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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제정신이 아니였다.   

새로이 시작되는 고등학교 생활에 선선하게 부는 바람을 맞으면서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다는 기대감 반, 알 수 없는 불안감 반이였다.   

백현은 사교성이 좋았다. 그의 별명은 '마당발'이였다. 그럼에도 백현은 새학기만 되면 불안해졌다. 백현도 그 이유를 몰랐다.  

시간이 흐르면 다 아는 사람이 되고 친해질텐데.백현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긴장을 했다. 그래서인지 백현은 새학기 첫날에는 항상 배가 아팠다.   

  

백현은 그 날도 배가 무지 아팠었다.백현은 1학년 2반 이였다. 2반은 1반과 나란히 학교 3층 끝에 위치해있었다. 3층은 2학년 선배들의 반이 많이 존재하는 곳이였지만 그는 개의치않았다. 오히려 4층에 반이 편성되어 있는 아이들을 동정하고 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계단을 하나 더 올라가야 하니까. 아픈 배를 부여잡고 식은땀을 흘리며 겨우 반앞에 도착했다.   

아 진짜.   

신경질이 났다. 열심히 다린 교복도 어느새 구겨져있었다.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가서 앉을 자리를 찾았다. 앞이건 뒤건 상관없이 그저 자리에 앉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 결과 백현이 앉은 곳은 문과 가장 가까운 자리였다.  

오! 변백. 같은 반이네? 중학교때 알고 지내던 몇몇 친구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왔지만 백현은 대충 고개만 흔들었다. 제대로 인사 할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책상위에 엎드려 있었다. 엎드려 있으니 아픈 배도 점점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탁. 누군가 옆에 앉았다. 누구지. 백현은 조금 나아진 배에 궁금증을 참지 못했다. 아깐 아픈 배 때문에 생각할 여력도 없이 앉은 자리였는데 옆에 가방이 놓여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백현은 고개를 들었다. 신경쓰이게 자신에게서 땀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다행히 학기첫날이라고 특별히 뿌린 샤워코롱이 땀냄새와 섞여 나름대로 괜찮은 향을 냈다.  

안녕. 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아이였다. 백현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순간 백현의 시야가 슬로우모션으로 변했다. 키가 큰 아이인지 고개를 옆으로 돌리마자 보이는 것은 풀어헤친 교복 앞섬과 오른쪽에 단단히 박힌 명찰이 였다. 이름은 박찬열이였다. 교복 안에는 깜찍한 캐릭터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나름대로 귀여웠다. 그리고 시선을 위로 올렸다.   

  

입술.   

입술이 보였다. 백현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자신도 모르게 입술만 쳐다보고 있었다. 입술이 도톰했다. ....근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너 뭐해?   

  

퍼뜩 정신이 들었다. 어깨까지 움찔 떨며 정신을 차린 백현이 그제서야 찬열과 눈을 마주쳤다. 찬열은 이상한 눈빛으로 백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너 괜찮아? 왜 이렇게 식은땀을 흘려.   

  

  

와. 어쩜 저렇게...   

  

잘생길수가 있지?   

  

백현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냥 그 순간 1학년 2반 교실에 오직 찬열과 자신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연예인과 아이컨택을 하면 이런 기분일까? 찬열이 손을 들어 정신이 반쯤 나간 것 같은 백현의 눈앞으로 휘휘 흔들었다. 백현이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하하하. 아...안녕?  

  

찬열은 숫기없는 짝꿍을 만났다 생각하며 먼저 다가가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백현이 숫기가 없다니 그건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변백현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듣는다면 코웃음을 칠 생각이였다. 하지만 백현은 나름대로 공황상태에 빠져있었다. 짝꿍이 잘생긴건 알겠다만 자기가 한 행동에 소스라치게 놀란것이다. 같은 사내끼리 얼굴을 붉히고 입술만 쳐다본 자신이 너무 놀라웠다.   

  

뭐지 나 왜이래. 백현은 소름이 돋았다. 앞으로 이 짝꿍과 함께 생활하며 또 자신이 무슨짓을 할지 두려웠다. 백현은 애써 기른 손톱을 깨물었다. 알수없는 긴장감인지 심장이 쿵쾅쿵쾅 터질 것 같았다.  

  

자 다들 조용히 하자.담임은 착하기로 소문난 여자 국어선생님이였다. 남고에서 여자 선생님으로 일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일이였다. 그래서 학교에 여선생님들은 근무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독해졌다. 작년에 새로 부임한 윤선생은 일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항상 조곤조곤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학교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선생님에 속했다.  

  

"얘들아, 선생님이 생각을 해봤는데 자리는 지금 이대로 앉는 게 좋을 것 같아. 너네도 그렇지?"  

  

네~ 가장 친한 친구들끼리 앉았을 아이들을 배려해 결정한 일이였다. 윤선생은 아이들이 가장 편하고 즐거운 상황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백현은 죽을 맛이였다. 당장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자리를 바꿔달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이 멋대로 먼저 찬열의 옆자리에 앉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였다.   

  

우리 이제 일년동안 짝꿍이겠네~ 백현의 속도 모르고 찬열은 연신 싱글벙글이였다.  

  

  

  

  

  

  

  

  

  

  

  

-  

  

  

  

  

  

  

  

  

  

  

  

  

백현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찬열과 처음으로 만나고 난 후 머리가 공황상태가 되버려서 결국 친구를 한명도 사귀지 못했다.   

이건 엄청난 일이였다. 백현의 전적으로 말할 것 같으면 중학교 입학 첫날 반 친구 모두와 친해져 장난삼아 나간 반장선거에서 덜컥 반장이 되버렸고 그후로 한번도 반장 자리를 놓쳐 본 적이 없었다.   

  

변백현과 한다리만 건너면 누구든 다 안다. 백현의 친구들이 습관처럼 내뱉는 말이였다.  

  

  

...내가 왜 그랬을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니 더 혼란스러웠다. 사실 어쩌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었다. 그저 오늘따라 긴장감탓에 목이 굳어서 계속 입술만 쳐다보게 된것일 수도 있다. 백현은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자기 합리화에 불과했다. 정말 긴장감 때문에 그런 것 이였다면 쿵쾅쿵쾅 뛰던 심장은 어떻게 설명할것인가.   

  

백현은 머리를 싸매며 침대에 벌렁 누웠다. 앞으로의 학교생활이 힘들어질 것 같았다.  

지이잉.책상 위에 놓여있던 휴대폰이 지잉하고 울렸다. 백현은 벌떡 일어나 한손으로 휴대폰을 열었다.엄마에게서 온 문자였다.  

  

'오늘도 늦게 들어간다. 밥 알아서 챙겨먹어'  

  

백현은 괜히 더 짜증이 났다. 어렸을때부터 거의 매일 받던 문자이지만 볼때마다 적응이 안됬다.엄마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매일 늦게 들어오면서 맨날 새삼스럽게.자신도 다른 아이들처럼 가족의 사랑을 받고 싶었다.   

백현은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는지 아닌지 확신을 못했다. 엄마에게 백현이라는 존재는 새끼손가락만큼도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백현은 항상 사랑에 목말랐다. 그래서 그런지도 몰랐다. 백현은 인간관계에 매우 집착을 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의 편으로 만들려고 했고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어야 직성이 풀렸다.  

  

백현이 갓난아기때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렸을때부터 눈을 뜨면 없고 눈을 감을때가 되서야 돌아오던 엄마.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본적이 없던 백현은 그렇게 홀로 자랐다.  

  

  

  

  

-  

  

  

  

  

  

야, 변백현. 백현은 학교에 가기 전 짧은 시간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첫날부터 짝꿍때문에 아무도 사귀지 못한것이 마음에 걸렸다.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을 부르는 친구들의 목소리에 백현은 안심과 동시에 미소를 지었다.  

"너 어제 왜 그렇게 빨리 갔냐?"  

중학교때부터 알고 지내던 동수가 물었다. 같이 피방이나 가자고 할랬는데. 임마, 붙잡기도 전에 가더라.   

백현은 그저 웃고만 있었다. 자신의 불같은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한채 집으로 가버렸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백현은 자꾸 흠칫 놀랐다. 어제의 그 짝꿍이 금방이라도 옆에 서 있을 것 같았다.   

어제 밤새 생각해 본 결과, 가장 좋은 방법은 피하는 것 밖에는 없었다. 옆에 있으면 자꾸 가슴이 쿵쾅거리고 금방이라도 얼굴이 터질 것 같았다. 그저 멀리, 멀리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였다. 하지만 그 아이는 자신의 짝꿍이였다. 어떻게 멀리 할 수 있겠는가. 백현은 고민을 했다.   

  

  

야. 변백현. 변백현!!!  

  

  

그런데 참 예상외로 끈질긴 아이였다. 백현은 고민 끝에 같이 앉되 얼굴을 쳐다보지 말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백현이 자꾸 가슴이 쿵쾅 뛰는 이유가 그거 때문인 것 같았다. 너무 잘생겨서. 그래서 백현은 자리에 앉자마자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린채 책상 위에 엎드렸다. 자는 척이라도 해보려고 했다.  

  

"나랑 놀자 백현아!!!"  

  

백현아? 백현아! 백현아~박찬열은 쉴새없이 백현을 불렀다.   

생긴것과 다르게 말이 많고 심각하게 밝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백현은 책상위에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런 찬열의 모습조차도 멋있어보였다. 이 정도면 거의 중증 수준이였다.백현은 엎드려서 자신을 부르는 찬열의 목소리가 너무 달콤해서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이내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또다시 박찬열에게 정신을 놓아버린 자신을 혐오했다. 그러고는 앞으로의 앞날을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일년을 보낼수는 없어!!!백현의 생각이 마침표를 찍었다. 백현은 더 이상 찬열에게 자신도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는 것에 죄책감을 가졌다. 백현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어! 백현아! 일어났어? 찬열이 손바닥으로 박수를 짝짝 치며 아예 몸을 틀어 백현의 눈동자를 빤히 쳐다봤다.  

  

쿵-  

잠깐의 아이컨택에 백현은 정신이 혼미해졌다. 백현은 빨개졌다가 파래졌다가 하는 경이로운 수준의 표정변화를 보여주더니 이내 다짐한 표정을 짓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디가! 뒤에서 찬열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백현은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자신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지고 있는 것을 확연히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백현은 그대로 교무실로 내려가서 담임 선생님에게 자리를 바꿔달라고 얘기할 생각이였다.이 상태로 일년을 보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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