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그 시절, 좋아했던,
사실 전 남친은 워낙 나한테 해준것도 없는 사람인데다 내가 아슬아슬한 끈 구차하게 잡고 있던 상황이라 내가 마음 조금씩 접기 시작하니까 금방 서로 소홀해졌거든
헤어진 날도 며칠만에 만나서 내가 공부해야겠다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헤어져야겠네? 대답까지 듣고 정 떨어질대로 떨어져서 헤어진거라 크게 미련은 없었어
그래도 변명하면서 양다리 걸치다 헤어진 기분이라 양심에는 찔렸었는데, 곧 다른 여자 만난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그 마음도 오래 가진 못하더라
지나고 보면 뭐 그딴 나쁜 남자도 아니고 나쁜 놈을 좋다고 쫓아다니면서 만났나, 싶은데
하도 안 챙겨주는 사람 만나니까 전혀 반대인 종대 좋아하게 된 것 같아서 고마워해야하나..ㅋㅋㅋㅋ..
너무 당연하고 기다렸다는듯이 헤어지는 전 남친에 눈물은 무슨, 헛웃음 지으면서 생각보다 빠르게 정리하고나서도 일부러 종대한테 말 안했었어
일부러 누구한테도 안 들키려고 꾹꾹 참아가면서 혼자 조용히 삭히는데, 종대한테 말하면 내 마음 다 들킬 것 같고 그랬거든
그런 마음도 있었어. 내가 남자친구가 있다고 알면 계속 그저 친구라고 생각해도 더 편하게 말 걸어주고 대해주지 않을까.
다른 친구들한테는 헤어진거 얘기했지만, 걔네 중에 남 연애담 그렇게 좋아하는 애들도 없었고
종대랑 친한 애도 없었기 때문에 종대는 나 헤어지고 한달이 다 되도록 몰랐었어
나는 그 동안 종대 옆에서 똑같이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지내는데 마음속은 끙끙 앓고 있고..ㅋㅋㅋㅋ...
나 진짜 감정 못 숨기는데, 그 땐 들켜버리면 종대나 나나 곤란한 상황이 되고 친구도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학교에선 꾹꾹 누른 것 같아
집에 가서 종대가 나한테 한 행동이라면 사소한거라도 떠올리면서 좋아하고,
근데 여친 있는 애가 나한테 그렇게 해주는 건 어장관리 아닌가, 하면서 심각해졌다가도 다시 좋다고 웃는 난 정말..ㅋㅋㅋㅋ
어장이라도 얘 여사친은 우리반에는 거의 나 밖에 없었으니까 나름 괜찮았는데, 종대가 여친 얘기 할 때는 좀 많이 씁쓸하더라
막 망설이고 있는데 말하기도 전에 먼저 넌 안돼, 하고 웃으면서 선 긋는 느낌이라 해야하나. 바로 현실직시하게 해주는, 그런거ㅋㅋㅋㅋ..
그래서 그런 얘기 들을 때 마다 아, 듣기 싫다- 하면서 장난쳤는데 사실 반은 넘게 진심 섞인 말이었는데 김종대는 그저 농담인 줄 알고 아, 미안- 하고 넘어갔었지
내가 남자친구랑 헤어진거 들킨 것도 얘가 여친 얘기 하고 있는데 내가 진짜 무의식적으로 ..부럽다, 해버린거야
나는 이게 진심이니까 순간 당황했는데, 김종대는 아무것도 모르고 왜에, 넌 니 남자친구한테 해달라고 해- 하고 웃는데 그냥 뭔가 서러워서 말해버렸어
"못하니까 그렇지-"
"..왜?"
"왜겠냐, 헤어졌어 바보야-"
"..아, 진짜? ..헐! 왜 말 안 했어!"
"좋은 이야기도 아닌데 자랑하고 다닐 필요 없으니까.."
"..나 말 실수 한거지?"
"어, 조금?"
"..아, ..야, 미안.."
"됐어, 미안하면 뭐, 니가 나랑 사귀어줄래?"
"..에이, 그건 좀.."
"야, 나도 싫어! 지금 니가 미안하다고 빌어도 모자란데!"
일부러 더 웃으면서 종대 밀어내면서 말하니까 종대가 미안한지 머리 긁적이는데, 내가 앞으로 여친 얘기 하지마라- 솔로 서럽다- 하니까 고개 끄덕였었어
그 날 김종대가 나한테 미안하다고 내가 매점에서 제일 좋아했던 음료수 사줬는데, 고맙다고 웃으면서 받으면서도 분명히 단 음료수인데 뭐가 그렇게 씁쓸한지.
그 이후로 종대한테 여자친구 얘기는 몇 번 못들었는데, 그래도 좋은 건 숨길 수가 없는지 한번씩 휴대폰 쥐고 혼자 웃고 그러긴 하더라
입학하고 몇 번 모의고사다, 시험이다, 치고 나니까 금방 여름방학인데, 보충 나오기 싫다고 둘이서 엄청 찡찡대면서도 둘 다 제일 열심히 나왔을걸..ㅋㅋㅋ..
내가 더위 많이 타는건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아서 종대가 집에 갈 때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주고 그랬는데 그게 그 땐 그렇게 행복했었어
방학 때 종대한테 밥 사줄테니까 수학 가르쳐 달라는 이유로 일부러 주말에도 만나고 그랬는데 싫다고, 귀찮다고 틱틱대면서도 잘만 가르쳐주더라
나는 종대 얼굴도 보고, 공부도 하고 완벽한 일석이조였는데 한 번은 생각해보니까 얘는 그렇게 좋아죽는 여자친구랑 데이트는 안 가나.. 싶은거야
"..그러니까 이건, ..뭐야, 이거 완전 간단하잖아!"
"아 그래? ..그렇네, 미안"
"너 점점 나한테 그냥 귀찮아서 넘기는 것 같다?"
"아, 아니야! 근데 야,"
"..어?"
"..너 여친이랑 데이트는 안해?"
"문제 풀다 갑자기 뭔 소리야,"
"왜, 주말인데 ..저번주에도 나랑 만나고 저저번주에도 나랑 있었으니까 ..데이트 할 시간 없을 것 같아서..."
"이제 알았냐아"
"어?"
"아 됐어, 내가 알아서 해. 아, 이건 내가 저번에 가르쳐준거랑 똑같잖아-"
내가 조심히 물으니까 계속 문제집만 보면서 말 돌리는데, 그 때부터 종대가 매일 쥐고 있던 휴대폰을 놓기 시작한 걸 느꼈던 것 같아
나도 모르게 기분 좋다가도 박찬열이 종대한테 아직 여자친구랑 유효하다는 걸 보여주는 말을 한번씩 하면 다시 기분 꽁냥해지고 그랬어
..나 진짜 말 한마디에 웃고 울고 난리였구나..ㅋㅋㅋㅋㅋㅋㅋ..
사실 고 1 때는 내가 여자친구 있다는 사람 좋아한다는 사실 자체에 계속 이래도 되나, 안되나, 고민했던터라
별로 다가가지도 못하고 그냥 진짜 친구로만 지냈어서 별 일은 없었어
반 년을 좋아한다는 말도 티도 못내고 2학년 될 때 나는 문과고 종대는 이과니까 반이 끝과 끝이 되어버렸는데,
서로 너 나 없으면 심심해서 어떡하냐- 하고 티격태격하면서 헤어졌는데 종대 앞에서는 웃었는데 집에가서는 내가 너무 바보같고 우울하더라
종대가 여자친구랑 헤어진건 2학년 초에 박찬열한테 들었는데, 나는 종대가 헤어졌다는 소리 들으면 되게 마음편하게 좋아 할 수 있을 줄 알았거든?
근데 오히려 더 복잡해지는거야. 겁나는 건 차이는것도 아니고, 종대가 알아버려서 나 피하는게 더 무섭더라
그래서 헤어진거 알고 나서도 평소처럼 지냈는데, 반도 같은 반 아닌거, 일부러 더 마주치려고는 했었어
막, 남자애들 축구한다고 하면 나는 여자애들이랑 수다 떨러 나온 척 스탠드에 앉아서 종대 보기 바쁘고,
가까운 계단 두고 빙빙 돌아서 이과반 앞으로 지나다니고
수학문제는 선생님보다 종대한테 먼저 물어보고
등교 할 때도 종대가 학교 가는 시간이랑 비슷하게 맞춰서 나가서 항상 교문앞에서 인사하고.
종대 웃는 얼굴 한 번이라도 더 본 날에는 좋아서 야자 끝나고 집 가는 길에 싱글벙글이었고, 또 종대가 기분 안좋아보이면 나도 기분 안좋았고.
그렇게 정말 누가봐도 짝사랑을 하면서 2학년을 보내고 있을 때, 여름 되기 조금 전에 체육대회를 하게 된거야
나는 다른 애들처럼 체육대회라서 신나기도 하는데, 내가 아는 종대는 적어도 달리기는 나갈거라는건 확신해서 그거 볼 생각에 더 신났었어ㅋㅋㅋ같은 팀도 아닌데ㅋㅋㅋ
교복, 체육복 말고 반 별로 티도 맞춰입고 더위 그렇게 많이 타는 내가 더위도 잊고 방방 뛰어다니니까 박찬열이 보고 혀를 끌끌 차는거야
"저거 저러다 넘어져서 코 한번 깨야 정신차리지,"
"야, 사람한테 저거? 어디서 못 배운 말을 하고 있어"
"넌 우리반에 수치다"
괜히 시비걸길래 발로 차는 시늉하면서 다가가니까 멀리 도망가버리는데, 아오, 짜증나서 진짜ㅋㅋㅋㅋㅋㅋㅋ 얜 지금도 짜증나ㅋㅋㅋㅋㅋ 나랑 얘랑 상극이다, 진짜.
박찬열은 무시하고 여자애들이랑 서로 썬크림 발라주면서 놀다가 응원하고ㅋㅋㅋㅋ
나는 운동 경기 보는건 좋아하는데 몸이 안따라줘서 단체로 나가는 경기만 한다고 해서 마음 놓고 체욱대회 즐기고 있었거든 물론 종대도 보면서ㅋㅋㅋㅋ
오전 마지막 경기가 여자 달리기였는데, 나는 이거 끝나고 밥 먹겠네, 이 생각만 하면서 보고 있는데 옆에서 친구가 배 아프다고 내 팔을 잡는거야
"배 아프다고? 많이? 괜찮아?"
"..아, 나 달리기 못하겠어, 진짜, 어떡해,"
"..언제부터 아팠는데, 지금 갑자기?"
"아니, 아침부터, 으, 아팠는데.. 나 못뛰겠다, 진짜,"
"어떡해.."
얘가 달리기 나가기로 했는데, 배 아프다고 앓아 누울 지경이지, 애들은 빨리 나오라고 난리지.
다른 애들 애처롭게 쳐다보니까 고민할게 뭐 있냐는식으로 나 밀어서 그냥 니가 나가라고 하지, ..정신차려보니까 내가 달리러 나와 있더라
애들 쪽 보면서 야, 나 진짜 못해! 하면서 울상 지어도 손짓으로 그냥 뛰어, 뛰어, 식인데,
..뭐 어디가서 달리기 잘한다는 소리도 못들었지만 못한다는 소리도 못들었으니까. 괜, 괜찮겠지?
어차피 쟤 아니면 내가 나갈 것 같은 느낌에 얼른 가위바위보 이겨서 이름 빼 놓았던거라
그냥 내 운명이구나- 하고 죽어라 뛰었는데 와, 2등은 어떻게 어떻게 해 갔는데 1등은 도저히 못하겠는거야
혼자 씩씩대면서 앞에 있는 애 따라잡을거라고 다리 부서지게 뛰었는데, 순간 어디 걸려서 어어, 할 때 이미 내 몸은 땅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더라
애들이 놀라서 괜찮냐고 소리치는데, 심하게 넘어져서 아프면서도 쪽팔림에 다 잊고 벌떡 일어나서 마저 뛰었어ㅋㅋㅋㅋㅋㅋ
물론 순위는 엉망이지만, 다행히 꼴등은 안하고 돌아가니까 애들이 엄청 걱정해주더라
내가 보건실가서 까진거 약만 바르면 돼! 하고 웃으니까 다행이라고 하는데 원래 달리기 나가기로 했던 애가 얼마나 미안해하는지.. 아픈데 그냥 괜찮다고 막 그랬어
"야, 진짜 괜찮아?"
"괜찮다니까- 니가 내 마음에 스크래치 낸 것 보다는 덜 아프다-"
"..저건 걱정을 해줘도, ..근데 너 되게 웃기게 넘어진거 아냐?"
"..야, 웃지마!"
"달리기로 안되니까 비상하는 줄ㅋㅋㅋㅋㅋ"
"아, 뭐래!"
"존나 쩔었어ㅋㅋㅋㅋㅋㅋㅋㅋ"
계속 괜찮다고만 점점 기계적으로 얘기하니까 박찬열이 진지하게 묻는데, 웃으면서 받아치니까 꼭 잘나가다가 저건..아휴..
이제 오전 경기는 마무리하고 점심시간인데, 애들한테는 괜찮다고 했어도 무릎에서 피만 나는게 아니라 발목도 욱신거렸거든
같이 밥먹는 친구들한텐 먼저 밥 먹으라고 해놓고 보건실로 절뚝거리면서 가는데 누가 옆에와서 나 잡아 세우는거야
"왜 혼자가냐-"
"..아, 그냥,"
"친구 없지-? 그래서 혼자 가지?"
"아, 아니거든!!"
종대가 옆에와서 말거는데, 갑자기 둘 만 있는 상황이 어색해서 나도 모르게 얼버무리면서 대답하니까 웃으면서 놀리더라
내가 발끈하니까 그냥 웃더니 내 옆에 서서 자연스럽게 내 손 자기 팔 잡게 해주는데, 괜히 두근거려서 됐다고 하니까 ..그럼 업힐래? 하길래 그냥 잡았어
얘는 꼭 나 아플 때 한방 날리더라, 아, 설렌다, 아, 미치겠네.
혼자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천천히 걷는데, 종대가 내 다리 빤히 보더니 ..얼씨구, 발목도 다치고 잘한다- 하면서 잔소리 하는거야
"여자 다리가 그게 뭐냐, 좀 조심해서 뛰지"
"...."
"너 시작부터 불안했어, 내가, 어?"
"..내가 넘어지고 싶어서 넘어졌냐"
"보건실은 왜 이제 가는데? 다치면 바로 가야지, 바보야"
잔소리를 막 쏟아내는데, 내가 아무말 못하니까 할말없지? 잘한거 없지? 하면서 내 눈 마주치고 픽 웃더라
멍하게 보고있다 작게 고개 끄덕이니까 말 좀 들어라- 하는데, 두근두근 거리면서 갑자기 쓸데없는 용기가 생겨선,
"근데 있잖아,"
"근데 없는데?"
"..맞는다, 진짜."
"아, 알았어- 왜에,"
"..내가 이런거 물어봐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그럼 물어보지 마-"
"재밌어?"
"ㅋㅋㅋ아니ㅋㅋㅋ뭔데?"
"..여자친구랑 왜 헤어졌어? 많이 좋아했잖아"
종대가 웃으면서 내가 말할때마다 끊어서 장난치더니, 내 물음에 웃던 표정 싹 없애고 나 쳐다보더라
..아, 묻는게 아니었는데! 궁금해도 그냥 참을걸! 왜 그걸 묻는데, 왜! 뭐든간에 너 때문은 아니라고 바보야!
혼자 속으로 자책하는데, 종대가 몇초동안 아무말 없더니 다시 웃으면서 왜 궁금한데? 하는거야
"아, 아, ..나는 너무 싱겁게 헤어져서 남은 어떤가, ..싶어서?"
"...."
"..차, 차인건 아니지, 김종대?"
"야!"
"..그럼 다행이고, 그럼 됐어, 그럼 끝!"
"..아까 넘어지면서 머리까지 다쳤어?"
"아이, ..야, 뭐야! 그게!"
어색하게 아하핳 웃으면서 끝! 하고 혼자 박수까지 짝짝치니까 이상하게 보면서 아까 머리도 다쳤냐는데, 그게 뭐냐고 열내니까 큭큭큭.
원래 이렇게 보건실까지가 멀었나?
내가 질문한 뒤로 갑자기 찾아온 정적에 가는 길이 더 멀게 느껴져서 생각하는데, 종대가 야, 하더니 앞으론 못하는거 하겠다고 설치지마- 하는거야
"또 잔소리야?"
"너 살아가는데 다 도움되는거야, 새겨들어-"
"..니가 무슨 내 남친이냐?"
"...."
"..아니면서.."
눈 흘기면서 또 잔소리냐고 하니까 이마에 손가락 튕기면서 새겨들으라는데, 뭔가 울컥하는 마음에 니가 무슨 내 남친이냐고 하니까 아무말 못하는거야
..아니면서, 해주지도 않을거면서.. 막 갑자기 삐뚤어져서 생각하는데, 힐끗 보니까 종대가 옆에서 되게 굳은 표정으로 있길래 그냥 나도 입 꾹 다물었어
어찌어찌 보건실 앞에 도착해서 고맙다고 하니까 웃으면서 머리 긁적이더니 뭐얼, 하고 부끄러워하더라
그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삐쭉삐쭉 나쁜 마음이 솟아올라선, 가려는 사람 붙잡고 장난인척 종대한테 물었어
"근데 너 아무나 이렇게 도와줘?"
"..어?"
"막, 아무 여자나 이렇게 부축하고 도와줘?"
"뭘 아무 여자나야!"
"그럼 나한테는 왜 잘해주는데?"
"..친구잖아."
당연한 말인데 왜 난 짜증나고 서운하고 그런건지.
종대는 빨리가서 치료하라면서 내 어깨 두어번 치는데, 그 손길에 힘이 더 쭉쭉 빠지더라
..고마워, 진짜 고마워! 애써 감추면서 웃으면서 말하니까 다음에 나 매점 데려가던지- 하면서 멀어지는데, 왜 그렇게 잔인해보이는지.
씁쓸한 마음에 그 날 하루종일 표정이 왜 그렇냐는 말 수십번은 들은 것 같은데 수십번을 다리 가르키면서 아파서요- 하고 다녔었어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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