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박찰박. 귓 속 깊은 곳까지 젖어들던 물방울소리가 드디어 줄어들고 있었다. 촉촉한 땅이다. 갑작스레 시작된 장마에 우산을 쓸 겨를도 없이 젖어버려, 나는 그대로 비를 맞으며 걸었다. 일기예보에선 수도권을 중심으로 장마가 심해질 거란 말은 없었는데, 서울에도 이렇게 비가 퍼붓는 것을 보면 정말 장마라는게 알 수 없는 존재임이 분명하리라. 이미 젖어버려 눅눅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누군가 내 어깨를 툭툭 치더니 물었다. " Excuse me. " " …왓? " " 이거. " 언제 떨어졌지. 내 열쇠를 주으면서 발바닥으로 떨어지는 시늉을 한번 하더니 말똥말똥한 눈으로 다시 나를 바라본다. " 아, 한국말 할 줄 아시는구나. 감사합니다. " " A-3호로 가려면 어떻게 가요? " " 어, 우리 옆 집이네요. 따라와요. " " 고맙습니다. " 이런 날 이사라니, 짐도 많이 없는 듯 해보였지만 원래 이삿날은 쨍쨍한 해 아래서 짜장면이 딱인데. 큰 배낭을 매고있는 남자를 향해 따라오라 손짓하고는 그 남자의 집 앞까지 안내해주고 나는 다시 들어왔다. " 저기요. " " 네? 누구세요? " " 옆집. 인데요. " " 아, 네. 무슨일이세요? " 문을 열자 그의 큰 키와, 어깨의 반은 젖어있는 흰색 와이셔츠에 나는 다시 한 번 멀뚱히 그를 바라보았다. " 이름이 뭐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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