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킨지가 언젠데 이제서야 들어온 한상혁은 오렌지 주스 한 잔과 커피 두 잔을 내려놓고는 허락도 없이 내 옆에 앉아서 이홍빈을 못마땅하게 바라본다. "미쳤지, 원식이 형? 선심 썼다가 장사 말아먹을 일 있어? 3억 8천만 원이 누구 집 개 이름이야?" 부러 독살스럽게 내뱉지만 체면치레로 하는 말이란 것 쯤은 같이 지내온 세월만으로도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개의치않고 담배를 짓이겨 불을 끈 후 커피를 마시면, 이홍빈은 커다란 눈을 도록도록 굴리며 불안한듯 손가락을 만지작거린다. "글쎄, 만수르네 집 개?" "아, 이 인간이. 장난하지마. 그 사람은 중동 석유부자고. 우리가 유전이 있어, 아님 땅이 있어? 자선사업 아니다, 이거. 잘 생각해." 한상혁, 저 못된놈의 새끼. 지 앞으로 달린 빌딩만 4채가 넘어가는데도 저렇게 모질다. "너, 그 때 갖고싶댔던 내 차. 그거 너 해." 그럼 한상혁의 눈이 화등잔같이 훤하게 켜진다. 정말? 장난 아니지? 하고 눈 오는 날 개처럼 발발거리더니 단숨에 서랍에서 차 키를 꺼내가고는 미련없이 이홍빈 아빠의 계약서를 가져다주는 것이다. 당장에라도 시승을 하고싶은건지, 슬쩍 내 눈치를 보는 한상혁에게 고갯짓을 하자 순식간에 밖으로 나가버린다. "방해꾼 갔네." 만담아닌 만담을 지켜보며 끅끅, 숨죽여 웃던 이홍빈은 계약서를 힐끔 본다. 강제적인 구겨짐이나 뭐 다른 것이 없단걸 확인하곤 새빨간 지장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괴로운 눈을 하고있다. 18살 주제에 무슨 근심걱정이 저래 많아뵈는지, 미간 사이에 팬 주름이 조금 안쓰럽다. "……진짜로 3억 8천을 몸으로 떼워도 돼요?" "싫으면 신장 하나 떼놓고 새우 잡으러 가던가." 빠르게 고개를 가로로 내저으며 이홍빈의 얼굴이 퍼렇게 질린다. 달달 떨리는 목소리로 으으, 하고 잔뜩 눌린 신음을 하던 녀석은 돌연 고개를 쳐들고 묻는다. "김 아저씨, 장기 밀매에 인신 매매도 해요?" "아니? 계약서에 지장까지 다 찍어서 보냈는데?" 합법이야. 하고 말해주면 거짓말. 하고 받아친다. 어린 놈이 사람 말은 곧 죽어도 안믿지. 생각하면서 표정없이 이홍빈과 그의 손에 붙들린 계약서를 번갈아가며 바라보다가 넥타이를 살짝 풀었다. "지금 할까?" 그럼 깜짝 놀라서는 탁자까지 발로 찬다. 쿵, 소리가 나는게 정말 아픈 모양인지 정강이를 잡고 끙끙거리다가 슬금 눈치를 보는데, 인간 하나 지켜보는 것 뿐인데도 이렇게 재밌는건 처음이다. "그, 콘, 콘…그거…있어요?" "없어도 뭐." 수줍어서 그런지 콘돔이란 말도 제대로 못 잇는 녀석에게 심드렁하게 대답하면, 무슨 전쟁 나가는 군인도 아니고 결연하고 비장한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서는 내 옆에 와 앉는 것이다. "처, 처음이니까 다정하게 부탁해요." 드디어 내가 미쳐가는건지, 덤덤한 척 하는데 벌개진 귀가 제법 귀여워보인다. * 세세하게 수정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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