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에겐 달달함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 이정환. 너 그거 알아?"
" 뭐. "
" 딸기 우유 먹으면 가슴 커진대. "
" 병신아. 그러면 초코 우유 먹으면 엉덩이 커지고 바나나 우유 먹으면…. "
거기가 커지겠군…. 정환이 하하하 웃으며 이내 망설임 없이 바나나 우유를 집었다. 야. 너는 어차피 거기 커져 봤자…. 차마 내가 너 박을 건데, 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바나나 우유를 계산하는 정환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인마. 바나나 우유는 내가 먹어야 한다니깐? 선우의 건들건들한 말투에 정환은 씨익 웃으며 보란 듯이 바나나 우유를 단번에 마신다. 너한테는 한 방울도 주.지.않.을.거.야. 꿀꺽꿀꺽 바나나 우유가 시원하게 정환의 목에 넘어가고 캬아~, 라는 소리를 내며 입가에 묻은 우유를 닦는 정환. 무슨 우유 CF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정환의 리액션에 선우는 자신도 모르게 손뼉을 짝짝짝 쳐댔다.
" 너 졸라 맛있게 마시네. "
" 이제 커지겠지? "
" 내가 한 번 봐야겠는데? "
" 안 돼. 내 것은 성스러워서 아무한테나 보여줄 수 없어. "
" 웃기고 있네. 어제도 보여줬으면서. "
너는 목욕탕을 옷 입고 들어가니? 정환은 쯧쯧, 혀를 차보이고는 다 마셔 텅텅 빈 바나나 우유갑을 휙 던져 쓰레기통에 골인시켰다. 학교 매점은 먹을 게 없어. 먹을 게…. 쫙 줄여서 딱 달라붙는 교복 바지가 불편한지 헛둘 헛둘, 짧게 다리를 휙휙 휘젓는 정환에 선우는 허허허, 인자하게 웃으며 그대로 허공에 도는 정환의 다리를 턱 잡았다. 갑작스러운 선우의 행동에 중심을 못 잡고 어어, 하고 쿵 딱딱한 복도에 몸을 떨구는 정환. 선우는 기다렸다 듯이 정환의 양다리를 꽉 잡더니.
" 뭐.., 뭐야! "
" ……. "
!!!!!!!!!!!!!!!!!!!!
" 이야아아압! "
" 아놔. 악! 억! 차, 선…! 악! 어지러워! "
빙빙 힘차게 돌아가다가 거의 절정에 오를 때, 갑자기 패기 넘치게 손을 놓는 선우에 그대로 다시 딱딱한 바닥에 수직낙하를 하는 정환. 지나가는 애들은 그저 또 시작이네, 라는 표정으로 익숙하다는 듯 유유히 정환과 선우의 옆을 지나갔다. 학교에서 꽤 유명한 커플이다. 물론 '또라이' 라고 유명한 커플. 둘 다 하는 짓이 딱 또라이라서 웬만하면 달달한 스킨쉽이라든지, 뽀뽀한다든지, 그런 건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다.
" 어때. 나의 기술이. "
" 헉…, 헉, 씨발. 돌아가면서 니 얼굴 봤는데 존나 못생겼더라. "
" 아잉. 뻥 까지마. 나 존나 잘생겼는데…. "
" 하하! 미친놈! 니가 있어서 나의 하루하루가 존나 spectacle 하구나. "
" 스…, 뭐? "
" 스펙터클 병신아. "
" 갑자기 왜 영어를 쓰고 지랄이야. 존나 구수한 사투리만 쓰게 생겨서. "
" 그런 편견은 no no. "
" dog 새끼. "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거만하게 no를 외치는 정환의 볼을 아프지 않게 때리고는 먼저 교실로 들어가는 선우. 정환도 선우를 뒤따라 들어가고는 커다란 안경을 쓰고 중얼중얼 영어단어를 외우는 진영의 옆자리에 털썩 앉는다.
" 진영아. 또 영어단어 외워? "
" 중얼중얼…. "
" 나 너랑 짝지되고이야기도 몇 번 못 나눠봤는데... . 놀자. 응? "
" 중얼중얼…. "
" 야아. 정진…! "
" 정환아. 너 shut up 이 무슨 뜻인지 아니? "
" 응? 모르겠는데? "
" 입 닥치라는 뜻이야. 나 지금 영어 단어 외우느라 바쁘거든? "
" 으, 으응…. 입 닥치라고? 알겠어…. "
흥. 비웃음을 흘리며 다시 영어단어 외우는 것에 집중하는 진영에 정환은 얕게 미간을 좁히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선우를 아니꼽게 바라보았다. 야, 이정환. 너 설마 내가 개새끼라고 해서 삐졌냐? 장난스럽게 물어오는 선우에 정환은 피식 웃으며 약간 소심한 듯, 하지만 당당한 투로 외쳤다.
" shut up. "
*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전에 한 번 1편 올렸었어요!
다시 연재하려고요. T-T
잘 부탁드립니다!
바들 행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