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그런 날이 있다. 이유없이 불안한, 아무 것도 아닌 일인데도 괜히 예민해져 신경질을 내게되고, 또 그것을 후회하며 짜증을 내는. 그리고 그런 날 너는 없어졌다.
BTS PISTOLS
01
세상은 원인95%와 반류5% 베타90%와 알파8% 오메가2%로 구분지을 수 있다. 처음엔 멸시되던 반류와 알파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높은 자리를 차지하게되면서 사회의 지배층으로 올라갔고 반류만 다니는 학교도 건립했다. 그렇게 우리는 차별없는 사회를 만들었다고 기사를 퍼트렸지만, 그것은 문둥병환자가 화장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실제로 경종과 오메가들은 사창가나 사람보다 못한 대접을 받았으니까. 아니, 그들은 이제 짐승 이하의 취급을 받았다. 아무도 그들의 고통따위에는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들의 고통은 차별없는 밝은 사회에 있어선 안되는 것이었으니까.
나는 그런 사회에서 중종으로 태어났다. 곰과 가문에 랫서팬더라는 중종, 평범한 베타. 가문에서 뛰어나게 대접받을 자리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박해받을 혼인도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태어나자마자 가문의 원로들과 어른들께 손가락질 받아야했고, 아빠는 그런 날 안고 쫓겨나듯 가문을 나가야했다. 내가 선조귀환인 반달곰 엄마를 잡아먹고 나왔기때문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바로 집을 얻어서 지냈다. 물론 판자촌이었지만 땡전한푼없이 급하게 나온 가족이 집이라도 구한 것이 어디인가. 아빠는 공사장 막노동 일을 했고, 형은 매일 두꺼운 책을 파며 법관이 되겠다했다. 우리는 가진 것이 없었지만 나름대로의 꿈을 품고있었고, 남 부럽지않은 평범한 삶을 살았다. 아빠가 엄마를 찾으러 가기 전까지는. 그 날도 어김없이 아빠는 일찍 일 나갔고, 형과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배웅했으며 형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두꺼운 책을 팠다. 평소와 다름이 없는 일상에서 딱 한가지 달랐던 점은 매일 7시 우리가 맞이해야할 아빠가 돌아갔다는 전화였고, 우리가 맞이해야할 사람이 물건으로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아빠가 하늘로 엄마를 만나러 간 뒤 형은 꿈을 포기하고 아빠를 쫓아 막노동과 잦은 알바로 몸을 뛰어들었고 나는 작은 가방을 매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일로 바쁜 형을 대신해 같이 하던 집안일은 자연스럽게 나 혼자하게되었고, 나는 그 일을 꽤 잘해내었다. 반찬이나 밥을 하러 삼십분을 걸어 작은 시장으로 내려가면 기특하고 귀엽다며 아주머니들이 덤을 하나씩 챙겨주었기때문이었다. 내 작은 손은 나물을 무치는데 매우 실용적이었으며 형은 매일 식탁위에서 내가 해준 밥이 제일 맛있다고 엄지손가락을 올려주었다. 그리고 다음날 시장에 내려가 전 날 형과 있었던 일을 아주머니들께 소곤소곤 말하면 아주머니들은 또 기특하다고 덤을 한아름 챙겨주시는 것이다. 나는 이런식으로 시장의 아이돌이 되어갔고 형은 나날이 메말라갔다.
이쯤되면, 불행이 여기서 끝이겠다 생각하겠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건지, 아니면 날 때부터 어미를 잡아먹고 태어난 놈은 뭔가 다른건지 형이 정신지체판정을 받게되었다. 벽돌을 짊어지고 위로 오르던 형이 위에서 떨어지는 벽돌에 머리를 맞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것은 아빠가 돌아간 이유와 더럽게도 일치했다. 그나마 다행은 형은 내 곁을 떠나지않았다는 것, 그리고 정신지체가 3급 판정을 받았다는 것.
멍하게 형의 손을 잡고 병원을 나오는 순간, 나를 내려다보는 형의 눈을 보는 순간,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더이상 이렇게 멍하게, 형과, 아빠, 엄마의 뒤에서 숨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내가 병원을 나와서 집에와서 가장 먼저 한 것은 형에게 절대 이 집을 나가선 안된다고 교육시키는 것이었다. 나는 이 과정에서 조금 울컥해 울 뻔했다. 누구보다 똑똑했던 우리 형인데, 법관까지 준비했던 우리 형인데. 내가 한참을 설명해도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형을 보고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있자 형의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나는 그 날 형의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 너무 미안해서, 모든 것이 제 탓인것같았다. 그리고 제 탓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난 바로 형이 하던 일을 이어서 하기 시작했다. 신문돌리기와 우유배달, 공사장 막노동, 편의점 알바, 식당 서빙, 나이트 삐끼까지. 한달간은 매일같이 찾아오는 허리통증과 술먹고 주정부리는 사람들을 겪으며 그동안 형이 이러한 일을 겪었다는 생각에 미칠듯한 분노와 자기혐오를 경험하게되었다. 그리고 매일같이 자기혐오 다음에 찾아오는 것은 안도감이었다. 지금이라도 이러한 기분을, 느낌을 형이 겪지않게 해서 다행이라는 안도감.
물론, 그대들은 이러한 것들을 듣고 날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나는 우리가 가문에서 쫓기듯 나와 판자촌으로 들어갔을 때, 막 태어난 갓난아기였을 뿐이어서 기억이 전혀 없거니와 (아빠한테 다 들은거다.) 우리 아빠와 형은 무척이나 나한테 잘해주어서 내 어린시절이 꽤 행복한 추억들이며, 나는 형이 정신지체3급 판정을 받을 때 까지 아빠와 형의 그늘안에서 잘 자랐왔고. 아빠와 엄마, 형의 뒤에서 두다리 멀쩡하게 뇌 멀쩡하게 가만히 숨만 쉬고 있던 내가 걱정을 받는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나 과분한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지금 가수가 되어있지않은가.
내가 집에 들어가면 새벽 2시였고 형은 매일 깨어있었다. 나는 집에 들어가자마자 씻고 형을 내 무릎에 눕혀 자장가를 불러주며 형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게 하루의 낛이었다. 그리고 그 날도 어김없는 내 자장가 소리에 형은 잠들었고, 나는 어이없게도 그 자장가소리에 캐스팅된 것이었다.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다. 새벽 2시 40분에 대뜸 남의 집 문을 열고 낯선 사람이 들어오는게, 게다가 한다는 소리가 너 가수해보지않겠냐는 소리라니. 그리고 두번째는 화가 났다. 여태까지 컴컴하기만 했던 앞에 갑자기 들어온 빛이라니, 그 빛이. 여태까지 내 빛을 다 없애고 들어온 빛이라니. 왜 하필 아빠가 죽고나서, 형이 다치고 나서 들어왔는지, 왜 하필, 왜, 왜.. 연습할 시간도, 돈도 없는 나에게 이룰 수 없는 빛이 들어온건지. 나를 놀리는건지. 그리고 세번째는 무서웠다. 내가 진짜 해도되는걸까. 엄마를 잡아먹고 아빠를 죽이고 형을 다치게 만든 내가, 해도 되는 걸까. 나는 이주간을 도망쳤다. 그러니까 저러한 감정들을 2주동안 겪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매니저형이 나를 2주동안 쫓아다녔다는 말이 되는거고. 지금 생각해도 그 장면은 웃기긴하다. 무슨 알바던 끝내고 나오면 제 앞에서 담배를 뻑뻑 피고있던 매니저형. 그리고 저를 보면 급하게 담배를 비벼끄며 어김없이 내뱉었던
'너 가수해라.'
그리고 어김없이 내뱉었던 내 대답.
'시간없는데요.'
그리고 2주째가 되어가던 날, 매일같이 제 알바 앞을 지키던 매니저형을 보고 사장님이 한 소리 한 날. 이대론 안되겠다 느낀 나는 그동안의 일을 다 말했다. 물론, 그 때 내 감정은 포기였다. 가수가 되겠다는 포기가 아닌 그런걸 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인식시키기위한 포기. 그러니까, 내 컴컴한 앞 길에 놀리는 것처럼 들어온 빛을 포기한다는. 그런 감정이었다고.
모든것을 말하고 일어나던 나를 붙잡은건 형의 한마디였다.
'근데?'
'?'
'그게 뭐.'
'이해가 안되요? 그러니까, 저. 그런거 할 시간없다고요. 들어가도 연습할 시간없고, 무엇보다 우리 형. 언제무너질지모르는 우리 집에 혼자 버려둘 수 없어요.'
'그니까, 그게 뭐어때서냐고 묻고있잖아. 너 지금 그것들만 해결되면 바로 우리 제안 허락하겠다는 말로 들리는데.'
'..하?'
'야. 우리회사 연습하고 집 못가는 연습생들 자는 숙소있다. 우리 이사님이랑 매니저들, 직원들이 가끔 묶는 숙소같은 곳도 있고. 거기에 니 형 지내게하면 되는거 아니냐? 그러고 니가 돈 벌면 따로 집 사서 거기에 니네 형 델꼬가면되는거고. 넌 연습이나 오질나게하다가 땀에 쪄서 숙소가서 니 형이랑 디비자면되고.'
'...저 돈 없는데요.'
'아는데?'
'공짜로 재워주고 우리 밥까지 먹여주겠다고요?'
'야야 아서라. 우리도 나름 너네가지고 장사하려고 이러는건데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그럼 뭐에요. 저런거 누릴 돈 없다고요. 저.'
'누가 당장 갚으래?'
'...네?'
'데뷔해서 갚아. 너 데뷔하면 니 형 만날 시간도 없어 등신아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보니 나와 형은 이미 아파트 안이었다. 물론 우리뿐만이 아니라 처음엔 형이 많이 무서워했지만 매일같이 죽기 직전까지 연습하고 오는 나를 보며 이것도 많고 많은 내 일 중 하나라 생각했는지 형은 금새 적응을 하게되었다. 그리고 나는 데뷔하고,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지금도 전의 내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의 모습이 꿈만같다. 그래서 가끔은 무섭다. 언제 깨버릴지 몰라서. 깨고나면 또 그 차가운 방바닥일까봐. 그렇기때문에 나는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산다. 얼른 돈을 벌어서 형과의 집을 장만하고싶고. 그리고 그것이, 엄마와 아빠, 나를 위해 다친 형에게 하는 사죄일테니까.
-
그리고 그런 날이 있다. 왠지 불안하고, 별 일 아님에도 불구하고 짜증이 나며 그것에 후회하게되는. 그리고 그런 날에 나는 사라졌다.
------------------------------------------------------------------
오래기다리셨져!
흑.. 예상과는 다르게 저번 편에 댓이 많아서 저 감덩먹어써여 ㅠ
내밀메에여 여러분 ㅠㅠ '똥손인 저도 이래쓰니까 뷔민! 민총!!
다들 나와서 자급자족해여 ㅠㅠ!!
-------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