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주?"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루한이었다. 같은 슬리데린, 같은 5학년 학생이었다. 벌써 머리 속으로는 여러가지 가설을 만들어냈지만 머뭇거리다가 왜? 라고 답하니,
그...
또 오세훈이 그런거냐?
순간 할 말이 없어 어리벙벙했다. 정말 몰라서 묻는 말일까?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고 싶어서 저러는 건가? 싶다가도 침착한 루한의 얼굴을 보면 진심으로 묻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더 어이가 없었다. 차라리 나를 비참하게 만드려는 목적이였다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지만 저렇게 침착한 얼굴로,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의 소행임을 묻다니.
걔 말고 누가 있는데? 순간 날카롭게 쏘아버릴 뻔 했던 말이 목구멍에서 맴돌았다. 그래, 그렇게 궁금하다면 말 해줘야지.
"그래, 근데?"
뭐? … 정말로 십 초간은 아무 말이 없었던 것 같다. 혼란스러운 얼굴로 땅만을 이리저리 보며 있는 루한을 보다가 말했다. 오세훈이 날 괴롭힌 게 한 두번도 아니면서.
"할 말 없으면 말을 걸지 마."
바로 루한을 등지고 걸었다. 다 그만 했으면 좋겠다. 오세훈도, 루한도. 아무 죄도 없는 날 괴롭히는 오세훈에게도 지쳤지만 오세훈의 친구인 주제에 그럴 줄은 몰랐다는 얼굴로 가식 떠는 루한도 짜증났다. 만만한 게 나지? 내가 사라져야 끝나는 거,
탁- 손목을 잡는 누군가의 힘에 의해 걸음이 멈췄다. 안 봐도 루한일 게 뻔했다. 또 뭔데. 하면서 돌아보자 루한은 아까의 복잡하던 표정의 루한이 아니라 평소의 무표정으로 돌아 와 있었다. 사실 루한도 오세훈과 동류일 것이다. 잘난 집안, 잘난 얼굴, 잘난 인기. 기분 더럽게 한건 자기면서 오히려 표정을 굳힌 루한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놔. 루한의 손을 떨치기 위해 팔을 흔들었지만 놔주지 않았다. 놓으라고. 말을 하며 루한의 눈을 보자 미동도 없이 내 눈을 곧이 보는 루한이었다. 몇 초간 눈을 노려보다가 결국 눈을 돌린 것은 나였다. 생각보다 깨끗한 루한의 눈동자에. 그 눈동자가 비추는 악에 가득 찬 내 눈에.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인데? 놓고 말해."
아, 루한은 잠시 아차 싶은 지 작게 탄성을 질렀다가 놔 줬다. 평소의 자신으로 돌아온 루한은 내 눈을 보면서 말했다.
"오늘 수업 끝나고 얘기 좀 하자."
반사적으로 무슨 얘기?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흔들림 없는 루한의 눈을 보고선 말했다.
"그래."
"남쪽에 호수 알지? 거기로 와."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
"왔네."
잔잔히 흐르는 호수를 보고 있던 내게 루한이 말했다. 루한이 내 조금 떨어진 옆 자리에 앉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루한의 얼굴을 보기가 조금 힘들었다.. 수업 시간 내내 루한과 있었던 일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었다. 그 때는 자격지심에 빠져 루한이 적의를 가진 것도 아니었는데 너무 과민 반응을 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루한은 아무 것도 안했는데 꼬리 털 세운 사나운 고양이처럼 공격적이었기도 했다. 나쁜 짓을 하지도 않았는데 단지 오세훈의 친구라는 이유로 화를 낸게 창피했다.
"내가 널 왜 불렀냐면."
"…."
"오세훈이 왜 그렇게 너를 괴롭히는지, 말해주려고 불렀어."
놀란 표정을 지은 체 루한이 있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루한은 내가 자신을 보는 것을 알면서도 시선을 호수로 두었다. 잔잔하게 흐르는 호수를 보던 루한은 혀로 입술을 한 번 축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세훈은, 네가 좋아서 그래.
"뭐?"
"말 끊지말고 들어."
단호한 얼굴로 말한 루한은 여전히 시선을 꼿꼿이 호수로 두며 말을 이었다.
"오세훈은 어찌 보면 흔해. 일에 미친 부모님, 아무도 관심 주지 않는 아들. 그런 거였어. 난 오세훈의 어렸을 때부터 친구라 알아. 정말 말 그대로 아무 관심 주지 않았지. 키워주는 유모가 있었지만 모든 유모가 애정을 가지고 키워주는 게 아니야. 오세훈의 유모에게 오세훈은 직장일 뿐이었지. 처음엔 관심을 갈구하던 오세훈은 서서히 지치게 됐어. 아무도 봐주지 않았거든. 누구를 때려도, 훔쳐도, 망가뜨려도. 그런 건 그냥 권력이나 돈이면 흠이 남지 않는 것들이었어."
잠시 숨을 고르던 루한은 다시 이어갔다.
"우리 같은 세계의 아이들에겐 흔한 거야. 어쩌면 우리들이 이어가 자식들에게 똑같이 물려줄 수도 있겠지. 오세훈과 나는 무감각해졌지만 방식이 틀렸어. 나는 그들의 관심을 바라지 않게 되었고 오세훈도 그렇게 됐어. 근데."
"…."
"곪은거야, 오세훈은."
"상처가 곪아서 삐뚤어졌어. 잘못된 방식을 배운거야. 사실 오세훈은 아직도 믿고 있어."
그렇게 때리고 훔치고 망가뜨리면, 자길 봐 줄줄 아는 거야. 네가.
루한의 말을 다 듣고 한동안은 뭐라 말을 할 수 없었다. 루한의 입에서 나올거라 생각하지 않던 말들이었다. 오세훈의 어린시절, 오세훈의 부모님, 오세훈의 상처. 지금 당장은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저 아. 하는 외마디 밖에는. 혼란스럽다. 사실 어떤 예상도 하지 않고 약속 장소로 나온 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예상들 중엔 오세훈의 이야기라는 것도 물론 있었다. 루한과 나의 연결고리는 오세훈밖에 없었으니까. 그렇지만 루한이 오세훈에 대해 어떤 것을 말하더라도 결코 오세훈을 증오하는 것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들으니, 뭐라 표현할 수 없었다.
어느새 날이 어둑해졌다. 분명 이제 저녁이 끝나고 어둠이 시작됨을 알리는 색임을 알면서도 무엇 때문인지 지금 이 순간이 새벽같이 느껴졌다. 모두가 잠들고 멈추는 시간. 다시 고개를 루한에게로 돌렸다. 루한과 눈이 마주쳤다. 오세훈을 이해해서 불쌍히 봐 달라는게 아니야. 내가 원하는건…
"뭐하냐, 너네."
뒤 돌아본 곳엔 오세훈이 우리를 내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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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너무 어두운 분위기에 당황하셨써요 고갱님^^?!!! 부족한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질척대고 어두운게 아니었는데.. ㅎ...ㅎ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 루한한테 두번 입덕하세요 ^^ 내 요뎡님 두시간 넘게 글썼어여 흙ㅎ흐ㅠㅠ 사실 쓰는거보다 짤고르는게 더 힘들더라구여 작가님들 존경b 덧글로 잘했다고 남겨주세여 하트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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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보다 자위가 더 기분좋다고 생각한 적 있다 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