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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 봄날 벚꽃 그리고 너


 

봄날, 벚꽃 그리고 너

                     W. 캡틴규

 


벚꽃이 지고나서 너를 만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길가에 벚꽃이 내려앉을 그 무렵, 우리는 만났다.

 

 벚꽃나무아래를 정차없이 걸었다.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풍기는 특유의 봄냄새가 물씬 코끝을 간질였다.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살랑이며 떨어지던 분홍색 벚꽃잎이 신발코 위로 내려앉았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 …아. "

 

벚꽃으로 뒤덮힌 땅을 유영하던 시선이 천천히 앞을 향해 멈춰섰다. 아스라이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에 고개를 빳빳히 들어올렸다. 좁은

비포장도로로 가득한 이 마을에서 좀처럼 들리지 않던 소리였다. 시선이 머문곳, 회색 봉고차에서 네가 내렸다. 그리고 나는 너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 너는 나를 향해 미소지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끌렸다.

 

*

 

햇빛이 나른하게 비추어내리는 시골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이었지만, 나는 항상 이 옷을 걸쳤다. 아버지의 사업이 망했을때 시골

로 내려오게 되었던 그 시점부터,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인정해야했던 현실 앞 유일한 현실도피 수단이었던 검정수트. 너는 항상 이런

나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너는 몸이 허약했다, 달리지 못하는건 물론이고 가끔 병든 닭새끼 마냥 비실비실 앉아있다가 픽 쓰러져

버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래서 요양을 왔다고 했다. 우리집으로.

 

" 김성규, 밥먹어. "

 

목각인형마냥 힘없이 끄덕여지는 하얀 고개. 역시 대답은 없었다. 마치 하얀 벽을 보고 혼잣말을 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나는 그런 네가

싫었다. 하얀 몸을 이끌고 비틀거리며 마당을 거닐때 나는 그런 너에게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고싶은 충동마저 들었다. 숨이 막혀 두서없

이 내뱉는 신음에 나는 웃었던것같다. 목소리가 듣고싶었지만 야속하게도 너는 입은 굳게 다물려있었다.

 

" 야, 말좀 해. 벙어리냐. "


" … … "


" 씨발년아. "

 

묵묵히 소고기무국에서 무를 퍼올려 달그락거리며 입으로 가져가던 숫가락이 멈췄다. 식탁위만 응시하던 초점없는 눈에 내가 담겼다.

생기없는 눈동자에 울컥 무언가 가슴에서 차올랐다. 그대로 나는 우악스럽게 네 머리채를 잡아올렸다. 아- 하고 힘없이 벌어진 건조한

입술이 볼품없었지만, 나는 네 입술을 훔쳤다. 그리고나서 나는 알수있었다. 내가 무슨짓을 하던지 너는 입을 열지 않았다.

 

*

 

알싸한 술냄새가 몸에서 풍겨져왔다, 얼마전 내린 봄비탓에 바닥에 소복히 쌓여있던 벚꽃잎이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꾹- 신발로 웅덩이

에 저들끼리 뭉쳐있는 벚꽃을 지르밟았다. 찰박하는 소리와 함께 얼마전까지만해도 눈마냥 내리던 분홍색 잎들이 자근자근 부숴졌다.

웃음이 나왔다, 벚꽃은 꼭 김성규 너 같았다.

그날밤, 나는 너를 범하려했다. 하얀 몸뚱아리가 형편없게 바닥으로 나뒹굴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그제서야 너는 떨리는 목

소리를 끄집어냈다. 그만해-. 퍽이나 조화로운 목소리가 볼품없이 건조함에 갈라진 입술사이를 비집고나왔다. 웃음이 나왔다, 김성규 너

는 꼭 벚꽃같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네 시선은 온전히 다른것만을 담았다. 내가 아닌 다른것. 나는 그게 못마땅했지만 이내 측은해졌다. 인정, 어젯밤

나는 조금 거칠었다. 듣고싶었던 너의 목소리는 실컷 들었다. 억눌린 신음과 비명사이에서 선명하게 터져나오는 목소리, 그렇게 난 너를

잠식했다. 아, 생각해보니 너는 끝내 울지않았다.

 

*

 

너의 모든것을 소유하고나니 네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너는 이제 조금씩 목소리를 되찾았다. 말을 걸었을 때 대답하지 않으면 날아

드는 폭력에 너는 익숙해져있었고, 자연스럽게 우리는 대화할수 있었다. 손이 참 예뻤다. 봄이 온지가 언제인대 네가 뜨고있는 목도리는

아직도 미완성이었다. 하얀목도리, 목에 두르고 하얀입김을 내뱉을 모습이 눈앞에 선명할 정도로 잘 어울렸다. 그래서 나는 가느다란 너

의 손가락에 입맞췄다. 거칠게 몸을 탐하는 행위가 아닌 부드러운 입맞춤에 너는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았고, 나는 아마 처음으로 네게

웃어주었다. 그리고 너 또한 나에게 웃음지었다. 첫만남, 너에게 달려가던 날 보며 지었던 예쁜 웃음을.


나는 너의 모든것을 가지고나서야, 너를 사랑하게 되었다.


 

*

 

내 옆에 네가 앉아있을때면 나는 어김없이 너의 입술을 훔쳤다. 너는 처음처럼 나를 노려보지 않았다. 이제 익숙해진 행위에 자연스럽게

눈을 감고 팔을 내 목에 감아올리는 너의 모습에 나는 웃음을 흘리며 입을 때었다. 폐활량이 적은 탓에 오랫동안 이어나가지 못하는 키

스가 항상 아쉬웠다. 그런 나의 마음을 알고있는지 떨어지는 입술과 동시에 네 가느다란 손가락에 내 머리카락이 흩어졌다. 내 머리칼을

쓰다듬는 손이 나는 너무나 좋았다. 완연한 봄, 바람이 따스했다.


" 사랑해 "


이제서야 나는 입을 열었다. 말을 못하는건 네가 아닌 나였을지도 모른다. 처음 네가 달려간 순간부터, 비포장도로에서 날아드는 흙먼지

사이로 비춘 너의 미소를 본 순간부터, 나는 이 말이 하고싶었지만 입을 열지 못했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입술이 열렸다. 힘겨울것

같았던 이 말은 달콤하게 공기중을 유영해 너의 귓속으로 스며들었고, 너는 나에게 입맞췄다. 나에게 배운 사랑의 표현이라고는 그것밖

에 없었던 너는 입맞추며 눈물을 흘렸다. 강제로 너를 탐하던 순간마저도 아껴두었던 네 눈물을 마주한 순간 나는 이 세상을 잃어도 괜

찮을것만 같다는 생각을 해버렸다.

 

*

 

하얀 손바닥에 어울리지 않게 퍼진 붉은 선혈에 나는 너의 손을 붙잡고 세면대로 향했다. 투명한 물에 탁해지는 피가 분홍색으로 변해

갔다. 이상하게도 벚꽃이 떠올랐다. 입안을 행구고 뱉어내는 물도 분홍빛이었다. 나는 애써 내가 지려밟은 꽃잎을 떨쳐내려 노력했다. 너

는 마치 벚꽃같았으니까.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나를 네 눈에 담고 너는 웃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나에게 부탁했다. 벚꽃이

보고싶다고.


벚꽃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벚꽃나무가 형편없었다. 그래서 나는 너를 자전거 뒷좌석에 태웠다. 내가 좋아하는 하얀 손에 내 허리를 감

싸안았고, 따스한 봄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기분좋냐는 나의 물음에 너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전거 바퀴가 멈췄다. 그리고 눈 앞에

는 마을에서 가장 큰 벚꽃나무가 서있었다. 아직 지지 않은 벚꽃에 너는 웃었다. 예쁘다- 하고 감탄한 너를 위해 벚꽃나무 아래 돗자리

를 펼쳤다. 따갑지 않은 햇살이 머리위로 내려앉았다. 바람이 불자 벚꽃이 부드럽게 내렸다. 그 모습이 예뻐 카메라를 꺼내든 나는 렌즈

에 우리를 비췄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폴라로이드 사진기에서 우리 모습이 찍힌 사진이 나왔다. 행복하게 웃고있는 너와 내가 예뻐

보이는지 네가 한참이나 사진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나른한지 나에게 몸을 기대오는 너를 내 무릎에 뉘었다.


" 우현아, "


" 응? "


" 사랑해. "


원채 감정표현에 인색했던 너에게서 먼저 들려오는 사랑해 라는 말에 나는 부끄러워져 웃었다. 나도- 라고 대답해주었지만 너에게서는

아무런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아마 부끄러워서 그러는것이리라. 나는 지레 짐작하고 내 무릎에 누워 눈을 감고있는 너를 내려다보았다.

규칙적으로 들썩이는 가슴팍이 귀여웠다. 이내 새근새근 잠이 들어버리는 네 손에 쥐어진 사진속 우리는 웃고있었다.

 

*

 

아, 깜빡 잠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차가운 빗방울을 얼굴로 느끼고나서야 눈이 띄였다. 아직도 무릎에 누운 너는 눈을 뜰 생각을 않았다.

희미한 미소를 띄우고 있는 모습이 꼭 천사와 같아서 나는 웃었다. 네 손에 쥐어진 사진이 비에 젖을까봐 나의 주머니속으로 고이 넣어

놓았다. 빗발이 조금씩 거세지고있었지만 여전히 미동도 없는 너의 모습에 나는 덜컥 겁이나버려 너를 일으켰다. 손에 닿은 너는 몸은

열기를 빗방울에 흘려보낸듯이 차가웠다. 하얀 고개가 힘없이 내 어깨위로 떨구어졌다. 그리고 나는 무작정 달렸다.


나는 울었던것같다. 얼굴위를 흘러내리는 뜨거운것은 빗방울이라고 하기에는 사람의 온기를 나누어가지고있었다. 양팔로 너를 안아들고

달리는동안 봄비에 흩어져내린 벚꽃잎들이 발에 밟혀 찢어졌다. 이전에 이런 생각을 한적이 있었다. 너는 벚꽃같다고. 지금도 그랬다. 아

스라이 꽃향기를 풍기며 사라져가는 벚꽃과 너는 너무나도 닮아있어서, 나는 울었다.


나는 웃었던것같다. 네가 없는 집은 너무나도 차가운 냉기만이 맴돌아 숨이 막혀왔다. 작은 물건 하나하나까지 너의 흔적이 선명해서,

네 몸짓과 행동 그리고 작은 목소리까지 네가 살아있어서 웃음이 나왔다. 멍하니 너의 흔적을 쫒던 시선이 하얀 목도리 위에서 멎었다.

봄이 되도록 완성되지 못한 목도리가 어느세 완성되어있었다. 목도리에 얼굴을 묻자 물씬 풍기는 네 향기에 다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목도리에 붙어있던 노란 포스트잇, 거기에 쓰여져있는 두글자는 너와 너무나도 닮아있어서, 나는 울었다.


안녕-


너와 빼닮은 지독하게 슬픈 안녕, 이미 모든걸 알고있었던 너. 벚꽃나무 아래서 사랑을 속삭이던 네 모습을 떠올렸다. 너무나 사랑스러

웠던 너의 마지막. 너는 나에게 안녕을 선물하고 갔구나. 그길로 나는 참을수 없는 처절한 슬픔 때문에 발을 딛지 못한 너의 장례식장으

로 향했다. 네가 나에게 안녕을 고했다면, 나도 너에게 안녕을 선물해야했으니까.


너와 퍽이나 잘어울리는 하얀 꽃 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있는 너의 사진은 웃음끼라고는 찾아볼수 없었다. 주머니속 잡히는 너는 사진속

에서 선명히 웃고있었다. 아직 내곁에 머무는것처럼, 행복한 웃음을 짓고있는 너와 그 옆에 너와 똑닮은 웃음을 짓고있는 나. 아름다운

마지막의 순간. 나는 부드럽게 사진속 너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너에게 꽃 한송이를 선물했다. 벚꽃이 지지않은 작은 나뭇가지. 하얀 국

화 사이에서 은은한 분홍빛을 흘리는 벚꽃은, 너와 꼭 닮아있었다.


네가 나에게 건낸 마지막 선물, 안녕. 내가 너에게 건낸 마지막 선물, 안녕.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그리움 하나를 얹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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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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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잘보고갑니다..아련아련행...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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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ㅜㅜㅜㅜㅜㅜㅜㅜ완전좋아ㅠㅜㅜㅜㅜㅜ아련하다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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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헐ㅠㅠㅠㅠㅠㅠㅠ잉피닛픽은 처음인데 헐 새드ㅠㅠㅠㅠㅠ이런 분위기 좋아요ㅠㅠㅠㅠㅠㅜ슬프다ㅠㅠㅜ잘보고가요 헝헝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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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헐좋아좋아대박좋아 현성많이써줘 사댱해 좋아대박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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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아련하네요ㅠㅠㅠㅠ성규야ㅠㅠㅠ엉엉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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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헐 눈물나요엉ㅓ어엉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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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와 진짜 너무 좋다....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눈물나요ㅠㅠㅠㅠㅠㅠ 이거 안 읽었으면 후회할 뻔 했어요ㅠㅠㅠㅠㅠㅠ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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