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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하고 싶습니다."
"..."
"도와주세요."








 

 

 

1. 

 

어린 시절부터 주변 사람들은 모두 내가 연예인이 될거라고 했다. 어쩜 그리 잘생겼냐고. 절대로 일반인 외모가 아니라고. 딱히 내 외모에 대해 그렇게 과한 자신감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난 배우 지망생 이홍빈이 되어 있었다.
인생을 살며 괴로웠던 적은 딱히 없었다. 공부도 그럭저럭했고 성격도 무난해서 남들과도 잘 어울렸다. 물론 사람을 사귀는 데에는 내 외모도 한 몫 한 것 같지만.
그래서 당연히 연예인으로도 성공할거라 생각했나보다. 아니 그랬다. 그리고 난 난생처음 크게 '데였다'. 내가 선택한 이 직업으로부터.

별 무리없이 데뷔를 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 다음부터 내 인생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뭐가 문제였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내 인지도는 최악이었다.
'이홍빈'이라는 이름은 커녕 얼굴을 들이밀어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무명'이라는 타이틀은 내가 견뎌내기에 너무 괴로운 것이었다. 
성공하고 싶었다. 모든 사람이 '이홍빈'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누군지 아는 그런 연기자가 되고 싶었다.





"홍빈아 다음주 화요일에 스케줄 잡혔다."
"네? 제 촬영은 끝난 걸로 알고 있는데요?"
"말고. 화보 촬영 잡혔어. 너 땡잡았다." 




비중 적은 주인공 친구 동생 역 하나 맡은 드라마 외에는 전혀 스케줄이 없던 내게 화보 촬영이 잡혔단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바보같은 표정으로 매니저 형을 쳐다보자 형은 디자이너님이 직접 연락하셨다는 말을 전해주면서 내게 좋겠다며 웃어보였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화보 촬영이라니. 솔직히 지금의 나, 무명 이홍빈에게는 당치도 않은 일이다. 좋은 것도 좋은 거지만 대체 누가 날 화보 촬영에 써 준다는 말인가.




"형 근데요."
"응?"
"어떤... 디자이너분 이세요?"
"너 들으면 진짜 깜짝 놀랄텐데."




빙글빙글 웃으며 날 바라보는 매니저 형 때문에 가뜩이나 벌렁거리던 심장의 박동수가 더 빨라졌다. 전 여친들과의 키스에서 이렇게 긴장한 적이 있던가 하는 시덥잖은 생각이나 하다가 이어진 매니저 형의 말에 그대로 온몸이 굳어버렸다.




"차학연."
"..."
"진짜야. 아까도 말했지만 정말로 직접 연락하셨어. 널 모델로 써보고 싶다고."
"아..."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잡지에 화보 실으신다더라. 물론 너로. 우리 홍빈이 이제 스타되는거 아니야?"




차학연이라니. 대한민국에서 디자이너 차학연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델이라면 누구나 그의 쇼에 서기를 원하고 그의 눈에 들기를 바란다. 물론 연기자도. 어쩌다 그의 눈에 들어 쇼에 서게 된다면 그건 그야말로 '계'탄 자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사람이 날 모델로 쓰고 싶단다. 정신이 서서히 들면서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데뷔 이래로 가장 밝게 웃은 날이었다.





"긴장돼?'





네... 조그맣게 대답하고는 고개를 들어 차 천장을 바라보며 두 눈을 깜빡거려봤다. 꿈은 아닌 것 같은데. 와 진짜 내가 화보 촬영이라는 걸 하는구나. 그것도 차학연 디자이너랑.
도착했다는 매니저 형의 말을 들으며 느릿하게 고개를 바로하고는 심호흡을 했다. 긴장하지 말자. 조심스럽게 차에서 내리고 내 앞에 서 있는 스튜디오를 바라봤다. 난 평생 이런데 절대 못 올 줄 알았는데.

매니저 형과 안으로 들어가자 스탭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웃으며 '홍빈씨죠?'하고는 디자이너님 금방 나오신다고 잠시 기다려달라며 방긋방긋 웃어댔다. 익숙하지 않은 억지미소에 나도 간신히 입꼬리를 끌어올려 감사하다고 대답하고는 쇼파위에 앉아 멀뚱히 기다렸다.





"안녕하세요~"




순간적으로 벌떡 일어났다. 방글방글 웃으며 나온 사람은 차학연이었고 나는 잔뜩 긴장해서는 목석처럼 뻣뻣하게 굳어있다가 급하게 인사를 했다.




"아...안녕하세요!"




바보같다.
말을 주워담고싶은 충동을 누르며 최대한 웃는 얼굴을 하고는 차학연을 바라봤다.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성격이 좋아보였다. 계속 웃는 얼굴인 그는 전에 본 적 있는 사람마냥 내게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긴장하지 마요. 저 무서운 사람아닙니다. 홍빈씨 맞으시죠?"
"네..."
"음 일단 제 소개부터 할게요. 전 디자이너 차학연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이홍빈입니다."



'홍빈씨 맞으시죠' 라는 말에 난 네 이름을 안다라는 뜻이 있다는 것 정도는 쉽게 파악할 수 있었지만 자기소개를 하는 그 앞에서 딱히 할 말이 없었기 때문에 내 이름을 한번 더 일러줬다. 어찌어찌 대답은 했다만 난 그 앞에서 정말 말도 안되게 긴장하고 있었다.




"네. 일단 촬영이 어떻게 진행될지 알려드릴게요. 저기 저쪽 방으로 따라오세요."




난 매니저형을 힐끔 돌아보고는 차학연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다른 스탭들도 있을줄 알았는데 차학연 혼자 내게 설명을 할 모양인지 방은 비어있었다.





"전 모델들에게는 항상 저 혼자 촬영에 대해 설명합니다."
"..."
"그게 편해서."
"아 네."



독심술이라도 하는건가. 순간 흠칫하고는 다시 차학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자 그럼 이쪽에 앉으시구요. 바로 설명드릴게요."
"네."
"전 이번 촬영으로 홍빈씨를 스타로 만들겁니다."
"네..에에?"




긴장해서 기계적으로 '네'라는 대답을 준비하던 나는 너무 놀래서 말끝을 바보같이 늘어뜨렸다. 내 반응에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빙긋 웃은 차학연은 별 반응없이 다음 말을 이었다.





"그래서 좀 파격적인 컨셉을 잡았어요."
"..."
"쉽게 말해드리자면... 중성적 섹시? 정도 되려나. 이렇게요."
"네..."
"홍빈씨는 중성적 마스크를 갖고 있어서 좋네요. 예쁘게 잘 찍어드릴게요."
"아... 감사합니다."




다른 모델들의 사진을 예시로 들어주며 컨셉에 대한 설명을 끝냈다. 잠시 진지했던 것 같은데 말을 마치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또 웃는다. 괜히 뻘쭘해진 나는 마주 웃어줬고 갑자기 올라갔던 입꼬리를 내린 차학연은 놀란 얼굴을 하며 내 보조개를 가리켰다.




"와 몰랐는데 홍빈씨 보조개가 되게 예쁘네요."
"감사합니다.."
"홍빈씨는 네, 아, 감사합니다라는 말 밖에 못해요?"
"네? 아뇨..."
"와 아뇨 추가됐다."



그야 안친하니까 당연히 할 말이 없죠- 라고 쏘아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솔직히 이 바닥의 보이지 않는 계급으로 따져보면 난 완전 밑바닥이니까. 그래 밑바닥인 너가 참아야지 홍빈아. 쓸데없이 스스로를 다독이다가 고개를 들었을 때 차학연은 무슨 바람인지 진지한 얼굴로 나를 빠안히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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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빨리 다음 편을 보고 싶어요...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왜 설레고 그럴까요 저는ㅋㅋㅋㅋㅋ 신알신하고 가요 작가님!!!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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