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아저씨랑 사귄다
나와 악랄하고 못되쳐먹은 조폭 아저씨와의 첫만남은 정말 별로였음. 집에 돌아오자마자 침대에 엎드려서 이불을 뻥뻥 찼지만 돌아오는건 먼지들 뿐이였음.
수많은 먼지를 마시며 멈추지 않는 기침이 시작됨. 하필이면 그때 전화까지 옴. 모르는 전화번호인데다 왠지 불안한 예감이 들어 거절하려 했지만 나의 뚱뚱한 손가락은 통화버튼을 눌러버렸음. 시발결국 멈춰지지 않는 기침을 하며 전화기를 귀에 갖다댐.
"여보세..쿨럭쿨럭쿠러러럭요...쿨럭"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상대방이 말이 없었음. 다시 한번 여보세요라고 하자 그제야 굵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옴. 아니나 다를까 아까 그 조폭 아저씨의 목소리였음. 아저씨는 무척 뜬금없이 말했음.
"너 감기 걸렸냐?"
엥;; 감기라니;; 저의 게으름이 만들어낸 먼지를 마셨을 뿐인걸요;;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려다 그래도 길바닥에서 잘 나를 구해준 은인이기에 아니라 말하려하는데 누가 문을 부숴져라 두드림.
쾅코아코아쾅!!!!쾅코아쾅쾅!!!!!
초인종 소리가 마음에 안들어 떼버린 것이 후회가 될정도로 문을 두드림. 이와중에 누군가 신경질적으로 문을 열어보니 어제 나를 놀리고 달래던 조폭 아저씨들이 서 있었음;;
검은 양복 입은 사람들이 좁은 복도를 가득 메우고 있으니 왠지 사채를 쓴 것 같아 기가 죽어 말도 못하고 멍하니 서있었음. 아저씨들은 서로를 쿡쿡 찌르더니 결국 한명이 나서서 나한테 말걸음.
"진짜 감기 걸린 것이여?"
어디서 본 얼굴인가 했더니 어제 비둘기와 말하던 나에게 안쓰럽다는 듯 말을 걸어준 아저씨였음. 대체 이 아저씨들이 여길 어떻게? 당황스러워서 얼굴이 절로 빨개지기 시작했음. 어렸을때부터 얼굴 쉽게 빨개짐.
그런데 이 아저씨들은 내가 대답도 못하고 얼굴도 빨개져 있으니 진짜 감기인줄 알았나봄. 말릴 틈도 없이 우리집으로 쏟아져 들어옴. 나를 들어다가 침대에 눕혀놓고 방문을 닫고 나가더니 요리하는 소리가 들려옴.
간신히 정신 차리고 끊기지 않은 전화기에 대고 소리침. 이게 뭐하는 거냐고. 저 아저씨들은 우리집에 어떻게 온거냐고. 그 아저씨는 흥분한 나와 다르게 매우 평온하게 대답함.
"니네 빌라로 다 이사갔어."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니 어이가 없었음. 대체 내가 뭘 했다고 나한테 이러는거야. 아무말도 않고 있자 남자는 한마디를 덧붙임. 자기도 금방 간다고. 그러더니 전화를 끊어버림.
우리집이 지네집이야?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침. 이불을 바닥에 내팽겨치고 방문을 벌컥 열었음. 단호하게 얘기하는거야..! 여긴 우리집이라고!
"여기 아저씨들 집 아니...."
하지만 말을 끝까지 이을 수 없었음. 모두들 나를 쳐다보는 시선 때문이기도 했지만 4인용 식탁에 올려진 음식들이 한몫했음. 갈비찜에 잡채에 미역국에.. 왠만한 생일상 같았음. 결국 흐뭇하게 바라보는 아저씨들 틈에서 밥을 먹기 시작함. 니집 내집이 어딨어.. 소통하는 이웃이 되어야지..
가볍게 한그릇을 비우고 두번째 밥공기를 비우고 있을때였음. 정갈한 노크소리와 함께 한 아저씨가 문을 열러 쪼르르 나감. 주인은 난데.. 또다른 아저씨겠지 싶어 쳐다보지도 않고 밥을 먹는데 앉아있던 아저씨들이 우르르 일어나 인사함.
"잘하고 있었냐."
나한테 전화건, 나를 비둘기 음성으로 협박한 남자였음. 조폭아저씨들이 인사하는 것을 보니 두목인 듯 싶었음. 얼굴은 제일 어리게 생겼는데. 남자는 어제처럼 아저씨들을 헤치고 나의 앞에 앉음. 그리고 식탁 위에 검은 비닐봉지를 떡하니 올려놓음.
"이그 무에어?"
음식을 입에 한가득 물고 말하니 남자 뒤에 서있는 아저씨들은 얼굴을 잠시 징그림;; 근데 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말함.
"감기약."
남자의 말에 아저씨들은 뒤에서 오오~하면서 호응 넣음. 왠지 핑크빛이 된 분위기에 맞춰줘야 할것 같아서 커피를 타러 일어남. 남자와 아저씨들은 내가 하는 행동을 하나하나 지켜보고 있어서 굉장히 부담스러웠음.
몇번 물조절을 실패했지만 그래도 괜찮게 타여진 커피들을 쟁반에 담아서 아저씨들한테 나눠드림. 그리고 남자에게도 주려는데 생각해보니 나는 이름을 모르는거임. 그래서 결국 님 이라고 불러버림;;;;
평소에 컴퓨터 게임 하던 습관이 이렇게 나오다니. 존트 당황스러웠지만 이왕 이렇게 된거 당당하게 부르려고 두어번 더불렀음.
"님, 님도 커피 좀 드세요."
남자는 님이란 소리에 기분이 무척 상했는지 눈썹을 찡그림. 현실파악을 한 내가 조용히 입을 다물자 남자는 조용히 박찬열이라 말함. 하지만 눈치없는 나년은 그래서 어쩌란 식으로 남자를 쳐다보았고...
"내 이름 박찬열이라고."
"아 찬열씨도 커피 드세요."
결국 어색한 호칭을 써가며 불러주자 박찬열이란 남자는 좋다고 커피를 마심. 인스턴트 커피인데 원두를 직접 볶았냐고 맛있다고 칭찬도 해줌. 그래서 인사치레로 감사해요 찬열씨라 말해줌.
그러자 찬열씨가 딱 저표정으로 소리침. 감기걸린 사람이 일하게 만들거냐고. 그러자 아저씨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설거지는 기본, 청소기와 걸레질 그리고 먼지로 묵혀진 이불도 빨고 가셨음.
이웃끼리 친하게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음.
*** 암호닉 받아요! 댓글 전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