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
너징어가 눈을 떴을 땐 작은 남 녀가 눈 앞에 서있었어
바람이 부는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서
남자는 여자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어
‘내가 항상 지켜줄께.’
남자는 말을 마치면서 천천히 여자를 끌어안았어
여자도 말 없이 남자의 허리를 끌어안았고
두 남녀는 나무 아래에서 서로의 온기를 느꼈어
너징이 다시 눈을 떴을 땐 소년과 소녀
그리고 나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어
어둠에 잠긴 쪽방 구석이었지
팔을 더듬어 옆에서 자고있는 박하를
끌어안았어 새근새근 숨소리가
너징 마음을 진정시켰어
날이 밝았고 너징은 변백현한테
받은 쪽지를 휴지통에 넣어버렸어
앞에 나타난 것도 미안한데
연락까지 할 수는 없었어
앞으로도 박하는 내 딸일거고
박하는 나 혼자서도 잘 키워낼거라고
너징은 생각했어
그렇게 오전이 지나고
오후가 다가왔어 너징은 뻐근한 몸을 이끌고
손님들 한테 웃음을 팔았어
박하도 너와 같이 컵을 들고 다니며
손님들께 나눠줬어
그러다가 박하의 시선에 무언가가 들어왔어
바로 손님이 대려온 애완견이었어
동물은 식당 내로 들어 올 수 없기 때문에
애완견은 신발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채였어
그런데 계산을 마치고 나가는 손님을 따라서
애완견이 뒤따라 나가버렸어
박하는 그걸 봤고 너징을 불렀어
“엄마! 멍멍이가 나갔어요!”
“으응, 박하야 엄마 바쁘니까, 좀 있다 놀자.”
너징은 밀린 주문 탓에 박하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 했어
그리고 박하는 곧장 신발장으로 뛰어가
조그마한 제 슬리퍼를 신었어
그리곤 들어오는 손님이 문을 열자
그 틈으로 나가버렸어
너징은 박하가 가게를 나갔다는 사실을
여전히 몰랐어
“후레쉬 한 병 하고 갈매기살 2인 분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박하엄마, 박하는 어디 갔어? 안 보이네.”
“네? 저기…,”
너징은 말 끝을 흐렸어 그리곤 시선을 돌려
가게 안을 훑어봤지만 그 어디에도 박하는 없었어
너징은 들고있던 맥주잔 글라스를 떨어뜨렸고
지면에 닿은 글라스가 파편이 되어
사방에 튀겼어
“박하, 박하야, 박하야!!!”
더러운 앞치마를 둘러맨 채로 가게 밖으로 나온
너징은 눈 앞엔 훽훽 지나가는 유동인구만이 비춰졌어
박하야, 박하야! 하고 부르는 너징의 음성에
지나가던 행인들이 뒤를 돌아보지만 그 뿐이었어
제 갈길을 마저 걸어갔지
“사장님, 사장님 박하가 없어졌어요! 나간 것 같아요!!”
“뭐? 나가는 거 못 봤는데?”
“방에도 주방에도 홀에도 화장실에도 아무데도 없다구요!!”
“세상에! 아이고 박하야!”
“카운터에만 서계시면서 아이 나가는 것도 안 보고 뭐 하셨어요!!!”
잔뜩 흥분한 너징은 사장님께 버럭 소리 질렀어
사장님도 너징이 화 내는 건 처음 보는 거여서
아무 말 없었어 그저 너징과 함께
밖으로 나설 뿐이었어
가게는 옆 가게 사장을 불러다가 맡겨두고
너징과 사장은 둘이서 박하를 찾아다녔어
“박하야! 제발, 제발 박하야.”
동네 전통시장부터 골목길 놀이터까지 샅샅이 뒤진
너징에게 돌아온건 허탈함과 절망 뿐이었어
어디에도 박하는 없었어
사장은 가게를 너무 오래 비워뒀다며
가게로 돌아갔고
너징은 몇 시간 째 거리를 헤맸어
그저 박하만을 외치며 해가 고개를 넣었어
구름 속에 있는 달빛이 점점 모습을 드러내고있었어
하루 온종일 뛰어다닌 너징은 머리가 산발이 됬어
그리고 신발 한 짝도 언제 잃어버렸는지
맨 발이 드러난 발바닥이 온통 까져있었어
눈물 자국이 뺨에 그려진 채 너징은 박하를 찾아 헤맸어
그러다가 3번 쯤 다녀 간 놀이터에서
박하를 발견해
“바, 박하, 박하야! 박하야!!”
반가운 음성에 박하는 고개를 훽 돌려서 너징을 봐
큰 눈알사탕을 입 안 가득 채워넣은 박하가
너징에게로 뛰어왔어
그대로 주저앉아 박하를 끌어안은 너징은
박하의 엉덩이를 때리기 시작했어
“엄마가!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랬잖아!!”
“엄마, 엄마 죄송해요, 흐으,”
박하는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입 밖으로 울음소리를 내보내지 않았어
너징이 박하의 어깨에 얼굴을 뭍고 울면서
박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계속 치는데
누군가가 너징의 팔을 낚아챘어
그리고 고개를 든 너징 앞엔
커다란 마스크에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허리를 숙인 채 있었어
“…변백현.”
“그만 해. 애는 왜 때려.”
“너, 너 뭐야? 네가 왜 박하를 데리고 있어? 너 뭐야. 뭐냐고!!”
변백현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너징은
백현의 뺨을 때렸어 짝! 하고 울려 퍼지는 소리와 함께
변백현이 쓰고있던 선글라스가
모래판 위로 날라갔어
“……”
“……”
박하는 그저 말 없이 모래 위로 눈물을 내려보냈어
너징은 말이 없었어 선글라스가 벗겨져 드러난
변백현의 눈이 울고있었기 때문이야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변백현은 애써 미소를 지어보이며 운을 땠어
그리곤 천천히 손을 내밀어 너징의 머리위에
손을 올렸어
“널 만나러 오다가, 아이가 혼자 돌아다니길래,
잠시 이야기 좀 하고 있었어. 그 뿐이야.”
변백현이 너징의 머리 천천히 쓸기 시작했어
그리곤 애써 웃던 표정을 지워버린 채
눈물을 흘려보내
"…계속,"
“…….”
“언제나 항상 좋아했어.”
“…….”
“이제부터 난 내 가족을 지킬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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