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니 - 첫눈에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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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2
아으으. 속이 뒤집혀 올라오는 찝찝한 느낌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어디선가 고소한 음식냄새가 올라왔다. 폭신한 면 이불 위에서 한참을 끙끙대던 성규가 늦은 점심이 되어서야 느지막이 몸을 일으켰다. 습관적으로 머리맡에 놓아두는 물을 한 잔 마시니 멀리 마실 나가 있던 정신이 조금 돌아오는 기분이 들었다. 누가 데려다 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잃어버린 물건도 없고. 앞이 보이기는 하는지 의심될 정도로 퉁퉁 부은 눈을 끔벅이던 성규가 배를 긁적였다. 평소 과 내에서 깔끔한 외모와 댄디한 매너로 꽤 많은 인기를 구가하는 ㅡ그런데 왜 여자친구가 없는지.ㅡ 김성규와는 차원이 다른 모습이다. 이 광경을 성규를 남몰래 사모하는 여대생들이 보았다면 내가 여태껏 속고 살았다고 땅을 치며 통탄할 일이었다. 물론 눈에 하트를 뿅뿅 박아 넣어 성규의 이런 모습까지 아낄 여자도 있겠지만 어쨌든. 지금 성규의 모습이 상당히 괜찮아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달그락.
10평 남짓한 이 집에는 오로지 성규 한 명만이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어디선가 알 수 없는 소음이 들렸다. 굳이 성규의 집에서 소리가 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강아지의 소리라기에는 성규의 집에 애완동물이 없었고 다른 집에서 난 소리라기에는 너무 또렷하게 들렸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게다가 성열이나 동우는 얼마 전 바꾼 자신의 집의 비밀번호도 알지 못했다. 순간 돌처럼 딱딱하게 굳은 성규가 더듬더듬 침대 위의 휴대폰을 찾아 손에 쥐어 들었다. 편안하기만 하던 제 집이 갑자기 온몸을 옥죄는, 절대로 유쾌하지는 않은 느낌이 스파크처럼 파박 튀었다. 키패드에 112를 입력해두고 긴장상태의 몸을 소리 나지 않게 움직여 두꺼운 전공 책을 꼭 잡아 든 성규가 찬찬히 문고리를 돌려냈다. 으아, 무서워···.
가는 문틈 새로 보이는 모습은 여느 때와 다름이 없었지만 있어서는 안 될 낯선 이방인이 존재했다. 뒤태만 봐도 덩치가 있어 보이는 어깨하며 팔 근육이 성규를 절망스럽게 만들었다. 어떡해. 지금이라도 신고할까? 한껏 울상을 지으며 휴대폰의 통화 버튼을 누를까 말까 고민하던 성규가 한숨을 폭 내쉬며 결심했다. 그래, 김성규! 내가 그래도 건장한 대한민국 남자인데! 여기서 물러나면 내가 성을 갈아야지. 암 그렇고말고. 눈을 살짝 감고 깊게 심호흡을 한 번, 그리고 눈을 뜨면!
“뭐해요?”“으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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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제부터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에요?”“선배가 먼저 저한테 기대셨는데요.”“선배? 서언ㅡ배? 저는 그 쪽 같은 후배 둔 적 없으니까 당장 나가요, 당장!”“어차피 다시 만날 거 안면이라도 트고 가는 게 좋잖아요. 제 이름은 남우현인데, 선배 이름은 김성규 맞죠?”
허, 참! 제가 그 쪽 무서워서 안 끌어내는 줄 알아요? 더러워서 안 끌어내지! ···약 오 분 전까지만 해도 우현이 무서워서 신고를 하네 마네 난리를 치던 사람은 어디로 갔는지. 길고 쭉 뻗은 손을 허리에 척 걸치고 어깨를 당당히 편 모습이 우스웠다. 사실 티는 안 냈어도 등 뒤에서 부산을 떠는 성규를 우현은 다 알고 있었다. 그래도 성규는 저렇게 도도하고 까칠한 모습이 잘 어울리긴 했다. 계속 열을 내고 짜증을 부려도 저보다 후배라고 밝힌 우현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놓치지 않는 것도 좋았다. 아, 어쩜 저렇게 완벽한지.
“저기여. ···아, 머리야. 지금 서로 통성명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구 좀 나가시라니까요?”“머리 아파요? 어제 그렇게 들이마실 때부터 알아봤다. 내가. 그럴 줄 알고 죽 끓여 놨는데 좀 먹어요.”“대체 남의 집에서 죽 끓이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뭐 인지 능력이 조금 떨어지세요?”“그랬으면 대학 왔겠어요. 멀쩡한 사람 맞으니까 조금만 먹어요. 먹기만 하면 갈게요.”
부엌에서 이리저리 알짱대는 저 남자가 굉장히 신경 쓰이고 짜증 나긴 하는데 요리는 잘하는 모양인지 고소한 야채 죽 냄새가 솔솔 퍼져 성규를 자극했다. 그러지 말고 한입만 먹어 봐. 해장은 못 해도 맛은 있다니까. 응? 먹어 보라구······, 한참을 고민 끝에 결국 마음의 꼬임에 넘어간 성규가 조용히 숟가락을 꺼내 들었다. 식탁 위에서 저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것 마냥 모락모락 열을 내 뿜는 죽을 휘휘 젓고 크게 한 숟갈을 떠서 오물오물 씹던 성규가 생각했다. 마이쪙···!
그래도 조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누구보다 콧대 높고 저 잘난 맛에 사는 것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 한다는 성열에 비한다면 새 발의 피일지라도, 나름 자신을 단단하고 벽이 높은 멘탈의 소유자라고 여기는 성규로써는 기계적으로 손을 움직이면서도 저 만의 생각에 둥둥 빠져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게 뭐야 진짜. 나가라고 그렇게 큰소리치다가 죽 하나에 홀랑 넘어가고, 어? 김성규 이 병신아···. 결국 제 손으로 밥 해먹기는 귀찮고 시켜 먹기에는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걸 잘 아는 취향을 나름의 핑계라고 삼아 넘겨버리고는 맛깔나게 죽을 먹는다. 참 감정이 시시각각 변하는 그 일련의 과정들을 차례로 지켜보던 우현에게 성규는 차갑고 다가가기 어려워 보이는 겉모습은 보기보다 단순한 구석이 쏙쏙 튀어나오는 푼수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아무래도 단단하고 벽 높은 멘탈의 소유자라는 생각은 성규 본인의 생각에만 해당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사랑스러운데 뭐 어쩌겠어.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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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바나나 쉐이크 좋아해요?”“싫어하는 편은 아닌데. 왜?”“바나나를 먹으면 나한테 반하나?”“···.”
둘은 처음부터 많이도 삐걱삐걱했다. 하긴 술 냄새 진동하는 첫 만남부터 해서 성규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남긴 야채죽 사건까지 따져보면 결코 좋을래야 좋을 수가 없다. 그렇기에 거머리도 아닌 것이 철썩철썩 달라붙고 계집애도 아닌 것이 사르르 눈웃음이나 생성해대는 우현을 달갑게 여기는 것은 성규가 스스로 소매를 걷어붙이고 제 집을 깔끔하게 청소하는 것보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얘기였다. 게다가 친하지도 않은 데면데면한 사이에 도대체 접점이라는 것이 있느냐고, 우리가 왜 함께 무언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초기 성규의 생각이었다. 실로 타인이 보기에도 국문학과 고양이라 일컬어지는 성규와 애교쟁이 우현은 아귀가 맞아떨어지지 않는 톱니바퀴처럼 동떨어진 존재들이라 여기기에 십상이었다. 혹여 누군가의 입에서 성규와 우현이 함께 불리는 상황이 생겨도 대부분은 ‘둘이 친해?’ 하고 의문점을 갖는 일이 허다하기도 했고. 하지만 우현이 누구인가, 무려 2년간 성규를 짝사랑해온 장본인이다. 친하지 않으니까 더 많이 만나고 알아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현의 무대포식 주장에 결국 성규는 두손 두발 다 들었다. 싫다싫다해도 얼굴 맞대는 시간이 길어지고 길어지다 보면 정이 쌓이는 게 사람이라고, 게다가 잔정이 많은 성규의 성격도 한몫을 했다. 어쨌거나 지금은 죽고 못 사는 정도는 아니어도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으니 나름 좋은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아님 말구···.
여담이지만 후에 티격태격 붙어 다니는 성규와 우현을 보고 ‘신혼부부’라 칭한 성열이 우현에게 크게 밥 한 끼 얻어먹게 된 일도 생겼다고 한다. 그날 우현의 얼굴에 활짝 핀 웃음꽃이 시들 기세가 없었다나 뭐라나. 물론 믿거나 말거나다.
그건 그렇고 지금이 무슨 상황이냐 하면ㅡ, 요새 들어 빈곤해지는 지갑 사정에 ‘귀찮은 것보다 질색인 건 없다.’ 라는 한심한 말을 인생의 모토로 삼는 성규가 드디어 알바라는 것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훈내 나는 남자가 한다면 인기가 수직 상승하는 카페 알바!
다시 말하지만, 자신은 몰라도 알게 모르게 인기 많은 성규의 알바 소식은 복숭아처럼 수줍게 붉어진 볼을 여과 없이 드러 낸 여대생들의 입을 거치고 거쳐 우현에게까지 도달하게 되는 것이 당연지사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주인 찾아오는 발바리마냥 해사한 얼굴로 카페의 유리문을 열어젖히는 우현을 보는 성규의 미간이 팍삭 구겨지는 것도 별 대수로운 일은 아님이 분명했다. 하지만 구석 자리에 가만히 쭈그려만 있는다면 성규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웃는 낯으로 우현을 맞이해줄 의향이 다분한데, 우현은 눈치를 어디다가 헐값에 팔아넘기고 온 것인지 계산대 위에 팔을 걸치고 서서 성규에게 실없는 농담을 던지기에 여념이 없었다. 음···, 저러다가 큰 일 날 텐데. 햇빛이 잘 들어오는 창가 자리에 앉아 딸기 스무디가 쪽쪽 빨려 올라오는 스트로우를 입에 물고 그 숨 막히는 상황을 관전하던 동우는 당장에라도 자기가 뛰쳐나가서 우현의 눈치를 다시 사들여 와야 했을 판이라고 증언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가능한 일이 아니기에 패스하기로 하자.
“너희··· 동네에서는···, 그런 게 통하니···?”“네! 친구들이 재밌다고 배를 잡고 구르던데.”“···후아. 나한테는 그런 거 안 통해. 그러니까 그만 꺼져버려.”“너무해. 빈말이라도 좀 웃어주면 어디가 덧나요?”
근데 이 씨발 새끼가? 개그도 정도라는 것이 있지 대체 어디서 저런 굴러먹다 온 개그를 주워들어 와서 써먹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 개뼉다구 같은 개그를 감히 날려 놓고서도 웃어주기를 바라는 우현은 아주 뻔뻔한 파렴치한인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 면전에 대고 욕을 한 바가지 날린다면 분명 쨍알쨍알 요망한 입을 더 놀릴 것을 이미 수차례 겪어 잘 알고 있기에 성규는 그저 입을 꾹 다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동시에 점점 우현을 다루는 노하우가 늘어 간다면 늘어갔지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 늘어 날 때마다 내심 슬프기도 했다. 내가 어쩌자고 이런 놈이랑 친해져서. 세륜 남우현··· 내 인생에서 사라져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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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미안해영~_ㅠ 할 말이 없슴당 저를 매우 치ㅣ세여...! 맞을 준비가 돼 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힝
오늘ㄹ은 좀 우울해ㅇㅛ 내일 학교가는게 너무 슬퍼서여ㅛ...★
그렇기 때문에 오타가 작렬해도 이해ㅑ해 주십사 하는 마음입니다 싫다면 어쩔 수 없구...ㅎㅎ...됴르를....
그럼 안녕~.~! 맞다 스밍ㅠㅠㅠㅠㅠㅠㅠㅠㅠ 폭스닥스열스해여 1위시켜주ㅜ고시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몽몽몽 또또 사인 케헹 봄날 미옹 감성 사과 풀빛 낙 훙 올리브 삼동이 꾸꾸미 지게 만두 똘끼 뚜러뻥 레임 건망고코코넛 또롱 사과 맹목적 앨리스 아이비 님 감사합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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