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셀 - 타워
"일단 우리 네 방 안으로 좀 들어간다. 사람들이 발견해서 사진찍히거나 그러면 곤란해지니까."
*
"저..누구세요?"
"나?"
"네.."
"뱀파이어."
씨발, 은색 성애자 친구인가..쟨 아까는 풀어준다 해놓고 왜 이제 친구까지 데려와서 지랄인지 싶었다. 지금 나랑 뭐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여자 대 남자 두명은 아무래도 불리하잖아. 내 집 앞에 뭐하러 온걸까. 풀어준다는게 거짓말이였나. 날 다시 잡아가려나.
아니, 난 저 남자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는데? 날 경찰서에 꼬발린 그 여자처럼 잔인하게 죽이려나?
맙소사.
"저...아무 말도 안했는데요."
"뭐?"
"저 골목에서 집에 올때까지 쭉 입 쳐닫고 묵묵히 왔어요..진짜 아무한테도 저 사람에 관한 얘기 안했는데..."
"아, 미치겠다 진짜"
조용히 나와 처음 보는 남자의 대화를 지켜보던 은색머리 남자가 미치겠다며 내 말을 듣고 배를 잡고 크게 웃었다. 이게 그렇게 웃을 일인가. 나 정말 진지한데.
"남자가 한 입으로 두말하기 없잖아요..."
"우리는 그것 때문에 온게 아니야. 병신아."
"그럼요..?"
"아 민석이 형, 형이 대신 얘한테 설명 좀 해줘요. 나 웃겨서 말을 못 이을 것 같아요.."
그 남자는 다시 뒤를 돌며 손으로 입을 막고 실실 웃었다.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사고는 네가 친거잖아. 왜 나한테 떠넘기려 해. 네가 여기 와서 인간 피만 안 먹었어도..후...인간 피 하면 두 눈 번쩍 뜨이는 김종인도 함부로 여기 와서
인간들 잡아 먹고 그러진 않는데 진짜 내가 너 언젠가 일 터질 줄 알았다, 오세훈. 23명이 뭐냐, 23명이...게다가 그걸 목격한 인간을 풀어주는건 또 무슨 심리야.
우리한테 말도 안하고 완전 제멋대로지 너."
"아 형들이 아무 말 안해서 그냥 되는 줄 알고 막 먹었죠..이제부터 안 먹으면 되잖아요. 근데 인간 피 한번 맛보고 나니까 진짜 돼지 피 같은건 먹을 맛 안나요. 완전 맛 없어."
이 남자들이 지금 날 앞에 두고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걸까.
*
"그래서, 저보고, 허, 거참, 저보고 그쪽 집에 들어가 있으라구요?"
"응, 당분간만."
"미쳤어요? 내 동생은 어쩌구요? 부모님은? 저 학생인데 학교는 어떻게 빠지게요? 방은 저 혼자 쓰는거예요?"
"아니, 우리랑 같이 사는거지"
"시발, 싫어요!!!!!!!!!!"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냐 하면, 일단 저 사람의 이름은 김민석이고, 아까 말했던 은색 성애자는 오세훈이라고 한다. 저 두 인간..아니 뱀파이어가 기여코 나를 못 믿어
나를 지네 집으로 끌고가서 아무한테도 말 못하게 할 속셈인가 본데, 나는 죽어도 말 할 생각이 없었다. 내 목숨이 달려 있는 일이고, 오세훈이
해준 경찰서에 신고한 여자 이야기로 한창 쫄아 있었던 나이기에. 그런데 뱀파이어랑 같은 집에서 생활을 한다니, 아니 생활도 아니다. 아예 감금 수준이다 이거는.
"제가 그 집에 살면서, 당신들이 날 구워먹을지, 삶아먹을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안가, 싫어요."
"널 못 믿으니까."
"못 믿으시면 믿으세요. 전 진짜 말할 생각 없어요."
"우리도 너 데려오는거 별로 좋지 않거든? 저 개같은 오세훈이 인간피를 먹을거면 좀 얌전하게 먹을 것이지, 들키기나 하고."
"들킨거 아니거든요???쟤가 지 발로 골목에 들어왔는데 내가 먹으려던 여자 애가 쟤 동ㅅ..."
"아 시끄러워, 다 너 때문이야. 분명 애들 난리 칠거다. 오세훈 넌 각오 하고 있어."
"아 알았어여..."
"아무튼 전 죽어도 안갑니다. 서울에서 뼈를 묻을거예요. 저 아직 대학도 가야하고, 대학 전에 졸업도 해서 친구들이랑 여행도 갈거고, 돈도 많이 벌거고 할거 진짜 많아요.
2년 뒤면 고3 수험생이에요. 지금 이 시간에 공부를 해도 모자랄 판에."
"너 자고 있었잖아, 그리고 공부는 우리가 사는 곳에서 해도 상관 없어. 진짜 뼈를 무덤에 묻어버리고 싶냐? 그냥 알았다고 하라고. 쌩 난리네 진짜."
"아니 저기 오세훈씨, 제가 만약에요. 그 집에 있다가 다시 저희 집으로 왔을 때, 더 악한 감정이 생겨서 경찰이나, 언론사한테 다 꼬발려 버리면 어떡하게요?
달라질게 없잖아."
"니가 하는 짓 봐서 언제 니 집으로 다시 보내줄지 결정할거야. 니가, 입이 가벼워 보이면 평생 안 보내주는 수도 있어."
"전 간다고 한 적도 없는데요?"
오세훈 말에 내가 반박하면 김민석이 다시 조용조용 설득하고, 내가 싫다고 하면 오세훈은 또 화가 나서 그냥 알았다고 하라고 지껄이고, 그걸 김민석이 제지하고
다시 조용조용히 설득하고. 새벽에 이게 뭐하는 짓일까.
그러다, 갑자기 침묵.
"우리는,"
"네?"
"인간을 믿지 못해, 너도 예외는 아냐. "
서로 말이 없던 와중에 김민석이 입을 열었다. 인간을 믿지 못한다니. 뭔가 오세훈이 말하면 말대꾸를 잘하게 되는데 저 사람이 말하면 말대꾸도 못하겠단 말이야.
"우리는, 너같은 아이한테 당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야. 믿으면 배신, 또 이번엔 아니겠지, 믿으면 다시 배신.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도 잘 알겠는데, 네가 말할 생각이 없듯이, 우리도 널 죽일 생각은 없으니 걱정 말고, 그냥 우리가 하는대로 따라와 주기만 하면 돼.
시간이 지나면 집에 보내 줄테니까."
"....저, 그래도 좀..."
"곧 날이 밝는다. 빨리 결정해. 선택의 여지도 없겠지만."
"싫어요, 안 갈래요."
"안 간다고?"
"네."
"진짜로?"
"네."
"다시 한번 묻는다, 순순히 안갈거야?"
"안갈거예요."
"말도 지지리 안듣는 꼬맹이네. 설득이 안되면 억지로 끌고가야지. 야 오세훈 쟤 입 막아."
"씨발 뭐야!!!!!!!!!!"
김민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오세훈은 손으로 내 입을 막았다. 내가 뭐 못할 줄 아나 시발. 한번 해보자 이거지..
"아 미친!!!!!!!이 년이 지금 뭐하는거야!!!!!!!"
"오세훈 시끄러워. 입 막으랬더니 왜 니가 소리 지르고 난리야."
"아 형 쟤가 제 손에 침 발랐어요!!!!!! 아 더러워 진짜!!!!!!!!뭐 저딴 년이 다 있어 시발!!!!!"
"시발 나 안간다고!!!!!!!!!!!!!!!!!!!안 말할테니까 제발 나 보내지마요!!!!!!!!!!!입도 막지마!!!!!"
"시끄럽다고 했지. 세훈아 쟤 입 조용히 막고 나 따라와."
*
"야 병신아, 좀!!!!!!!!!아 아프다고!!!!!!"
"와 시발!!!!!!!!내가 하늘을 난다!!!!!!!!!!!!!!!야, 오세훈 밑에 봐봐!!!한눈에 다보여 미친!!!"
"이거 진짜 기상 천외한 년이네!!! 말도 지지리 안들어, 야 좀 때리지 말라고!!! 조용히 업혀 미친, 민석이 형이 앞에서 꼬라보는거 안보여? 아 잠깐!!!!꼬집지마!!!아
그리고 은근슬쩍 반말 쓰네 이거? 너 나이 몇이야 시발!!!!학생이라며!!!"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이냐 하면, 김민석은 오세훈보다 앞장서서 가고 있고 오세훈은 강제로 날 등에 업은 뒤 김민석 뒤를 따르고 있는데, 지금 이 일이
하늘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발, 말도 안돼, 진짜 스마트폰으로 사진이라도 찍어서 페북에 올리고 싶지만 아쉽게도 폰은 내 방에 놓고 온 것 같다.
그래도 뭐 어때! 하늘을 난다! 신난다!
"야!!!!좀 내려줘봐!!나도 한번 걸어보게!!!!"
"야 너 내가 지금 여기서 내려주면 떨어져서 죽어."
"왜? 너도 걷잖아. 나도 걸을 수 있는데? 나 다리 멀쩡한데?"
"아니, 넌 인간이잖아."
"인간은 못 걸어?"
"당연한 거 아니야? 인간들이 굳이 비행기 타고 가는 이유가 뭐겠어? 개념이 없냐?"
"아, 맞다. 너 뱀파이어였지."
오세훈 등에만 업혀 있어야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난 인간이라서 걸으면 바로 추락, 사망이구나.
내가 들뜬 마음에서 갑자기 급 시무룩해지자 오세훈은 그제서야 좀 안정적인 자세로 날 고쳐 업고 하늘을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좀 조용히 있어라. 한결 편하네."
"야, 근데 우리 지금 어디가는거야?"
"어딜가냐니?"
"지금 저 앞에 있는 남자랑, 아 이름이 뭐였지? 아, 그래 김민석이라는 사람이랑 너랑 나랑 지금 어디 가고있잖아. 어디가는거야?"
"바보냐?"
"어?"
"우리가 살고 있는 곳으로 간다고 했잖아, 바보야."
"뭐?"
"니가 그래서 깽판 쳤잖아, 안간다고, 막 서울에 뼈를 묻겠다면서."
"나 지금 니가 살고 있는 곳으로 간다고?"
"어, 상황파악 안돼? 바보야?"
하늘을 날고 있다는 생각에 신나서 정신이 팔려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까먹어 오세훈한테 물어 봤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자기가 살고 있는 곳으로 간다고 한다.
아.
맞다.
인간을 못 믿는다고 했었지.
나 그래서 지금 납치되고 있는건가.
내 동생 아침에 일어나면 많이 놀라겠다.
학교는 어떡하지?
출석일수 많이 빠지면 안 좋을텐데.
부모님 돌아오시면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나 진짜 그 집 가면 피 빨아 먹히는거 아니야?
"오세훈."
"야, 너 은근슬쩍 반말한다."
"뱀파이어들은 다 무서워?"
"뭐?"
"무서워?"
"악질인 애들이 있긴 한데 뭐, 극소수니까."
"너는, 어때?"
"나?"
"나 처음에 진짜 너 무서웠는데, 막 남자 피 빨아먹고 그랬잖아 너. 내앞에서. 야 그러고보니까 그거 되게 오래 된 일인줄 알았는데 몇 시간 밖에 안 지났네. 대박."
"헛소리 할거면 그냥 조용히 있어."
"우리 되게 친해진 것 같지 않아?"
"뭐?"
"만난지 몇 시간 밖에 안 지났는데 서로 욕도 쓰고 막..!!! 진짜 내 친구 같애."
"지랄도 풍년이네. 누가 네 친구래. 자다 일어났으니까 그냥 자라. 아직 도착하려면 멀었다."
"잠 깨서 안 졸려."
"그럼 그냥 그렇게 멀뚱멀뚱 있던가. 너 근데 몇살이야. 자꾸 신경쓰인다 반말하는거."
"17살!"
"존나 어리네."
"넌 몇살인데."
"안 알려줄거야."
"치사하게."
*
"야, 일어나. 다 왔어."
"으....으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을 자 버렸나보다. 으아, 침을 닦고 일어 나려는데,
헐, 침?
오세훈 등에 내 침이 한가득 하다, 평소 잠 잘때 침을 많이 흘리는 편이긴 하지만...쟨 눈치 못챘나? 마를 때 까지 가만 놔둬야 하나?
아 헐 어떡해..
"야, 오세훈."
"또 니 집 보내달라고 징징 댈려고? 너 길 모를걸, 안 데려다 줄거다."
"아니, 그게 아니라.."
"잔말 말고 집이나 들어가."
"아니, 야 니 등에.."
말할 틈을 안주던 오세훈은 그대로 집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우리 집으로 가는 길도 모르는데, 나도 들어 가야겠지.
*
"형 저 왔어여!!!!!"
"야 오세훈, 너 사고쳤다며? 야 저 여자는 누ㄱ...."
"야, 어디서 인간 냄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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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암호닉분들♡
변맥현님, 달님, 숏다리님, 오게훈님, 초두님, 설렘님, 섹시걸님, 유명한님, 오구후나님,
데헿님, 핫써머님, 페코짱님,
사담 (읽어 보셔도 되고 안 읽어 보셔도 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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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항상 사랑하고 글 읽어주시는 모든분들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10일에 태풍이 온다고 하던데 다들 우산 꼭 챙기시구 몸 조심하세요:) 암호닉 신청은 계속 꾸준히 받고 있으나 나중에 암호닉 공지가 나갈 예정이니 그때 신청해주셔도 무관합니다!
+ 뱀파이어 사진은 제가 직접 포토샵 하는 사진도 몇개 있고, 인터넷의 도움을 받는 사진도 몇개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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