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학원. 그리고 집. 오늘도 똑같이 흘러가는 하루. 내일도 오늘과 별반 다를 것 없겠지.
오늘따라 축 늘어진 학원 가방이 더욱 세게 어깨를 짓누른다.
창문 밖으로 슥슥 흘러가는 풍경들.
언제나 똑같은 목적지로 가고 있는 이 공간이 미치도록 답답하다.
다른 이들의 표정에도 약간은 서려 있는 듯한 지루함이 심장 부근을 쿡쿡 찌른다.
지쳐 있는 그들에게 필요한 건 뭘까.
아니, 정작 나에게 필요한 건 뭘까. 아직도 갈피조차 잡을 수 없다.
세상이 이끄는 대로 이끌려가면 그 때엔 나의 길을 볼 수 있을까.
어렸을 땐 굳게 가졌던 확신이 이젠 나의 적이 되었다.
하루하루가 막막하다. 살아있지만 사는 게 아니라는 말이 이런걸까.
깊이 생각해도 나오는 건 한숨뿐, 살짝 저려오는 머리에 손을 얹고 막혀있던 숨을 돌렸다.
덜컹, 요란스럽게 멈춰서는 버스에 순간적으로 온 몸이 흔들렸다.
다행히 넘어지진 않았다만 다른 사람에게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황급히 얼굴이 빨개져 주위를 둘러보니 내 또래 여자아이의 얼굴에 작은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
눈이 마주친 아이는 재빨리 시선을 피했다.
언제 저를 보고 웃었냐는 둥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에 열중하기 시작하는 여자아이를 보며 마음 한 구석이 묘해지는 것을 느꼈다.
기분이 나쁘다기보다는, 뭐라고 해야 할까. 누군가 나에 의해 웃음을 얻었다는 사실이 가슴에 닿아왔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내릴 역이었다.
거의 닫혀지는 버스문을 보고 그제서야 정신이 들어 버스 밖으로 뛰어내려갔다.
찬 밤공기가 나를 반긴다. 이건 그닥 반갑지 않은데 말이다. 하하..
버스 역에서 5분 거리. 똑같은 아파트의 문을 열고 도어락을 푸니 익숙한 집 냄새가 온 몸에 스며왔다.
" 아들, 이제 왔어? 밥 차려줄까? "
" ..아니야 됐어 "
" 늦은 밤까지 학원까지 다녀오셨는데 엄마가 대접이라도 해 줘야지. 배고플텐데. "
" 괜찮아. 시간도 늦었는데 빨리 들어가 자. 엄마 내일 일도 나가잖아. "
그 말을 마지막으로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아 버렸다.
기운 없이 축 늘어진 다리를 이끌고 구석에 자리잡은 작은 침대에 풀썩 하고 누워버렸다.
허전해. 온 마음이. 분명 뭔가 하고 있는데, 날 사랑해주는 가족들도 있는데. 살아있는데도 죽은 느낌이다, ..당최 모르겠어.
난 분명히 나인데, 난 내가 아닌 것 같아.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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