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GING IN THE RAIN
by. 슙글로즈
3년전이었던가.
너무나도 탐스러워
확 꺾어버리는걸로는 성에 차지 않아
붉게 물든 핏빛 꽃잎을
조각조각 찢어버리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던 니가,
내가 미처 손 대보기도 전에
한 줌 재가 되어 바람에 흩어져 사라져버렸던 날이.
-
`01
` 부제 :: Goodbye, Summer
-첫만남-
기억해?
복도에서 떠들다 같이 혼나던 우리 둘.
너는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하나하나 다 떠올릴 수 있다. 너는 그 짧은 만남의 기간 동안에도 이렇게 나의 내면 깊숙히 너의 체취를 새겨놓았다.
적어도 그때의 너는 그랬다.
열일곱.
남자와 여자의 호르몬이 한 몸에서 공존하던 어린아이의 허물을 벗고
본디 물려받은 자신의 성(姓)을 되찾아가는, 숭고하고도, 또 은밀한,
2차성징이라는 꽃봉오리가 피어오르는 시기.
어린아이와 성인의 경계선에 서있는 나이.
처음 마주친 정국은 딱 그정도의 느낌이었다.
아이도 어른도 아닌. 딱 열일곱의 느낌.
그래서 더욱 끌렸는지도 모른다. 어느 한 쪽인게 싫었다. 어른이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이로 남아있고 싶지도 않았다.
스무 살, 성인이 되어버린 내게
열일곱의 너는 찬란한 아침햇살처럼 눈이 부셨다.
.
.
.
사실 내가 성인이 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다.
내가 성인이 되건 말건 하늘은 푸르렀고 지구는 궤도를 따라 돌 뿐이었다.
내가 집을 나왔다는 것도, 내가 여전히 예술가의 삶을 사는 것도, 우리 형이 나를 싫어하는 것에도
아무런 변화는 없었다.
다만 성인이 되어 한가지 귀찮아 진 것이 있다면,
"당장 내일부터 출근하거라. 핑계따위 듣고 싶지도 않다."
"...예. 아버지."
아버지의 출근 명령에 더이상 핑곗거리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었다.
.
.
.
스무살 김태형.
나는 호기롭게도 어린나이에 부자 아버지와의 인연을 끊고 가난한 예술가의 삶을 지내고 있는 중이었다.
나의 아버지는 국내 손꼽히는 대기업 중 하나인 S그룹의 전 고위간부였고,
어릴 적 가난으로 못다 이룬 꿈을 자라나는 새싹들로 대리만족이라도 하고 싶으셨는지 예술 학교 재단을 설립하셨다.
기억도 안나는 5살 무렵 지금의 아버지에게로 입양된 나는 아버지가 세운 재단의 사립학교에 다니며 남 부러울 것 없이 누리면서 자랐다.
하지만 피는 물보다 진하다던가.
역시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전직 사업가, 현직 학교 이사장인 아버지 밑에 갇혀 산다는 건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그러나,
자유로울 수 있는 건 십대때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스무살의 가난뱅이 예술가에게 더이상의 자유 따위는 허락되지 않았다.
당장 내일부터 예고 미술 선생으로서 노동의 현장에 투입 될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거려 오는 태형이었다.
.
.
.
죄여오는 머리통을 부여잡으며 이사장 방을 빠져나온 나는 터덜터덜 학교 복도를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선생으로 다시 복도를 밟을 줄이야.
따위의 생각을 하며 (사실은 잡생각에 휘둘려 주변에 신경을 쓰지 못하며)
하염없이 복도를 헤메이던 중
"....ㅣ요.."
...?
" ....저기요! 제 말 안들리세요? 저기요! "
그제서야 멍늪에서 빠져나온 나의 두눈에 처음 맺힌 너는
동그랗게 뜬 눈을 하고 길고 곧게 뻗은 하얀 다섯손가락을 내 눈앞에 휘적대고 있었다.
" 저기요....? 들리면 말 좀 해봐요"
"........아."
" ..으에? ..말 할 줄아네요?"
무의식적으로 네, 네, 라고 대답하고는 있었지만
눈으로는 그를 스캔하기에 바빴다.
![[방탄소년단/국뷔] Singing in the Rain 01 (부제 - Goodbye, Summer)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b/4/e/b4e6b426bcee15e7cd7f400b290b36c4.jpg)
크고 또렷하게 잡힌 쌍꺼풀과,
빠져버릴 것 같은 신비로운 고동색 눈동자
그리고
여리고 하얀 피부와 대비되는 새까만 머리카락.
.
.
.
"..................."
![[방탄소년단/국뷔] Singing in the Rain 01 (부제 - Goodbye, Summer)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8/1/281581c5d58cfb2a9e568cdfe85b5444.jpg)
".........................."
한눈에 봐도 순수하고 말끔한 잘생긴 소년이었다.
아,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잘생겼다기 보다는
'수려하다'
는 말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이제 좀 정신 들어요?"
".........아. 네. 저기...."
" 정신들었으면 저 가볼게요. 동아리 모임 시간에 늦어서요. 조심해서 가요!"
![[방탄소년단/국뷔] Singing in the Rain 01 (부제 - Goodbye, Summer)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3/d/6/3d6d3de39e2f05961af82cea20439440.jpg)
".............."
나는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려던 말을 삼켰다.
너는 아까처럼 하얀 손을 휘적이며
나를 지나쳐 내 뒤쪽에 있던 교실로 쏙 들어가버린다.
.
.
.
".....미술실?"
내 말은 듣지도 않고.
본의아니게 혼잣말이 되어버린 이 상황을 곱씹어보다
내일부터 자신의 공간이 될 교실로 쏙 뛰어들어가는 너를 보자 괜시리 웃음이 나왔다.
정확히 무엇때문에 기분이 좋아진건진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건
앞으로의 학교생활이 꽤나 즐거울 것 같다는 점이었다.
너에게는 이 사실을 들키지 않다는 조건 하에.
-
너는 당연히 기억못하겠지만 이 것이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그 날,
어느 여름의 끝자락에,
너는 내게 우연처럼 다가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너는 내 말을 듣고 있기나 한 건지.
아마 들리지 않겠지.
혼잣말이라서 미안해.
그날 하지 못하고 삼켰던 그 말,
숨기고 있던 오랜 비밀들.
차라리 들켰다면.
그랬다면,
너를 안아줄 수 있었을까.
너를 처음 보았던 그 날처럼
이렇게 또 네겐 들리지 않을 혼잣말을 전하고 있는 지금
또 하나의 여름이 저물어 가고 있다.
이 즈음 떠오르는 그날의 기억은
어질러져 정리 할 수 없는 사진들처럼 나를 뒤섞어 놓고
가슴아린 이야기처럼 나를 눈물 짓게 하곤 한다.
듣지도 않고 있을 너에게
한여름의 끝자락에서.
여름아, 이젠 안녕.
Goodbye, My Summer.
*
Singing in the Rain 연재시작
140721 00:00 ~
+) 참고
이글 커플링은 국뷔이며
글 내용은 매회 제 엠피쓰리에 내장된 곡을 랜덤재생하여 재생된 그 노래가사에맞춰 흘러갑니다.
++)
안녕하세요 글잡독자여러분들 :)
드디어 싱잉인더레인이 개!봉!박!두! 했습니다! ㅜㅜ!
지난번 프롤로그에는 언급되지 않았었던 우리 주인공들의 정체는 바로바로
열일곱 정국이 X 스무살 태형이
였네요ㅎㅎ
사실 한명은 고1 한명은 성인이라 절대 같은학교에서 같은 신분으로 만날 수 없는 아이들인데
랜덤재생으로 걸린곡이 에프엑스의 굿바이 섬머인 바람에
이 둘의 첫만남의 배경은 학교가 되고 태형이는 갑자기 선생이 되었다는 그런 후문이...!..8ㅅ8
스무살짜리를 데리고 학교물을 쓰기란 너무 힘드네요...눙물..☆★
그나저나 왜 현재의 정국이는 등장하지 않나구요?
그건 몇편일 지 장담 못하지만 조만간 나오게 될겁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많은 감사드립니다.
Singing in the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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