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a
w.비얀코
*
살기를 가득 품은 그들이 품에서 꺼내든 것은 날카로운 단도였다. 칼날 끝을 종인에게 겨누고 달려드는 그들을 종인이 옆으로 비켜서서 가뿐하게 피해내고, 칼을 들고 있던 손목을 걷어찼다. 칼이 땅에 떨어지면서 쇳소리가 났다. 한 시름 덜어냈다 싶었는데. 옆에 있던 사람이 움찔 움찔 칼을 들고서 종인을 위협했다. 별거 아닌 것 같아서, 한 손으로 칼을 든 상대방의 손을 붙들고 반대로 틀어서 목을 겨냥 했다.
“……누가 시켰어. 죽고 싶어?”
“씨발, 나 죽여 봤자, 아무 것도 나오는 거 없어.”
칼을 떨어뜨린 사내가 칼을 주워들고 슬금슬금 종인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런 그를 조롱하기라도 하 듯, 역으로 인질로 붙잡았다. 남자의 칼을 빼앗아 들고 목 부근 게에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 칼을 들고 다가오던 남자가 주춤거렸다. 쉽사리 다가오지 못하고 위협을 했다. 그런 그를 보고 단호하게 손을 움직여, 붙잡아두었던 남자의 목에 칼을 꽂아 넣었다. 그와 동시에 앞에 있던 남자가 미친 듯이 내게 달려들었다. 잘 알아듣지도 못할 만큼 재빠르게 말을 내뱉는다. 발음은 어눌하게 망가져있었다.
“죽…죽일 것 까진 없잖아.”
“……한국 사람 아닌가보네?”
“…알 거 없고. 됐으니까, 그 사람 놓고 가. 보내 줄테니까.”
“보내주긴 개뿔, 누구 사주야.”
“……이미 여기 와서 이러는 걸 보면, 예상하던 바 아닌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사내를 일으키고, 급하게 손으로 목에 패여있는 상처를 지혈하며 말했다. 가까이 오지 마. 더 건드렸다간, 너도 끝장 날거야. 보내줄 때 그냥 가, 어차피 승부는 이미 결정 났어. 아까 너네 쪽에도 쓰러진 애 한 명 있지 않았나? 그 말을 끝으로 종인의 뒤 돌아서서 건물 옆쪽으로 갔다. 아, 도경수.. 아직도 접전 중인 건지, 찬열은 백현을 뒤로 감추어 둔 채로, 백현은 경수를 붙들은 채로 그렇게 있었다. 원래 였으면 벌써 끝났을 승부인데, 찬열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 찬열의 뒤에 있는 백현과 경수 때문에.
“이른 새벽부터 힘 빼느라, 다들 고생이 많네?”
“너네가 여기 안 왔더라면 우리가 힘 뺄 일도 없었겠지.”
“서로 피 보는 건 싫고, 이거 어디로 빼돌릴 건지나 말해.”
“……그런 걸 쉽게 알려줄 거라고 생각해?”
사악하게 웃음을 지어보인 남자가 품에서 단도를 꺼내들었다. 뒤로 물러서거나, 그만 두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했다. 왜냐하면 지금 찬열의 뒤에는 백현이와 쓰러진 경수가 있었기 때문에, 남자가 가차 없이 칼을 꺼내어들고, 찬열을 위협했다. 돌아가는 게 어때? 여기 있어봤자, 수 적으로 너네가 훨씬 딸리거든, 그 말을 끝으로 찬열의 어깻죽지 쪽으로 칼이 겨누어지고 내리 꽂으려는 순간, 뒤에서 보고 있던 종인이 그 칼을 잡아내었다. 손잡이가 아닌 날카롭던 칼날이 종인의 손에 파고 들었다. 쓰라린 지 표정을 찡그리고선 종인이 입을 열었다.
”같은 일.. 하는 사람으로써, 이건 좀 아니라고 보는데 우리 돈주고 우리가 들여온 걸 너네가 왜 멋대로 가로채가는데, 그렇게 쉬우면 계약 같은 건 왜 해, 그래 우리가 너 말마따나 수적으로 딸려, 보아하니까 배 안에 있는 사람들도 다 너네 편인거 같은데. 이거 어디로 옮기는 지만 말하면 돌아갈게. 나 지금 손 병신될 거 같으니까.“
종인의 손에서 선혈이 뚝뚝 흘렀다. 바닥으로 추락하는 시뻘건 핏물들, 그리고 어지러운 듯 멀쩡한 손으로 이마를 짚는 종인의 모습까지, 찬열이 더 이상은 못 보겠는지 남자의 어깨를 툭 하고 밀치면서 입을 열었다. 그래, 물러서지. 어차피 김준면이 그랬다는 건 사실 일 테니까. 꼭 다시 되 찾아오지. 지금은 우리 쪽 피해가 심해서 말이야. 멀쩡했더라면 내가 가만있진 않았을 텐데….
남자는 뒤돌아서서 돌아가는 그들을 붙잡지 않았다. 애초부터 위협이 목적 이였지,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였으니까. 김준면이 그랬다. 혹시나 낌새를 차리고 박사장이 온다면, 일이 그르치지 않게 끔만 잘 설득해서 되돌려 보내라고, 위협은 적정선을 지켜서 죽지 않을만큼만. 그게 그가 명했던 내용이였다. 기절하고, 다친 사람이 있는 저 쪽은 확실히 불리해보였다. 멀쩡한 사람은 박사장 혼자였다. 박사장 뒤에도 쪼그마한 남자가 기절한 남자를 붙들고 있었고 전적으로 불리했다. 확실하게 김준면에게 전세가 기울어졌다고 생각했다.
*
급하게 차를 몰아,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아직도 종인의 피는 지혈되지 못한 채 차시트를 벌겋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 옆에 기대어 있는 경수와 옆에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는 백현까지 모든 게 비극 속에 담겨있었다. 백현이 우는 걸 보니까 찬열도 괜시리 가슴이 먹먹해졌다. 괜히 따라오라고 했다. 집에서 재울 걸. 충격받았을 게 분명했다. 울지마, 백현아. 네가 울면 내가 견딜 수가 없으니까.
피 냄새가 진동을 하던 차에서 내려, 응급실로 들어갔다. 병원 복도 바닥까지 피를 뚝뚝 흘리며 비틀비틀 걷는 종인을 찬열이 부축하고, 백현은 찬열의 옆에서 아무 말 없이 같이 걸었다. 경수는 단순히 약에 취해 잠든 것 같다고 판단해서, 차에 재워둔 채로 나왔다. 접수절차를 받기도 전에, 간호사가 접수대에서 뛰어나와 종인의 손을 붙잡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냐고 묻던 간호사가 접수대에 있던 응급상자 안에서 붕대를 꺼내어 빠르게 종인의 손을 감았다. 붕대로도 지혈이 되지 않는 듯, 붕대가 삽시간에 피로 젖어들었다. 종인이 한쪽 머리에 손을 짚었다. 지독한 피냄새에 토기가 밀려왔다. 결국 다리에 힘이 풀린 종인이 땅으로 푹 꺼졌다.
“상처가 깊어요, 지혈 힘들 것 같구요.상처 꼬맨 뒤, 수혈 받아야 할 거 같아요.”
“……빨리 침대.”
“뭐에 찔린거에요? 상처 범위가 넓어요. 칼이나 이런거면 파상풍 위험도 있고.”
말을 길게 늘어놓는 간호사에 신경질을 내며, 네 그래요. 그러니까 빨리 수술 진행하자고요. 절차 같은 거 다 필요 없으니까. 일단 수술 들어가고 나서 말을 하고 설명을 해요. 말을 끝마친 뒤 간호사가 접수대 옆에 있던 수화기를 들고 의사를 호출해내었다. 거의 쓰러지다시피 벽에 기대어 선 종인을 침대에 눕히고, 수술실 불이 켜졌다. 팔에 바늘이 꽂힌다. 이미 피를 많이 흘린 종인에게는 마취가 별다른 효력이 없었다. 거의 정신을 놓기 직전 이였으니까. PR을 확인했다. 과다출혈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느린 맥박 수가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지 알려주었다. 붕대를 풀어내자, 잔뜩 찢어져 너덜너덜한 손이 보였다. 신경이 끊어지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움푹 패여서는 흰 뼈가 보이고, 안쪽 살갗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너무 급하게 수술을 잡는 바람에, 환자의 정보가 없습니다.”
“……이봐, 빨리 나가서 보호자한테 혈액형이랑 체중 알아봐.”
수술실에 있던 보조간호사가 급하게 밖으로 나가서 대기실에 앉아있던 찬열을 보고 김종인씨 보호자 되시죠? 하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체중과 혈액형을 급하게 물어보았다. 60kg이요. RH+A형이요. 짧게 물음을 마치고, 간호사가 응급실로 들어갔다. BW는 60이구요, RH+A요. 급하게 외치는 그녀의 목소리에 안에 있던 보조간호사들의 손도 분주해졌다. 종인의 피가 보호자와 말했던 혈액형과 일치하는지 확인을 하고, 냉장보관을 해놨던 혈액의 PD bag을 종인의 정맥에 주입했다. 상처에 대해 asepsis(무균)과 allergy(알러지)의 반응을 테스트해보고, 다행히도 이상이 없는 종인의 손을 봉합하는 데 열중했다.
4시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고, 쥐죽은 듯 잠들어 있는 종인이 간이침대에 실려 나왔다. 대기 의자에 기대어 앉아있던, 찬열과 백현이 몸을 일으켜 그 옆을 지켰다.
어느샌가 깨어난 경수도 옆에서 종인을 지켜 보았다. 경수가 깨어났을 때는 혼자 차 안에 있었다. 급하게 종인의 핸드폰으로 연락했는데, 차 안에서 울리는 핸드폰에 체념하며, 찬열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곧 찬열이 데리러 나왔고, 표정엔 아무 것도 담겨 있지 않았다. 다만 백현의 눈물젖은 얼굴이 지금의 상황을 모두 설명해주는 듯 했다. 경수가 왜 그러냐고 묻자 종인이 다쳤어. 한 마디로 모든 걸 정의했다. 응급실 앞의 대기의자에 앉아서 그제서야 백현이 울면서 말했다. 칼날을 손으로 잡아서, 상처가 깊대요. 신경끊어졌을 수 도 있다고... 근데 수혈도 잘 받고 있고…, 잘 될 거래요.
“종인아, 김종인…!! 종인아….”
경수가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내었다. 종인의 팔뚝에 꽂혀있는 링겔바늘과, 두툼하게 손에 싸매져있는 붕대, 까맣던 피부색이 희어질 정도로 핏기 없는 얼굴. 어젯밤에 나를 사랑스럽게 안아주었던 남자가 지금 이렇게나 아프다. 참을 수 없이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못 이기고 계속 울면서 종인을 불렀다.
“환자분 7동 702호 병동에 입원하시고, 회복되시면 바로 퇴원해도 좋습니다.”
“…네.”
“급하게 잡은 수술이라, CPR 확인해서 참고했구요. 인적사항 작성해서 주세요.”
“네.”
울면서 종인의 손을 붙들고 있는 경수를 뒤로 한 채, 찬열이 펜을 들어, 이름, 나이, 사는 곳, 혈액형 등 의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작성하고 간호사에게 넘겨 주었다. 옆에 있던 백현은 아무 말 없이 찬열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미안해, 이런 일에 휘말리게 해서….”
“아니에요, 괜찮아요.. 형 잘못 아니에요.”
“그래도… 난 네가 다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다음부터 이런 일 있으면 백현인 그냥 집에서 기다리는 편이 낫겠다. 위험한 일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아.”
괜찮다고 애써 웃어 보이는 백현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고여 있었다. 형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나서, 사랑을 한 게 아니라. 단지 형이 좋아서 어떤 사람이건, 무슨 일을 하건 그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아요. 형 옆에만 있다면 더 힘든 일도 이렇게 옆에서 같이 있고 싶어요. 걱정하지 마요. 나도 좋아서 따라온 거니까.
*
담당의사가 와서 이야기 하기를, 종인의 손은 당분간 정상적으로 생활하는게 힘들다고 했다. 손에 특별하게 생긴 문제라면, 검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의 신경이 끊어져 버려, 접합수술을 시도 했지만, 실패 했다는 것 그래서 인공적으로 인대를 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그래서 후에 손을 쓸 수 있을지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이야기를 끝마치고 나서, 경수는 쏟아지는 피곤함에 침대옆 보조의자에 앉아 있다가 잠이 들었다. 찬열과 백현은 멀뚱멀뚱 서있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동이 트려고 했다. 희뿌옇게 이른 아침임을 알려주는 병실의 창문을 보니, 그제야 잠을 아예 자지 못했다는 걸 깨닫고, 침대 밑 보조침대를 꺼내어 백현이를 눕혔다.
“저만 누워요…? 미안한데…."
"좀, 자. 형은 어른이라서 괜찮아."
“치…. 그런 게 어딨어요.”
투덜거리는 백현의 이마에 입술을 맞추고, 비어있던 옆 침대의 이불을 끌어다가 덮어주었다. 금세 군말없이 잠드는 백현이의 이마를 쓸어내리고, 종인의 옆에 섰다. 아직도 눈을 뜨지 못한 채로 굳게 눈을 감고 있었다. 그 앞에서 꾸벅꾸벅 앞으로 고개를 젖히고 졸고 있던 경수가 눈을 번뜩 떴다. 잡고 있던 손이 조금 움직였다고.
“…일어나려나 봐요. 손이 조금 꿈틀거렸어요.”
종인의 손을 잡고 있던 손을 조금 더 힘주어 잡았다. 진짜 깨어나기라도 한 건지 맞잡아 오는 손에 경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꽉지가 끼어진 손, 그리고 종인의 얼굴을 보니 조심스럽게 눈을 뜨고, 나 괜찮아. 하고 말을 했다. 괜찮아 보이지 않는데. 괜찮다고 애써 말하는 종인이 반대쪽 손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고통에 인상을 찌푸렸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종인아…, 많이 아파?”
“…조금.”
“너… 손 당분간 못 쓴데…. 왜 미련한 짓 했어. 바보야.”
“너가 안 다쳐서 다행이야. 도경수, 너만 멀쩡하면 되.”
“진짜…. 김종인 바보.”
종인이 한 번 더 인상을 찌푸리자, 옆에 서서 지켜보던 찬열이 링겔호스에 딸려있던 버튼을 눌렀다. 진통제를 링거에 꽂아서 장시간 주입하는 형식이 아니라, 아플 때 마다 눌러야 한다고 설명을 들었기에, 아파하는 종인의 모습에 망설임 없이 버튼을 눌렀다. 호스로 똑똑 거리며 액이 떨어져 주입되었다.
“이거, 진통제 버튼이래. 아프면 알아서 눌러.”
“아, 네. 형님.”
“당분간 업무 보는거 경수한테 맡기고 푹 쉬어. 빨리 낫는 게 도와주는 거야.”
“네…”
말을 그만 잇고, 도경수에게 자리를 내어줬다. 그 편이 종인에게도 좋을 것 같아서. 잠 들어 있는 백현이를 한 번 더 확인하고, 병실을 나왔다. 담배가 말려서 비상구 쪽으로 갔는데, 금연구역이라고 적혀있었다. 실은 지나쳐가는 복도의 벽기둥 마다 금연구역입니다. 병원 내에선 환자분들을 위해 담배를 금해주세요. 하는 작은 문구가 적혀있었다. 결국 엘리베이터를 타고 일층까지 내려가서, 병원입구에서 담배를 빼물었다. 담배를 필 땐 딱히 피는 것 밖에 할 일이 없어서 머릿속에 잡생각이 많아지는데, 이번에 한 생각은 오로지 그 생각 뿐이였다. 마약이 대체 누구의 손으로 갈 것인가, 우리 회사 사람의 개입은 김준면 홀로다. 우리 회사로 마약이 돌아갈 것은 아니니까. 어느 수중으로 들어갈지 관건이다. 그건 순전히 김준면에 생각에 달려 있는 일이였다. 과연 김준면은 무슨 생각일까?
폐부속으로 깊게 연기를 들이 마시고 내뱉는 반복행위를 일삼았다. 금새 필터 끝까지 타버린 것을 땅에 떨어뜨리고 비벼서 껐다. 좀 더 머릿속으로 정리를 해야했다. 또 담배를 물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액정을 보니. 발신자는 모든 일의 장본인, 김준면 이였다.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다시 담배갑에 넣어두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박사장님, 고생하셨습니다. 직원들 몸은 괜찮나요?」
“…김준면, 너가 한 거 맞구나…씨발새끼야.”
「언행이 거치십니다. 사장님. 뭐 어차피 저는 오늘 사표를 낼 생각이고 마지막으로 연락 드리는 거지만. 전 사장님한테 악의 없어요. 알잖아요. 난 박회장을 증오해.」
“되찾으러 갈거야. 그 계약 건이 얼마나 큰 돈벌이였는 줄 알아? 너가 빼돌릴만큼 간단한 거 아니야.”
「어디 한 번 찾아보세요. 쉽게 찾을 수 없을테니까.」
조롱하는 듯한 그의 말투에 찬열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연이어 들려오는 말은 더욱 찬열의 화를 과열시키기에 충분했다.
아 저번에, 네 옆에 있던 애기를 봤는데 말이야. 딱 봐도 미성년자 같던데. 사겨? 사귀는 거 같던데. 그치? 분위기 장난 없더라고. 그거 보면서 박 회장이나 너나 골빈 건 똑같다고 생각했어. 너도 웬만하면 그 애 인생 말아먹지 말고 놔주는 게 좋을거야. 아니면 내 꼴 날거야. 너 뒷통수 맞는다고. 그 말을 끝으로 김준면이 전화를 끊었다. 무어라고 말을 더 잇고 싶었는데. 이미 전화는 꺼졌다.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전원이 꺼져있어서 음성사서함으로 연결한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짜증나서 핸드폰 화면을 끄고, 다시 병원으로 들어가서 7층에 내리고 병실로 들어섰다.
밤 새 사건에 휘말리고, 걱정하느라 잠을 한 숨도 못잔 찬열이, 비어있는 종인의 옆 침대에 누웠다. 보조침대에 눕혀놓았던 백현일 슬쩍 봤는데 조그마한 침대에 발이 조금 나와있었다. 그게 불편해 보여서, 백현이를 안아 들고 내가 누웠던 침대에 같이 누웠다. 멀뚱멀뚱 의자에 앉아있던 경수가 백현이의 자리가 비워지자 그 침대에 누웠다. 종인이 피곤하면 자라고 경수를 타일렀던 탓이다. 다들 밤새 고생을 한 터라 너무 지쳐있었다. 금세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
찬열이 눈을 떴을 때는 벌써 점심 이였다. 종인은 아침밥, 점심밥을 꼬박꼬박 병원밥을 챙겨먹었고, 약도 꾸준히 먹었다고 했다. 손이 불편한 종인을 도와 경수가 밥을 먹여주었고. 찬열은 백현과 함께 잠시 밖으로 나와 식당에 들렀다. 뭐 먹고 싶냐고 물었더니 치즈돈까스요. 하고 대답하는 백현이의 말에 근처 돈까스 집으로 들어갔다. 시킨 음식이 나오고 먹으면서 백현이 한 마디 한다.
“저희만 맛있는 거 먹어서, 종인 형한테 미안해요. 병원 밥 맛 없을 텐데..”
“…다 나으면 더 맛있는 거 사주면 되지.”
“경수 형도.. 밥 못 먹었을 텐데..”
“우유라도 사다줘야겠네.”
아직 한 입 밖에 먹지 않아놓고, 늘어놓는 말은 온통 미안하다, 걱정된다 뿐이였다. 그런 백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서는, 착하네. 예쁘다. 하고 말을 했다. 수줍게 웃으며 다시 밥을 먹기 시작하는 백현이를 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 같은 걸 시켰는데, 너무나도 다른 모양새였다. 백현은 쭉 늘어나는 치즈에 포크를 돌돌 돌리면서, 입을 벌려 먹었다. 그 모습은 어쩐지 애기 같았다. 그에 비해 찬열은 돈까스를 잘라서 숟가락에 올려놓은 채로 무미건조하게 먹었다.
“형, 되게 맛없게 먹는다.”
“그냥 그저 그런데…?”
“왜요. 맛있는데.”
그런 백현이를 보며, 웃었다. 잘 먹어서 보기 좋다. 다 먹어, 남기지 말고. 다정한 찬열의 잔소리에 백현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형도 맛있게 먹어요. 하고 답했다. 분명 좋은 상황이 아닌 건 분명한데, 같이 마주보고 밥 먹으면서 웃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머릿속엔 걱정과 일 생각이 가득한데, 이렇게 백현이와 같이 있으면 잠시 내려놓고 행복할 수 있어서. 밥이 넘어가는지도 모르겠고, 무의식적으로 반복적으로 밥을 우겨넣었다.
“와, 진짜 맛없게 먹는다….”
“밥 맛이 없어서.”
“이럴 때 일수록 밥 잘 먹어서 힘내야죠.”
“너만 봐도 힘나니까 괜찮아.”
결국 반 정도 먹고, 남긴 찬열이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했다. 백현은 깨끗하게 접시를 비운 뒤였다. 잘 먹었다고 웃음짓는 백현이의 볼에 입을 맞췄다. 왜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예쁜건지, 특히 웃을 때 휘어지는 예쁜 눈. 사랑스러워서 입을 맞추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다.
“경수형, 우유사다 주기로 했잖아요. 무슨 맛 좋아하는지 혹시 알아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아.. 무슨 맛 사지? 흰 우유가 무난하고 좋겠죠?”
“백현이 마음대로 해.”
병원 매점에 들어가서 우유를 골라오는데, 세 가지나 골라오는 백현이에게 왜 세 개? 하고 물어봤더니. 무슨 맛 좋아할지 몰라서요. 그리고 우유팩이 작으니까 두 개는 먹어야 배가 부를 거 같아서, 남는 건 제 꺼. 하고 말을 덧붙이는 백현이였다. 귀여워서 볼을 꼬집었더니 아파요. 하면서 표정을 찡그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에 멈춰 서서 병실로 들어갔다. 종인과 경수는 앉아있었다. 물을 떠다주고, 약을 먹이는 경수의 모습은 흡사 여자 친구를 넘어서서 엄마 같아보였다. 그런 경수에게 조심스럽게 우유 두 개를 내민 백현이가 무슨 맛 드실래요? 형 밥 안 드셨죠? 사왔는데. 다 드셔도 되요.
“초코우유 먹을래.”
“흰 우유는 덤이에요.”
“응, 고마워. 역시 내 동생이네. 감동이다.”
“에이, 뭘 이런 거 가지고.”
백현이 슬쩍 손을 뻗어 협탁에 놓아두었던 바나나우유를 집어 들고 빨대를 꽂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 바나나우유를 쪽쪽 거리며 먹는 백현이, 나도 빨대. 하면서 손을 내미는 경수의 손에 빨대를 쥐어주었다. 바나나우유를 숨겼다는 진실에 대해 아는 사람은 오직 찬열과 백현이 둘 뿐이였다. 바나나 우유가 먹고 싶어서, 일부로 두 개만 보여줬다는 거. 찬열이 웃음지으며 말했다. 사이좋네. 보기 좋다. 그 말에 옆에서 종인이 조용하게, 병원 밥 진짜 맛 없어. 빨리 퇴원하고 싶다. 하고 말했다.
“종인아, 너 퇴원하면 너가 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
“……지금 먹고 싶은데.”
“…안되. 병원에서 주는 밥이 영양소가 가장 잘 분배되어있대.”
“다 나물에 채소 밖에 없어. 고기 먹고 싶어.”
투정 부리는 종인을 달래 듯, 너 퇴원하면 내가 특제 김치스파게티 해줄게. 하고 웃는 경수였다. 다른 어떤 말 보다도, 그 말이 가장 큰 효력을 작용한 듯. 삼시세끼 스파게티만 해줘도 먹을 수 있을 거 같아. 하고 웃는 종인 이였다.
“근데, 제일 맛있는 건 도경수 일거 같아.”
“………야! 김종인….”
형님도 있고, 아직 애기인 백현이도 있는데 못하는 소리가 없다. 환자를 때릴 순 없어서 허공에서 멈춘 손이 다시 제자리로 내려왔다. 하긴 손이 불편하니까. 당분간 만지기도 힘들겠구나. 싶어서 종인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춘 경수가 슬쩍 옆을 봤는데. 찬열이 백현의 눈을 가리고 서있었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다 끝났어요. 했더니만 손을 내리고 그런 건 둘이 있을 때 해결했어야지. 하고 핀잔을 주는 찬열이였다.
종인이 아직은 불완전하게 칭칭 감겨 있는 손을 위, 아래로 들었다 놓았다 해보더니. 짧게 한 숨을 쉬며 찬열에게 말했다. 형님, 손이 이렇게 되어서 제대로 도와드리지도 못하고 죄송합니다. 잘 해결해주시리라 믿습니다. 형님은 제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형이니깐요.
“손, 멀쩡히 낫는 게 도와주는 거야. 종인아, 고맙다. 이제 아무한테도 피해 안 가게. 형 혼자 움직일게.”
찬열은 마음을 다잡았다. 홀로 스는 편이 가장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괜히 이렇게 또 사람을 끌어들였다가 피해를 입으면 정말 답이 없었다. 제겐 한 없이 소중한 사람들인데 종인 뿐만 아니라 경수, 그리고 백현이도 너무나도 소중했기에, 차라리 이들이 피해를 입을 바에야, 자신이 혼자 다 해결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무도 찬열에게 반문하지 않았다. 한 번 한다면 하는 사람이니까. 또 찬열의 결정을 믿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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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류甲.. 인듯. 내용은 甲이아니지만여.. 그래서 쓰는데 시간이 오래걸렸나봐요.. 됴르르..ㅠㅠㅠㅠㅠㅠ한글 10페이지.엔터잘안하고.ㅋㅋㅋ
bgm.. 더 좋은거 하고 싶었는데.. 제게 이런 분위기의 노래가 많이 없네요 뉴에이지 하긴 싫었고.ㅠㅠㅠ
아.. 연재텀은 이제 이틀로 굳혀야겠어요.. 제가 너무 진지하게 파고 드니까.. 제 머리속으로도 감정대입을 해야하고.. 시간이 참 오래걸리네요..
그냥 손꾸락이 적어내야 하는데. ㅠㅠ..
아 그리고.. 후속작을 생각해봤는데... 학원물이욬.ㅋ.ㅋㅋ병싄미있고달달하고에로와코미디를왔다갔다하는그런거)
나 이거 솔직히 딱딱하고 스토리 감질맛나서(재밌긴 한데요..(<<내입으로.) 근데.. 학원물이. .갑자기 소재가 퐁퐁 솟아나서..
님들 금연침 알아요?ㅋㅋㅋ아 나 이걸로 대박 소재 찾아냄.ㅋㅋㅋ 제목도 생각해놨어욬ㅋㅋㅋ으익ㅋㅋㅋ
제가 고딩때 얘긴데요. 중딩 동생이 ㅋㅋㅋ알려줌.ㅋㅋㅋ그래서 그거 때문에 꽂혀서.. 학원물이 느무느무 쓰고 싶음..ㅠㅠㅠ이거 말고도 스킬이 참마너여..
들은거.. 본거 많아요.ㅋㅋㅋㅋ으익. 근데 정작 나는.. 그런 경험이읎음.. ㅠㅠㅠ..됴르륵..
달달과 진지를 왔다갔다하는 여왕님.ㅠㅠㅠ ... 어떻게 될지는 저도 모르겠네요..(무책임해..)하지만.. 읽어주시고 댓글 주시는 분들때문에..
너무 힘이납니다!! 화력 받았나요.ㅠㅠ 갑자기 댓글이랑 추천수도 늘고.. 너므너므 행복해요.. 제가 더 잘써서.. 더 올라갔으면 좋겠지만.. 저의 욕심.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암호닉 받구 잇어용! 15편되면.. 정리한번 해야겠어요.! 신알신 댓추 감사합니다^ㅡ^!
나.. 그리구 카디and찬백가님들 너무 조음.ㅋㅋㅋㅋㅋㅋ자꾸 독자로 여기저기 얼굴 비추는데.. 창피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저도.. 좋으면 머리 풀고 달리는.. 여자니깤ㅋㅋㅋ^^~
종인이 손다친거..는 제동생 진짜 손다쳤을때 회상하면서 썼어요.. 물론 픽션이라..용어에 관해선 몰라서 조사해보면서 시간투자해서 적었구요.ㅠㅠㅠ
이번엔 중간줄 정렬 해봤어요.. 다른 분들 보니까 이게 보기 편안한거 같아서요.. 동의하시죠? 저 소심해섴ㅋ..잡담이 길고..복잡해서 무지개색함.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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