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XX] 창 밖으로 날아온 종이비행기 : 0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c/b/2cb2503fd249a44ee611938ea27056bf.jpg)
*
"이제 좀 쉴 수 있겠다."
몸을 찌뿌둥하게 일으킨 너는 냉장고 쪽을 향했다.
냉장고 안에서 새 음료수를 꺼내 새 컵에 따랐다.
너는 음료수를 홀짝 마시며 집을 둘러보았다.
도를 넘어선 깨끗한 집은 영 적응 못하게 너를 반기고 있었다.
이번에 혼자 살기 위해 새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처음이었다, 처음.
처음으로 혼자 살기에 기대가 많은 편이었다.
대학교에 다니던 너는 친구의 집을 긍긍전전하다 지방으로 내려가 가족과 같이 살았고
지방에서 학교 안 다니고 쉰다는 것이 어느새 반년,
더 이상 민폐 끼칠 수 없다고 생각한 너는 혼자 생활하기로 결심했다.
후회는 없었다.
오히려 기대감에 들떠있다면 몰라.
짐은 거의 다 정리했겠다 싶어 방으로 들어가 침대로 벌러덩 드러누웠다.
힘겹게 상체를 올려 침대 바로 위 창문을 열었다.
"우와, 바람 분다."
창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손등으로 느껴졌다.
집을 볼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옆 건물과 붙어있었나,
너가 사이로 누우면 몸이 딱 낄 정도로 옆 건물과 마주하고 있었다.
너의 집 창문과 옆 건물 창문이 딱 가까이 보이고 있었다.
"..저렇게 바로 창문이면 옷도 못 갈아 입겠네, 블라인드 달아야 하나?"
웅얼웅얼 불만에 가득찬 소리로 너가 말했다.
그래도 몇 일동안 이사에 힘을 잔뜩 쏟아부은 탓인지 바깥 햇빛이 마냥 포근하게 느껴졌다.
아예 두 손으로 턱을 괴면서 상체를 기울였다.
막상 보이는 건 뭐, 옆 집 건물 벽돌 뿐이었지만
이사 온 기분에 취해 그냥 행복해있었던 것 같다.
덜컹, 소리가 들리더니 마주보던 창문이 열렸다.
흰 옷을 입은 한 청년이었다.
큰 코에 또랑또랑한 눈을 가진 너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모습이였다.
예상은 했지만 진짜 창문으로 마주칠 수도 있는 건가 너무 놀라서 황급히 기대던 몸을 일으켰다.
물론 당황했겠지, 저 사람도.
이런 생각에 운동하는 척을 연신 해대며 티나는 헛기침도 했다.
더이상 어쩌지 모르겠는데도 저 사람은 전혀 신경도 안 쓰이는 지 빤히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민망해진 너는 결국 급하게 창문을 닫고 말았다.
그런데 막상 닫고 나니 그 남자의 모습이 아른거리는 듯 했다.
남자답게 흰 손위로 올라와있는 힘줄과 흰 셔츠를 입고 있던 모습,
몇 초 본 것 뿐인데 두 손으로 창문을 열었던 그 남자의 눈빛이 도통 잊혀지지가 않았다.
아, 그래
이사 왔는데 마주쳤으면 인사를 해야하는거 아닌가..?
머리를 긁적이다가 상황이 어정쩡해도 이게 맞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을 땐
창문은 열려있지만 아무도 서 있지 않았다.
안타까우면서도 오히려 잘 된 상황인 것 같아서 너도 모르게 작은 미소가 번졌다.
창문 안으로는 새하얀 벽지에 깔끔한 방이 눈에 들어왔다.
그 남자 방일까 더 보고 싶어도 더 이상 보면 스토커 같아 보일까봐 거실로 자리를 피할수 밖에 없는 너였다.
..
.
지이이잉
지이이잉
어디선가 들려오는 진동 소리에 순간 짜증을 내며 핸드폰을 찾았다.
너는 전화 온 상대방을 확인하지도 않고
핸드폰을 귀 위로 갖다대었다.
"여보세.."
"야! 미쳤지? 아주 그냥 죽을라고."
전화한 지 3초도 안되서 들려오는 쌍욕에 미간을 찌푸린 너는
그제서야 발신자를 확인했다.
"아~ 상혁이구나~ 누군가 했네~"
너는 누구보다 착한 말투로 조곤조곤 얘기했다.
태어날 때 부터 이웃이였던 동갑 친구인 상혁이는
이번 이사에도 힘써준 아주 좋은 친구다.
주위에서 저런 친구 없다고 부러워하는 친구였고 너도 그런 것을 알기에 특별히 소중하게 대하는 친구였다.
"그래, 나야. 별빛아. 그럼 내가 갈까, 너가 올래. 빨리 이어폰 안 내ㄴ"
물론 지금의 착한 말투에는 다른 이유가 있지만.
며칠전 빌린 상혁이의 비싼 이어폰을 고장 낸 너는 결국, 통화를 중간에 끊어버렸다.
언젠간 사줘서 돌려줘야 할텐데,
이어폰 얘기만 나오면 끊어버리는 것 같아 머리를 헝클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두 손에 핸드폰을 들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혹시 또 아까 그 남자와 마주칠까봐 창문을 바라보지 않겠다, 다짐한 너는 이어폰을 검색하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런데 왠 걸, 하얀 종이비행기가 침대 위에 조신하게 놓여져 있었다.
고개를 들어 창 밖을 보니까 옆 집 창문은 어느새 꽉 닫혀져 있었고,
너는 조심스럽게 종이비행기를 펴 보았다.
[며칠전까지는 못생긴 아줌마 혼자 살고 있었는데^*^]
꽤 귀여운 글씨체와 내용에 순간 웃음이 새어나왔다.
설마 그 남자가 날린 건 아니겠지,
*
너는 다음 날 쉽게 창문으로 그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종이비행기의 범인이 옆 집 남자라는 것을 확신한 너는 어제처럼 민망할 이유가 생기지 않았다.
말할 타이밍을 찾기 위해 남자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던 그 때,
남자는 너를 보며 싱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순간 얼굴이 빨개진 너가 머리를 흔들며 말을 걸었다.
"저기요."
남자는 말 없이 그저 너를 쳐다보았다.
너는 살짝 몸을 숙여 어제 그 비행기를 꺼내들었다.
"아, 이거 보내신 분 맞죠. 그 어제는.. 제가 인사도 못했는데 덕분에 조금 편해졌어요."
원래 이런 말을 하려던게 아닌데 막상 남자의 얼굴을 보고나니 이상한 말이 줄줄줄 새어나왔다.
이런 거 보내지 말라고?
아니면 정말 유치하다고?
물론, 이런 말들을 하려고 한건 아니였지만..
너 말을 들은 남자는 입술을 삐쭉 내밀고 준비해둔 종이가 있는지
그 자리에서 꼬깃꼬깃 종이비행기를 접었다.
남자는 자연스럽게 종이비행기를 날렸고
종이비행기는 자기 자리를 찾은 것 마냥 침대 위로 안착했다.
너는 바로 종이비행기를 들어 펴보았다.
[더 보내도 될까요?]
순간 이 상황이 한 편의 영화 같은 느낌이 들어 넋을 놓고 남자를 쳐다보았다.
남자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건지 어느새 한 손에는 매직이 들려있었다.
"...아, 네."
지금 뭐라고 했니, 마음 속으로 백 번은 소리쳤다.
남자는 끄적끄적 무엇을 쓰더니 너에게 세번째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이름이 뭐예요?]
너는 종이비행기를 받아들고 잠깐 고민에 빠졌다.
혹시 이 남자가 말을 못하는 사람일까 싶었던 것이다.
너는 황급히 흰 종이에다가 이름을 써 모양도 이상한 비행기를 접고
옆 집 창문으로 날려보냈다.
역시 처음이라 서툰 건지 창틀에 툭 부딪히곤 힘없이 밑으로 떨어지는게 아니겠는가.
너가 옆 집 청년에게 멋쩍은 웃음을 짓자
남자가 처음으로 너에게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말로 하면 되잖아요, 이름이 뭐예요?"
어라, 예상 외로 목소리도 좋았다.
괜히 민망한 짓은 자기가 만들어낸다더니 이런 생각에 머리를 긁적였다.
남자는 웃겨 죽겠다는 듯이 애꿎은 창틀을 퍽퍽 치며 말했다.
"저는 이재환이예요. 만나서 반가워요."
"말 못하는 사람인 줄 알았잖아, 미안해서 어떡해."
궁시렁대는 너의 혼잣말을 들은 남자는 크게 웃어댔다.
너는 계속 웃는 남자가 계속 신경쓰였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지?"
"그러게요. 그냥 비행기 날리기 좋아하는 분이셨네요."
이재환 이라는 남자는 실컷 웃다가도 너에게 이름을 알려달라며 비행기를 마구 던지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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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날 오기로 했었는데 잘하면 내일 못 올릴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일찍 올립니다ㅠ 분량도 늘렸어요!!
끝났다 시험, 할수있다 폭풍연재 :) 내일 뵐거라 믿어요 :)
+) 댓글 보고 감동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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