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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석진윤기지민태형정국] 미인도(美人圖) - 1 | 인스티즈

하얗고 예쁜 연적이로구나.
人圖

- 1 -





툭.




" 하아… "




덜덜거리는 손을 그나마 안정적인 반대 손으로 감싸 쥐었다. 분명 떨리는 건 한 손인데 붙잡고 있는 두 손은 마치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리기 바빴다. 그런 자신을 보며 낮게 한숨을 내쉬어 보였다.




" 이젠 정말 그림을 그릴 수는 없는 걸까… "




내 인생의 전부였는데..



마지막 말을 그렇게 삼키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갑작스럽게 손에 경련이 온 탓에 잡고 있던 연필을 놓쳐 그만 바닥에 떨어트렸다. 덕분에 심이 부러졌고 그런 연필을 하염없이 원망의 눈길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들어 하얀 도화지 위에 그려져 있는 그림을 보았다. 멍하니 그림 속에서 살짝 웃고 있는 남자를 보았다.



누군지 모르는 그림 속 남자.



도대체 나는 뭘 생각하면서 이 남자를 그린 걸까. 여전히 덜덜 떨리는 손가락 끝으로 잡히지 않는 그 남자의 얼굴을 천천히 쓸어보았다. 그러다 계속 떨리는 손에 다시 한 번 눈길이 갔다.

그런 모습에 저도 모르게 화가 나 자리에서 일어나 그 남자가 그려져 있는 하얀 도화지를 찢어버렸다. 그러다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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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참을 울다 감고 있던 두 눈을 떠보았다.

감고 있던 두 눈을 뜨니 눈앞에 보이는 건 베이지색의 벽지가 붙어있는 천장이 보였다. 손을 들어 눈가에 갖다 대어 보았다. 축축하게 젖은 눈가에 손을 대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떨어대던 손이 잠잠해져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저 꿈이었다는 걸 나타내는 듯 두 손은 멀쩡했다. 제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니, 이곳은 내가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있던 미술실이 아니었다.




" 아 꿈이었구나… "




이곳은 그저 평범한 자취방이었다. 그렇다. 좀 전에 꾸었던 꿈의 상황은 벌써 5년이란 세월이 지나간 과거였다.




" 5년 전의 일을 왜 갑자기 꿈으로 꾼 거지… "




어쩐지 의아했다. 도대체 내가 왜 그때를 기억해서 꿈으로 꾼 것인지.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의문점이 든 것은, 꿈속에서 도화지에 그려져있던 남자였다.

5년 전 내가 정확히 무얼 그렸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했다.



그 남자를 그린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런데 왜 그런 꿈을 꾼 것이지?

그리고 나는 5년 전, 꿈속과 같은 상황이었지만 그렇게 애처롭게 울고 있지는 않았었다. 오히려 내 자신을 탓하며 화를 내고 있었지. 도대체 그 꿈은 어떻게 돼서 그렇게 꾸게 된 것일까?




손의 경련이 심했던 나는 결국에는 미술에서 손을 떼게 되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현재 나는 평범한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다른 일을 할 때에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유독 그림을 그리려고 연필을 잡으면 그땐 미친 듯이 손이 떨린다. 그런 두려움 때문에 결국에는 난 마음속에서 그 꿈을 접어버리게 되었다.




지이이잉

책상 위에 있던 핸드폰 진동이 길게 늘어졌다. 이젠 떨림이 사라진 손을 허공에 한번 탁탁 쳐낸 후 핸드폰을 들어 내용을 확인했다.



[ 언제 와? 우리 오늘 전시회 가기로 했잖아ㅠㅠ 빨리 나와ㅋㅋ 연우랑 같이 기다리고 있을게! ]



며칠 전 친구와 함께 그림 전시회를 가기로 약속을 했었다. 어렸을 때부터 친했던 우리는 같은 미술 학원생이었다.

하지만 나는 병인지 뭐인지 원인모를 경련 때문에 미술을 그만두게 되었지만, 친구는 계속해서 미술을 하고 있었다.

친구는 학교 과제랍시고, 전시회에 같이 가자고 나와 약속을 잡아 놓았었다. 그리고 그날이 바로 오늘이 되었던 것이다.




" 예에~ 당장 가겠습니다. "




피식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폰을 침대 위에 툭 던져놓고 약속 장소로 갈 준비를 느긋하게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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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석진윤기지민태형정국] 미인도(美人圖) - 1 | 인스티즈




" 와, 이 그림 좀 봐. 신기하다. "

" 별로, 난 이 그림만 보면 어지럽더라. "

" 그래? 난 그냥 신기하게 보이기만 하는데? "

" 으, 없던 멀미도 생기겠다. "




만나기로 했던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우린 곧바로 전시회가 한창 진행 중인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벽에 걸려있던 그림을 감상하다가 어느 한 그림 앞에서 우리는 서게 되었다.

둘은 현재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을 보면서 서로 어지럽네, 신기하네 등등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러든 말든 둘을 내버려 두고, 홀로 전시회를 둘러보고 있었다. 전시회를 둘러보다가 어느 그림 앞에서 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알 수 없는 이끌림에 한동안 멍하니 그 그림만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 같다.


왜 그럴까. 왜 이 그림을 보니 순간 갑자기 이렇게 슬퍼져올까. 어째서 자꾸, 누군가가 생각이 날듯 말 듯.. 계속해서 울컥함이 전해져 오는 걸까.


정말 한동안 그 그림 앞에서 움직이지 않고 2분 정도 서 있었던 것 같다. 잠시 후 친구들이 내 곁으로 오면서 왜 그러냐고 물었고, 그 목소리에 놓고 있던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 이 그림이 왜? 꽂혔어? "

" 아, 아니야. "

" 미인도가 신윤복의 연인이었던 기생을 그렸다는 설이 있던데. "

" 기생? "

" 뭐, 그런 설을 들은 적이 있는 거지 정확한 건 아니야. "

" 신윤복하니까 요즘 드라마가 생각나서 말하는 건데. 신윤복은 사실 남자였을까, 여자였을까? "

" 뭐 뻔한 소리를 하고 있어. 당연히 남자였지. "

" 남자야? 요즘 드라마나 영화 보면 남장여자 그런 것 같던데.. "

" 드라마나 영화는 믿을 게 못돼요. "




신윤복에 대해서 떠들어대는 두 사람을 물끄러미 보다가 시선을 돌려 다시 미인도를 올려다보았다. 여자건, 남자건. 신윤복의 연인이 기생이던 아니던. 그건 내 알 바가 아니다.

이곳 안에 있는 나는 생각하는 거라곤 단 하나밖에 없었다.



다시 한 번 그림을 그리고 싶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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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석진윤기지민태형정국] 미인도(美人圖) - 1 | 인스티즈




집으로 돌아오기 전 친구들과 함께 뒤숭숭한 기분으로 술 한 잔을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동안도,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까지 내 머릿속에 그려져 있는 미인도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집 앞에 다다랐을 때 문 앞에 놓여져있는 택배 상자가 눈에 띄었다. 비틀거리며 걸어가 상자를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안에서 확인하자라는 생각으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책상 위에 상자를 올려놓으며 침대로 걸어가 쓰러지듯 누웠다. 세상이 돌아가는 착각에 진정시키려고 눈을 감았다. 몇 초가 흐르자 조금 진정된 느낌에 감았던 눈을 다시 천천히 떴다.


갑갑하게 내려온 머리칼 사이로 책상 위에 올려놓았던 상자가 보였다. 보낸 이도 없이 그저 받는 이만 써져 온 상자. 안에는 뭐가 있을까 하고 궁금했지만 도저히 머리가 아파져 일어날 기운조차 없었다.

하지만 자꾸만 누군가 귓가에 대고 저 상자를 열어보라고 속삭이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돌고 있던 미인도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결국에는 메스꺼운 속을 애써 참으며 상체를 일으켜 상자를 열어보았다.




" 이게 뭐지… "




상자를 여니 그 안에는 두루마리 하나가 있었다. 그 두루마리를 잡으려고 손을 들어 잡으려고 할 때. 어렸을 때 이후로 한 번도 떨리지 않았던 손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덕분에 깜짝 놀라며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재빨리 손을 거두었다.




" 뭐, 뭐야 왜 이러지… "




어지러움이 아주 잠깐 사라지며 술기운이 확 깨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두려움이 닥쳐왔다. 도대체 이 두루마리가 뭐 길래, 그림을 그릴려고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손이 떨려오는 건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떨리는 손을 애써 멈추려 하며 재빠르게 두루마리를 잡았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떨리던 손은 금세 멈추게 되었다. 놀란 상태로 멍하니 있자 두루마리의 한쪽이 스르륵 내려져오고 그 안에 그려져 있는 그림을 보게 되었다.




" 이건 "




두루마리 안에는 미인도가 그려져 있었다. 한눈에 봐도 가짜라고는 절대로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까 전시회에서 보았던 미인도와는 차원이 다른 느낌.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기분…

그때였다. 두루마리 안에 그려져 있던 미인도가 점점 하얀 백지가 되면서 사라져가고, 백지가 된 종이에서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환한 빛이 삼켜왔다. 괜찮아졌던 머리가 다시금 찌릿찌릿 거리며 아파져오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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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석진윤기지민태형정국] 미인도(美人圖) - 1 | 인스티즈




싸한 공기가 주변을 감싸왔다. 술을 마신 탓일까, 오늘따라 왜 이렇게 옷도 얇게 입은 것 같고, 춥기까지 한 걸까. 하는 생각과 함께 힘겹게 눈을 떠보았다. 처음에는 눈앞이 뿌예져 잘 보이지 않아서 손을 들어 두 눈을 비볐다.

비비면서도 뭔가 이상함을 느끼며 다시 눈을 떴다. 그리고 살짝 손을 들어서 현재 내가 입고 있는 옷이 무엇인지 천천히 살펴보았다. 얇고 하얀색이며 끝이 약간 펑퍼짐하게 보이는 게 뭔가, 딱 저고리 같았다. 그래. 같은 게 아니라 저고리였다. 내가 언제 이런 옷을 입고 있었지?라는 생각과 함께 재빠르게 자리에서 상체를 일으켜 앉아 다시 한 번 내가 입고 있는 옷을 확인했다.

역시나. 입고 있던 옷은 저고리가 확실했고 뒤늦게야 이상함을 느끼고 주변을 바쁘게 이리저리 눈알을 굴렸다. 뭔가 배경이… 옛날 사극 드라마에서 보던 것처럼 꾸며져 있었다. 옆에는 커다란 병풍이 자리 잡고 있었고, 주변으로는 낮은 서랍장과 함께 서랍장 위에는 한눈에 딱 봐도 비싸 보이는 도자기가 두어 개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유리창이 아닌, 짱짱해 보이는 창호지에 둘러싸여 있는 창문 또한 보였다. 이게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하다 이게 설마 꿈인가, 싶어 볼을 한번 세게 꼬집어보았다. 그런데 아프다. 아프다 못해 나 자신이 얼마나 세게 꼬집었으면 눈물이 다 나오는 건지…




" 여긴 대체 뭐야… "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온몸에 휩싸이고 소름이 오도도, 돋는 것 같아 양 팔을 감싸 쓸었다. 다시 한 번 주위를 한번 쭉 훑어보다가 다시 자리에 누웠다. 이대로 자면 다시 내 방에 있겠지, 하는 생각과 함께. 그때 누군가 방 안으로 들어왔고, 누구지.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무시하고 다시 잠을 청하기로 했다.




" 아직까지 누워서 뭐 하는 게냐. 어서 일어나지 못할까. "




목소리 톤을 들어보니 살짝 가라앉은 채 무게감 있게 말해오는 것을 보아 남자임에 틀림없었고,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떠, 내 앞에 서 있는 남자의 얼굴을 한번 올려다봤다. 이럴 수가. 

이건 꿈이 틀림없을 거야,라는 생각과 함께 입을 딱 벌리고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분명히 이 남자의 얼굴을 본 적이 있었는데 어디였더라? 그래, 분명히 전에 꿈에서 내가 울고 불며 그림을 찢었던, 그림 속의 남자의 얼굴이 확실했다. 뭐지? 이것도 꿈인가? 꿈이라기에는 너무 생생하고, 좀 전에 꼬집었던 볼이 아직까지도 얼얼한데.




" 뭘 그리 멀뚱멀뚱 눈만 뜨고 있는 것이냐. 어서 일어나지 못할까! "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언성을 높인 채 말해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해가 벌써 중천에 떠올랐다. 도대체 어제 얼마나 과음을 했기에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단 말이냐. "

… "

" 어서 정신 차리고 나오너라. 오늘은 저잣거리를 한 번 돌아봐야겠구나. "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돌아 문 쪽으로 걸어 나가는 남자. 그러다 문 앞에서 멈추고 다시 고개를 돌려 이쪽을 보는 남자였다.




" 오늘따라 이상하구나. 표정이 어찌 그러느냐. "

" 예에? "




에? 하며 멍한 표정에서 깨어나니 피식거리며 고개를 살짝 저으며 다시 방을 나가는 남자다.



뭐지? 도대체 뭐지?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지?



알 수 없는 이상함을 느끼고 다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내 시야에 들어온 무언가가 있었다. 서랍장 바로 옆에 세워져있는 옛날 느낌이 물씬 나는 작은 화구통이 눈에 띄었다. 재빨리 그쪽으로 걸어가 화구통을 열어 바닥에 쏟아냈다.

몇 장의 도화지와 세 자루의 붓. 화구통이 있던 자리를 다시 가서 천으로 만들어진 가방 같은 걸 열어 확인했다. 역시나. 먹과 벼루, 연적과 문진이 있었다. 그대로 자리에 양반다리로 앉아 팔짱을 끼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것인지. 그러다 머리가 쥐가 날 것만 같아 두 손을 머리 위에 올렸다. 상투가 틀어진 머리를 만지고 나니 뭔가 기분이 되게 뒤숭숭해졌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것인지. 여기 있는 게 내가 맞는 것인지.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아님 꿈을 꿨던 것인지,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점점 자아분열까지 오는 것 같다. 끝내 한숨을 푹, 내쉬다 밖에서 빨리 나오라는 좀 전에 있던 남자의 외침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근데 신기한 건. 옷이 어디 있는지, 물건이 어디에 있는건지 내가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신기할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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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석진윤기지민태형정국] 미인도(美人圖) - 1 | 인스티즈




" 오늘은 날씨가 무지 좋은 것 같구나. "

… "

" 거 참 이상하구나. 오늘따라 말이 참 없는 것 같구나. 어디 아픈 것이냐? "

" 예? 아, 아니요… "

" 허, 거 참… "




다시 시선을 앞에 두고 계속해서 걸어가고 있는 윤기와 땅만 보며 걷고 있는 나였다. 윤기의 이름을 알게 된 계기는 아까 전 아침, 이라기보다는 아점을 먹으면서 그 집에서 일하고 있는 늙은 노인으로 인해 알게 되었다. 나이는 대충 얼굴을 보니 나보다 두, 세 살은 많아 보이기도 하고 근데 자꾸 할아버지처럼 얘기하니까 쉽게 말을 걸지 못하겠네 차라리 또래 애들처럼 말하면 모를까




" 오늘은 벼루를 새로 사러 갈까나. "

… "

" 너는 무얼 살 것이냐. "

딱히, 없습니다… "

" 전에 나한테 얘기하지 않았었느냐. 이번 저잣거리 때에는 무조건 가야 한다고. 필히 살 것이 있다고. "




윤기의 말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가? 뭘 산다고? 언제? 아니, 어제의 나는 당신이 알던 사람이었겠지만 오늘의 나는 당신이 알던 사람이 아니라고… 어쩌지, 어쩌지, 하며 눈알만 굴리다 번뜩 생각난 것이 있었다. 근데 생각해낸 꼬락서니하고는




" 아 그게,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렸습니다… "

" 그래. 뭐, 저잣거리 돌다 보면 생각나겠지. 그땐 말하거라. "

" 네… "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리고 앞서 걸어가는 윤기다. 그리고 뒤에서 따라 걷고 있던 나는 그저 아무 말없이 소리 죽인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

'

'




" 이것은 어떠냐? "

" 예, 뭐, 괜찮네요… "

" 마음에 안 드는 듯 싶구나. 그럼 이것은? "

" 네, 뭐… "




벼루가 잔뜩인 곳에서 이것저것 들어 보이며 어떠냐고 묻는 윤기. 그런 윤기에게 대충 괜찮다며 말했다. 내 눈에는 그냥 벼루가 그거고 그거구먼, 뭘 자꾸 어떠냐고 들어 올리는 건지 처음에는 이런 내 반응에 정말 어디 아픈 거 아니냐고 얼굴에 걱정기가 잔뜩 묻은 채 물었는데 끝까지 아니라고 부인하던 날 보며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다 끝내 단정 짓고 말했던 그였다.



뭔가 깊은 고민이 있나 보구나. 고민이 있다면 속으로만 삭히고 있지 말고 속 시원히 나한테 말하거라.



사실은 그게 아닌데 아직도 내게는 이곳이 낯설기만 할 뿐인데

계속해서 벼루에만 신경을 쏟던 윤기를 무시하며 그 옆에 다른 것들도 잔뜩 올라와 있는 물건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그러다 한눈에 딱 들어오는 물건이 보였다. 그 물건을 나도 모르게 슬쩍 잡았다.




" 하얗고 예쁜 연적이로구나. "




언제 옆으로 온 건지 내가 들고 있는 물건을 보며 살짝 웃고 있는 윤기였다.




" 연적? 이게요…? "




내가 들고 있던 것이 연적이었구나.. 사실 어렸을 때 미술을 배웠다고는 했지만 그때에 내가 본 연적은 너도나도 다 똑같은 기본 연적만 갖고 있었지. 이렇게 여러 개의 연적을 본 건 처음이어서 차마 알아채고 있지 못 했다.




" 그 연적에다 네 실력을 그려 넣으면 훨씬 더 아름다운 빛을 바라겠구나. "




실력을 그려 넣어? 연적에? 그림을 그리라는 건가

윤기의 말에 조용히 손을 들어보았다. 뭔가 이 시대의 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것들을 봐도 아무렇지도 않고 직접 만져도 괜찮은 것을 보면... 그런 생각에 나는 조그맣게 미소를 띠었다.




" 마음에 든 것이냐? "

" 네? 아, 예 아니 그것이 아니라"

" 그래? 그럼 내가 사주마. "




괜찮다고 말하려는 내 말이 나오기 전에 그의 손에는 이미 엽전이 상인 사이에서 오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미 그는 돈을 낼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다시 내게로 시선을 돌리면서 그가 말해왔다.




" 너의 손을 거친 연적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겠다. "




그 말을 끝으로 웃으며 날 앞질러가는 윤기였다.  윤기가 지은 그 미소가 내가 꿈속에서 보았던 그림 속 미소와 같아 나도 모르게 한동안 그 자리에서 멍하게 있었던듯싶었다. 이내 윤기의 가자는 말이 들려와 정신을 차리고 그의 옆으로 재빠르게 뛰어갔다.


























[방탄소년단/석진윤기지민태형정국] 미인도(美人圖) - 1 | 인스티즈

민윤기

장국(匠國)이 낳은 천재 화백

수가(修架) 민윤기 ; 수가는 민윤기의 호(號).

닦을 수(修) 시렁 가(架)













을 그리는 세상, 미인도(美人圖)







* * *

저의 완전한 첫 작품으로 2014년에 한번 연재하려했던 작품입니다.

원래는 불맠이 종종 달리는 글로 연재하려고 했었는데 그때 딱 막혔기에 지우고 4년만에 다시 들고 오게 된 작품이네요. 글이 엄청 클린해졌어요.....!

제가 이 글을 쓰게 되었을 때에는 보보경심 중드를 보고 많은 영감을 얻고 쓰게 된 글입니다. 

여러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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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제목에 이끌려 호다닥 들어온 글인데 너무 몰입력이 좋은거같아요,,!! ㅠㅠ화백 윤기라니,, 너무 너무 최고됩니다,,
5년 전
소휘
엄청 공들이는 글이라 5년동안 14화밖에 안나왔어요.. 탄력 받으려고 1화 올렸는데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ㅎㅎ
5년 전
독자2
글에서 공들여서 써진것이 느껴져서 한문장, 한문장 장면이 저도 모르게 상상이 되면서 몰입이 빨리 된거같네요@@!!ㅎㅎ 신알신 하구가요*!!
5년 전
소휘
신알신..저한테는 신같은 존재 고로 님은 제게있어 마마님입니다ㅜㅜ
5년 전
독자3
우와아아!! 작가님 너무 기대돼요ㅎㅎ 집중하면서 읽고 있는데 호가 수가인 거에서 자꾸 한자로 앓는 글이 생각나섴ㅋㅋㅋ 어쨌든!! 작가님 그림 그리는 윤기 기대합니다>_<
5년 전
소휘
호를 다른걸로 바꾸려했지만 그래도 윤기는 슈가가 잘 어울려요
혜원 신윤복같이 수가 민윤기 좋은듯.. 흐뭇

5년 전
독자4
아니ㅠㅠㅠㅠㅠㅠ작가님 브금이랑 글이랑 너무 찰떡이여서 몰입이 너무너무 잘 돼요ㅠㅠㅠㅠㅠㅠㅠ진짜...화백 윤기....진짜 치입니다...치여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너무 좋아요
5년 전
소휘
치여여?? 아직 치이지마세요! 아직 네명이 안 나왔어여!
5년 전
독자5
앗....그럼 네번 치이죠!!! 뭐!!!!! 치임당하는거 좋아요!!!!
5년 전
독자6
글잡 진짜 오랜만인데 독방에서 들어와서 읽고 바로 신알신했습니다 ㅠㅠㅠㅠㅠ 윤기,,, 너무좋구 재밌어요! 읽으면서 상상도 잘 가고ㅠㅠㅠㅠㅠㅠㅠ너무좋아오ㅠㅠㅠ
5년 전
독자7
저두 진짜 글제목보고 후달다각!! 빛처럼 빠르게 둘어와서 읽었는데 와 몰입감,,, 댑악 진짜 ㅜㅜ힝힝 사극좋습니다요 작가님 ㅜㅜ 신알신하고 갑니다 다음퍈도 너무기대되욥!!
근데,, 불맠의글이였다니 정말좋은데,,, 불,, 맠 너무궁금합니다 불맠을 다싄!’ 다싄!!! 볼수없는요,,, 클린한것도 너무좋지만 때에따라서(?) 궁급하네용 호호

5년 전
독자8
오늘 시험인데 아침부터 봐버렸습니다.... 흑 열심히 달릴게여 작가님
5년 전
비회원18.27
너무 재밌습니다ㅠㅠㅠ작가님. 다음화도 기대할께요!!!! 💕💕💗💗💕감사합니다!!!!!
5년 전
비회원18.27
작가님 여주가 남장? 으로 나오나요?????
5년 전
소휘
네ㅎㅎ
5년 전
독자9
추천받고 쫓아들어왔어여 분위기며 필력이며..크 대작예상합니다아아아아!’!!!
5년 전
독자10
핰 작가님 대작 냄새 맡고 왔답니다 진짜 대박이에요ㅠㅠㅠㅠㅠ 필력 짱짱,,, 심장 부여잡고 다음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5년 전
독자11
제목보고 안흔한 소재일거같애서 들어왔는데 진짜 잼써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 쵝ㄱ오 ㅠㅠ
5년 전
독자12
배경부터 브금 그리고 가득 채운 글까지 무엇하나 완벽하지 않은 것이 없어요ㅜ 크
4년 전
독자13
늦었지만 이제라도 알게 된 게 다행입니다.. 제 취향을 갈아넣다 못해 쏟아부으신... 무엇보다 문체가 ...... 첫 화가 꽂혀야 보는 편인데 이건 지금 올려주신 글을 다 보고도 못 헤어나올 것 같아요
브금 선택도 지리고 최고십니다 .........

4년 전
독자14
안녕하세요 작가님 오랜만에 글 읽으러 와서 대작 발견하고 갑니다... ㅠㅠㅠㅠ 화백 윤기 너무 잘 어울릴 거 같아요
4년 전
독자15
오ㅓ 대박... 완전 제 취향 저격입니다 ㅠㅠㅠ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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