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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 전체글ll조회 989


*부귀, 그 괴로움에 대하여*

 

다혜가 기억하는 한계, 대략 세살쯤부터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니 어쩌면 그 전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다혜의 아빠는 성공한 사업가였고, 그의 옆에는 열심히 내조를 하며 그를 사랑해주는 지고지순한 부인이 있었다. 다만 그 부인이 다혜의 엄마가 아니라는게 가장 큰 흠일테다. 그의 사업이 나날이 그 규모가 커지고, 흔히 말하는 상위층에 속하게 될때쯤 그는 사방에서 자신을 향해오는 유혹을 뿌리칠수없었다. 이런 이야기속 누구나 그렇듯 결코 그 유혹을 뿌리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게 흥청망청 돈을 쓰고 놀면서 그는 지금의 다혜엄마와 만나게 됬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둘은 절대 만나지 말았어야 할, 그런상대였는지도 모르겠다.

 

 

 

 

"아침밥 차렸어요"

 거울을 보며 와이셔츠 깃을 정리하던 남자가 응 짧게 대답하고는 부엌으로 향한다. 다혜는 그모습을 보고는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워 이불을 코까지 덮는다. 매일 같은 일상의 연속. 부부라는 큰 틀이 다혜와 정호를 묶고있을뿐, 그들은 실상 결코 '부부' 일 수 없었다. 아침 8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시사거리와 정호의 밥먹는 소리만이 집을 메운다.

 

 

 

 다혜의 엄마는 마치 돈병에 걸린사람같았다. 그녀는 남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절세미녀였지만, 그 만큼 여러남자에게 여우짓을 많이 했다. 요즘말로는 어장관리 정도로 생각하면 될듯싶다. 처녀시절 그녀의 곁에 진정한 친구는 없었다. 그저 옆에 붙어 잘생기고 돈많은 남자를 갈망하는 욕정어린 여자들이 전부였다. 그녀 역시 진정한 친구, 우정 이런건 다 부질없는 짓이라고 생각했다. 돈많고 나이많은 유부남과의 첫만남, 그녀는 어떻게 해서는 그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절대 넘어선 안되는 선을 넘어버렸다. 금기된 두 남녀의 한낮 쾌락, 그리고 남자의 이혼, 그둘의 결혼 그녀는 남부러울게 없었다. ' 저 년이 그년이라며? 저 싹퉁바가지년 지가 들어와야될곳 안들어야와될곳 구분도 못해? ' 뭇사람들은 그 예쁘장한 얼굴로 저렇게 밖에 못사는 게 불쌍하다고도 말한다. 남의 시선따위 신경쓰지않았다. 다혜 엄마로써의 이십년 역시 그랬다. 그것은 돈병이 분명했다. 명품에 살고 명품에 죽는. 돈이라면 뭐든 다하는. 다혜는 생각했다. 돈에 미친년이 제일 무섭다고 그리고 가장 훌륭한 예가 자신의 엄마라고

 

 

 

 

정호가 밥을 다 먹은듯하자, 다혜는 분주하게 이불을 걷고 식탁으로 가 식탁을 치우기 시작한다. 그리곤 누가 쫓아오는 듯 설겆이를 한다. 정호가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고 남은 준비를 마칠때까지 설겆이를 다 끝내고 정호가 출근하는것을 현관에서 배웅해야한다. 2년동안 그녀는 이렇게 살아왔다.

 "다녀오세요"

 "요자 빼라니까 또그런다."

 "죄송해요"

 "뭐가 죄송해 나 갈께"

 부드러워 보이지만 차갑다. 다혜는 뒷모습을 그의 바라보다 괜스레 쓸쓸해진다. 정호가 병원으로 출근을 하고 나면 다혜는 할 일이 없다. 티비를 틀고 얼마 지나지않아 다시 꺼버린다. 세상에 자신빼고 다 행복한 삶을 사는것 같다는 생각에 잠시나마 원망도 해본다. 그녀에게 원망이란 감정은 항상 따라다녔다. 뭘해도 부모가, 지금 자신이 처한 환경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아무리 원망하고 원망해도 바뀌는 건 없다. 다혜는 그걸 스무살때 깨달았다. 잊고싶은 어렸을적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잊을만한 생각나는..어쩌면 죽을때까지 계속 달고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기억이란것. 물건이 아니라 태워버릴수도 없는것. 마음 한편이 괴롭다.

 

 

 

 

다혜는 초등학교 때만해도 집에서 말같은 거 하면 안되는줄 알았다. 아빠 깨니까 조용히해 아빠 화나셨어 조용히해 아빠 티비보시잖아, 아빠 책 보시잖아 조용히 못해? 엄마는 항상 조용히하란 말뿐이였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남들과 좀 다른 아니 좀 많이 다른 자신을 발견하지만, 그녀는 남들과 같아지는 방법을 몰랐다. 예쁘장한 얼굴에 돈도 많지만 가족에 대한 뒷배경이 있는 아이, 학창시절 그녀를 형용하는 단어는 많았다. 왕따, 불쌍한애. 다혜는 서울중에서도 소위 부자들만 산다는 그곳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그곳은 치맛바람이 특히 셋다. 다혜의 엄마와 아빠는 동네 사모님들의 얘깃거리에 자주 등장하곤했다. 그런생활이 어른되면 끝나겠지, 대학가면 자유인 몸이 되겠지 나도 언젠간 평범하게 살수있겠지 엄마는 그런 그녀의 바램을 보란듯이 짓밟았다. 고등학교 졸업장을 타자마자 자신보다 기본 열살이상인 가끔은 엄마와 몇살 차이 나지도 않은 남자들과 선을 봐야했다. 엄마는 약속을 잡을때마다 그쪽에 굽신거렸고, 다혜는 그런엄마가 너무싫었다. 자신을 엄마의 삶과 똑같이 만들려는거 같아 가끔은 그녀가 무서워지기도 했다. 그녀가 초등학생이였을 때 이미 그 남자들은 스무살도 훨씬 넘었을것이다. 징그러웠다. 그런사람들이 만나기만 하면 그녀에게 몸을 요구해왔다. 괴롭고 소름끼쳤다. 어렸을적 남들이 소근대는 것보다 몇배는 더 괴로웠다. 자괴감마저 들었다. 계속 이렇게 살아야하는가 난 도대체 누굴까

 

 

 

"많이 어려보이는데 나이가?"

 다혜가 기억하는 정호의 첫마디이다. 정호는 다혜와 8살차이나 났지만 그런 아저씨들보다 훨씬어렸고 따뜻했다. 한줄기 빛같았다. 다른사람들도 다혜를 보며 나이부터 물어보지만 확실히 정호는 다른 사람과 달랐다. 눈빛하며 살짝 웃는듯한 눈매, 말투까지, 다혜는 처음 느끼는 느낌에 눈물이 날 것같았다. 고작 한마디 들었을 뿐인데

"뭐 마실래?"

 "안마셔도 되요"

 "그래도 뭐 마셔야지"

"그냥.. 아무거나요"

 그 남자는 계속 말을 걸어왔고, 그 여자는 계속 말을 끊는다. 다혜는 누군가와 '대화'를 한다는것에 익숙치 못했다. 항상 혼자였기에 그리고 관심을 가져주는이가 없었기에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다혜는 이 상황이 매우 낯설다. 정호는 막 레지던트를 끊낸 새내기 의사였다. 그의 아빠 역시 의사였고 다혜 못지않게 잘사는 집안에서 자랐다. 둘은 집안에 있어서 공통점이 꽤많았다. 가장 큰 차이점은 사랑받고 자란것과 무관심속에 자란것이었다. 그 차이는 너무 컸다. 둘의 결혼은 빨리 진행됬다. 연애라는 건 없었다. 티비에나 보면 정략결혼 딱 그 형태였다. 드라마에서나 존재하는 줄 알았다. 엄마는 성에는 안차지만 집안을 봐서 시집보낸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물론 그집 식구들을 만날땐 입도 뻥긋 못하는 벙어리가 되었다. 오히려 굽신거리며 최대한 기분에 맞추려고 노력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 결혼이 무산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물론 정호에게도 그러한 행동은 계속 됬다. 다혜는 정호가 왠지모르게 믿음직스러웠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지켜줄것만 같았다. 정호와의 대화도 첫만남 때 이후로는 거의 없었지만 괜스레 설레였다. 단지 누군가 자신에게 관심이란 걸 가져줬다는 것에 대해서 무척 행복했다.

 

 

 

 

엄마는 결혼하면 요리를 할 줄 알아야 한다며 당분간 다니라고 요리학원에 등록해주었다. 사람 많은 곳에 간다는 것이 조금은 두려웠지만 정호를 생각하면 다해주고 싶었다. 그 날 역시 기쁜마음으로 요리를 배우고 집에 오는길이었다. 문득 자신도 모르게 건너편으로 시선이 갔고 믿기싫은 장면을 보고말았다. 정호였다. 그 옆에는 예쁘게 생긴 여자가 있었고, 정호는 여자의 어깨에 손을 두르고 머리를 쓰다듬다가 볼도 매만지고 가끔 허리도 쓸어내렸다. 다혜와 있을 때는 비교도 안되게 행복해 보였다. 무슨 힘인지 모르게 끌려가듯이 다혜는 둘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살짝씩 보이는 정호의 무척이나 기뻐보이는 그 표정이 다혜의 마음을 후벼파는듯했다. 그들이 외진 골목으로 들어갔을때 다혜는 거기서 멈춰야했다. 아닐꺼야 결혼할 남자잖아 저사람 홍정호잖아.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기를 몇번. 그 둘은 다혜의 말에 콧웃음 쳤다. 입술은 얽히고 얽혀 서로의 영혼까지 빨아들이는 듯했다. 허리를 매만지던 정호의 손은 점점 광범위하게 여자의 몸을 훑었고 여자의 손은 애꿎은 정호의 머리칼만 쓰다듬고 있었다. 정호가 여자의 옷속으로 손을 넣고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할 때 다혜는 허망감, 배신감, 그리고 또다시 버림받았다는 그 쓰라림을 느꼈다. 그 때의 그 감정은 표현할 수 없을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새 눈물이 한방울 두방울 흐르기 시작했고 소리내어 우는 것은 아니지만 매정한 눈물은 뺨을 타고 사정없이 흘렀다. 온 몸에 힘이 빠지고 들고 있던 가방이 떨어지면서 두사람의 시선은 열중하던것을 멈추고 다혜에게로 향했다. 어, 다혜야. 남자가 부른다. 오지마 오지마 오지마 속으로 몇번을 되내었다. 제발 오지마 그런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자신 혼자 착각하고 좋아하고 아파한 것 들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절대 그게 뜻대로 될리가 없지..

 "누구야?"

 여자가 옷매무새를 다듬고 머리칼을 정리하고 거울까지 여유롭게 본 뒤 천천히 걸어온다. 목소리가 예쁘다.

"내가 전에 말했잖아 다혜.결혼할 애 정해졌다고 예쁘게 생겼지"

 매정하다. 차라리 웃지라도 않았으면 마음이 덜 아팠겠다. 뭐가 좋다고 그렇게 실실웃으며 소개하는지 정호는 그저 행복해보였다. 다혜는 비로소 느꼈다. 원망감. 아, 이건 사랑이 아니라 동정이구나. 이런 감정은 사랑이 아니구나 내가 설렘 대신 느꼈어야 할 것은 그저 새로움이었구나 누군가 나에게 처음 관심을 가져준다는 그런 느낌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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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손이에요T.T  기다린다고 하셨던 분들 실망하셨으면 어쩌죠... 3인칭 시점으로 쓰고싶어서 맘대로 이름을 지었어요. 타이틀에 다각이라고 적어둔 거 보이시죠! 선수 한명이 더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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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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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진짜 좋아요ㅠㅠ다혜가 많이 안쓰럽네요 나중에 나올사람은 정호같은사람말고 ㄱ더좋은 사람나왓으면좋겟어요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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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 쩔어요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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