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 3. 14
연화야, 어디에서 무얼 하며 지내고 있느냐.
나는 모르겠다, 아무 것도 모르겠다. 경성에 오면 너를 찾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의 걱정을 뿌리치고 무작정 올라온 경성은 무척이나 넓더구나.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도 너는 없더구나. 길을 지나는 사람을 아무나 붙들고 이연화를 아시오, 하고 물었다. 알고보니 왜놈이었던지 나를 밀쳐버리더구나. 넘어져 손바닥에 생채기가 났다. 조금 쓰라릴 뿐이었다. 연화 너는 어디 있는 것이냐.
1935. 6. 22
나는 잘 있다 연화야. 나만 잘 있다. 미안하구나.
1930. 7. 5
연화야, 오늘은 너를 닮은 사람을 봤다.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단이라고 하였다. 단이는 네가 아니었지만 왜인지 쉽게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단이는 떠나더구나. 연화야,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느냐?
1935. 12. 12
날씨가 차다. 연화야, 잘 지내느냐.
1936. 1. 24
단이를 다시 만났다. 단이는 여전히 너를 닮았다. 아니, 열아홉이었던 그 때의 너를 닮았다. 그러나 단이는 네가 아니다. 마음이 쓰리다.
1936. 5. 17
단이가 널 찾는 걸 돕겠다고 했다.
1936. 6. 1
오늘은 최 씨를 만났다. 연화야, 혹시 최 씨를 기억하느냐? 아니, 기억하지 못하여도 좋다. 그저 잘 지내기만 해다오. 웃으며 돌아와다오.
1940. 2. 20
나라 안이 어수선하다. 이러한데 너는 잘 지내고 있느냐. 단이는 네가 죽은 것이 아니냐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는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그러자 단이는 울며 나가버리더구나. 연화야, 넌 분명히 살아 있을 것이다. 내가 지켜주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내가 약속하지 않았느냐. 미안하다. 모든 것이 미안하다. 내가 너를 꼭 찾겠다. 미안하다 연화야.
1945. 8. 15
연화야! 왜놈들이 졌다. 끝났다. 해방이 되었다. 모두가 기뻐하며 거리를 달려나갔다. 연화야, 너도 이 기쁨을 함께 누리고 있느냐? 어디있는 것이냐. 함께 웃자꾸나. 함께 눈물 흘리자꾸나 연화야...
1950. 6. 25
드디어 네 소식을 들었다 연화야. 일본에 있었구나. 연화야... 혼자 많이 힘들었겠구나. 내가 곧 갈터이니 기다리거라. 내가 너를 지키러 간다. 연화야. 보고싶구나. 밖이 소란스럽지만 괜찮다. 나는 반드시 갈 것이니 걱정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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