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랄라 샤랄라 샤라라라라랄~
14일
"도, 이리 와."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뻗어 조용히 도를 부르니 어디에 숨었었는지 도도도, 소리를 내며 침대 밑에서 폴짝폴짝 뛴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한 참 쳐다보면 자기를 안 올려줘서 화가 나는지, 나지도 않은 이를 들어내며 망망 거린다. 아직 새끼강아지라 그런지 뭐를 해도 귀엽다. 으으, 그러니깐 또 경수 생각 나. 벌써 2주일이 지났는데도 더 선명하게 기억난다.
"도~ 경수 찾아와."
망망!
"망망 거리지 말고. 경수 찾아오라구우우~"
작은 얼굴에 내 얼굴을 비비자 핥으려고 난리다. 버둥거리는 작은 몸뚱이를 부등켜안고 둥가둥가 거리자 금새 조용해진다. 하는짓이 꼭 도경수를 빼다 박아 놓은 거 같다. 도경수는 뭐하려나. 내 생각은 하려나. 짜식, 나 좋으면 좋다고 하지. 그랬으면 더 많이 예뻐해줬을텐데. 그지 도? 우쭈쭈.
**
"경수야."
"응."
푸, 한 숨을 내 쉰 민석아저씨는 천천히 내 등을 쓸어내렸다. 그 손짓에 그저 웃어보였다. 괜찮아 아저씨.
"미안해, 아저씨가."
"아니야. 오히려 내가 감사한데."
"억지로 안그래도 돼."
"억지 아니야~ 신경쓰지 말아."
민석아저씨가 가만히 나를 쳐다보다 루한아저씨가 부르는 소리에 방에서 나갔다. 멍하니 닫힌 문을 쳐다보다 한 숨을 푹 내쉬었다. 종인이, 보고싶다. 종인이. 혹시나 싶어서 나와 닮은 강아지를 집 앞에 두고오긴 했는데. 내 생각 많이 하라고. 나만 많이하면 억울하니깐. 종인이 집에서 나온 후 삼일 만에 나는 다시 성인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민석아저씨가 그랬다. 인간으로 치면 사춘기 라고. 감정기복이 심하면 발생할 문제라고. 그래서 데려왔다고 한다. 완전한 성체가 될 때 까지 기다리라고 아저씨가 그랬다. 아저씨 말은 옳으니깐 기다려야지. 기다려야 복이와요, 라고 루한아저씨가 그랬다.
그러니깐 기다려야지.
***
60일
"야 김종인."
"어, 왜."
"너 요즘 이상하다."
"왜?"
오센이 삼백안 눈으로 날 노려보는데 오줌지릴 뻔 했다. 새끼, 우라지게 무섭게 생겼어. 흐르는 땀을 닦으며 다시 거울로 시선을 돌리자 아오, 라고 하며 내 어깨를 잡고 짤짤짤 흔든다. 이 미친놈이 왜이래!?
"아 시발! 그 외계인 때문에 그래!?"
뭐래 병신이.. 가볍게 훑고 자세를 다잡았다. 공연이 며칠 안남았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컨디션 조절을 잘 해야하는데 저새끼가 다 망치려드네. 내 자리가 그렇게 탐나니! 꺼지렴!
"야 김종인..!"
"아 그만 불러. 짜증나려고 한다."
"니 존나 살빠진건 아세요?"
"그럼. 핫바디 김종인 몸이 많이 흐트러져서 다이어트 좀 했다. 꼽냐?"
"아 개구라치지 말고."
짜증나게 자꾸 캐묻고 지랄지랄이세요. 머리를 잔뜩 헝크리다 오센 머리까지 헝크러트렸다. 개새끼, 엿먹고 다 붙어라!
"왜그러는데."
"뭘."
"너 2달 전까지만 해도 존나 실실 쪼게면서 다녔잖아."
"근데."
"지금은 왜.."
"세훈아."
"소름끼치게 이름부르지 마라."
"우리 공연 코앞이다."
"누가 모르냐."
"그럼 적어도 공연 스타트 끊을 때 까진 아무 말 말아라."
오세훈은 내 말에 입을 꾹 다물고 내 뒤통수만 세게 때리고 연습실을 나가버린다. 저 개새끼 겨우 마음 다잡고있는데 들쑤실 건 뭐람. 지가 제일 많이 반대했으면서. 혼자 속으로 오세훈을 씹으며 다시 연습에 집중했다. 적어도 연습할 때는 경수 생각 안나니깐.
솔직히 나도 많이 놀랬다. 내가 경수를 생각보다 많이 좋아하고 있었구나. 음, 좋아한다는 말로 표현이 안되게 참 많이 아꼈었구나, 싶었다. 그래 외로운 김종인 인생에 처음으로 들어온 사람이었고 오로지 나만 따라주고 곁에 있어줬으니깐. 그럴 만 하겠다. 지금 경수는 무얼 하는지 궁금하다. 뭐해, 경수야? 잘 지내? 난 그냥 그렇다. 도가 옆에 있기는 한데 그래도 너 생각이 많이 난다. 오히려 더 많이 나는 거 같아. 보고싶다.
*
72일
"경수야."
"응, 아저씨."
"잘 가."
"..응. 고마웠어. 루한아저씨도 고마웠어요."
"뭘. 잘 가 경수."
"우리 민석아저씨 잘 부탁해요."
루한아저씨가 예쁘게 웃으며 민석아저씨 볼에 쪽, 입을 맞추었다. 꾸벅 인사를 하고 뒤돌아 씩씩하게 호수로 갔다. 첸은 어떻게 되었는지, 물인에 도착하면 알 수 있겠지. 숨을 훕, 들이마시고 한 발 한 발 내딛었다. 발가에 닿는 물이 따뜻하다. 이제 난 물인으로 간다. 종인아, 안녕. 잘있어. 고마웠어 종인아.
*
"경, 경수야..!"
악몽을 꿨다. 성황리에 마친 첫 무대 그리고 남은 공연들을 무사히 소화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악몽을 꾸었다. 꿈에서는 어린 경수가 내 품에서 볼을 부비며 해맑게 웃고있었다. 그 포동한 뺨에 입을 맞추고 눈을 감았다 뜨니 성인의 경수가 내 앞에 꽃받침을 한 채 방글방글 웃고있었다. 그게 너무 예뻐서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춰주었다. 그러자 그 부분부터 천천히 가루가 되어 하늘로 날아가버렸다. 가지말라고, 엄청 소리쳤지만 경수는 없어졌다. 꿈이지만 소름끼쳐서 몸을 부르르 떨며 거실로 나왔다.
"도야, 형아 무서운 꿈 꿨어."
"그, 경수형아 있잖아. 그 형이 사라져버렸어."
"와 진짜 무섭더라. 천천히 가루로 변하면서 하늘로 올라가는데."
"잘 있겠지, 경수?"
"우리 도. 얼른 자자."
도를 품에 안고 소파에 앉아 창 밖을 바라봤다. 새끼때보다는 큰 도의 체온에 까무룩 잠들어버렸다. 이번 꿈에서는 경수가 예쁘게 웃고있었으면 좋겠다. 그치, 도야?
"으음.. 도야.. 가만히.."
도야가 자꾸 꿈질거려서 결국 잠에서 깨버렸다. 우리 도 왜이렇게 움직이니.. 형아 잠 좀 자자..
"쓰읍.. 혼나.."
그래도 자꾸 움직인다. 아, 왜그러냐고오오! 눈을 팍 떴다. 그리고 도야를 바라보는데 멀뚱멀뚱 앞을 바라보고있다. 뭐야, 무섭게 왜 앞을 그렇게 쳐다봐. 개가 허공을 쳐다볼 때는 귀신이 있다고 그랬는데.. 침을 꼴깍 삼키고 그 시선을 따라가자
"엌!! 시.. 시발 뭐야!!"
하얀 말티즈 한마리가 망망 ,거리며 짖는다. 뭐야, 망.. 망? 망??? 엥???
"도야.. 왜 거기.. 아니. .그럼 .."
내 품에 있는게 귀.. 귀신..!?!? 소름이 끼쳐서 천천히 고개를 내리자 날 빤히 쳐다보는 단추같은 눈동자가 보였다. 그 시선을 마주하고 있는데 입을 쫑 벌리더니 종인아, 하고 부른다. 어어.. 어...
"김종인."
"..경..수?"
내 품에 안겨있던 강아지가 푸스스 변하더니 큰 경수로 변했다. 내 무릎에 앉아서 방글방글 웃는데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몰라서 여전히 어벙하게 입만 벌리고 있었다. 그러자 경수가 내 입을 살포시 닫아주고 으흐흐, 하고 웃는다. 뭐,뭐야. 진짜, 진짜 도경수야?
"경수야? 진짜?"
"응."
와락 껴안았다. 그리고 헐, 헐! 을 외치며 도경수 경수! 바보처럼 외쳤다. 경수가 팔을 둘러 내 등을 도닥도닥 두드려준다. 이게 무슨일이야? 뭐지? 어떻게된거야? 경수야. 경수야. 내 경수야. 붉은 아침햇살에 해사하게 웃는 경수가 바보같아, 바보. 하고 놀린다. 그래도 괜찮다. 지금 내 품에 도경수가 있으니깐.
"어떻게, 어떻게 된거야."
"글쎄."
애매한 대답에도 그저 눈물이 차올라 꾹 참았다.
는 무슨 존나 엉엉 울었다. 시발, 경수다! 내 경수다! 경수야! 흐어엉! 보고싶었어! 경수야! 엉엉 울자 경수가 왜 울어~ 라고 토닥여준다. 그러더니 자기도 결국 울먹거리다 입술을 쭉 내리고 팡 터져버린다. 그렇게 우리는 눈물의 아침을 맞이했다.
"물인에 가서 말했어.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처음에는 멀쩡하게 돌아온 나를 보고 애가 엄청 우셨어. 그리고 내 얘기 듣고 더 우셨지. 밉다고, 내 새끼 참 밉다고. 그래도 완전한 성체가 되어서 돌아온 날 보시고 결국 괜찮다고, 다 괜찮다고 해주셨어."
"..."
"물인에서 제일 높은 분 계셔. 신령(神領)님 앞에서 말했지. 인간을 사랑하게 되어버렸다고. 신령님이 민석아저씨처럼 너도 그렇게 엇나갈거냐면서 엄청 다그치셨다?"
"무서웠겠다."
"그래서 내가 민석아저씨도 저도,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인간일 뿐이라고 말했지. 그러니깐 신령님이 뒤돌아 앉으셨어. 그리고 '너도 그렇고 민석이도 그렇고 어쩜 그렇게 속을 썩이느냐.' '진정한 사랑이 그리도 중요하더냐.' '가거라.' 하셨어. 그래서 이렇게 와버렸지."
신령님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미간을 찌푸린 경수가 해맑에 웃으며 내 품을 파고들었다. 그럼, 부모님은..? 하고 묻자 미소를 슬몃 지우며 어쩔 수 없지, 한다. 부모를 등진다는 거 참 불효인데. 그거 참 가슴 아픈데. 우리 경수 많이 아팠겠다.
"그래도 너가 있으니깐."
"..미안해."
"아니야, 종인이가 미안할 거 없어. 내가 널 먼저 좋아했으니깐. 괜찮아."
"..."
"우리 부..모? 님은 다 이해주셨어, 괜찮데. 사랑하면 괜찮데."
보고싶겠지만, 그 부분은 종인이가 항상 나 토닥여줘야해. 그럼 당연하지. 품에 꼭 경수를 안았다. 그러자 저 밑에서 망망! 하는 소리가 들린다. 어, 우리 도 잊고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하자
"아아아! 앙대!"
"...어?"
"합."
"..앙..대?"
"..안된다구.."
정적이 흘렀다. 존나, 씹귀야.
"왜, 왜 앙대여?"
"..그.. 어.."
"왜?"
"이제.. 나 있잖아.. 도.. 도 저리가.."
크게 웃으며 도경수를 끌어안았다. 아오! 이 귀여운 것! 어떡하면 좋아! 꽉 끌어안고 으아아~ 거리자 도경수가 나를 더 꽉..
"엌!! 아, 아파!! 아파!!"
"미, 미안!"
"왜이렇게 세!?"
"..모르는데..?"
..앞으로 경수한테 잘못하면 안될 거 같다. 응.. 맞아.. 안되지.. 그럼.. 안되고 말고..
"종인아.."
"어."
"..진짜 많이 좋아해.."
"나도. 나도!"
"나 이제 진짜 갈 데 없어. 알지?"
"왜 없어."
"응..? 없어. .나.."
"내 품이 있는데."
"..웩..."
어디서 저딴 모션을 배워와서. 경수가 하니깐 봐준다. 으흐흐. 아 날씨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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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허허허.. 허무하게 끝을 내버렸습니다. 더 쓸ㄲ까 음 어쩔까 하다가.. 요즘 이래저래 정신이 없어서 이렇게 결말을 맺었네요 '^' 지금까지 봐주셔서 감사해요 ㅠㅠ 저는 .. 암호닉? 네 써주시면 감사하고 안써주셔도 괜찮아요~! 경수는 물인에서 나와 종인이와 행복한 삶을 살았답니다! 번외로 한 번 더 찾아오긴 할 거 에요. 저도 아쉬워서 으흐흐. 제가 글마다 첨부한 브금에 대해 질문 남겨주신 분들이 많은데 브금은 다음 번외때 제목을 같이 올릴게요! 참고로 저는 브금저장소를 자주 이용해요! 그럼.. 끝으로.. 아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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