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면은 오랜만에 마신 술에 약간 취기가 올라오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바를 빠져나왔다. "히히 붕붕아-언니랑 노올자!!" 취했는지 자신의 차에 엎어져 자동차에 말을 거는 것인지 소리를 지리고 여자가 보였다. 준면은 방금까지도 취해서 나가있던 정신이 퍼뜩 돌아온 기분이었다. 이젠 자신의 차를 축구공 차듯 뻥뻥 차기 시작하는 여자에 준면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여자에게 다가섰다. '저 미친여자가...' "저기요,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일행없으세요?" 자기딴에는 친절한 미소라고 짓는 표정인지 준면은 한쪽 입꼬리만 어색하게 올려 웃으며 여자를 부축했다. 여자는 준면의 부축을 받으며 행사장의 풍선 인형처럼 흐물거리며 일어났다. 굽혀져 있던 허리를 쭉 피더니 준면과 눈이 마주친 여자는 헤실헤실 웃으며 준면을 바라봤다.
로맨스? 코미디!
written by.비백
"으응? 꼬맹아! 여기서 뭐해? 오구오구 귀여워라-! ... 우웁!" 준면의 턱을 간질이며 우쭈쭈쭈를 시전하던 여자는 토기가 올라오는지 구역질을 시작했다. "아 진짜...이 여자가!!" 결국 자신의 차에 오바이트를 하고 장렬히 전사한 여자를 허망하게 내려다보던 준면이 여자의 옆에 털썩 주저앉으며 이마에 손을 짚었다. "후..." 여자의 것인지 근처에 널부러진 가방을 주워든 준면은 핸드백을 열어 휴대폰을 찾았다. 다행이 잠겨있지 않은 휴대폰을 켜 최근 전화목록에 들어갔다. 가장최근에 전화한 '쫑따이'라고 저장된 번호로 전화를 걸려다 프로필 옆에 뜬 원숭이 사진을 보고 흠칫하고 놀라 손가락을 멈추었다. 망설이던 준면이 옆에있던 여자를 흘긋 쳐다보고는 다시 숨을 한번 흡 하고 들이키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저...이 휴대폰 주인분이랑 아는 사인시죠? 휴대전화 주인분이 지금 제 차에 오바이트를하고 뻗어계셔서요. 네, 여기가..." "일어나 이 기지배야!!!" 종대의 목소리가 이른 아침부터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여자는 아직도 머리가 아픈지 종대의 목소리에 비몽사몽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벽쪽으로 기어갔다. "안 일어나냐??!!! 000 니가 어제 그런짓을 하고도 안 일어나? 어? 빨리 일어나!!!!!!!!" 종대는 어젯밤 자신이 보았던 참혹했던 현장과 주머니에 꼬깃꼬깃 접혀있던 귀한 심사임당님과 세종대왕님을 낯선 남자의 손에 쥐어주었던게 생각났는지 더이상 참지 못하고 주걱을 들었다. 종대가 주걱으로 여자의 발바닥을 사정없이 내려치자 여자는 막 잡은 활어처럼 번쩍 튀어올랐다. "야!!!!!김종대!!!! 왜 아침부터 히스테리야!!!!!" "히스테리? 히스테리이-? 너 지금 히스테리라고 했냐?? 이 웬수가 진짜!!!" "왜!!왜!!왜!!! 왜 그러는데!!" "후...너 어제 저녁에 뭐했어" "어제 저녁에? 이번에 작품하나 끝나서 어제 종방연한다고 했잖아" "종방연하고 니가 바로 집으로 기어들어왔냐? 너 어제 뭐 했는지 기억 안나?" "어제 뭐...했는데?" 바나나우유 광고에 나오는 난 아무것도 몰라요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00에 주걱을 바닥에 떨군 종대가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너 어떤 남자 차에 토하고 주정부렸어 어떻게 그런 참혹한 짓을 할 수 있어? 내가 그 남자였으면 당장 그 차 폐차 시켰을꺼야" "아 뭐야...그런거였어? 별일 아니었네- 너 그 결벽증 좀 고쳐라- 응? 그 머리도 좀 자르면 안돼?" "시끄러!!! 어쨋뜬 나 오만원 줘" 자신의 앞머리를 세초롬하게 넘기며 당당하게 오만원을 요구하는 종대에 00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왜?" "세차비!! 내가 어제 그 남자한테 줬단 말야!!" "아 알았어!! 줄게 줄게 진짜 아침부터 소리좀 그만질러라!" 00의 말이 끝나자 미련없다는 듯 쿨하게 머리를 찰랑이며 뒤돌아선 종대가 주걱을 발로 00에게 밀고는 방 밖으로 나갔다. "주걱으로 니 엉덩이 때렸으니까 새걸로 사와-" 멍하니 종대와 마주 앉아 종대가 아침부터 정성스레 끓여준 북어국을 흡입하던 00이 갑자가 생각난게 있는지 무릎을 탁 치며 고개를 들어 종대를 쳐다봤다. "아 맞다!! 김종대 어제 집에 어떤 미친놈 왔었다?" "너보다 미친놈도 있어? 불쌍하네" 자신은 쳐다보지도 않고 혀를 차며 심드렁한 표정한 표정으로 계속 북어국만 먹는 종대를 00이 억울한 표정으로 봐라봤다. "진짜 미친놈이었어- 나보고 다짜고짜 여기 김종대 있는거 안다고 문열어 달라면서 너보고 제발 자기랑 사귀어달라고 하던데?" 북어국을 먹던 종대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가 이내 다시 특유의 세침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진짜 미친놈이네-" "그지? 그래서 내가 우리 종대는 게이 아니라고 잘못찾아오신거 같다고 소리질렀더니 너는 자기꺼라고 한참동안 소리지르다가 경비아저씨한테 잡혀갔어" 열변을 토한 후 북어국을 다 먹었는지 수저를 내려놓은 00은 물 한모금을 마신 뒤 식탁에서 일어나며 종대에게 마지막 어퍼컷을 날렸다. "걱정하지마 내가 너한테 참하고 예쁜여자 소개시켜줄게" 종대는 아까부터 북어국은 먹지않고 손에 쥐고만있던 수저를 식탁에 탁 소리가 나게 내려 놓고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야 000...나...사실 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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