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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사건의 시작은 박찬열이 복학하면서 부터였다. 새 학기가 시작된 학교 분위기는 상당히 어수선했다.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는 그 이름에 호기심이 발동한 건 사실이었지만 나는 그 이름이 들릴 때 그쪽으로 시선을 한 번 던지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근데 그게 언제였더라. 아마 개강 둘째 주 점심시간이었을 거다. 학식을 먹고 나오던 중 못 보던 사람이 선배들 틈에 껴서 놀길래 기웃거리다 그 중 한 명인 백현이 형과 눈이 마주쳤었다. 야, 세훈아. 오늘 학식 맛있냐? 형의 질문에 별로라는 뜻으로 고개를 저으며 썩은 표정을 해 보이자 선배들이 하나같이 웃었다. 그리고 그때 선배들에 의해 그 사람과 인사를 나눴고 이 사람이 그 ‘박찬열’이란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 이후엔 대충 눈인사를 하는 정도였다. 그 사람과 나 사이엔 그 무엇도 없었다. 그래, 그때까지만 해도 그랬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잠깐 들린 동방에서 그를 만났었다. ‘어?’ 나를 처음 본 그가 내뱉은 첫 대사였다.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나를 쳐다보는데 정말 한 대 치면 눈알이 튀어나올 기세였다. 대충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며칠 전에 놓고 간 전공 서적을 찾는데 자꾸 벽면에 걸린 거울을 통해 그와 눈이 마주쳤다.


 “야, 너 이름이 뭐더라?”
 “저요? 아, 저 오세훈이요.”
 “맞다. 패션과 맞지? 똥개 직속.”


 그가 똥개라 칭하는 사람이 백현이 형임을 금방 알아차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변 씨 성을 가진 탓에 늘 똥을 달고 다니던 백현이 형은 생김새와 하는 짓이 강아지(라고 쓰고 개라고 읽는다) 같다며 대학에 올라와서는 다들 똥강아지(똥개)라고 부른다고 엠티 때 누군가에게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친해진 뒤에는 그 별명이 형과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진짜 누가 지어줬는지…. 전공 서적을 챙기는 내 뒤로 박찬열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기엔 뭔가 민망해서 거울을 힐끔거리는데 무슨 일인지 내 쪽으로 걸어왔다. 쌓인 책들 틈에서 패션 마케팅까지 뽑고 나니 정말 한 짐이었다. 진작에 챙겨갈걸. 크로스 백을 고쳐 매고 전공 서적을 품에 가득 안은 채 뒤를 돌았는데 바로 앞에 떡하니 서 있는 그였다. 나는 왜 다들 그를 가십거리로 삼았는지 새삼 알 것 같았다. 잘생긴 얼굴에 큰 키까지. 나도 작은 키가 아닌데 그는 내가 올려다볼 정도였다. 한참을 그렇게 보고 있으니 그가 입꼬리를 올렸다.


 “얼굴 뚫어지겠다.”


 그 말에 얼른 눈을 내리깔고 그를 지나쳐 나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성큼성큼 걸어온 그가 내 옆에 서더니 동방 문을 열어주는 거다. 아, 감사합니다. 예의상 고개를 까닥이고 동방을 나왔는데, 아마도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다. 그가 내 주변을 맴돌기 시작한 게 말이다. 아침에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라며 막대 사탕을 하나씩 주더니 점심때는 밥을 같이 먹자며 찾아오질 않나, 선배들 부탁으로 무거운 짐을 옮기고 있을 때는 언제 왔는지 들어주겠다며 얼른 내게서 짐을 가져가는 그였다. 심지어는 화장실까지 따라오는데, 주변 사람들이 박찬열에게 오세훈 껌딱지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오늘 강의는 여기까지. 오랜만에 비도 안 오고 날씨 좋은데 오늘 같은 날엔 밖에 놀러도 좀 다니고 그래요.”


 장난스레 던져오는 교수님의 말에 다들 웃는 얼굴로 답하며 강의가 끝났다. 오늘은 오전 강의만 있는 날이라 집에 가서 잘 생각이었는데 그러기엔 날씨가 아주 좋았다. 누굴 만나지. 김종인? 정수정? 최진리? 빈 강의실에서 전공 서적을 베개 삼아 베고 창밖을 바라보며 언제 마지막으로 만났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그 이름들을 떠올렸다. 얼굴도 기억 안 난다. 고교 시절 늘 붙어 다니던 무리였지만 졸업을 한 뒤로는 본 적이 없었다. 그게 벌써 석 달이 넘어간다. 심지어는 같은 대학에 온 최진리 마저 만난 적이 없었으니 말 다 했다. 이것들이 우정이 식었네, 식었어.
 빈 강의실에서 그렇게 한참을 누워 있다 깜박 잠이 들었다. 딱딱한 책 표지 때문에 볼이 아파 잠이 잔뜩 묻은 얼굴을 하고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침을 흘리지 않았는지 눈곱이 끼진 않았는지 혼자 점검을 하는데 킥킥 대며 웃음 참는 소리가 들렸다. 얼른 고개를 들어 보니 대각선 자리에 앉아 한쪽 손으로 턱을 괸 채 나를 쳐다보는 박찬열이 있었다.


 “아, 뭐야.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요?”
 “글쎄? 한 십 분 됐나?”


 손목에 찬 시계를 보며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 오히려 내 쪽에서 당황했다. 아니, 왜 남이 자는 걸 그러고 보고 있는 건데요. 예?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뱉은 말에 이번엔 이까지 드러내며 웃는 그였다. 얼른 이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크로스 백을 메고 전공 서적을 안아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어, 어디 가냐? 야, 오세훈! 그리고 재빠르게 걸어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아직 강의실에서 나오지 않은 그였지만 그가 강의실을 나와 나를 잡을 생각으로 뛰면 긴 다리와 큰 보폭 때문에 금방 따라 잡힐 거란 생각에 더 빠른 걸음으로 간격을 넓히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걸었을까. 무거운 전공 서적을 안고 움직인 탓에 숨이 차올라 밖으로 나가 아무도 없는 벤치에 드러누웠다. 햇볕은 왜 또 이리 따가운지.


 “오세훈!”


 잔뜩 인상을 쓰고 숨을 고르는데 누군가 내 이름을 크게 불렀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보니 백현이 형이었다. 고개를 까닥이며 인사 하자 함께 있던 무리에게 뭐라 말을 하더니 얼른 내 쪽으로 뛰어온다. 그 모습이 언뜻 보기엔 주인 보고 반가워하는 강아지 같기도 했다. 가까워지는 형에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더니 재빠르게 뛰어 와서는 내 어깨를 눌러준다. 왜요? 하는 얼굴로 쳐다보자 씨익 웃으며 하는 말이,


 “긴 상체 받쳐주느라 다리가 고생했을 거야. 늘 수고하는 네 다리에도 좀 쉴 시간을 줘.”


란다. 백현이 형은 늘 이런 식으로 사람을 놀려댔다. 학기 초엔 잘생긴 후배가 들어왔는데 그게 제 직속 후배라며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자랑까지 하고 다니더니 엠티 이후로는 이제 친해졌다는 건지 놀릴 거리를 찾기 시작했고, 하나를 잡으면 그걸로 몇 날 며칠을 괴롭혔다. 악의적인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정말 기분이 나쁠 때 들으면 선배임에도 불구하고 한 대 치고 싶을 정도다.


 “근데 아까 찬열이가 너 존나 찾던데?”
 “아, 그 형 얘기는 하지도 마세요. 아까 강의실에서 잠깐 잠들었는데 눈 뜨니까 턱 괴고 이러고, 이렇게 보고 있는데, 존나 소름 돋았어요, 저.”


 말하는 지금도 소름 돋았어. 씨바. 팔을 쓸며 하는 말에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내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려준 형은 더 소름 돋는 말을 뱉었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네? 그게 무슨….”


 영문을 모른 채 형만 보고 있던 나는 내 두 귀를 의심했다. 세훈아! 하고 큰 소리로 저를 부르는 그 낮은 목소리. 아니라고 부정을 했지만, 그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박찬열이 틀림없었다. 


 “형, 이거 무슨 상황이에요? 아, 설마 또….”
 “찬열이가 너 보면 알려달라길래 아까 게네 보고 찬열이한테 연락 좀 해달라고 했거든. 친구 좋다는 게 뭐냐?”


 그럼 후배는요. 후배는 그렇게 팔 먹어도 되는 겁니까, 선배님…. 그렇게 숨이 찰 정도로 뛰어다녔지만, 결국엔 헛수고로 돌아간 상황에 헛웃음이 나왔다. 박찬열에게 손을 흔들더니 저는 이만 가보겠다며 사라지는 백현이 형의 뒷모습에 정말 돌을 던지고 싶었지만 속으로 참을 인을 세 번 적어 내려갔다. 어느새 제 앞에 서서 웃는 얼굴로 집에 간 거 아니였냐며 능청스레 묻는 그에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었다. 우리 세훈이, 수업 없으면 형이랑 동방에서 노가리나 깔까?

 아, 변백현 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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