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XX/정택운] 장마 4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0/2/a/02a47a45f40da0ccd22fbbda2ffd435b.jpg)
잠을 설쳤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음악을 틀고 샤워를 하고 따뜻한 우유를 마셔보아도 잠이라는 놈은 나와 타협을 안하는 것 같다. 망할 놈.
그 덕에 어젯밤은 쏟아지는 비와 함께 그의 정체를 고민하고, 또 유추했다.
처음 그와 마주쳤을 때, 그는 분명 영어를 사용했다. 그건 진짜 그가 여행을 좋아해서, 단지 한국이라는 나라에 며칠 머물러있다가 가는 것을 의미했을까.
다르게 생각해보니 그렇다면 고작 여행객이 카페를 차릴 이유는 없다.
남은 보기는 하나. 시간 여행자.
이건 내가 너무 소설을 많이 본 것 같다. 어떻게 시간을 여행해. 그냥 그는 그만큼 미지의 사람이라는 뜻일뿐 아무런 도움은 주지 못한다.
CLOSED
굳게 닫힌 문과 꺼진 불, 딱딱한 검은색 영어 한마디가 나를 맞이했다.
아픈가, 무슨 일이 생겼나.
떠난건가.
걱정이 되는 마음에 그의 집 문 앞까지 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발걸음을 돌려 우리 집으로 향했다.
양송이스프 냄새가 좁은 집 안을 가득 채웠다. 빵도 구웠다.
무언가 허전함은, 기분 탓이겠지.
빵은 왜 두조각을 굽고. 스프는 왜 2인분을 끓였을까.
만난지 한달도 채 되지 않은, 그저 남남이면 그만일 사이일텐데, 왜 이만치도 내 마음에 깊숙히 박혀버렸나. 너는.
" 저기. "
익숙한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온다. 나는 한달음에 달려나가 문을 열었다.
" 밥 좀. 있어? "
" 어, 스프랑 빵 구웠는데.. "
" 아.. 그럼 남는 거 없겠네. "
" 아니! 아니.. 있어요! 남아요. "
" 그럼 나 조금만. "
" 들어와요. "
고개를 끄덕이고 들어와서는 내자리 맞은 편 의자를 빼 앉는다.
그의 다리가 길어서일까, 난 내 식탁이 저렇게 작은 줄도 몰랐는데.
" 따뜻할 때 먹어요. "
" 오늘 오후에 비 그친대. "
" 오 진짜요? "
" 그래서 말인데, 같이 별 보러 갈래? "
" 콜! "
그의 천체망원경은 내게 새로운 하늘을 가져다 주었다.
반짝이지 않는다 해서 별이 안뜨는 것은 아니다. 별은 언제나 내 위에서 반짝이고 있음을,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 예쁘지. "
" 엄청. 진짜진짜 예뻐요. "
" 신기하지. 지금도 우주 어딘가에선 또 하나의 별이 반짝이고 있을 테니까. "
" 그렇겠네요. "
" 별이 없다고 하늘을 보지 않는건, 별에게 미안한 일일꺼야. "
" 택운씨는 별도 좋아하고 비도 좋아하고. 비가 오면 별은 못보잖아요. 그런데도 두개가 다 좋아요? "
" 어쩌면, 비와 별은 서로 만날 수 없는 존재일지도 모르잖아. 물론 언제든 만나는 존재일수도 있고. "
" 무슨 뜻이에요? "
" 해석은 자유. "
" 이상한 사람이야.. "
" 저기. "
" 네? "
차가운. 아니 따뜻한.
그의 입술이 내 입술을 스치듯 맞대고 지나갔다.
달콤. 어쩌면 쌉싸름.
그가 남긴 여운이 진해질 때 즈음
" 치던지. "
한 손으로 내 뒷목을 잡아 고정하고는 입 속 깊숙하게 혀를 섞는 그였다.
싫지 않았기에 밀어내지도 않았다.
시간이 멈춘 듯, 영원히 그 시간이 이어질 듯.
그의 마음이. 아니 어쩌면 갈피를 잡지 못하던 어지러운 내 마음이.
확실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 택운씨, 있잖아요. "
" 응. "
" 나 사랑해요? "
그는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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