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현성] 적어도 너에게만은
w.살류
"힘들 땐, 문득 내가 보고싶어질 때엔 밤하늘을 바라봐요."
우현은 떨리는 목소리를 성규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억지로 입술까지 깨물며 목이 메이려하는 것을 일부러 참고 참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성규와는 시선을 마주치지도 않은 채로 땅만 쳐다보며 그렇게,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 성규의 눈을 바라보면 무너져버릴 것 같아서. 억지로 헤어지기까지 하고, 서로에게 상처까지 주면서까지도 혐오한 세상이고 살기 싫어 발버둥치던 자신이였는데 이렇게 상황이 되고 나니 왠지, 조금만 더 성규의 곁에 남아있고 싶다고,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성규의 눈을 바라보면 완전히 무너질 것 같았다. 우현은 떨리는 손을 꾸욱, 주먹을 쥐고는 땅바닥만 계속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 세상에 미련은 없다. 우현은 마음을 다 잡은 듯, 허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고는 성규의 눈을 바라보며 마주쳤다. 눈물이 가득 차있는 채로 저를 바라보는 성규의 눈을 보니 왠지 가슴 한 쪽이 저릿해오고, 무너질 것 같았다. 약간 흔들리는 듯 보이는 우현이였지만 약간 시선을 피했다가 우현은 다시 성규와 눈을 마주쳤다.
"……내가 그립다면, 그립다고 생각이 되면 달을 바라봐줘요."
결국 우현은 성규와 눈을 마주친지 얼마 가지않아 고개를 툭 떨어트려버렸다. 눈물이 흐를 것 같아서, 눈물이 가득 찬 채로 자신을 바라보는 성규의 눈을 보니 자신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무 말없이 우현의 말만 듣고, 우현만 애처롭게, 불안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는 성규가 더 불안하고 애처로웠다. 그 다음 말을 이어야 하는데 목이 메어서 말이 도저히 나오질 않았다. 우현은 입술을 깨물더니 힘겹게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저 달처럼 형을 바라보고 있을게. 저 달처럼 형을 비춰주고 있을게. 형의 곁에 언제나 있을게, 형만 바라보고 있을거에요. 성규형."
"……진짜 나쁘다, 남우현."
성규의 꾹 닫혀있던 입이 열렸다.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가는 성규의 모습이 안타깝고 더욱 애처로워 보였기에 우현은 차마 그러는 성규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우현은 미안한지 그냥 아무 말 없이, 시선을 피한채로 눈물을 꾹꾹 참고만 있었다.
"사귀자 한 것도, 헤어지자 한 것도, 이런 말 하는 것도 다 너야. 헤어지자고 했으면 잘 지내던가…. 왜 둘 다 힘들었던 거야, 우리는. 차인건 난데, 왜 너가, 너가 더 힘들어했던건데……. 헤어지자고 했으면 보란듯이 잘 지내야 할 거 아니야, 이 나쁜 놈아……. 짜증나, 진짜……."
성규는 그렇게 마음속에 있던 말을 내뱉으면서 차던 울음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는지 결국 울음이 터져버렸다. 그렇게 서럽게 울어대는데 우현이 당황하지 않을리가 없었다. 우현은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다가 그냥 안아주고는 그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성규는 우현이 안아주자 울음소리가 더 커지면서 더 서럽게 울었다. 미안해, 너 힘든 거 모르고 너 혼자 고민하게 해서 진짜 미안해. 울면서 이렇게 말을 하는데 너무 불안해보였다. 우현은 그러는 성규를 더 꽉 안으며 자신도 함께 울었다. 미안해, 이렇게 떠나버린다고 해서 미안해. 내가 더 미안해. 그렇게 달이 그 둘을 비춰주고 있을 달밤에 그 둘은 서럽게 울어댔다.
"……진짜로 미안해. 미안해, 미안."
"……성규형, 미안해요... 이렇게 형 두고 가려하는 저를 미워해도 괜찮아요."
우현의 마지막 말에 성규의 울음소리가 더 커졌다. 우현은 성규를 달래면서 자신도 함께 울었다. 대체 무엇이 이 둘을 이렇게 서럽게 울게 하는 것인지, 이렇게 슬퍼하는 것인지, 왜 우현이 이 세상을 혐오하고, 더럽다고 싫어하고, 살기 싫어하는지 그것은 조금 더 지나야 알게 될 것 같다고.
적어도 너에게만은, 너에게만은 내가 기억에 남아있기를.
*
꽤나 예전에 적었던 조각을 가져와 봤어요. 원래는 연재물인데, 연재할 용기가 없어서 조각으로 올려봅니다. :D 예전에 적은 조각이라서 서투른 것이 엄청 많이 보일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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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희귀하다는 모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