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벚꽃이 예쁘게 싱그러진 날 둘은 입술을 맞댔다. 유연히 흐르는 벚꽃의 향기와 붉은 색채에 이지러질 듯한 흥분에 둘은 서로의 목을 힘껏 그러쥐었고 다시는 헤어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멋모르는 순진한 두 눈망울이 굴절될 때 그들은 헤어졌고 다시는 마주할 줄 몰랐다. 아니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서로가 공유했던 지난 날과 온기어린 나체를 부비며 나누었던 쾌락과 애정은 딱딱하게 굳어 여전히 그들의 발목을 그러쥐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서로의 죄인이었고 애인이었다.
우연찮게도 다시 만나게 된 날 그들은 성숙해져 있었다. 여전히 벚꽃이 예쁘게 우거진 그날, 처음 만났던 그날처럼 그들은 우연히 시선을 부대꼈고 서로의 육체를 확인했다. 조금 더 돋아난 핏줄과 젖살이 빠진 볼과 함뿍 주름잡히는 눈매까지. 사그라든 눈동자를 크게 뜨며 눈을 조였다. 다만 흑백의 그날은 손이 가벼웠고 지금은 양 손안에 또다른 손이 포개져 있다는 것. 작은 손과 해맑은 미소를 놓을 순 없다. 그들은 하나, 둘 깨닫고 있었다. 완연한 어른…그토록 바랬던 어른이 되었는데도 서로를 부끄러이 마주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슬펐다. 나이가 조금 더 든다면 떳떳하게 어깨를 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녹록찮았다.
결국 그들은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예전처럼 밀어를 속삭이던 달콤한 입술, 육감적인 엉덩이를 지분거리는 손이 아니었지만 충분히 행복했다. 어쩜 아이들 조차 서로 닮았는지. 백색의 눈동자가 슬쩍 동국을 비추다 은중을 바라본다.
"아빠, 아빠는 삼촌이랑 무슨 사이였어?"
마른 침이 한 번 넘어간다. 언제쯤 답할수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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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홍수 뭐임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