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야동] 휴먼지놈프로젝트 (Human Genome Project) 0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3/d/e/3de494353abaced205d99b87d6c7695b.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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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은 그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복제형인간에도 본성의 한계란 존재할까.
![[인피니트/야동] 휴먼지놈프로젝트 (Human Genome Project) 0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e/2/f/e2f4be56e10fe7cfa964972c927fe4f9.png)
글쓴이 Horeudon
제 1장
어린 시절부터 '끈기와 인내'를 거의 반 강제성으로 배워 온 호원이었기에 물 속에서 오래 참는 것 정도는 전혀 힘겹지 않았다. 물 속 뿐만이 아니라 앞에 맛있는 음식을 두고 기다릴 줄을 안다거나 하는 것들까지 말이다. 그러나 그런 호원도 때로는 참지 못하는 것이 하나가 있었다. 누군가 자신의 과거인 '0328'을 들춰내려 한다면 그것은 마치 참을 수도 없는 지옥과도 같았다.
16년 전, 사방이 꽉 막힌 물 탱크 속에서 벗어나 회색 부스 창고로 옮겨지는 과정은 호원에게 크나 큰 고통이었다. 그게 정신적으로건, 육체적으로건. '1122'라는 번호를 달고 살아 온 놈에게 도움이 되고자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났었던 호원이지만, 결국 그 약속은 지킬 수 없었고 그대로 헤어짐을 겪어야 했다. 망나니 아들을 두고 계신다던 미치광이 같은 남성 때문에 그 집에 입양을 가고 말았으니까 말이다.
회색 부스 안은 정말 텅텅 빈 곳임에 틀림 없었다. 하지만, 그 장소를 자신과 '1122'가 함께 함으로써 나름 꽉 차보인다는 느낌도 받았고,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기도 했었다. 행복이란 추상적인 단어를 어찌 표현해야할지 잘 상상은 가지 않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너무나도 아름답다는 것.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1122와 함께 누렸었다는 것이 가장 중요했고, 또 중요하다.
02
1122는 그 자리에 앉아 알록달록한 스티커가 붙여져 있는 큐브를 이리저리 돌렸다. 16초 33. 저번보다 3초나 단축 된 기록이었다. 계속해서 큐브만 하고 있으니 무료해짐을 느꼈는지, 1122는 그 자리에 앉아 벽에 손톱만하게 뚫려있는 숨구멍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흰 색 천이 비치는걸 보니 이성종 연구원이 구멍 앞에 서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한 그가 살짝 손가락을 내밀어 정확히 성종의 꼬리뼈를 꾸욱 눌렀다. 깜짝 놀라며 괴상한 소리를 내던 성종은 “조용히 하고 얌전히 앉아있어 ”라며 언성을 높였다. 동우의 눈에는 그것이 성종의 허영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다시 그는 외로움을 느껴야했다.
16년 전, 자신이 갑작스레 아프고 난 뒤 생활을 같이해온 0328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린 나이에 그는 울며불며 아무 연구원이나 붙잡고 0328은 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이냐고 물어보았지만 대답을 해 주는 인물은 단 하나도 없었다. 단지 자신의 말에 조금은 화가 난 표정을 지으며, 쌀쌀 맞게 대해준 다는 것. 그게 전부였다.
“ 나도 나가고 싶어. ”
조용히 자리에 앉아 이 곳에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방법은 단 몇 분도 되지 않아 1122의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생각보다 쉬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숨을 내줄 수도 있는 ‘위험한 딜’이었으니까.
천천히 바닥 중심부에 있는 붉은 색 스위치를 눌렀다. 스위치를 누르니 밖에서 1122의 정신상태를 체크하던 우현이 들어와 용건을 물었다.
“ 무슨 일이야. ”
“ 수석 연구원님한테 좀 데려다 주세요. ”
“ ..적절한 이유는 있어야지. ”
“ 나 안 데려가면 엄청 후회할지도 몰라요. ”
1122의 말에 연구원의 미간이 살짝 좁혀지며, 일그러지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다시 빳빳히 표정을 펴내리고 1122의 팔을 단단히 붙잡은 채로 그를 억압하며 수석 연구원실 앞으로 데려다 놓았다. 1122가 조용히 연구원의 눈치를 보다 연구원실의 문고리를 돌려 슬그머니 방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면서 그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기 시작했다. 만약 자신이 생각해낸 딜이 성사되지 않았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등.
“ 안녕하세요. ”
1122는 허리를 숙여 공손히 인사했다. ‘수석 연구원 이성열’이라는 명패를 보고 괜한 짜증이 밀려왔다. 자신을 만든 이유가 돈을 목적으로 국가에 내다 바친다는 사실에 심통이 났다. 스물 셋이나 쳐 먹었는데도 아직 방 안에 갇혀 외로움을 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처량해보였는데, 그럴 때 마다 항상 이 쓰레기 같은 성열이 생각났으니까.
“ 들어온 이유가 뭐야. ”
“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겨서요. 연구원님이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라고 그러셨잖아요. ”
“ 그랬었지. 그래서, 궁금한게 뭔데? ”
“ 저 없으면 국가가 어떻게 되나요? ”
자신을 만든 이유가 국가에 내다 바친다는 것이라면 그것을 최대한 이용하고, 또 악용하는 것이 1122의 목적이었다. 사람들도 자신을 악용한다, 그렇다면 자신도 사람들을 악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지 않은가? 1122의 그 철학이 성열의 헛웃음을 불러 일으켰다. 새벽부터 논문 작성으로 많이 뻐근해져있던 터라 성열은 목을 천천히 돌리며 손으로 뒷목을 살며시 주물렀다.
“ 역시 1122야. ”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 우리가 만든 철학을 네가 악용해서 여길 빠져나가겠다. 뭐, 이런 뜻인가? ”
“ 빠져 나가겠다는 뜻 아닙니다. ”
1122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성열에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했다. 물론 그것은 연기였다. 정말로 빠져 나가겠다는 뜻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억울하다거나 그러진 않았다. 적어도 비슷한 유형의 일을 저지르겠다는 것은 맞았으니깐. 성열은 알았다며 1122를 진정시킨 후, 자신의 책상 맞은편에 놓인 테이블의자에 1122를 앉혔다.
“ 자, 이제 어느 정도 진정된 것 같으면 다시 얘기해. ”
“ 저 무언가를 배우고 접한다는 것이 이렇게 재미난 것인지 몰랐습니다. ”
“ 그게 전부야? ”
“ 밖을 보고 싶어요.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또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렇다고 저를 완전히 풀어달라는 것은 아니에요. ”
“ 그럼 원하는 건? ”
“ 주말에만 저에게 시간을 주세요. ”
성열이 조금 고민하는 듯 싶더니, 웃음을 보이며 알았다며 1122의 제안을 흔쾌히 승낙했다. 1122는 과도하게 허리를 접어 성열에게 인사를 한 후 기분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 표정은 23년 동안 보지 못한 1122의 웃음이었다.
“ 1122 ”
“ 네? ”
“ 다음부터는 그냥 밖이 보고싶어서 그랬다고 해. 거짓말은 안좋은거야. ”
“ ..거짓말 아닙니다. ”
“ 그래, 알겠어. ”
1122는 자신의 완벽할 것이라 생각했던 작전이 금방 들통 나 버리자 금세 풀이 죽어 연구원실의 문고리를 돌렸다. 한 번도 태어나서 자신의 거짓말을 들킨다거나 작전이 실패되었던 적은 없었는데, 이번엔 운 좋게 실패는 하지 않았지만 거짓말을 들켜버리고야 말았다. 역시 자신을 만든 ‘부모’같은 존재인 성열을 아직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1122가 그렇게 연구원실을 나가려는데,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성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1122. ”
“ 네? ”
“ 주말에 밖으로 나갈 때, 누군가 이름을 묻는다면. ”
“ ..... ”
“ 동우라고 해둬, 장동우. ”
그것은 성열이 해줄 수 있는 동우에 대한 유일한 친절이었다.
03
이젠 더 이상 1122가 아닌, ‘장동우’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이 그렇게나 행복했는지 동우의 얼굴에는 행복한 웃음이 서려있었다. 동우가 어렸을적 보던 역사책에 써있는 인물들은 자신과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외모적인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가장 다른건 이름이었다. 항상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이가 조금 들고 나서야 그것이 옳고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1122는 실험일 번호 따위였어. 정도의 개념이 생겼달까. 동우는 힘이 없다. 위에서 압력을 주는대로 행동을 해야한다. 하지만 그런 동우가 오늘 난생 처음 목숨 다음으로 당연한 선물이라는 것을 받았고, 그게 바로 이름이었다. 아무리 불쌍한 여자 주인공이더라도 이름하나 쯤은 가지고 있는게 정상인데, 장동우는 그 이름하나 받아놓고 좋다고 난리다. 그런 동우의 얼굴을 바라보는 명수는 왠지 모를 씁쓸함에 휩싸였다.
“ 11, 아니 동우야. ”
“ 명수 선생님? ”
명수는 유일하게 동우가 호칭을 부를 수 있는 남자였다. 호원의 교육 담당 선생님이기도 했으며, 어렸을 때부터 동우를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이해해주던 사람이기도 했다. 회색 부스 안에서의 정적은 계속 흐른다. 그러나 그것은 어색함이 아니다. 어색함을 풀어보려는 짓 따위도 하지 않는다.
- 왜 나는 사람이 될 수 없어? 인간이라고만 하는거야?
동우가 0328이 쓴 문장 밑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글씨로 적어두었다.
어렸을 때부터 동우는 말을 많이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래서 호원은 동우를 더 좋아했다. 항상 시끄러운 기계소리를 듣고자란 그들에게 있어서 소리란 이미 무뎌진 후였다.
“ 이제 주말에 외출 가능하다며? ”
“ 네. ”
“ 기분은 어때? ”
“ 23년 살면서 이렇게 행복했던 적이 0328과 얘기를 나누었을 때 빼고는 별로 없었는데 드디어 생긴 것 같아요. ”
“ 0328 보고싶어? ”
“ 다른 얘기하는게 어때요? ”
딱딱한 동우의 목소리에 명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하고 싶지 않다면 하지 않는게 당연한거야.
04
칫솔에 치약을 짜고 이를 구석구석 닦았다. 너무 세게 닦아서 그런 것인지 입 안이 뻑뻑해지고 찌릿찌릿했다. 혹시 치통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치통은 확실하게 아니었다. 요 며칠간 호원은 먹은 것도 제대로 없었고, 이도 열심히 닦았으니깐.
화장실에서 나오니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호원의 눈가를 자극했다. 호원은 여덟 살이 다 되어갈 무렵 이씨 집안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그 날이 1122를 볼 수 있던 마지막 날이었다. 후회란 아픔 따윈 없었다. 자신은 1122에게 아름다운 선물을 해준 것이라 굳게 믿었다. 그리고 스무 살이 되던 무렵 그는 집을 나왔다. 조금 작지만 살만한 이 집이 그를 외롭게 만들었다. 외로운 것이 좋다, 그리고 그것을 즐긴다. 호원의 철학은 꽤 특이했다.
벌써 시계는 여덟시를 알려주고 있었고, 호원은 분주해졌다. 호원은 집 앞에서 작은 태권도 학원을 운영 중이었다. 어렸을 때 배워둔 체력들이 사회로 나오자 쓸만한 능력이었다. 방학 시즌에 접어 들면서 오전시간을 원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학교나 유치원을 다니는 시즌에는 열두시가 넘어서야 슬금슬금 일어나 준비를 하곤 했었는데 요즘들어 학생들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호원의 잠자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연구소에 있었을 때는 상상도 못했을 아침이었겠지만. 쓸데없는 생각에 잠겨있는 호원을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도와준건 한통의 전화였다.
“ 여보세요? ”
- .....
수화기 너머에선 숨소리 마저 들리지 않았다.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여보세요. 누구세요?’라며 퉁명스레 묻는 호원의 질문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무언가 이상한 것은 확실했지만, 호원은 그 무언가를 짐작할 수 없었다.
“ 대답 안하시면 끊겠습니다. ”
이쯤하면 한 번 정도는 자신을 부를 것이라 예상했지만, 아쉽게도 호원의 그 예상은 빗나갔다. 고요하지만 차가운 공기가 수화기 하나로 그들을 에워쌌다. 혹시나 해서 핸드폰 화면을 쳐다본 호원의 얼굴은 급격히 굳어졌다. 자신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그 절망감과 양심에 찔리던 그 행위의 후회가 비례 되는 순간이었다.
“ 오랜만이에요. ”
호원의 아는 체에 그제서야 수화기에서 상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보고있지 않아도 호원은 예상할 수 있었다. 수화기 너머의 사람의 표정과, 그의 속에 갇혀있는 꿍꿍이를 말이다.
05
태권도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호원의 정신은 딴 곳에 정착되어 있었다. 자신의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자세를 고쳐 달라며 요구하는 학생들의 말에도 이미 나가버린 정신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자신의 넋 나간 모습에 왼 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혜연이 가볍게 호원의 어깨를 흔들었다. 무슨 일 있냐는 그녀의 말에 아무 일도 없다며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호원이 처음으로 만난 사람이고, 처음으로 마음을 준 ‘사람’이었다. 첫 만남은 새로웠다.
16년 전이었다. 호원이 그렇게 연구소에서 빠져나와 바깥 생활을 하기로 결심한 날 성열의 표정은 생각 했던 것 보다도 훨씬 더 여유로웠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그 방을 빠져나오는데 그 앞에서 분홍색 공주 공책을 들고 서있는 한 여자아이를 보았다. 그 여자아이는 호원에게 단 한번의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성열의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고, 성열의 품에 안겨 자신의 유치원 숙제를 자랑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부러웠다. 자신의 창작물을 누구에게 자랑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호원에겐 상상 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자랑은커녕 창작물을 만들지도 못하게 했던, 그 지긋지긋한 공간을 호원은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 여자는 현재 호원과 함께 태권도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혜연이었다.
“ 이호원, 너 어디 아파? ”
“ 오늘 좀 머리가 아프네.. 내가 오후반 다 맡을테니깐 니가 오전 좀 대신 뛰어주라. ”
“ 으이구, 오늘 그냥 나 혼자 할게. 넌 집에 가서 좀 쉬어. ”
“ 괜찮겠어? ”
“ 니가 언제부터 나한테 신경 썼다고 그래. 얼른 가봐. ”
혜연의 말에 호원은 그대로 태권도장을 빠져나왔다. 수술대에 누워 손을 달달 떨던 1122의 모습부터 시작해서 자신이 그 손을 놓아버린 것 까지 영화 필름처럼 호원의 머릿속에 천천히 그려졌다. 영원한 탈출을 갈망하던 호원의 바램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말았다.
“ 행복하다. 나는 진심으로 행복하다. ”
17년 전, 자신이 회색 부스 귀퉁이에 써놓은 문구였다. 1122는 그 말을 진심으로 좋아했고, 호원은 자신이 적어놓은 그 문구에 대해 단 1프로의 어떠한 거짓말도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태권도장 앞에서 가만히 서있던 그가 몸을 천천히 움직여 걸어나갔다. 멀리가진 못했다. 도장 1층 건물에 살짝 기대어 섰다. 벽에 기대고 있던 그의 등이 주르륵 미끄러져 내려갔다. 아침에 걸려온 전화 탓에 계속해서 나쁜 생각이 그를 유혹했다.
“ 씨발새끼. ”
자신이 1122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찬찬히 해보기로 했다. 분명 계속 생각을 하다보면 자신이 그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하나쯤은 물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것은 어렸을 적 명수에게 배운 논리였다.
06
방 안에서 큐브를 돌리면서도 동우의 머리 속에는 여전히 밖으로 나가는 것에 대한 생각 뿐이었다. 밖으로 나가면 그 빛에 눈이 얼마나 부실까. 정말 명수 선생님이 얘기하신 것처럼 초록색 나무들이 곳곳에 서있을까. 하늘은 얼마나 예쁠까 등등에 대한 설레임이 그를 더욱 더 황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환상이라는 것에 치부하여 위장 된 하나의 함정일 뿐이었다.
성열이 20대 초반이었을 때, 그는 연구소에서 가장 낮은 계급의 연구원이었다. 항상 커피 심부름부터 때로는 치욕스러운 일까지 도맡아 해야하는 것이 그의 신분이었고 일이었다. 성열은 밖으로 마음속에서 들끓고 있는 그 감정을 표출하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자신이 해나가야 할 일들을 천천히 달성시켜왔다. 마침내 그가 계획했던 ‘복제인간’이라는 것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어린 나이 그는 수석연구원이라는 자리에 꿰찰 수 있었다. 성열은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자신에게 어떻게 대했으며 어떤 식으로 말을 걸었는지. 성열은 그 사람을 따로 불러 혼낸다거나 잘라 버린다거나 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단지 그 사람에게 그대로 돌려주었을 뿐이다.
동우를 만든 성열은 동우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동우는 그런 부분까지는 세세하게 알아내지 못했다. 동우가 성열의 문제점을 악용한다면, 성열은 그 문제점을 없애버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 너희 들었냐? ”
밖에서 나는 연구원들의 소리에 동우의 정신이 그 쪽으로 집중되었다. 얼핏 들어보니 누군가가 살아 있다는 얘기였다. 연구원들의 욕설과 은어들이 왔다 갔다 거렸고 더 이상 동우는 그들의 말을 듣기가 꺼려졌다. 다시 벽에 기대어 큐브를 이리저리 돌리는데, 한 연구원의 목소리에 가지고 있던 큐브를 바닥으로 떨어트리고 말았다.
“ 야 0328 그 새끼 살아있다더라. ”
“ 진짜? 그럼 우리 다시 잡아다가 걔 연구 다시 해야되는건가? ”
“ 이성열이 포기했다더라. ”
“ 뭐? 내가 아는 이성열은 그럴 놈이 아닌데. ”
성열이 그를 포기했다는 말은 더욱이 동우를 괴롭혔다. 결국 0328은 자신을 버렸다는 얘기였다. 그를 다시 연구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성열은 그런 그를 포기했다. 답은 하나지 않는가. 그는 가식없이 인연을 맺었던 그의 얼굴을 찬찬히 떠올렸고, 그와의 추억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귀퉁이 쪽에 적혀있는 그의 문구가 생각났다. 행복하다는 것은 단지 그의 어린 장난이었다. 자신은 그저 0328에게 잊고 싶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0328은 자신만의 길을 가고자 결심하고, 실행한 인간이었고 그것은 한치의 오차도 없었다.
“ 짜증나. ”
동우는 좀처럼 절망감에 휩싸여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밖에 있던 연구원들도 갑작스런 그의 울음을 말릴 수 없었다. 무슨 이유냐, 왜 우는 것이냐 등등 비슷한 질문들도 건네지 않았다. 밖에서 그런 동우를 바라보던 명수는 애써 그를 외면했다. 하지만 점점 커지는 동우의 흐느낌은 그의 마음을 찢어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명수는 선뜻 동우에게 위로의 말 한마디를 건넬 수 없었고 연신 주먹으로 벽을 쿵쿵 치며 의미 모를 말들을 읊조렸다.
ㅣ작가의 말ㅣ Horeudon |
이 소설을 처음 구상하게 된 것은 학교 수업시간에 복제인간에 대한 영상을 보고 난 것 때문이었어요. 영상 제작자가 복제인간의 삶을 자신이 직접 구상하여 만든 것인데 화려한 내막 속의 끔찍한 그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이 제가 잘만 풀어쓴다면 야동으로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제가 잘 풀어쓰지 못한 것 같아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 마지막 내용은 결국 복제인간이란 것은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고, 저도 인간의 존엄성 외에 몇가지를 생각해보았을 때 그것에 동의를 하기 때문에 그냥 혼자 구상하고 생각해서 쓰게 된 글입니다. 이렇게 공들여서 팬픽을 써본적도 없고, 공책 스무장가량의 콘티를 짜본적 또한 없었는데. 나름 색다름 경험인 것 같아 기분은 좋네요. 사실 시퀀스 내용의 일부를 살짝 풀었을 때도 말씀 드렸듯이 이 팬픽보다는 시퀀스가 더 먼저 예정되었었지만, 더 이상 글을 써내려가는데 부족함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사실 이제 법에대해 어느정도 공부도 끝마친 상태고, 지금 지식으로 써나가도 별 탈은 없지만 그 영상을 자꾸보다보니 휴먼지놈프로젝트에게 애정이 더 가게 되네요. 그리고 연재문제에 대해서는 별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이미 14편까지는 써내려간 상태이구요 메일함 기록에 파일들이 다 있기에 컴퓨터가 통째로 날아가버려도 연재를 하는데에 있어 문제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연재텀은 좀 길어질 것 같습니다. 언니의 취업문제와 제가 학년이 올라가면서 컴퓨터 사용시간도 조금 줄어들 것 같아서.. 사실 컴퓨터를 언니가 하루종일 붙들고 있기에 제가 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거든요.
오해하시는 분이 있을 것 같아서 씁니다. 시퀀스는 절대 그렇게 끝마쳐진 팬픽이 아닙니다. 후의 내용들도 많고 재판과정이 주 메인이 되는 부분은 아니기에 골 아플까봐 안보시는 분들은 없으셨으면 좋겠네요. 실제 내용은 집착에 집착이 덮여진 참담한 러브스토리지 절대 정치극 혹은 정의로운 재판이야기 뭐 이런건 아니니까요. 물론, 제 글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거나 피곤함 혹은 흥미를 못느끼시겠다면 당연히 보지 않으셔야죠. 전 독자분들에게 제 글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독자분들에게도 자유란 있으니까!
오랜만에 작가의 말을 이렇게 길게 써보네요. 팬픽에 관한 얘기는 저쯤 해두고 이제 정말 잡담 다운 잡담을 좀 해볼까 합니다! 저번 팬픽과는 달라진 제 말투 보이시나요ㅠㅠ? 저는 원래 글을 쓰다보면 그 글 분위기에 맞춰 말투도 달라지곤 합니다. 독자분들이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어요..ㅠ 진지한 분위기에서 제 잡담으로 그 분위기를 깨는건 싫고.. 그렇습니다. 그렇네요. 네.. 제가 지금껏 암호닉도 언급 하지 않고, 독자분들에게 답글도 하나하나 달아드리지 못한이유는 나중에 차차 우리가 더 친해지면 해보도록 하고.. 저는 암호닉 다 기억하고 있어요! 답글 안달아준다고 너무 서운해하지 마시길..♡ 사실 댓글도 얼마나 반복해서 많이 읽었는지 모릅니다. 아마 제가 쓴 글보다 더 많이 읽은 것 같기도... 혹시 검정배경에 흰글씨가 눈이 아프신 분은 제가 상처받지 않게 아주 삥삥 돌려서(제가 눈치챌정도로만) 댓글에 남겨주시면 다음 화부터는 흰배경에 검정 글씨로 준비하도록 할게요.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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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픽에 관한 공지1 |
제가 그 릴픽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할지 갑자기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 릴픽'이 무엇인지 아시는 독자분들은 잘 아실거에요.
그 팬픽은 연재할 때 부터 저와는 상반 된 문체기도 했고, 드립의 '드'자도 모르는 저에게는 오히려 가벼운 소재여서 힘이 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음 주에 아쉬운 소식으로 찾아 뵐 수도, 또 기쁜 소식으로 찾아 뵐 수도 있으니..
아직 릴픽 연재는 3~4달 정도 남았으니 천천히 생각해보기로!
드래그해본 분들을 위한 특별 떡밥. 응답하라1997은 다음주부터 야동+현성수열 버전으로 '세라믹'이라는 작가님과 릴레이팬픽 형식으로 연재될 예정입니다. 그 팬픽으로 인해 휴먼지놈 프로젝트를 놓칠일은 없으므로 안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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