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여주]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f/2/3/f23d55951bfeefa0b606906a81abc1b2.jpg)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2
ㅍㄼ (노잼이면 뭐 어때요... 자기 만족이니까... 괜찮아... 8ㅅ8)
아, 그 팀? 팀원들이 하나같이 성격이 개 같대. 팀명도 케로베로스잖아. 머리가 셋 달린 지옥견. 사실 말이 케로베로스지, 그냥 미친개라고 불러. 미친개.
미친개. 우리 팀을 익히 알고 있는 자들이 우리를 싸잡아 정의하는 말이었다. 어찌하여 내가 그 미친개들의 반열에 합류하게 되었는지는 의문이나, 우리를 깎아내리는 익명의 그들은 나까지도 탐탁지 않아 했다. 나를 향한 그들의 적대감은 본사에 갈 때마다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저 여자가 자기 동료를 죽였대. 나를 손가락질하며 저들끼리 쑥덕거리며 나를 살인자로 몰아가는 이름 모를 타인들. 그들의 매몰찬 시선과 도가 지나친 인격 모독에 반격하듯 나 또한 그들에게 날카롭게 가시를 세웠다. 순전한 자기방어였다. 그들 덕분에 움푹 팬 상처를 애써 아무렇지 않게 넘기려는 자기방어.
때문에 내가 본사에 다녀오는 날이면 애꿎은 팀원들이 고생이었다. 얼굴에 자잘한 상처들을 달고 오는 나를 보며 김민석은 인상을 찌푸리며 본사에 컴플레인을 걸었고, 김종대는 내게 다가와 울상을 지으며 서툰 손길로 상처 부위에 연고를 덕지덕지 발라 주었다. 흉터 남으면 어떡해‥. 연신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혼자 중얼거리는 김종대의 옆으로 문에 비스듬히 기대어 선 루한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본사 가지 말랬지.’
반복되는 그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는지 김민석은 결국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그 특단의 조치라 함은, 김민석이 소유하고 있는 여러 개의 빌라 중 한 곳을 우리 팀의 아지트로 명명하는 것이었다.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최고급 빌라. 평상시에는 김민석의 집이지만 유사시에는 빠른 업무 처리를 위해 우리 팀원들의 아지트 내지 숙소로 사용되는 곳. 김민석의 희생 덕분에 내가 본사에 가야 할 일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물론 다른 팀원들도, 특히 루한이 김민석의 조치에 만족감을 표했다.
‘나 여기 입주할래.’
김민석의 빌라가 꽤나 마음에 들었던 건지 루한은 별안간 살던 집을 처분하고 캐리어를 하나 끌고 와서 말했더랬다. 김민석의 빌라에 입주하겠노라고.
* * *
“왔네.”
도착한 빌라 안, 정장을 차려입은 김민석은 각을 잡고 소파에 앉아있다. 김종대와 내가 내부로 들어서자 허공을 향하던 시선을 돌려 우리를 흘끗 쳐다보더니만 덤덤하게 입을 연다. 왔네. 김민석의 시선은 내게 끈질기게 머문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 머리카락에 닿은 그 시선은 이내 떨어졌다.
직후 김민석의 입꼬리는 만족스러운지 호선을 그린다. 그리고 루한, 바닥에 널브러져서 미친 듯이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고 있는 루한. 루한은 우리의 등장에 힘없이 고개를 들어 인사를 건넨다.
“하이.”
무미건조한 그 인사에 내가 답례랍시고 대충 손을 올려 흔들자, 루한은 희미하게 웃어 보이더니 다시 고개를 떨구고 노트북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번 휴식기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 추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마주한 루한의 몰골은 초췌함 그 자체였다. 금방이라도 턱 밑까지 내려올 것 같은 짙은 다크서클에다 초점 없이 흐리멍텅한 두 눈동자. 지금의 루한은 흡사 공포 영화의 좀비를 연상케 했다.
타닥, 타다닥. 일정한 속도로 노트북 자판이 눌리는 소리가 다시 들려오고 나와 김종대는 조용히 소파에 앉았다.
“머리 예쁘네.”
“아‥. 머리.”
머리 예쁘네. 들려오는 그 말에 고개를 들자, 김민석과 내 눈동자가 맞물렸다. 김민석이라는 인간 자체가 워낙 눈치가 빠른 편이었기도 했고, 그의 직업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었다. 프로파일러, 쉽게 말해 범죄 심리사. 남들의 심리를 꿰뚫어 보고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어당기기 위하여 한 발 앞서 행동하는 직업이었다.
나는 김민석과 눈을 마주칠 때면 항상 내 모든 치부를 들킬 것만 같다는 초조함에 휩싸이고는 했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으나 방금도 그러했다. 괜히 이런저런 말들을 늘어놓아 김민석에게 꼬투리라도 잡힐까 싶었던 나는 말을 아꼈다.
“그쵸. 예쁘죠?”
내가 한 말이 아니었다. 내 옆에 앉아서 아무 말없이 흐흐 웃던 김종대가 한 말이었다. 어색하게 웃는 김종대를 보던 김민석은 피식 실소를 터뜨리더니, 곧 그 말에 수긍했다.
“잘 어울리네.”
이어, 김민석은 우리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그러나 우리가 한참 동안 멀뚱히 김민석의 얼굴과 그의 손에 들린 두꺼운 종이 뭉치만 번갈아 쳐다보자, 제가 더 답답했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연다.
“팔 아파. 얼른 받아.”
“......”
“읽어 봐.“
김종대가 먼저 서류를 받아 들었고, 나 또한 뒤이어 서류를 건네받았다. 검은 것은 글자요 흰 것은 종이로다. 감시라는 명목 아래 코앞에서 형형한 눈길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김민석을 의식한 나는 어쩔 수 없이 서류에 얼굴을 파묻었다. 서류에는 볼썽사나운 글자들이 빽빽하게 나열되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람‥. 흘끗 흘끗 곁눈질로 훔쳐본 김종대는 진지하게 서류를 검토 중인듯했다.
너도 참 대단하다. 일적인 면에서 김종대는 어느 한 곳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 정도로 뛰어났고, 열정적이었다. 평소의 장난기 어린 김종대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이니 말 다했다. 한가지 일이 주어지면 미친 듯이 몰두하는 그 성격은 오늘도 어김없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김종대는 루한이 만들어 내는 정신 사나운 키보드 소리 사이에서도 꿋꿋하게 서류를 읽어 나간다.
근데 나는 왜 이 모양 이 꼴이냐. 가뜩이나 월등하게 뛰어난 김종대가 옆에 있으니 괜히 내가 더 위축되는 느낌이다. 뼈저리게 느껴지는 자괴감에 후우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내 한숨 소리에 김종대는 서류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왜?”
“읽기 싫어.”
“읽지 마. 그냥 내가 읽고 설명해줄게.”
그럼 그러든지. 김종대의 친절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를 내려놓았고, 김종대는 샐샐 웃더니만 다시 서류로 시선을 내리박았다. 마주 앉은 김민석은 그런 우리를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주 김종대가 네 종이지.”
“......”
“난독증도 아니고. 좀 읽어라. 어?”
“......”
자유도 잠시, 나는 들려오는 김민석의 잔소리에 기계적으로 다시 서류를 집어 들어야 했다. 고역도 이런 고역이 없었다. 사실 평소의 김민석이었더라면 내게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종대가 나를 감싸고도는 것도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팀장의 관용으로 충분히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굳이 그가 직접 내 잘못을 상기시켜주지 않아도 되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잠시 내가 그의 상황을 망각하고 있었다. 김종대의 말에 따르면 김민석은 애인과 헤어졌다고 했다. 그는 오늘따라 더욱 까칠할 것이 분명했고, 그것이 당연했다. 나는 괜한 미안함에 입술을 잘근거렸다.
마디마다 잔뜩 날을 세운 김민석의 말들이 향하는 곳은 나였으나, 나는 그에 그 어떠한 반박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숙이고 침묵을 유지했을 뿐이었다. 솔직히 따져보면 모두 내 잘못이었다. 그깟 자존심을 앞세우겠다고 김민석과 괜한 트러블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김종대는 달랐다. 김종대는 아니었다. 녀석은 이 상황을 나처럼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던 모양이다. 고개를 든 김종대는 빠르게 나를 향해 뻗어 오는 김민석의 가시 박힌 말들을 되받아쳤다.
“왜 그래요.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건데.”
“니가 오냐오냐하니까 김여주는 그게 당연한 건 줄 알지.”
“형. 말이 좀 지나친데요.”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각되었다. 그리고 흉흉한 분위기를 조성한 주요 원인인 나는 김민석과 김종대의 사이에서 조용히 굳어 있었다. 김민석의 성격은 말할 것도 없고, 제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에 물불 안 가리는 것은 김종대 또한 마찬가지였다. 둘의 대화는 쉽사리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때였다. 둘의 다툼 중에도 멈추지 않고 일정한 간격으로 정신없이 들리던 키보드 소리가 멈춘 것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루한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외쳤다.
“헐? 미친?”
“......”
세 개의 시선, 여섯 개의 눈동자는 모두 벌떡 일어선 루한에게로 향했다. 도대체 이게 다 무슨 상황인 건지, 설명을 요구하는 우리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루한은 이내 무얼 찾는지 소란스럽게 자신의 바지 주머지를 뒤적거린다. 한참의 수색 끝에 루한은 입가에 미소를 걸쳐 올리고,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리고, 루한이 애타게 찾던 그 무언가는, 루한의 손에서 영롱한 자태를 뽐내며 들려 있는 그것은, 바로 막대 사탕이었다. 그토록 찾던 것이 한낱 막대 사탕이었던가‥. 나는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루한을 쳐다보았고, 루한은 그런 나의 눈빛에도 개의치 않는지 막대 사탕의 껍질을 까서 제 입에 쏙 집어넣었다. 우리의 시선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고서 사탕을 한참 동안 오물거리던 루한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나 다했어.“
뭘, 뭘 다해?
뜻 모를 루한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김종대에게 물었다. 도대체 루한이 왜 저러는 거냐고. 그러나 김종대 또한 확답을 내놓지 못 했다. 내 물음에 오히려 저도 모르겠다며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아무래도 우리 중 이 상황을 온전하게 이해한 것은 김민석뿐이었나 보다. 김민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루한. 코드 입력 해놓고, 가서 자.”
김민석의 말에 가만히 눈을 끔뻑거리던 루한은 다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다시 지겨운 자판 소리가 귓전을 타고 전해져 왔다. 이어 루한은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였고, 노트북 화면은 뜻 모를 스펠링들로 빠르게 채워져 나갔다. 빠르게, 그리고 빽빽하게.
몇 분동안 노트북을 붙잡고 있던 루한은 곧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빌라에 딸린 방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긴다. 사탕을 와그작 깨문 루한은 그 와중에도 김종대와 나에게 신신당부를 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저거 건들지 마.”
에베베베. 건들라 해도 안 건들 거네요. 뜻밖의 타이밍에 작업을 끝마친 루한 덕분에 분위기는 비교적 유하게 풀어졌다. 루한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난 뒤, 김민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루한 밤샘 작업했어.”
그리고 덧붙여서,
“너 잘 때.”
나는 왜 또 끌어들이는 건데?
각설하고, 그나저나 여러모로 대단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루한이 밤샘 작업이라니‥. 루한이 죽고 못사는 게 세상에서 딱 두 가지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잠과 사탕이다. 그것은 루한을 알고 지내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런 루한에게 밤샘 작업이라니? 분명 내 귀로 들었음에도 믿을 수가 없는 그 사실에 입을 쩍 벌리고 김민석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내 시선에 김민석은 씩 웃으며 말한다.
“왜?”
“..아니, 그걸 루한이 하겠대요?”
솔직히 내 물음은 지극히도 정상적인 것이었다. 루한은 그 두 가지에 대한 집념이, 또, 전적이 화려했다. 이제는 모두 지난 일이지만 한 번은 새벽에 긴급 작업이 잡힌 적이 있었다. 본사에서 우리 팀에게로 직접 내려온 지시라 우리에게 선택권 따위는 없었다.
그리고 루한은 그 긴급한 새벽, 몇 시간 동안 연락 두절 상태였다. 아지트가 생기기 전 일어난 사건이었기에 김종대와 내가 직접 루한의 집까지 찾아갔으나 초인종을 아무리 눌러봐도 내부에서는 응답이 없었다.
설마 아직도 자나? 아니면 연락을 받지 못한 건가? 결국 김종대와 나는 여러 가지 오차를 고려해 손수 문을 따고 들어갔으나 루한은 그 안에 없었다. 루한을 찾지 못한 우리는 본사에서 해커 한 명을 구해 그날 작업을 진행해야만 했고, 후에 루한을 통해 전해 듣게 된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루한은 잠결에 김민석의 문자를 확인했고, 곧장 창고에서 침낭을 꺼내어 집을 나왔다고 했다. 그리고 가까이 위치한 공원 벤치에서 잠을 청했더랬다. 지금은 그저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과거사에 불과했지만 그 시절의 김종대와 나는 심각했다.
그때 우리가 얼마나 골머리를 썩였는지 모르겠다. 루한을 찾자니, 정작 찾을 방도가 없고. 그대로 돌아가자니, 본사에는 김민석이 기다리고 있고. 그래. 루한의 잠에 대한 애착은 그 정도였다. 감히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
..아니, 그걸 루한이 하겠대요? 내 물음에 김민석은 입을 연다.
“아, 그거?”
“......”
“한 달치 사탕 사줬어.”
“......”
“직빵이지.”
말을 마친 김민석은 쿡쿡 낮게 소리 내어 웃었다. 그 사악한 웃음에 김민석이 영악하다는 느낌보다도 훨씬 먼저 내 머리를 치고 들어온 것은, 확실히 돈이 좋긴 좋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렇다. 돈으로 루한을 꾀어내다니‥. 역시 김민석이었다. 김민석의 말에 수긍하며 멍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옆에서 조용히 서류를 넘겨 읽던 김종대가 갑자기 내 뒷목을 콱 잡아 누른다.
“바람은 곧 죽음.”
“......”
“내가 계속 지켜보고 있다. 너.”
자꾸 한눈 팔거면 그냥 서류 읽어. 김여주 너 말이야. 너. 김민석은 투닥거리는 우리를 한참 지켜보더니만 입을 연다.
“..젊은 게 좋은 거지.”
그야말로 반오십의 푸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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