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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가 끝나가는 시점이었다. 여느 날처럼 시끄러운 교실 안, 눈에 들어오지 않는 책을 펼쳐들곤 온갖 상념에 잠겨 있는 저에게,   

   

   

"편지 하나만 써 줘."   

   

   

뜻밖의 제안이 들어왔다.   

   

   

[슙민] 예쁜 병신   

   

written by. 매치   

   

   

말하자면, 대필이었다. 저는 글을 쓰는 재능이 없으니 대신 글을 써 달라. 민윤기는 괜스레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왜?"   

   

"말했잖아. 난 글을 못 써."   

   

"...누구한테 쓰는 건데."   

   

"옆 학교 여자애."   

   

   

지극히 구시대적인 발상이었다. 편지로 구구절절한 제 마음을 밝히고, 친구라도 되고 싶다는 모순적인 말로 편지를 끝맺곤 그 여자 아이와 간지러운 만남을 가지며 사이를 발전시킬 터였다. 그 물꼬를 트는 일을, 지금 저에게 부탁하는 것이었다. 왜 하필 나야, 하고 되물으려던 입을 다물었다. 남자가 되어서 글 나부랭이나 쓰고 있다는 비아냥을 받기 싫어 숨겨온 제 문예 재능을 어디에선가 주워 들었을 게 분명했다. 담임인가... 반장인 민윤기에게 지도 목적이랍시고 알려 주었는지도 몰랐다. 그리 생각하니 이 상황이 이해가 됐다.   

   

   

"여자애 이름이 뭔데?"   

   

"어?"   

   

"여자애 이름."   

   

"...음. 그거 빼고 써 줘."   

   

"이름을 빼고?"   

   

   

어. 그냥 뭐... 그대, 당신. 이런 거? 저가 말하고도 우스운지 민윤기는 푸스스 웃었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이름 모를 그녀쯤 되는가 보지. 별 말 없이 다시 책으로 시선을 내린 저에게, 민윤기도 별 말 없이 저 뒤의 제 자리로 돌아갔다.   

   

   

그 날, 집으로 돌아간 나는 방에 들어서 한 장의 공책을 찢었다. 무슨 말로 시작해야 하지. 여자를 향한 마음을 담은 편지는 써 본 적이 없음에 턱을 괸 채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노란 연필을 물었다가, 굴렸다가, 들고 놓았다가를 반복하다 문득 한 문장이 떠올라 그를 끄적였다. 그대 향한 꽃이...   

   

   

"아니야, 남잔데 무슨 꽃이야..."   

   

   

너무 소설 짓듯 생각했나. 으아아, 어려워. 지민은 책상에 머리를 콩 찧었다. 꽃, 꽃이라. 아, 내가 왜 이 문제로 골을 썩히고 있어야 해. 윤기에 대한 원망 어린 반항심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그러고 보니 교복도 갈아입지 않은 채다. 지민은 연필을 들었다. 여자가 남자에게 바치는 사랑의 헌정시 마냥 휘갈기곤 소리 죽여 웃었다. 지가 뭘 어쩌겠어. 가방에 그를 집어넣은 지민은 그제야 교복을 갈아 입었다.   

   

   

다음 날이었다. 편지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던 지민은 학교에 가 자리에 앉자마자 저를 향해 손을 내미는 윤기를 보고서야 편지의 존재를 상기했다. 온갖 여성스러운 문장들로 가득한 편지를 손에 쥐어 주며, 애써 침착한 체 표정을 굳혔다. 이게 뭐냐며 화를 내면 어떡하지. 편지를 읽는 윤기의 얼굴을 올려다 볼 자신이 없어 잠자코 있었다.   

   

   

"니가 쓴 거 맞지."   

   

"...응."   

   

"그래."   

   

   

어라. 의외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윤기에 지민이 더 어리둥절해져 고개를 들었다. 어딘지 모르게 황급히 고개를 돌려 제 자리로 돌아가는 윤기의 귀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지민은 영문을 모르고 눈만 깜빡였다.   

   

   

그 날 이후, 윤기는 원래 저가 친하게 지내던 무리보다 지민에게 붙어 왔다. 점심 시간에 급식을 받으러 갈 때도 박지민, 어쩌다 반장으로서 해야 할 심부름이 생겨도 박지민, 하교하려 가방을 싸들고도 박지민. 평소 지민과 함께 다니던 다른 반 태형이 대놓고 싫은 티를 냈으나 윤기는 왠지 견제하는 표까지 보이며 지민을 끼고 돌았다. 반이 다른 탓에 함께할 시간이 하교 시간 뿐이었던 태형이 그마저도 윤기에게 뺏기곤 부득 이를 갈았다. 그 때문에 중간에서 난처한 건 지민 뿐이었다. 주로 주말, 지민의 집에 찾아감으로밖에 지민을 볼 수 없게 된 태형은 얼굴밖에 알지 못하는 윤기를 욕하기 바빴고 지민은 계속해서 미안하다고만 했다. 태형은 나중엔 그 짓마저 그만뒀다. 지민의 잘못이 아닌 걸 알면서도 사과하기 바쁜 지민의 모습을 보는 게 싫어서였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아직 윤기는 지민의 집까지 오진 못했다. 함께 공부를 하다 스르르 잠든 지민을 바르게 눕히고 얇은 이불을 덮어 주며 생각했다. 내가 얠 보기만 한 게 얼만데, 어디서 굴러온 짱돌같은 새끼가 내 걸 탐내. 태형은 그만큼 지민에 있어서 조심스러웠고, 철저했다. 20살만 돼 봐, 내가 데리고 날라버리지.   

   

그러나 애석하게도, 태형의 마지막 자부심마저 깨어지는 일이 생겼다.   

   

   

"박지민, 주말에 뭐 했어?"   

   

"응? 아, 나 태형..."   

   

"어."   

   

   

말을 뱉자마자 지민은 아차 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이 병신, 언제나 입이 방정이다. 눈에 띄게 굳은 윤기의 얼굴을 의식하며 어색하게 웃어보인 지민이 말을 이었다.   

   

   

"토요일엔 태형이랑 숙제하고..."   

   

"또."   

   

"일요일엔 영화 보고, 밥 먹고, 시내 돌아다니고,"   

   

"김태형이랑?"   

   

"...응."   

   

   

의외로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인 윤기가 아침 종이 울리자 수업 잘 듣고 있어, 하며 제 머리를 쓰다듬곤 사라져 버렸다. 잘 듣고 있으라고? 말의 뉘앙스가 이상했다. 꼭 어디 갈 사람처럼... 불안함에 1교시 지리 시간을 손톱을 뜯으며 보낸 지민이 수업이 끝나자마자 윤기의 자리를 돌아봤다. 윤기는 당연하단 듯 자리에 없었다. 1교시를 통째로 빼먹은 것이 틀림 없었다. 대체 어딜 간 거야... 걱정에 눈꼬리가 늘어진 지민이 다시 앞을 돌아보자, 교실의 뒷문이 쾅 소리를 내고 열렸다.   

   

   

"박지민!"   

   

   

민윤기였다. 지민이 놀라 뒤돌자, 가방을 몇 초만에 싸들곤 제 앞에 서 집에 갈 준비를 하라는 윤기가 저를 재촉했다. 아니, 이게, 무슨... 어리둥절해져 자리에서 이끌리듯 일어난 지민이 영문을 묻자, 윤기가 당연하단 듯 받아쳤다.   

   

   

"우리 아프잖아."   

   

   

아프다고? 너랑, 내가? 당사자도 금시초문인 얘기를 너무도 당연하게 뱉곤 저를 끌고 교실 밖으로 나서는 윤기가 낯설었다.   

   

   

"뭐야? 우리가 왜 아파?"   

   

"담임한테 전염성 독감 증세가 보인다고, 병원에 한 번 가 봐야 할 것 같다고 했어."   

   

"어?"   

   

"그 새끼랑 한 거, 나랑도 해."   

   

   

민윤기의 반장 직책은 이럴 때 유용했다. 평소 나름대로 성실한 반장 역할을 해내고 있던 민윤기가 독감에, 그것도 전염성 독감 증세라니 담임이 흔쾌히 수업을 빼 준 모양이었다. 덧붙여 함께 다니는 지민도 요즘 기침을 많이 하는 것 같던데, 하고 뜬구름 잡듯 말하자 담임이 저도 함께 병원을 갈 것을 먼저 권유했단다. 지민은 그만 할 말을 잃었다.   

   

   

"너 뭐 했댔지, 밥이랑 영화?"   

   

"돈은 있고?"   

   

"어."   

   

"...노래방 가고 싶어."   

   

   

가, 그럼. 들려오는 윤기의 대답이 명쾌했다.   

   

   

"이 차림으로?"   

   

"어? 아, 우리 교복이네. 집에서 갈아 입어."   

   

"우리 엄마가 나 학교 뺀 거 알면 죽어."   

   

"그럼 우리 집 가."   

   

"너네 집엔 부모님 없어?"   

   

"이 시간엔 아무도 없어."   

   

   

윤기의 집은 생각보다 가까웠다. 걸어가는 내내 학교를 빼는 것이 오랜만이라는 말을 몇 번이다 쫑알대는 지민을 윤기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받아 줬다. 집에 도착해 도어락을 해제하자 지민이 오오, 하고 꾸밈 없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너 좋은 데 사는구나. 여기저기 둘러보며 총총대는 지민을 윤기가 귀엽다는 듯 바라봤다.   

   

   

"아무거나 꺼내 입어."   

   

"너 옷은 왜 이렇게 많아? 옷 가게 해도 되겠다."   

   

"넌 뭐가 그렇게 다 신기하냐."   

   

"이거 입을래."   

   

"그러던지."   

   

"...근데 너 안 나가냐."   

   

   

분명 나 지금 옷 벗을 거다, 하는 티를 여실히 내는데도 윤기는 끝까지 딴청을 부리며 나가지 않았다. 뒤돌아선 윤기의 뒷모습에서 어색함이 흘러 넘쳤다.   

   

   

"진짜 안 나가?"   

   

"볼 것도 없으면서 뭘 그딴 걸 챙겨."   

   

"볼 거 많거든."   

   

"안 잡아먹어, 병신아."   

   

   

윤기는 뒤돌아선 채였으므로 저를 돌아볼 것 같진 않았고, 남자 사이에 이러는 게 유난인 것 같기도 했다. 지민이 미심쩍은 눈으로 윤기의 뒷모습을 훑다 곧 옷을 벗었다.   

   

   

"야."   

   

"응."   

   

"김태형이랑 있을 땐 그냥 갈아입지?"   

   

"...응. 걔랑 난 엄청 오래 된 사이라서."   

   

   

김태형 그 새끼는 분명 고자였다. 윤기는 확신했다.   

   

   

"뒤돌아보면 화낼 거지?"   

   

"응."   

   

"뽀뽀해도?"   

   

"미친놈."   

   

"넌 욕 안 하게 생겨서 가끔 보면 되게 잘 하더라."   

   

"안 하게 생겼어?"   

   

"어. 넌 집에 강도 들면 통장 찾아서 쥐어줄 것 같이 생겼어."   

   

   

그건 그냥 찌질하게 생겼다는 거 아닌가. 지민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윤기에게 뒤를 돌아 볼 것을 허락했다. 뒤를 돈 윤기가 지민을 보곤 잠시 움찔했다. 교복을 입지 않은 지민은 처음이었는데, 상상 이상으로 귀여웠다. 윤기는 다시 한 번 확신했다. 김태형은 고자다.   

   

아니, 나 몰래 먼저 뒤 땄나? 설마, 아니겠지. 잠시 생각만 해도 열이 뻗쳤다.   

   

   

"야, 무슨 생각 해."   

   

"박지민."   

   

"어?"   

   

"너 김태형이랑... 아니다."   

   

   

이것까지 물어봤다간 정말 뺨을 맞을지 몰랐다. 아무리 남 기분에 무감각한 윤기라도 그 정도는 알았다.   

   

   

"뭐야, 넌 안 갈아입어?"   

   

"어. 귀찮아."   

   

"그럼 가. 오늘 네가 다 사는 거다?"   

   

"그러던지."   

   

   

이 새끼 존나 부자구나. 지민이 실감했다. 1교시가 끝나고 바로 뺀 학교라 시간은 많았다. 밥을 먹고, 노래방을 가고, 시내를 돌아다니다 윤기가 지민에게 스냅백을 하나 선물했다. 고마우면 뽀뽀, 하는 말에 장난으로 얼굴을 들이댔다 윤기가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정말로 뽀뽀할 뻔 했다. 지민이 놀라 툴툴댔고, 윤기는 크게 웃었다. 이것만 보고 집에 가자. 데이트의 마지막은 영화였다.   

   

   

"어... 나 공포 영화 잘 못 보는데."   

   

"뭐? 좋아한다며."   

   

"좋아하긴 하는데 잘 못 봐."   

   

"뭐야, 그건."   

   

   

윤기는 이미 표를 끊었다는 거짓말을 했다. 애도 아니고 뭔 이런 유치한 공포 영화를 다 무서워 할까 싶었다. 팝콘을 껴안고 시무룩해 있는 꼴이 귀여워 볼을 꼬집었더니 예상 외로 가만히 있는다.   

   

   

"나 화장실 갔다 올게."   

   

"도망가는 거 아니지?"   

   

"그만한 찌질이는 아니거든요? 휴대폰 두고 갈게, 그럼."   

   

"빨리 와."   

   

   

팝콘에 콜라까지 다 들고 있기가 버거워 옆의 영화 대기 좌석 위에 올려두고 지민의 휴대폰을 들었다. 폰배경은 뭐고, 어떤 게임을 할까. 홀드를 누르려는 순간 저 혼자 액정이 반짝였다.   

   

   

[태형이♡ 010-2153-3231]   

   

   

"하트 존나 뭔데..."   

   

   

중얼거린 윤기가 망설임 없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야, 빡지! ...민. 이 아니구나. 누구세요.   

   

"민윤기."   

   

- 어? 니가 민윤기라고?   

   

"응."   

   

- 뭐야, 씨발. 박지민 오늘 아파서 조퇴했댔는데?   

   

"오늘 아침부터 나랑 떡 쳐서 허리 아파서 뺀 거야."   

   

- 뭐?   

   

"병신."   

   

- 어? 씨발, 잠시만. 야, 이 개새끼야! 끊지 말...   

   

   

윤기는 더 듣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가 다시 걸려오기 전에 번호를 스팸으로 등록하곤 전화부에서 지워 버렸다. 평화로이 떠오른 휴대폰의 배경 화면은 웬 고양이 사진이었다. 고양이도 키우나, 존나 지 닮은 거 키우네. 윤기는 소리 없이 웃었다. 그 고양이가 태형의 고양이란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가능한 소리였다.   

   

   

"뭐야, 너 뭐 했어?"   

   

"뭐 안 했는데."   

   

"진짜?"   

   

"어. 폰배경 귀엽길래 봤어."   

   

"그치? 얘 이름 깐지야, 깐지. 귀여워 죽겠어."   

   

   

그러는 네가 더 귀엽다. 윤기가 오글거리는 뒷 말을 뱉지 않고 지민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팝콘이랑 콜라 챙겨. 시작 10분 전이다. 지민이 얼른 옆의 팝콘과 콜라를 챙겨들었다. 콜라 하나 더 들 손 없는데? 저를 올려다보는 지민의 어깨동무를 풀지 않고 제 남는 손으로 콜라를 집어들었다.   

   

   

"와, 씨... 시작한다. 엄마야, 처음부터 무서워. 아, 미친. 야... 야아."   

   

"시끄러. 뭐가 나왔다고 그래."   

   

"어두컴컴한 게 꼭 여기서 뭔가 튀어 나올 것 같, 엄마야!"   

   

   

화닥닥 놀라 제 품으로 뛰어든 지민을 본 윤기가 헛웃음을 지었다. 분명 뭔가 튀어 나올 것 같다는 예상을 제 입으로 뱉었는데도 이리 놀란다는 것이 이상하다 못해 신기했다. 자연스레, 지민의 어깨를 감싼 손이 점점 밑으로 내려가 허리에 안착했다.   

   

   

"아, 내가 이걸 본다고 하는 게 아니었어. 으으, 여자 얼굴 진짜 징그러워. 진짜같아. 아, 으아! 으아아!"   

   

"야, 쪽팔려. 여자들도 너만큼 안 놀란다."   

   

"으아, 나 못 보겠어."   

   

   

제게 꼭 붙어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것이 참을 수 없이 귀여웠다. 들어 보니 김태형과도 공포 영화는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김태형, 넌 존나 루저야. 이 꼴을 보면 어떻게 반응할까. 윤기는 셀카라도 찍어 태형에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야, 무서운 거 안 나와."   

   

"아, 어... 아악! 씨발 개새끼야! 나 나갈 거야!"   

   

"아, 존나 웃긴다 진짜... 미안. 계속 그러고 있어라."   

   

"아, 으으... 여자 어떻게 됐어? 죽었어?"   

   

"아니, 아직."   

   

"죽으면 얘기해줘... 이야기 궁금해."   

   

   

도대체 이 씹덕 덩어리를 어쩌면 좋을까. 이미 영화관 안은 영화의 스토리보다 게이로 추정되는 두 남고생에게 시선이 더 쏠린 상태였지만 윤기는 개의치 않았다. 네, 우리 게이예요! 박지민 존나 귀여워요!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야, 윤기. 미뉸기."   

   

"어, 왜."   

   

"팝콘 좀..."   

   

"고개 들고 니가 집어 먹어."   

   

"고개를 못 들겠어..."   

   

   

이 병신을 어쩌면 좋지. 박지민은 분명 병신이었다. 뭐, 귀여우니까 예쁜 병신.   

   

   

"아, 해 봐."   

   

"거기 볼이야, 멍충아. 아! 미친 놈아, 손가락은 왜 찔러 넣어?"   

   

"장난."   

   

"민윤기 손가락 존나 짜."   

   

   

나름대로 소근댄다고 생각은 하지만, 분명 영화를 보는 데는 민폐였다. 지민이 그를 오래지 않아 깨닫곤 그냥 나갈 것을 부탁했다. 윤기는 거절했다. 누구 좋자고 나가.   

   

   

"제발, 제발... 무섭기도 무섭고 이러고 있는 것도 쪽팔려."   

   

"안 돼. 나 이거 결말 궁금해. (좆도 궁금하지 않음)"   

   

"제발... 윤기야아, 응? 제바알..."   

   

"윤기오빠, 우리 나가요 해 봐."   

   

"미쳤냐?"   

   

"싫음 말아."   

   

"...윤기오빠, 우리 나가요."   

   

   

뒤에 있던 남녀 커플의 경악 어린 시선을 받으며 둘은 영화관에서 나왔다. 싱글벙글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윤기에 반해 지민은 세상 다 산 듯 몇 분 새에 10년은 늙은 얼굴이었다. 재밌었다, 그치. 놀리듯 나온 윤기의 말에 지민이 윤기의 어깨를 힘없이 때렸다.   

   

   

"존나 재미 없었어."   

   

"재밌었어, 병신아."   

   

"나 병신 아니야..."   

   

"너 존나 병신이야."   

   

   

예쁜 병신. 너 앞으로도 계속 내 예쁜 병신 해. 윤기가 지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end.   

   

   

   

   

   

   

+ 는 무슨 개짧은 번외 아닌 번외   

   

   

다음 날, 지민은 정신없이 잠에 빠진 채 등교하다 두 번이나 차에 치일 뻔 했다. 운전자에게 눈 똑바로 뜨고 다니라는 뜻을 내포한 쌍욕을 들으면서도 두 눈은 거의 감은 채였다. 죄송합니다아... 그 와중에도 운전자에게 꾸벅 허리 숙여 죄송함을 전하곤, 우여곡절 끝에 학교에 도착한 지민이 제 책상 위에 쓰러지듯 엎어졌다.   

   

   

"야, 자냐?"   

   

   

아, 저 씨발... 이 꼴이 지금 누구 덕인데 말짱한 목소리로 제게 말을 걸어 오는지 알 수 없었다. 지민이 억지로 고개를 들었다. 생글생글 웃고 있는 윤기의 낯짝이 딱 죽이고 싶을 만큼 얄미웠다.   

   

   

"제발 꺼져..."   

   

"잘 잤어?"   

   

"못 잤어, 개새끼야."   

   

"왜? 오빠 생각하느라 밤잠 설쳤어?"   

   

   

이 미친 새끼. 생각해보니 저는 어제 어마어마한 흑역사를 쌓은 채였다. 다시는, 다시는 공포 영화를 보지 않을 거라고 다짐하고 다짐하며 눈물의 밤을 보낸 저에게 민윤기는 세상 다시 없을 썅놈이었다. 이게 다 민윤기 때문이었다. 저 오빠 소리도, 급박한 상황에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것이었지 지금 생각하면 죽어도 안 할 소리였다. 지민은 다시 책상 위에 엎어졌다.   

   

   

"지민, 박지민."   

   

"죽인다..."   

   

"내가 너한테 편지 부탁했었잖아."   

   

   

지민은 윤기를 그저 무시하기로 했다. 눈을 감은 채 점차 빠져드는 잠결에 간간히 윤기의 목소리가 들렸다. 윤기는 쭈그려 앉아 책상에 턱을 괸 채 제 귓가에 말을 뱉었다. 무슨 비밀스러운 얘기라도 된다는 건지 목소리가 작아 꼭 자장가 같았다.    

   

   

"그거, 그냥 네가 쓴 연애편지 보고 싶어서 그랬다. 담임이 너 글 쓴다길래, 니가 나한테 좋아한다는 말을 하게 만들 방법이 뭐가 있을까 하고 고민하다 생각해 낸 거야. 나 좀 천재지."   

   

"......"   

   

"꽃이 되고 싶다. 그대 향한 꽃이. 당신을 향해 만개해, 시들 때까지 아름답게. 네가 쓴 건데, 외웠어."   

   

   

낮은 윤기의 목소리가 귓가에 작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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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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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억 너무 재밌습니다ㅠㅠㅠ 하, 진짜 봐도봐도 또 보고싶은 그런 제 취향 글 이랄까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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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치
어휴 감사합미다 ㅠ♡ㅠ! 황공한 댓글이에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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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너무너무 재밌습니다ㅠㅠ 잘 읽고 갑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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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ㅠㅠㅠㅠㅠㅓㄹ류ㅠㅠㅠ대바규ㅠㅠㅠ잘읽었습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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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와...제 취향 저격..달달하고 너무 예뻐요ㅠㅠㅠㅠ진짜 좋네요...ㅠㅠ질투하는것도 귀엽고 진짜 짱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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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와 좋다... 다른 필명으로 글 쓰고 계시리라 믿을게요! 글 너무 좋아요 ㅜ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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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마지막 대사가 너무 조아요ㅜ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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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53.53
마지막 대사 넘나 설레는 것 잘 읽었습니당 ♡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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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예쁩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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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67.198
악 ㅠㅠㅠㅠㅠㅜㅜ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ㅜㅜㅜ ㅜ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ㅠ금손님 아뭐지 그 특유의 일본거리분위기같아요.....청춘77ㅔ이 화이팅 작가님도화이팅!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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