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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주야.” 

“...” 

“김여주.” 

 

이제서야 치뜨고 보는 게 참 묘하죠? 방금 전까지 물고 빨고 깨물던 내 쇄골 아려오는 거랑은 별개야 이 두통. 얘만 보면 머리가 아득해 정말로. 내 허리춤을 잡고, 허벅지 위에 올라앉은 채로 날 올려다 보는 구백년 묵은 구미호 저리가라야. 입가에 내 피를 그대로 매달고 있길래 엄지로 쓸어 닦아주면, 나한테 그 정도 방울을 빼앗기는 것도 억울한지 재빨리 혀를 내어 내 손가락을 핥아요. 입술, 벌려진 입속, 내민 혀. 뭐 하나 안 빨간게 있어야 내가 정신을 차리지.  

날 뭉개고 앉은 이 여우는 내 피가 좋대. 젊고 어려서 그런가 단맛 제일인 게 입속에 그득차도록 씹어 먹고 싶대. 웃겨 나랑 나이차이도 별로 안 나면서. 내가 죽어 차게 식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해라- 라고 했더니 눈에 눈물이 고이더라. 너, 안돼, 죽으면 안돼. 나랑 비슷하게 산 게 이렇게 귀여워도 되나. 웃음이 나오는 걸 어째. 입 맞춰야지 뭐. 

 

 

 

2. 

사람이 길을 걷다가 빵집에서 갓 구운 고소한 빵냄새가 나면 코를 움직이잖아. 나는 그거랑 똑같았을 뿐이야. 길을 걷는데, 어? 단내가 나네? 그럼 물어 삼키고 싶어서 입안이 축축하게 침이 고이고, 나는 어느새 따라가고 있는. 어쩔 수 없어 이 생애 먹어본 맛이 몇 개 되지가 않아서 그래. 근데 좀 웃겨, 정재현은. 싫으면 내 빼면 될 것이지 나는 여기밖에 못 내주는데, 하고 볼을 톡톡 건들더라. 그럼 내가 어린애 장난처럼 뽀뽀 할 줄 알았나보지? 어쩌나 진득히 빨았는데. 콱 물어주고 싶은 걸 참았어. 맛있었으니까. 

 

“아,미치겠다.” 

 

멍청한 건 정재현. 볼 밖에 허락 안 해줄 것처럼 굴더니 결국 우리는 그 날 서로를 먹었지. 땀을 흘려도 달아서 눈 돌 것 같았거든? 근데 날 내려다보는 정재현 눈은 이미 돌아 있는 거야. 웃겨서 소리 내어 웃으려고 했는데 입에서 웃음소리는 안 나고 다른 소리만 잔뜩 나더라. 

 

 

 

3. 

싸가지도 없었어요. 경우도 없었죠. 예의라는 건 진작에 팔아먹은 것 같았고. 다짜고짜 잡아다가 케이크야? 묻더니 입술부터 부딪치려고 하는데 어느 누가 가만히 있겠어요. 근데 김여주는 진짜 이상해요. 솔직히 그렇게 예쁜 건 아니지 않나 싶다가도 날 먹고 싶어하면 그 순간 신데렐라 마법이라도 걸린 것처럼, 예뻐져. 이거 콩깍지인건가요? 모르겠네. 이젠 계속 예쁘니까 콩깍지일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뭐 어떡해요. 티셔츠 자락 붙잡고 시시각각으로 울상이였다가, 식욕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가, 여우 같았다가, 내 머리 위로 올라서는데. 나는 진짜 피해자라니까. 완전 붙들려버렸잖아. 아, 여주야. 말하고 있는데 손가락 깨물면 어떡해. 

 

“기껏해야 영상 찍고 있으면서 뭘.” 

“이거라도 해야지.” 

“왜?” 

“그래야 내가 돈을 벌고, 너를 먹이지. 내가 너 먹여 살리기로 했잖아.” 

 

김여주 표정 안보이죠? 지금 딱 그건데. 난 너만 있으면 되는데 왜 굳이? 진짜, 내가 나를 얘한테 줄 수 밖에 없다니까요. 

 

 

 

4. 

 

가끔 정재현이 기세등등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나는 이만 바득바득 갈고 말아. 누나라고 안 부르는 거? 진작에 단념했어. 저 새끼는 나더러 오빠라고 불러보라 할 놈이야. 생글방글 웃고 있는다고 다 착한 인간은 아니다의 표본이라니까.  

 

“나쁜 놈 뭐가 좋다고 드시나.” 

 

안 듣는다더니 다 쳐 듣고 있는 거 봐 저거. 야, 모르는구나 네가? 

 

“원래 몸에 안 좋은게 제일 맛있어.” 

 

옆으로 다가온 재현의 목에 팔을 휘어감은 여주가 그대로 입술을 가까이 하니 익숙하다는 듯 재현은 혀를 내민다. 공기에 노출되어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고, 저 입 속으로 들어가는거지. 아 맞다. 한 손을 여주의 허리에 둘러 들어올리던 재현이 다른 손을 카메라 렌즈로 뻗는다. 핏줄 돋은 손이 화면에 그득 차더니 - 끊겼다. 

 

 

 

5. 

 

 

 

정복욕. 소유욕. 다 먼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그거 나도 꽤 있더라고요. 길 가다가 아주 가끔 흠칫하고 고개 돌리는 꼴 보면, 열이 올라. 또 어떤 새끼 냄새를 맡고 먹고 싶어했길래 저러나하고 말이에요. 그럴 때는 진짜 억지로 붙잡아다가 그 입에 내 무엇이라도 집어넣고 싶어지는데, 그건 안되니까. 그냥 나를 보게 만들어요. 저기 갈까? 이건 어때? 일부러 바짝 붙어서 말 걸면 나한테서 나는 향 때문에 정신 못 차리는 게 보여. 그래야지. 나한테만 그래야지. 안 그래요?  

 

“재현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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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일까요. 나를 정재현이 아니라 재현이라고 부르고.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좀 애태우고 싶기도 하고. 심보가 조금 못됐나요? 그런데 어떻게 착할 수가 있겠어요. 저런 게 한 지붕 아래에서 쉴 틈없이 나를 조르는데. 음, 가끔 반항하고 싶을 때가 있지만요.  

 

“재혀나아-” 

 

오늘은 반항 여기까지만 해야겠어요. 배고픈가보죠 뭐. 

 

 

 

6. 

 

열대지역에서 나는 과일들이 그렇게 달다며? 말랑말랑해서 한 입 베어물면 과즙 뚝뚝 떨어지는데 형이 온 입안에 진동을 해서 달아 죽겠다고. 그거랑 같은 원리인가? 정재현도 열이 오르면 더 달아. 살살 문질러서 깨물어 먹으면 평소보다 맛있어. 열에 달 떠 있을 때는 그렇게 아파하지도 않더라고. 나는 힘들고 가끔은 아파 죽겠던데. 어쩔 수 없지 기브 앤 테이크 잖아. 

가끔은 일부러 열 오르게 해서 잡아 먹어. 진짜 쉽거든. 잘만 자고 있는 애의 위에 올라가서 장난을 조금 친다던가, 모르는 척 예민한 곳을 건드린다던가 하는 거. 아, 후자는 이제 안 통해. 서로 너무 잘 알거든 어디가 가장 예민하고, 반응이 좋은지. 대신 대놓고 하면 돼. 그럼 정재현이 딱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맛있어지거든. 얘가 날더러 여우래. 상관없어. 나는 신포도는 안 먹을 거니까. 아 사실, 

 

카메라가 기울더니 슬몃 하얀 것을 비췄다. 이불일까? 옆에는 여주보다 커다란 인영도 하나 있었다. 그만할게. 하고 다시 제 얼굴을 비추는 여주가 즐거워 보였다. 

 

 

 

7. 

 

아 어떡해요 진짜? 내가 울렸어. 내가 김여주 울렸다니까요? 매번 매섭기만 한 줄 알았던 눈이 공굴려지면서 눈물을 흘려내는데 손만 발발 떨고 아무것도 못했어. 

재현이 정돈되지 않은 목소리로 말을 쏟아내고는 머리를 한 번 헤집었다. 그리고는 몸을 살짝 틀어 방안의 모습을 보여줬다. 

보여요? 이 방이 이렇게 비어있는게 벌써 사흘 째야. 내가 너무 말을 심하게 했나봐요. 그런 말은 입에 담지도 말아야했는데 그걸 소리내어 질렀으니 내가 진짜 개새끼지. 누나가 어디 갔는지 모르겠어요. 연락도 안 받고, 원래 집이 어딘지도 몰라. 이게 진짜, 돌아버리는 거에요. 딱 집에서 누나가 사라지고 보니까 나는 아는 게 거의 없어. 어디로 찾아가야 하는 지도 모르고 어디를 자주 가는 지도, 누구랑 어울려 노는 지도 몰라서 여기만 이렇게 지키고 있어요. 이거, 이거라도 볼까 지금 딱 그 생각에 켰어요. 

 

재현의 얼굴이 엉망이었다. 축축하게 젖고 일그러진 얼굴을 재현은 손바닥으로 대충 문대었다. 

 

미안해 누나. 내가 잘못했어. 이상한 거 먹지 말고 집에 들어와, 응? 나 여기 있잖아. 

 

 

 

8. 

 

개새끼, 진짜 개새끼. 아, 그 새끼가 찾을까봐 화면은 안 켤거에요. 

 

정말인지, 여주의 목소리만 담아내는 화면이 까맸다. 

 

어떻게 나한테 그런 소리를 하지? 나는 걔가 나한테 애정이 있을 줄 알았어. 내가 어여쁜 새는 되지 못해도 그 새끼라는 나무에 사는 벌 취급 정도는 해줄 줄 알았어. 근데 뭐? 날 해충 취급을 해 얘가. 무슨 식충이 취급을 한다고. 맛에 무지하다고 이 대가리까지 비어있는 사람으로 치부되는데, 와. 통수 날아갔나 안 날아갔나 직접 만져보고서야 안심했다니까. 너무 얼얼한게 꼭 진짜 대가리가 나간 것 같아서 말이야. 

 

나 진짜, 진짜.. 말을 잊지 못하는 여주의 목소리가 잠겨들어갔다. 그렇게, 말이 없었다. 

 

 

 

9. 

 

둘이 나란히 앉은 화면은 또 처음이었다. 재현이 뒤에서 앞으로 여주를 끌어안은 모양새였다. 진득하게도 귓가에 붙은 통통한 입술은 말하지 않아도, 

 

“그만 좀 하라니까?” 

“아 왜.” 

“넌 나 말고도 맛있는 거 많잖아.” 

“아닌데.” 

 

그러면서 부러 렌즈를 바라보며 혀를 넓적하게 펴 목덜미를 핥아올리는 통에 여주의 손이 높게 떠올랐다가 찰싹 하고 재현의 허벅지를 내리쳤다. 

 

“아.” 

“말로 그만하랄 때 그만했어야지.” 

“그럼 누나가 먹어.” 

 

그러더니 입술을 살짝 벌리는 재현. 화면으로 그 모습을 확인한 여주가 곧바로 허리를 틀어 뒤를 돌아 그 두 볼을 붙잡았다. 

 

“먹어도 돼?” 

“응. 내가 먹여 살리기로 했잖아.” 

 

그럼, 잘먹겠습니다. 

 

 

 

 

————— 

 

재현이 생일 기념 재업로드! 

 

Happy Birthday My Valentine💕 

 

 

암호닉 : 동쓰 베리 딸랑이 하라하라 혀긔 메리 슈비두바 작결단1호 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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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오마갓.. 이런 쏘서윗한 글 넘나 좋구만유.. 여주는 케이크버스 ㅠㅠㅠㅠㅠ 제가 또 환장하는데 재현 대체 무슨 말을 한거양 생일이니 봐줍시다 허허
5년 전
비회원245.121
와우....좋아용......허허허허허허헣 보기만 해도 달다구리 합니당 발렌타인 보이 정윤오 생일 축하해ㅠㅠㅠ
5년 전
독자2
베리여요 흐읍 이 글 엄청엄청 좋았는데 왜냐면 전 변태거든요 흐흐 초콜릿보다 단 정재현....... 최고..... 자까님도 최고......
5년 전
비회원164.50
헐 와 작가님 이거 오랜만에 보는데도 진짜 좋아 죽겠어요 ㅠㅠㅠㅠ 이런 선물 너무나도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
5년 전
독자3
재현날에 완벽한 재현이 글까지 흐흐흐흐르 오늘이 최고당
5년 전
독자4
악 저 케이크버스에 환장해요 최고다 ㄷㅂㄷㅂㄷㅂㄷㅂ 재현이 너뭄 조아요 작가님,,,,,,,,
5년 전
독자5
제가 케이크버스 좋아하시는 거 또 어또케 아시구,,,,흑흑 재현아ㅠㅠㅠㅠㅠ엉엉 나죽어ㅠㅠㅠㅠㅠㅠ생일축하해 우리 윤오ㅠㅠ🥰
5년 전
독자6
헤엑...케이크버스...
5년 전
독자7
케이크 버스가 몬지 모르겠지만 일단 핫 야햇...안그래도 재횬...야한몸.....동영상 봤단말이에오... 그룹 이름도 네오한....엔시티 재횬...
5년 전
독자8
동쓰예요! 이거 예전에 올라왔을 때도 입 막고 읽었거든요ㅠㅠㅠㅠㅠ 이번에도 어김없이 입 틀어막고 읽었습니다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5년 전
비회원70.160
악 작가님 저 이거 너무 보고싶었어요ㅠㅠㅠㅠ
5년 전
비회원14.250
[하라하라]입니당 ㅡㅜㅜㅜ 헉헉 케이크버스 요 여주 넘나 위험한 것 재혀니가 뭐라고 했길래 바로 집을 나가버리는ㅜㅜㅜ 재현이 우는 거 넘 예쁘겠다
5년 전
독자9
뭐죠 뭐죠 뭐죠 뭐죠 뭔데 심장이 쿵쾅쿵쾅 흐엉 흐엉 가슴 설레 죽어
5년 전
독자10
재현 진짜 너무 설레요 작가님 막 심장 뛰는 기분 ㅠㅠㅠㅠ
5년 전
독자11
참네 너무 좋잖아 참네...
5년 전
독자12
오와우 이런 글 너무 젛아... 재현이가 울다니ㅠㅠ 우는거 함 보고싶네ㅠㅠㅠ
5년 전
독자13
글 분위기 너무 좋아요 ㅜㅜㅜ 자주 보러 오겠습니다
4년 전
독자14
오우 진짜 이런 글 너무 좋아요 봐도 봐도 좋아요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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