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생생하고 더러운 악몽을 꿨다. 꿈속에서조차 나는 물건을 깨부수고, 주위 사람들을 다치게 만들었다.
어쩌면 그곳에서 내가 악이라 치부한 사람들에게는 내가 악일 수도 있겠지. 그게 사실이 아니란걸 잘 알지만, 조금은 두렵다.
원체 인간이라는게 조그마한 일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동물이니까.
Mondlicht(몬들리트)의 최하층에는 이곳저곳이 눈에 띄게 움푹패이고, 여기저기서 뿌연 먼지가 날리는 방이있다.
그리고 그곳엔 날렵한 동선을 어떠한 어려움도 없이 이동하는 악랄한 천사가 있었다.
그 소녀를 보듬어주는 아름다운 악마와 함께-
"허억...허억....지금 뭐하자는 플레이야?"
"일어나 A. 니가 지쳤는지 안 지쳤는지는 컴퓨터가 판단하니까."
"....쳇. 부숴버릴까."
"다 들린다?"
Dunk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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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왜 여기 왔을것 같아?"
"흐으...몰라요...집에 보내주세요...."
짜악- 하는 마찰음이 들리고, 어느새 조그만 소녀의 뺨은 붉게 달아올랐다.
얼굴 이곳저곳에 피어있는 홍화가 너무나도 안쓰러웠다. 그러나 소녀의 뺨에 홍화를 피운 화가는, 눈도 깜짝하지않고 작고 여린 소녀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그녀의 차가운 눈초리는 마치 바퀴벌레, 아니 그 이하의 어떤걸 보는것 같았다.
눈꼬리에 방울방울 매달린 눈물마저 아름다운 저 소녀에게서 대체 무엇을 보는지 몰랐다.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바라는지도 몰랐다.
돈을 원했다면 이미 소녀를 더러운 뒷골목으로 가차없이 버렸겠지. 그러나 그녀는 소녀에게서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이유. 매번 만날때마다 붙잡고 묻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그 엄청난 이유가 과연 뭐였을까.
대체 무엇때문에, 무엇때문에 그녀는 그렇게까지 악랄해져야됬는건가!!! 무엇이!!! 무엇을 위해 그녀는!!!!!!!!!
-
"무엇이 나를 그렇게 처참하게도 가두었을까요, 아저씨?"
"....나도 몰라."
"그럼 아저씨, 아저씨는 왜 나를 재워주세요?"
"그거야 니가 우니까. 아니, 등으로 우는건가?"
킥킥거리는 아저씨를 무시한채 질문을 이어갔다.
"내가 우는데, 왜 아저씨가요?"
".....그거 꼭 대답해야 되는거야?"
"그냥 궁금해서요."
"시끄러워서그런다. 이제 됬냐?"
거짓말-
알면서 뭘 물어-
그냥, 좋아서요. 한눈에 봐도 비싸보이는 침대에, 하얗고 보드라운 두꺼운 솜이불.
삐걱거리던 딱딱한 침대에, 누렇고 때타고 헤지기까지한 담요.
분명히, 나은쪽은 전자일텐데 악몽을 꾸는 쪽은 후자가 아니고 전자였다. 뭐 항상 그랬듯이, 이유는 그 누구도 몰랐다.
아침마다 보송보송한 이불을 식은땀으로 푹 적셔버리는 나를 보고, 찬열아저씨도 놀리기만 하다가 상황이 호전되기는 커녕 악화되버리자 나를 직접재워주기에 이른것이다.
"근데요 아저씨. 아저씨는 왜 이런일 해요? 잘생겼고 키도큰데 연예인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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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기고 키 안커도 연예인 잘만하더라."
"그런데 왜 안해요? 우리 오....오..."
"오? 그러고 보니 너 오빠있다고 하지 않았냐. 니네 오빠는 뭐해?"
"....기억이 안나요. 가족 전부다."
조금 더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항상 그랬던 이유없는 상황이 오늘따라 더 서글펐다. 나는 내 가족도 기억하지 못할정도로 이기적이였던가.
이런 내 마음을 정말로 이해하는건지, 그저 안쓰러워보이는건지 커다랗고 까칠한 손으로 내 머리를 흐트러놓는 찬열아저씨다.
암흑속에 갇히기 전까지는 머리에 손대는것조차 싫어해서 그 누구도 내 머리를 만지지 못하게 했던것같은데, 왠지 찬열아저씨가 쓰다듬어줄때는 사랑받는 고양이처럼 갸르릉거리고 싶었다. 실제로 갸르릉거리는 소리를 내려다가, 문득 깨닫고는 손으로 입을 막은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뭐, 그만큼 찬열아저씨는 내 머리를 자주 쓰다듬어 주었다. 습관인가- 싶을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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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열! 무슨일이야!"
"여어~ 레이형왔어?"
"죽을래? 멀쩡해보이잖아! 놀랬잖아! 누가 비상호출버튼누르래! 비상호출이 뭔지 몰라? 말그대로, 뒤지기직전에 누르라고!"
"진정해 진정. 근데 저거 안눌렀으면 안왔을거잖아?"
"그..그건 그렇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사람의 다정한 손길을 느끼며 잠에 빠져들고 있었는데 누군가의 등장으로 훅 깨버렸다. 이 알수없는 건물에 있게된지 3일째.
그동안 찬열아저씨와 준면아저씨, 온갖 살인병기들 빼고는 다른사람을 못봤는데 들어온 사람은 처음보는 남자였다.
그덕분에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사라졌는데 여전히 무거운 눈꺼풀을 걷어올리며 잠은 참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얀 가운을 입고있었는데 뛰어왔는지 땀에 젖어 달라붙어있는 앞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는게 참 멋있다-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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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용건이 뭐야?"
"이 꼬맹이가 잠을 도통못자네. 야 꼬맹이. 레이아저씨라고 불러. 그렇게 안보이지만, 의사야."
"아저씨? 그렇게 안보이지만? 니 칼빵맞은거 흉터하나없이 사라지게 해주는게 누군데? 여튼, 꼬맹이는 그럴만 하지. 던킬에서 왔다며?"
"에...? 던...뭐요?"
"아 모르는구나. 그럼 굳이 알필욘없어."
던킬. 던킬. 던킬... 영어는 아닌것 같다만 그렇다고 국어도 아니였다. 유럽쪽 어감인것 같기도 했고. 아, 머리아파.
자려고 누운 침대위에서까지 머리를 굴려야하나-라는 쓸모없는 생각과 함께 레이아저씨를 관찰했다.
입은 빙긋 웃고있었지만 차갑고 냉철한 눈빛으로 내 외관을 살피는 모습이, 내 속까지 꾀뚫어보는듯한 느낌이라 다시한번 소름이 온몸에 돋았다.
이런나를 발견하고 우스운지 검지로 머리를 슬쩍 미는 레이아저씨다.
"뭘그렇게 쳐다봐? 옷좀 올려봐? 심음좀 들어보게."
"아, 네."
"아아아아! 잠깐! 나 뒤돌아있는다?"
"왜요?"
이해할수 없어서 애꿎은 레이아저씨만 멀뚱멀뚱 바라보자, 가슴 언저리에 청진기를 몇번 대보던 아저씨가 피식하고 바람빠지는 소리로 웃었다.
그에 더욱더 커지는 궁금증에 내가 입을 열려는 찰나, 아저씨가 먼저 열어버렸다.
"쟤 여자몸 못봐."
"내가 여자였나..."
"그러게. 나중에 지딸몸은 어떻게 보려고 그러는지. 저러니까 동정도 못떼지..."
"애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어!"
씩씩대면서도 절대 뒤돌지 않는 찬열아저씨가 귀여워서 레이아저씨가 청진기를 내리자마자 윗옷을 황급히 내리고 아저씨의 넓은 어깨를 툭툭건드렸다.
"이제 돌아도 되요 아저씨."
"어 아 응..."
"어이구 병신. 니가 그렇게 아낀다고 최하층까지 소문난 꼬맹이는 그냥 수면장애야. 옆에서 같이 자줘라. 그러면 좀 나아질지도."
"질지도? 니가 못고치는 병도 있었냐?"
"뭐, 마음쪽은 내 전공이 아니잖냐. 여튼 꼬맹아, 나중에 보자? 아니 볼일은 없어야 겠지만..."
감사합니다-
괜한 요란으로 침대에 이것저것 꺼내놨던 의료기구를 주워담던 레이아저씨가 행동을 뭠췄다.
정말이지 우뚝. 그에 뭔가 말을 잘못한건지 기억을 더듬던 내 표정이 일그러지자, 챙기다말고 검지로 미간쪽을 꾹꾹 누르는 레이아저씨다.
![[EXO/징어] Dunkill(씁쓸한 달달함)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c/d/0/cd00545120fa995e8e00c0aba752fb2a.jpg)
"잘못한거 없어. 그냥....오랜만이여서."
감사하다는 말 들은거-
커다란 가방에 의료기구를 꾸역꾸역 담은 레이아저씨의 등이 처음보다 좁아보였다면, 내 착각일까.
-
"아저씨. 불꺼주면 안되요?"
![[EXO/징어] Dunkill(씁쓸한 달달함)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a/d/f/adfc4b67e0bc33d18b1f35f533775465.jpg)
"꼬맹이가 바라는것도 많아요."
"아아아아. 꺼주세요."
커다란 침대에 같이 누워 말없이 스탠드에 손을 뻗는 찬열아저씨에게 말없이 달라붙었다. 분명하게 다가오는 여름에 약하게 틀어놓은 에어컨바람이 선선했다.
주변보다는 미적지근한 이불속의 온도에 만족하며 찬열아저씨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와 동시에 움찔거리는게 웃겨서 괜히 몸을 이리저리 뒤틀자 갑자기 내쪽을 바라보며 눕는 행동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자, 레이아저씨와 같이 피식- 거리며 웃는 찬열아저씨다.
"왜. 꼬맹이 데리고 어떻게 할까봐? 아저씨 잡혀간다?"
"일곱살차이면서 뭘."
"어이구? 저번에는 일곱살차이라서 아저씨라매. 그세 마음이 바뀐거야?"
"아니야. 자자 아저씨."
여느때와 같이 이유를 설명할수없는 두근거림을 뒤로한채 눈을 꼬옥 감아버렸다. 그런 나를 보는 시선이 그대로 느껴졌지만, 굳이 제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기분이... 좋았다. 다시금 돌아누운 찬열아저씨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그래봤자 찬열아저씨의 반토막도 안되는것같은 나였지만.
"아저씨. 고마워."
"뭐가."
"나 걱정해줘서."
"너 말하는거 듣다보면, 왠만한 늙은이 저리가라야. 애가 뭐 그렇게 고지식하냐..."
"몰라....누구 닮았나보지 뭐..."
그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이대로, 아저씨랑 살아도 행복할것같다는 생각을....했다.
찬열이가 남주 아닙니다. 절대로.
우왕. 오늘은 좀 긴것 같지 않나요?(햄벅)
후헤후헤헤 오늘은 불맠아니당 헤헤헤헿헤헤헤헿
그냥 이대로, 내사랑들과 살아도 행복할것같다는 생각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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