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비가 자주 쏟아져 고생 많이 하셨..../
저희 레인 컴퍼니에선 아낌없는..,../
우산의 무게를 확 줄이고 특히 이 튼튼한 재질이/
"그놈에 레인 컴퍼니 티비만 틀면 나와.틀면."
레인 컴퍼니가 뭐가 그렇게 대단한 건지 끊이질 않고 흥행을 타고 있다. 우산 하나로 저렇게 돈을 벌다니. 제일 어이없는 건 '우산이 없을 때 전화만 하세요!! 어디든 찾아가 우산 씌워 드립니다!!' 라는 광고 였다. 말도 안돼. 차라리 가족이나 지인을 부르면 될 것이지 돈 주고 저렇게 까지 해야 할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우산 씌워 주는 사람들이 그렇게 잘생기고 예쁘단다. 이 소릴 들으니까 나도 모르게 괜히 쫑긋해지더라. 뭘해도 예뻐야 되는 더러운 세상.
"저런 회사는 절대 안 들어가 절대"
"회사라도 다니고 그런 얘길 해라 누나"
저게 진짜... 누나를 물로 보나. 난 절대 괜히 이러는 게 아니다. 절대 저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거나, 나도 저런 회사에 들어가면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거나, 저런 회사에 들어가서 상사와의 드라마 같은 연애를 꿈꾼다거나, 이런 생각은 한치도 해보질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주 조금,조~~~금 질투가 나긴 한다. 하... 백수 4년 차인 내가 뭘 안다고 이리 말이 많을까.
"야, 내,내가 회사 들어가기 시,싫어서 안 들어 가는 줄 아냐.."
"그럼 노력이라도 하던가"
"내가 노력도 안 하는 것 처럼 얘기한다 너"
"그럼 뭔데 매일 먹고 자고 싸고 용돈 받아 가는 거 밖에 더 있어? 누나가?"
"그렇게 콕 집어서 얘기 안 해줘도 되거든?"
"상황 파악을 좀 하라는 얘기야 언제까지 그렇게 살 건데?"
이 동생 새끼가 회사를 다니더니 말을 존나게 잘한다. 순식간에 말싸움으로 번지는 바람에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올려는걸 간신히 참고 집 밖으로 나와 버렸다. 지갑도 안 들고 왔는데... 집으로 다시 들어가기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는다. 백수라는 허탈함도,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준다는 공허함도 아닌 그저 동생에게 말싸움을 졌다는 것만으로 뛰쳐나온 나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하며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짜증 나게 비까지 내린다.
**
편의점은 집에서 5분 거리인데 오늘따라 너무 멀어 보인다. 편의점까지 가는 좁지 않은 거리엔 사람들도 별로 없다. 저런 말 한두 번 듣는 것도 아니면서 오늘은 왜 이리도 외로운 건지. 우산을 써도 비를 맞고 있는 기분이다. 무언가가 계속 세는 느낌. 어깨가 젖어 아래로 푹 꺼지는 느낌. 짜증 나게 남동생이란 게 위로는 못해줄망정 누나한테 못하는 말이 없어 못하는 말이. 그나저나 진짜 어깨가 축축한 기분인...ㄷ..ㅔ...
"아 시발.... 왜 이렇게 축축하나 싶었더니"
진짜 되는 일이 없다. 난 약 5분간 엄지손가락 크기만 한 구멍을 알아채지 못하고 그대로 맞고 있었다. '무언가가 계속 세는 느낌. 어깨가 젖어 아래로 푹 꺼지는 느낌'은 느낌이 아니라 사실이였다. 미친년이 아닌 이상 그 누가 비 오는 날 감성에 젖어 비에도 젖고 있는 걸 모른다 말인가. 그리고 난 단단히, 제대로, 확실히 미친게 틀림없다. 궁시렁 궁시렁 대며 편의점 앞 의자도 없는 낡은 파라솔 밑에 섰다. 지갑만 있으면 새 우산이라도 사서 어디라도 갈텐데. 이 길고 긴 빗줄기가 언제쯤 그칠까 생각하는데, 누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EXO/찬열] 우산 씌워 드립니다 Ep-1 (부제:뭐 이런 회사가 다 있어)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8/1/2/812aef500fa71f4601e6280f57dfb848.jpg)
"어, 여기,여기"
뭐야, 저 부자 향기 물씬 풍기는 남자는. 저런 남자가 왜 나에게 말을 거나 싶었으나 착각이지 싶어 계속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남자는 계속 "어이, 거기!" 하며 소리를 질러대며 다가온다. 최대한 신경 안 쓰는 척을 했다.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얼굴만 보고 불쑥 따라갔다가 내 장기가 남의 장기가 될지도 몰라. 그리고 만약 저 남자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 해도.... 나한테 말을 걸 이유가 없다. 내가 이때까지 쓴 문장 중 제일 슬픈 문장이다.
![[EXO/찬열] 우산 씌워 드립니다 Ep-1 (부제:뭐 이런 회사가 다 있어)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f/d/d/fdde0989797753cdc60b72f07bfd6940.jpg)
"뭐해? 빨리 우산 안씌우고"
맞다. 나에게 말을 건 것이 맞다. 물론 시비투와 한대 칠듯한 뉘앙스, 한껏 꼬부라진 눈썹을 본다면 좋은 쪽으로 말을 건 것은 아닌 것 같지만. 난 저 남자의 부름에 손가락을 나에게로 가리키며 "나?" 라는 제스처밖에 할 수없었다. 내가 멍청한 건가, 아님 진짜 미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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