높은 문제아가 아닌가. 왜, 왜 하필이면 지금, 민석이의 뒤로 식판을 들고 갔던걸까. 입 밖으론 차마 꺼내진 못하니 마음속으로 우지호를 원망했다.    

    

많은 이들의 시선이 계란국으로 담뿍 적셔진 우지호의 팔뚝으로 향했다. 꿀꺽. 누군가 침 삼키는 소리가 신호탄이 된 듯, 우지호는 민석이의 머리채를 잡고 빠르게 급식실을 벗어났다. 우지호의 무리는 서로 시선을 교환하다 그의 뒤를 따랐다. 몇몇 아이들은 밥 먹다 말고 환호를 지르며 쫓아갔다. 하지만 나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아서. 너무나 순식간이여서 잠시 꿈을 꾸고 있는건 아닐까하는 되지도 않는 상상을 했다.    

    

멍하니 뛰쳐나가는 그들을 시선으로 좇다 문득 내 어깨에 무게감이 느껴졌다. 박경. 우지호와 가장 친한 그다. 얜 또 무슨 볼일일까. 나는 순간 두려움이 엄습했다. 설마 이 일로 민석이와 나의 평탄한 생활이 무너질까봐. 그러거나 말거나 박경은 갑자기 내게 어깨동무를 하고 실실 웃으며 속삭였다.    

    

    

"안 쫓아가도 되겠어? 이태일, 그렇게 안 봤는데. 매정하네"    

    

박경이 내 이름을 어떻게 아는지, 왜 갑자기 친한 척을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보단 그들을 따라 가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민석이는 나와 가장 친한 친구니까. 그리고 내 잘못도 있으니까. 뒤늦게야 든 이성적인 생각에 민석이에게 미안해서 머리라도 박고싶은 기분이 들었다.    

    

박경을 뿌리치고 급식실 밖으로 허겁지겁 나왔을 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망설임 없이 내달렸다. 우지호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분명 체육관에 있을 터였다. 예전에 민석이와 하교하다가 우지호와 그 무리가 체육관에서 한 아이를 구타하는 걸 봤었다. 민석이는 내게 넌지시 말했었다. 우지호네가, 뭔가에 빡칠 땐, 저기서 해결한대. 그 '뭔가'가 민석이가 되리라곤 생각해 본 적도 없었는데.     

    

체육관이 가까워진다. 군중에 가려져서 보이진 않지만, 둔탁한 소리와 함께 환호가 들려오는 것으로 보아 이미 시작한 것 같다. 제발. 겹겹이 가로막는 검은 교복 무리를 꽤 오랫동안 헤쳐내서야 익숙한, 하지만 낯선 민석이를 볼 수 있었다.    

    

"제발...그만 때려....윽"    

"난 누가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는거 존나 싫어하는데. 아직 덜 맞았다. 그치? 김...김..."    

    

우지호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볼품없이 구겨진 민석이의 몸을 몇 번 발로 툭툭 찬다. 그리고 명찰을 확인한다. 김민석, 민석아 난 네가 우리 학교에 있는 줄도 몰랐네? 우지호가 낄낄대자 동시다발적으로 비웃음이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나도 저 새끼 오늘 처음 봐. 전학생인가? 그 때 우지호가 허공에 손을 몇 번 휘젓자 모두가 조용해진다. 절대권력. 대체 니가 뭔데? 마음속으론 이미 몇 번이고 물었지만 현실에서의 난 나약하고 비겁하다. 그렇게 스스로를 책망하고 있을 때, 불현듯 민석이와 눈이 마주쳤다.    

    

미안해.    

    

찰나의 순간이였지만, 민석이는 그렇게 입모양으로 말했다. 대체, 뭐가? 혼란스러운 것도 잠시 난 민석이의 의중을 그리 머지않아 알 수 있었다.    

    

"이태일이 시켰어. 너랑 부딪히라고"    

    

민석이는 터진 입술에도 불구하고 제법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에게 잘 들릴 수 있도록. 그리고 우지호의 표정이바뀌었다. 마치 아주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 아이처럼, 입가에 작은 미소까지 띄운 채로.    

    

"좀 더 자세히 말해봐."    

    

    

순간 우지호가 나를 보며 입술을 축인 것처럼 보였다면 꿈인걸까. 그렇다면 역시 빨리 깨는게 좋을 것 같다.    

    

    

아직 꽃잎이 채 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장마가 시작되었다. 이른 만큼이나 지독한, 그런 장마가.    

    

    

------------------    

    

쓰다보니 분량조절 실패....유유    

걍 재미로 써둔건데 반응좋으면 계속 연재할까여....과제하면서 틈틈히 써둔건데ㅋㅋ 지호야 미안해....♥    

    

반응없으면 그냥 자삭해야죠 뭐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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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와아아아아아아 일빠네여 ㅋㅋㅋㅋㅋㅋㅋ 재밌어요!!! 태일이 큰일났쪄.....ㅠㅠㅠㅠㅠ 담편 ㅁ많이많이 기대할게요 !!!!!!!!두근두근
9년 전
댓글 감사해요....♥ 태일이한테 제일 미안하네요ㅠㅠㅠㅠ 앞으로 전쟁같은 코일을 보실수 있으실겁니다....(의심미)
9년 전
비회원220.175
헐 ㅠㅠㅠㅠ담편 언제나오죠ㅠㅠㅠㅠㅠ제발 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ㅜㅜㅜ
9년 전
ㅎㅎㅎㅎㅎㅎ또 쓰게되면 올게요....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2
으아아아앙 다음편 없는줄알구 찾고잇는대.. 아직 없따니@@!!!!@언능 담편 기다립니다 ㅜ ㅜㅜ ㅜ 보러가야딩
9년 전
ㅋㅋㅋㅋ사실 연재할까말까 고민중이에요....내용이 너무 클리셰이기도 하고....사실 코일 학원물 보고싶어서 쓴거라ㅎㅎㅎ앞으로 진행될 내용이 뻔해도 봐주시겠다면야ㅠㅠㅠ
9년 전
독자3
헐헐 이거 머죠 글이 제 취향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미안해 에서 뭐지?했다가 뒤이어 나오는 문장에서 소름이 쫙 돋았어요.......
9년 전
취향 저격 탕탕!!!!!ㅋㅋㅋ 태일이가 참 안됐죠....ㅠㅠ 근데 전 안쓰러운 탤이 좋아요... 앞으로도 쓰게된다면 더 안쓰러워지겠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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