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길은 축축할거란 예상과 달리 이 곳의 빗길은 푹신한 이불위를 것는 느낌이었다.
타박타박 손등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에 취해 비에 젖어 축 늘어진 옷도,
언제 풀린지 단정 했던 머리마저 거지꼴을 하고 있는데도 살포시 감은 눈 속눈썹위로 빗방울을 하나하나 담아내기에 정신없었다.
"함초롬하구나"
온 싱경을 빗방울 하나하나에 곤두 세우느라
수험생 저리가라 할 정도의 집중력을 깨버린 그 목소리가 살짝 원망스러워 순하게 처진 눈을 나름 치켜 뜨며 소리가 나는곳을 노려 보았다.
함초롬? 이렇게 거지같은 꼴을 하고있는데 비꼬는 말인가?
그 일이 있고 내 의사와 상관없이 이 세계에 떨어진 나는 어희력이 부족한건지..분명 한국어인데 예전에 들어본적도 있는데 모르는 말 투성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 지금 홀딱젖어서 엄청 추할텐데..
이제서야 내가 무슨꼴을 하고 있는지 알아 채고는 부끄러웠다.
하지만 급한 내 성격을 탓하리 원망스럽게도 내 몸은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당당히 돌아서서 주제에 무척 도도한 자세로 서있었다.
그 곳엔 남색 도포를 입고 비에 살짝젖은 검은 머리를 한, 소년 느낌이 물씬 나는 한 남자가 서있었다.
젠장... 잘생긴 남자를 보니 내 꼴이 더욱 부끄러워 나도 모르게 그 곳을 뛰쳐나와 버렸다.
몇년만에 에어컨 바람 냄새에서 벗어나 깨끗한 흙 냄새에 빗소리까지 환상이었는데...
이 곳은 조금 특별했다. 모두들 한복과 도포를 입고 집도 가게도 어투도 옛 사람들과 다를게 하나도 없는데 다를게 하나 있다면 머리 모양새였다.
역사 시간 옛날 사람들 초상화에선 남자들은 상투를 틀고 여자들은 곱게 머리를 땋아 장식을 하거나 틀어올리는 것이 보편적이었는데
이곳 사람들 머리는 내가 살던 곳 그러니까 2014년 한국 사람들 머리와 별반 다를게 없었다.
분명한건 내가 떨어진 이 세계는 몇 백년 쯤은 훨씬 지난 시대라는 것 정도?
그리고 믿기지 않지만 나는 이 나라에서 유일하게 궁을 내 집처럼 왔다갔다 할 수있는 여자라는 정도
처음엔 어리둥절해서 내가 공준가? 생각도 해봤지만 들리는 소리에 의하면 이 나라에는 공주가 없댄다.
내가 무슨 신분인지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한국으로 다시 어떻게 돌아갈지는 내가 이곳에서 풀어나가야할 숙제다.
다행히 시종들어주는 아이가 있어서 그 아이에게서 이 시대의 나에대한 여러가지 정보를 알아내긴 했는데 그 아이 표정을 보아하니 더 캐묻다간 겁에 질려 시종일이고 뭐고 팽계치고 도망갈거 같아서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제 딴엔 내가 잡아먹기라도 할줄 알았나 보지...
내가 이 세계에 어떻게 떨어졌는지 말하자면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여느 때 처럼 교복을 단정히 차려입고 학교에 가려던 참이었다.
"어? 비오네...어디보자 우산이 어딨더라"
그 때도 지금처럼 비가 내리고 있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선한 눈매에 이목구비도 아기자기하고 남자들이 선망한다는 그런 긴 생머리를 가졌기에
매일 학교에 등교 할 때면 아파트 복도를 런웨이 걷듯이 세상에서 제일 도도한 캣워크로 긴머리 휘날리는 포즈까지 취해줘야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너 뭐하냐?"
오늘도 긴다리 쭉쭉 뻗어가며 캣워크를 성공리에 끝내고 엘레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하필이면 하늘도 무심하지
그 많고 많은 아파트 주민 중에 하필 오세훈이 ...봐버렸다...
그렇게 오세훈의 무시무시한 비웃음을 견뎌내고 고삼 수험생들만 모여있는 암울한 교실에서 야자까지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비는 그칠 생각이 없는지 아침에 감은 머리가 아직도 촉촉히 젖어있었다.
날씨도 꾸리꾸리하고, 하교 하면 아파트 입구에서 또 오세훈 마주칠거고,
매일매일 지루하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고삼 수험생 생활이 이어질 생각하니 생각만해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진짜 차라리 확 조선시대에나 떨어졌으면 좋겠네 걱정도 없고... 제발 하나님! 제가 옛날 조선시대 절세미녀로 다시 태어나서 부귀영화 누리면서 살게 해주세요..."
"진짜?"
??응?방금 남자 목소리가 들린거 같은데...
잘못 들었나? 아닌데 분명히 들렸는ㄷ.......
"마마 일어나십시오. 마마 걱정하는 분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마마 제가 더 잘하겠사옵니다 제발 일어나시옵소서"
아..어지러워 쓰러졌나보다...역시 고삼은 체력싸움이라더니 나도 쓰러지는구나...
깨어나기 전에 주위 소리에 신경썼다면 그렇게 비명지르고 놀라진 않았을텐데
그 당시에는 내가 쓰러졌다는 사실 하나에 무척 신기해하며 마마 거리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아 잘잤다~ 응? 근데 여기가 어디지? 병원인가? 그건 아닌거 같고 이 옷은 또 뭐야...
"마마!! 정신이 좀 드십니까? 갑자기 쓰러지셔서 소인 얼마나 놀랐는 줄 아십니까"
"꺅!!!!!!!!!!!!!!!!!!!!!!!!!!!!!!!!!!!!!!!!!"
"마마 왜그러십니까 어디 불편 하신 곳 있습니까? 어의를 불러 드리겠사옵니다.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지금도 옆에서 시종들고 있는 아이를 그때는 인신매매범으로 오해해서 온 몸을 쥐어짜내 비명 질렀었다.
하지만 내 나름 야자 감독 눈치보랴 무단 외출하며 눈치보랴 학교 생활을 하며 단언컨데 눈치는 그 누구보다 빨라 그 날 바로 내 처지를 알아버렸다.
허공에서 들려오던 진짜? 하던 개구진 목소리의 남자가 이 곳으로 날 데려왔고 그 남자만 찾으면 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이미 벌어진 일 조선시대인지는 모르겠지만 절세미녀로 알차게 살아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한달 여를 알차고 긍정적으로 살아오던 중 이 곳에 와서 처음으로 만난 남자라는 생명체에게 그 추한 꼴을 보이고 말았다니...
이제껏 모은 정보에 의하면 내가 현재 있는 곳 이 곳은 궁이다. 폼새를 보아하니 그 남자도 분명 높은 신분 이었을텐데..
온갖 걱정에 머리를 콩 하고 쥐어 박으니 시종 아이가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내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니 그렇게 쳐다보지 말아라"
"마마 한번 더 쓰러지시면 소인 울다가 쓰러질지도 모르옵니다"
"알았느니 기화궁으로 가자꾸나"
이 곳에 머물며 시간이 꽤 흘렀나보다 나도 이런 딱딱한 말투가 오히려 더 편해진 것을 보니
기화궁은 왕께서 내게 손수 하사하신 궁이다.내가 얼마나 대단한 신분이길래 왕께서 왕족도 아닌 내게 궁을 하사하신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내킬 때 궁에오면 다시 돌아갈 걱정없이 편하게 있다 갈 수 있었다.
"많이 춥구나 따뜻한 물을 받으라 전하여라"
"네 마마 앞으로는 그렇게 우산도 없이 혼자 산책하러 가지 마십시오. 소인 비가 내려 마마께 우산 가져다 드리러 온 궁을 돌아다녔사옵니다"
"알겠다 앞으론 그러지 않을 참이었다"
기화궁에 도착하여 꽃잎을 푼 향긋한 욕조에 몸을 담그니 그간 걱정거리가 싹 풀리는 듯 했다.
시종 아이에게 미안한 것도 있고 해서 그 아이가 좋아하는 연 분홍색 한복도 선녀복도 아닌 하늘하늘한 비단 옷을 입고 내가 봐도 탐스러운 검은 긴 머리를 잘 빗질하니
"마마 너무 아름다우십니다. 폐하께서 기화궁을 하사하신 이유가 마마의 홀리는 외모라는 소문이 돌만도 합니다. 정말 마마는 뭘 입어도 아름다우시지만 제가 고른 옷들은 특히 잘 어울리시는거 같습니다"
옆에서 쫑알대는 시종아이를 뒤로한채 거울을 보니 내가 봐도 이쁘긴하다 얼굴은 그대론데 뭐랄까 분위기가 더 청아한 느낌이 들었다.
"마마 손님들께서 마마를 뵈옵고자 하옵니다"
문을 지키던 시녀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어쩔줄을 몰라했다.
내가 이 곳이 있으면서 찾아오는 손님은 처음일 뿐더러 시녀가 저토록 불안해 하니 들이지말까 고민했지만 호기심은 이성을 짓눌러 버렸다.
"들어오시라 전하여라"
"네 마마"
들어오라 말을하고 거울을 보며 급히 옷 매무새를 다듬으며 손님들을 기다리니 시종아이가 걱정스럽게 한마디 건네는 것이 들렸다.
"마마 누군지도 모르는데 들이시면 어떡합니까 게다가 손님들이라면 한명은 아니지 않습니ㄲ"
"안녕하십니까"
시종아이의 말을 잘라내며 들어온 남자 두명은 남색 도포를 입고 들어오자마자 머리를 조아리며 인사를 건내 얼굴은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지만 어디서 본 듯한 차림새였다.
"박찬열이라고 하옵니다. 듣자하니 제 벗이 아까 실수를 했다고 하여 제 벗과 함께 이렇게 사과 드리러 왔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뭐해? 빨리 인사하고 사과드려"
"안녕하십니까 도경수라고 합니다. 아깐 죄송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궁녀일꺼라 생각하고.. 나쁜 뜻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그 모습에 눈이가 저도 모르게 죄송합니다"
그 남자다!!!분명 아까 빗길에서 함초롬이라는 아리송한 말을 한 그남자 아니 도경수다...
"하하 그러니까 제 벗이.. 공주님을 몰라뵈고 저지른 짓이니 아 참 그리고 저희가 이렇게 찾아온 것도 무례하긴 하나 꼭 사과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되어 무엇보다 도경수 이 놈이 글쎄 공주님이 궁으로 들어가시는걸 보더니 냅다 뒤따라 가지 뭡니까 그래서 제가.."
"조용히해. 송구합니다. 생각해보니 저희가 무례했습니다.공주님의 처소에 무턱대고 찾아 온 것에 대한 벌은 달게 받겟습니다"
"저..그러니까 저는 공주가 아닌데요.."
당황해서 나도 모르게 한국에서의 말투가 튀어 나와 당황했지만 더 당항한건 박찬열과 도경수란 작자들이었다.
"그,그렇습니까? 저희는 이웃나라에서 몰래 사절단에 끼어 들어와 잘 몰랐습니다.실례가 안된다면 어떤 분이시길래 궁에 처소를 따로 소유하고 계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박찬열이란 남자는 공손한듯하나 그의 어조에서 살풋이 흘러나오는 장난기는 지나가던 걸인들도 알아차릴 수 있을같았다.
그나저나 내 신분이라...내 신분에 대해 돌려 묻는거 같은데 사실 나도 아직 모르는데 뭐라 하지..
"저희 마마님은 폐하의 유일한 글동무이십니다. 폐하를 가르치셧던 스승인 대감마님 께서 저희 마마님의 아버지이십니다. 폐하께서 저희 마마님을 너무 아끼시어 친히 궁에 따로 처소를 마련해주시어 저희 마마님께서 언제던 궁을 방문하여 같이 학문을 연구하시곤 하십니다"
음...그렇구나 내 생각보다 대단한 직위가 아니라 그런지 내 얼굴에도 실망감이 드러났는지 시종아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혹여 자신이실수를 했는지 곱씹는것이 보였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이제 제가 어떻게 불러야 하죠? 이것도 인연인데 서로 편하게 부를 호칭 정돈 정해도 괜찮지 않습니까?"
역시 박찬열은 지나친 발랄함은 숨기고 있었던게 확실했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시녀들 앞에서는 곤란하긴 하나.."
도경수란 남자의 표정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구겨져갔다. 아마도 찬열의 어마어마한 친화력이 이 자리에선 불편했나보다.
"아 알겠습니다. 물러가있거라"
시녀들을 내보내자 찬열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도경수를 쳐다보는데 뚫어질까 걱정스럽기까지했다.
그 눈빛을 늘 그래왔던 듯 무시하고 도경수는 말을 이어갔다.
"가녀린 꽃이 비에 젖어있나 했습니다.그래서 혹여 꺾어질까 조심조심 다가가니 그 모습이 참으로 가지런하엿습니다. 고뿔에 걸리진 않을까 걱정도 했으나 더 조금만 더 지켜 보자 했던 것이 저도 모르게 입에선 생각했던 말이 나와버렸습니다. 활짝 폇던 꽃이 다시 움츠러 들고 이내 달아나버려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다 그꽃이 꽃집에 들어가는것이 보여 홀린 듯 따라와보니 상당히 아름다운 꽃입니다."
아리송한 말을 내 뱉은 도경수는 그렇게 한참을 말이 없었다.
"도경수 선수 치는거 봐.기화궁 아가씨 저는 어때요? 이놈은 말도 없고 재미도 없는데 기화 좋다 우리 기화야~"
아까부터 헛소리만 계속 지껄이던 찬열이 드디어 미쳤나 싶어 한심하게 쳐다보니 입술을 쭉 내밀고 볼을 부풀인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처음 대면한 자리에서 조금 무례하단 생각이 들어 저는 이만 갔으면 합니다."
"송구합니다. 저희는 물러 가겠습니다 박찬열 이 아이가 원체 활발하여 실례가 되었다면 송구합니다."
"네 안녕히가십시오.저는 해야할 일이 많아 마중은 못나가니 잘 들어가십시오"
예전부터 엄마가 귀가 닳도록 말하길 이상한 놈들은 사전에 처단하랬다, 나름 뿌듯한 마음에 속으로 몇번이고 내게 칭찬을 하고있으니
"또 보게될것입니다"
아까부터 자구 의미심장한 말만하는 도경수와 의미심장한 눈길을 보내는 박찬열이었다.
그들이 가자 정말 기가 다 빠져나간 느낌이란게 이런거구나 싶었다.
"따뜻한 차 한잔만 내오너라 피곤하니 어서 침소에 들어야겠다"
"네 마마"
이 곳에 와서 이렇게 피곤했던 적이 있을까 좀비라는 애칭이 생길정도로 피로한 고삼 생활을 해왔지만 차라리 그 때가 지금보다 더 생기 있었을 것이다.
"마마 따뜻한 차 한잔 가져왔습니다.마마?"
"어 잠드셨네 마마도 참.."
"여봐라"
"네?어..폐...폐하 송구합니다"
"잠들었느냐"
"예 폐하 방금 침소에 드셨습니다. 마마께서 깨시면 페하께서 방문하셨다 일러드리겠습니다"
"아니다. 내가 다녀갔다 할 필요없다 내일 돌아간다 들었으니 잘 베필하거라"
"예 폐하"
| 읽어주세요 |
우선 첫 작품이라 서툴지만 재밌게 읽어 주셨음 좋겠어요 독방에서 무한공유 가능하다고 올라온 짤 쓰는데 혹시 싫으시면 저한테 말씀해주세요 바로 지우도록 할게요 ㅠ 멤버 전원이 다 등장하진 못할거 같아요 그래도 가끔 특별출연할 에정이니 기대 많이 해주세요 2화 살짝 스포하자면 새 멤버가 또 출연할예정입니다 부족한 첫화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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