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담이라기엔 아직 어린가. 긴 글 읽어줄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그냥 다 털어놓고 싶다
난 어렸을 때 되게 잘 살았어.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집에서 다 해 주셨고 해외여행이든 어학연수든 집에서 다 보내줬어. 길게 해외에 나가 있었던 적은 없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방학만 되면 항상 외국에서 살았던 것 같아. 살던 집도 엄청 컸어. 이름 대면 다들 아는 부자동네에서 살았어. 300평짜리. 집에 부모님 차도 네 대나 있었고 집에는 숙식하는 가정부 아줌마 둘씩 뒀었어. 사립 초등학교에, 학원 같은 건 다녀본 적도 없어 부모님 이혼하기 전까진. 무조건 과외였어. 기본 공부는 물론이고 피아노든 바이올린이든 성악이든 다 집에서 배웠어. 비슷한 애들만 만났으니까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지 그 땐. 그렇게 사는 게 평범한 것인 줄 알았어. 근데 뭐라하지. 항상 외로웠어. 그 어린 나이에도 되게 외로웠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 세 살 터울 오빠가 하나 있는데 오빠가 좀 아파. 아토피 때문에 잠도 못 자고 일반 아토피랑은 다르게 진짜 심했었어. 피부인데 피부가 아닌 것 같을 정도로? 그래서 그런지 오빤 가족들한테 항상 더 아픈 손가락이였어. 뭘 해도 오빠 먼저였고 그렇게 쌓이다 보니까 사소한 거 하나하나 가족들한테 서운한 거 있지. 날 안 챙겨준 것도 아닌데, 어려서 욕심을 부린 거였나. 아마 이 때부터 조금씩 엇나가기 시작했던 것 같아. 5학년 되는 해에는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어. 돈 문제, 아빠의 여자 문제, 사업 문제 등 집도 작은 곳으로 이사하고 오빠랑 나는 아빠랑 살기로 했어. 초등학교는 그냥 그러다 마쳤고 중학교 올라가서 더 엇나갔어. 그래도 중1까진 공부에서 손 놓진 않았어. 아빠가 워낙 엄하셔서 말이야. 근데 2학년 부터는 엄마랑 살기 시작하고 그냥 모든 걸 놓은 것 같아. 고작 중2짜리가 담배에 손대기 시작하고, 그냥 소위 말하는 일진 무리에서 신명나게 놀았어. 누구 괴롭히는 일도 서슴치 않았어. 다른 애 상처 받을 거 생각 못하고 그냥 나만 재밌으면 장땡이지 이런 생각이였던 것 같아. 남들 학원갈 시간에 골목에 앉아서 화장도 하고, 남자애들이랑 좆뱅이도 까고, 오토바이 따서 놀러다니고. 그냥 그 땐 생각없이 미친 듯이 놀았어. 그래도 같이 놀았던 애들이 발판이였나봐. 겨우 고등학교는 갔어. 99퍼인 내신성적 가지고 겨우 들어간 고등학교에선 담임 선생님이랑 싸우고 두 달만에 자퇴했어. 그래도 고등학생 됐다고 맘 잡고 학원이라도 다녔는데 중간고사 보자 마자 성적도 안 나온 채로 자퇴했네. 그 때 영어 되게 잘 본 것 같았는데. 자퇴하고는 또 뭐, 놀았다. 더 신나게 놀았지. 미친 개마냥. 풍족했던 집안이였는데 점점 경제사정도 불안해지고. 그렇게 1년 정도 또 놀다 보니까 그래도 졸업장은 따야될 것 같아서 검정고시는 합격했어. 그럼 뭐해? 또 놀고 있는데. 중학교 이후로는 엄마도 날 더 이상 터치하질 않아. 늦게 들어와도, 안 들어와도 뭐라고 안 해. 난 아직 미성년잔데 술에 만취해서 들어와도, 방에서 담배를 펴도 이젠 별 터치 안 해. 그래, 엄마도 바쁘니까. 더 이상 나를 미성년자라고 생각하질 않는 것 같아. 이건 좀 속상해. 친구들은 12시만 돼도 집에서 전화오고 난린데 그냥 엄마가 나한테 너무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 서운해. 오빠 군대가고 요즘은 둘이 살아서 그런지 장도 안 보고. 먹을 게 하나도 없어서 시켜 먹는 건 기본이고 돈 없으면 굶고 그래. 먹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내 미래가 불안해. 아무것도 안 하면서 존나 불안해 해. 한심하다. 어릴 때 나한테 쏟아부은 돈이 엄청날텐데 내가 이렇게 돼서 미안해. 하고 싶은 게 없어서 미안해. 그래도 나 용돈은 혼자 힘으로 벌어. 자퇴하고 지금까진 알바 쉬었을 때가 없어. 작년부터는 결연 맺어서 후원도 하고. 근데 그게 끝이야. 나는 엄마한테 손 안 벌리고 후원도 하고 있으니 착하게 살고 있다고 자기합리화 시키는 것 같아. 나 아직 어린데도 그냥 이렇게 살다 죽을 거 같아서 무서워. 10년 후 내 모습을 생각 해 보면 답이 없어. 답이 안 나와. 그냥 내 인생 노답 같아. 곧 있으면 성인인데 나도.. 어렸을 때 그 많았던 꿈들이 다 어디로 간 건지 궁금한 요즘이다. 하루쯤은 그냥 마음껏 어리광 피우고 싶어. 열아홉이면, 그래도 아직은 미성년자니까.. 조금은 어리광 피워도 되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 고민에 비하면 배부른 소리일 것 같다. 그래, 그냥 배부른 고민 좀 해 봤어.
요즘 들어 힘들어서 투정 좀 부리는 거야.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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