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둘이 살기엔 너무 큰 집에서의 생활도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갔어
변백현은 그렇게 자주 집에 들리지는 못 했어
본격적인 활동기간은 아니었지만
각종 촬영에 라디오까지 끝마치면 항상 새벽이었어
백현은 항상 너희 모녀가 잠들어 있을
늦은 새벽에서야 조용히 찾아와
침대맡에 가만히 앉아서
너징과 박하를 바라만 봐
그렇게 한참을 손도 못 대고 바라만 보다가
아쉬운 발걸음을 떼어내서 조용히 나가
언제는 인기척에 너징이 눈을 떴는데
변백현이 자는 박하의 머리를 혹여나 깰까봐
쓰다듬지 못해 머리 위 허공에만 손을 올리고
있던 모습을 봐 그 뒤로 몇번이나
인기척을 느끼면 잠에서 깼지만
너징은 잠시 쉬다 가라는 말도 쉽게 하지 못해서
두 눈만 꾹 감고 변백현의 숨소리와 시선만
느끼다 다시 잠에 빠졌어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근 일주일 동안 박하는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놀이터에 푹 빠졌는지
방금도 다녀온 놀이터를 지금 또 가자고
떼를 쓰고 있어 너징은 오늘 많이 놀았으니까
내일 또 나가서 놀자며 박하를 달래
박하는 싫은 소리는 않지만
입술을 쭉 내밀고 서운한 티를 내
어쩔 수 없는 아이인가봐
너징은 컴퓨터 하던 걸 냅두고
잔뜩 풀이 죽은 박하에게 다가갔어
“우리 딸, 방금도 놀이터에서 놀다 왔는데
그렇게 또 가고 싶어요?”
“으응, 엄마 조금만요. 조금마안~”
금새 표정이 밝아진 박하는 지금이 기회란 걸 아는지
네 팔에 매달려서 애교를 부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현관을 또 나서게 됬어
“박하 신발 신었죠?”
“네!”
혼자서 신발을 신은 박하가 네 손을 잡았어
삐리릭-
문을 닫고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삐리릭-
바로 앞 집 문이 열렸어
너징은 올라오고 있는 엘레베이터만 바라보고 있었어
“안녕?”
“안녕하세요! 저는 박하예요.”
어느새 묻지도 않은 제 소개를 하고있는 박하의 음성에
뒤를 돌아보니 웬 허여멀건 남자가 허리를 숙인 채
박하와 말하고 있었어
“이름이 박하야? 이름처럼 얼굴도 이쁘네~”
상냥하게 웃는 남자와 순간 눈이 마주친 너징은
살짝 고개만 끄덕여 인사를 건냈어
남자도 말 없이 고개로 인사를 받았어
같이 엘레베이터에 탄 남자는
아이를 잘 다루는지 박하를 내내 깔깔거리게 했어
그 짧은 시간에 친해졌는지 남자는
엘레베이터에서 내리는 박하의 손을 잡고 말했어
“박하, 혹시 과자 좋아해요?”
“네! 박하 과자 좋아해요!”
“그러면 오빠가 나중에 과자 선물로 줄께요!”
“우와~! 감사합니다!”
예의바르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박하를
귀여운 인형 바라보듯이 내려다보던 남자가
손을 흘들어 바이바이를 하면서
너징에게 시선을 돌리곤 티 안나게 웃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어
박하도 베시시 웃으며 인사했어
“찬열이 오빠 안녕~!”
얼떨결에 또 다시 인사를 하게 된 너징은
저 사람이 엑소라는 걸 눈치 챘어
바로 앞은 변백현의 숙소였으니까.
“박하야 저 오빠 이름이 찬열이래?”
“응! 오빠가 나중에 과자 선물로 준데요!”
“디게 친해졌네, 저 사람은 앞 집 사람이니까 괜찮지만
다른 사람이 주는거는 함부로 먹으면 안 돼 알지요?”
“네!”
놀이터에 도착한 박하는 그새 또 신이 났는지
이리저리 방방 뛰어다녔어
그렇게 뛰어다니다 넘어지면 씩씩하게 일어나서
옷을 털고 또 돌아다녔어
통통 뛰며 혼자서 시소를 타는 박하의 동영상을
변백현에게 전송하자 곧 답장이 왔어
-헐....
-왜?
-저 천사는 누구 딸인가요?
-내 딸인데.
-○○아, 왜 그래? 박하는 네 딸이기 전에 내 딸이야
그리고 넌 내꺼인 동시에 박하 엄마지♡♡♡
-징그러.
-헐........징그럽데..
-왜 씹어?
-뭐해?
-무슨 일 있어?
백현은 은근히 놀리는 재미가 있었어
너징은 연이어 징징 울리는 핸드폰을 바라보면서
큭큭 거리다 입술을 앙 다물어
요즘 실실 웃고 있는 제 자신이 낯설어서.
집으로 돌아 온 너징은
박하와 함께 저녁식사를 했어
박하는 티비 어린이 채널을 열심히 보고 있었어
한참을 고뇌하며 근방에 평이 괜찮은 유치원을
고르고 고르던 너징이 저 뒤 쇼파 위에서
꺄르르 거리는 박하를 바라봐
이제 박하도 유치원에 보낼 때가 됬어
너징은 박하 마저 자신처럼 배움의 기회를
놓치게 될까 항상 걱정이 컸었어
하지만 식당에서 나오면서 받은
퇴직금이랑 모아둔 월급이
꽤 되기 때문에 앞으로의 박하 유아교육비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어
너징은 그 부분에 대해서 참 다행으로 생각했고
한편으론, 변백현에게 너무 감사했어
어쩌면 변백현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박하는 아빠를 만나지 못했을거고
너는 변백현을 평생 미워하며 살았을거고
또 가게를 나오면서 모아둔 돈으로 집을 구하느라
또 다시 빠듯한 생활을 하게 됬을 건데
변백현이 너를 찾음과 동시에
네 마음속에도 평안이 찾아오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한참 티비를 보던 박하가 졸려워 하자
너징은 박하를 먼저 재웠어
컴퓨터에서 일어나자 어느새 시간은
새벽 2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어
아직까지 씻지않아 찝찝한 몸을 이끌고
욕실로 향한 너징은 욕조 안에 물을 가득 채웠어.
따듯한 온수에 몸을 담구자
쌓였던 피로가 날아가는 듯 했어
그렇게 생각 없이 욕조 안에 누워있던 너징은
앞으로의 일들을 생각하기 시작했어
변백현의 회사에서 현 코디네이터가
그만 두면 바로 연락을 주기로 한 상태여서
기다리는 중이었지
‘나 자신 없는데…요즘 패션 잘 알지도 못 하고.’
자신없어 하는 네 말에 변백현은
말 없이 꼭 끌어 안아 주면서 말했어
‘걱정하지 마. 어차피 너 말고도 다른 코디 한 명 더 있어.
그리고 우리는 거적때기를 입혀놔도 멋있으니까 걱정 마.
특히 거기서 내가 제일 멋있을 걸.’
변백현 특유의 개구진 말 속에는 상대를 배려하는
따듯한 무언가가 있었어
백현의 말을 되뇌이던 너징은
어느새 자기가 또 웃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괜히 부끄러워서 물속으로 잠수 해
너징이 샤워가운을 입고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욕실 밖으로 나왔어
냉장고로 걸어가 냉수를 따르는 네 뒤로
삐삐삐삑-
도어락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려
순식간에 현관물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백현이었어.
고개를 푹 숙인 채 약간 비틀거리며
신발을 발로 벗기고 들어온 백현은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려서
저를 바라보고 있는 너징과 눈을 마주쳐
“…….”
“술 먹었어?”
“아 씨, 나 언제 잠들었지. 상상을 너무 많이 했더니
꿈에서도 보여.”
샤워 가운만 걸쳐입고 저를 바라보는 너를
흔들리는 눈으로 바라보며 웅얼거리던 변백현이
한 발 한 발 천천히 비틀거리며 다가왔어
“진짜 어떡하지.”
“…뭘?”
“가지고 싶은데.”
“뭘 가지고 싶어?”
“니가 너무 가지고 싶은데 꿈에서 마저 참아야 돼?”
암호닉은 계속 받는 중이며 5편에 달아 주신 분들은
나중에 한꺼번에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암호닉 해주신 분들께는 조그마한
혜...혜...혜택이...있을겅....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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