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민]느와르 [ ]에 들어가있는 말은 한국어 입니다. 배경은 중국이지롱. 탕- 긴 총성이 울렸다. 민석은 듣기 싫은 듯 왼손바닥으로 왼쪽 귀를 틀어막았다. 총알이 아깝다, 고 생각했다. 배신자 하나 죽이자고, 이제는 배부도 잘 안해주는 총알을 루한은 다섯 발이나 쏘아댔다. 허벅지 두번, 어깨, 배. 그리고 마지막으로 머리나 심장 둘 중 하나. 정확히 말하자면은 네 발 쏘았고 확실히 죽여버릴 한발이 남았다. 시발새끼, 윗 선에서 총알 배부 안해주는거 지가 제일 잘 알면서 뭘 믿고 쏴대는 거야? "시우민, 어디를 쏠까?" "그냥 저 상태에서 족쇄 채우고 바다에 던져버려. 씨발, 총알 너무 맣이 썼잖아." "그런가, 근데 괜찮아." "안 괜찮아, 요즘 총알 짜다고." "레이꺼 훔쳤어, 몇개." 코드명 911007레이, 본명 장이씽. 총을 잘 다뤄 윗 선에서 총알을 많이 배부해주는 녀석이였다. 뭘 믿고 저렇게 낭비하나 궁금했건만, 너 이제 레이가 그거 알면 난리 난다. 민석의 말에 루한이 살짝 웃었다. 나든지, 말든지. 루한 영악한 새끼. 민석은 생각했다. 루한이 총알을 훔친 것을 알면 레이는 루한에게 우선 적으로 따진다. '아, 루한형 왜 자꾸 제거 훔쳐요?' 그렇다면 루한은 '야, 너 아저씨들이 총알 많이 주잖아, 짜게 굴지마. 아저씨들 닮아가냐?' 하며 오히려 역정을 내었다. 그러면 레이는 민석을 확 돌아보고는 [시우민형! 루한이형보고 제거 작작 듣어가라 해요. 아, 요즘 계속 모자란다 했더니.] 한두번이 아니니까 흐름을 외울 정도였다. 민석은 아까운 총알을 더 이상 낭비하기 싫은 듯 루한 손에서 총을 뺏어 왼손에 쥐었다. M1911, 루한 손에 살짝 작아보이던 권총이 민석의 손에서 딱 들어맞았다. "야." "하으..." "너 때문에 총알을 5개나 낭비하게 되었어. 내 계획상으로는 한 발에 끝내려고 했는데. 나 계획 틀어지는거 매우 싫어하는거 알지?" "후욱..." "대답해봐, 카이." "그냥 죽여, 하, 배신자한테 감정이나 느꼈어?" "너도 이랬어." "그래, 그게 더러워서 나올려고 했던거야. 먹여주고 재워준다고 다가 아니야. 인간이 먼저되라고 우리 아버지가 말씀하셨어." "아, 그, 10살 짜리 코흘리개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도망친?" 코드명 940114카이, 본명 김종인. 10살 즈음 상해 외곽지역에서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지금은 윗 선에서 대가리 역할 좀 하는 아이링이 주워왔다, 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훈련을 받고 있던 민석과 루한에게 그 때 당시 '김종인' 이였던 카이를 보이며 말했다. '주워왔는데, 니네 또래같아서. 근데, 얘 한국인같단 말이지? 김민석, 너한테 맡긴다?' 신기해서, 같은 한국인이란게 신기해서. 낯을 잘 가리는 민석임에도 불구하고 민석은 종인에게 다가가 너, 한국인이야? 하고 물어보았다. 종인도 한국인이 반가운 것인지 얼굴을 살짝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 [와, 한국인 오랫만이라서. 반갑다. 너 이름이 뭐야? 난 김민석이라고... 90년생이니까, 한국으로 치면 14살인데! 너는?] [... 김종인... 나 열살인데, 나 집 가야하는데.] [아하, 열살이구나~ 잘 지내자 너 이제 여기서 사는거니까, 중국어도 배워야되고, 음, 나이 먹으면 총도 잡아야되고. 아, 너가 총을 못잡는다면 칼을 쓸 수도 있어!] 그래, 유난히 칼을 잘 다뤘었다. 철이 아직 안든 열살짜리를 데려와 세뇌교육을 시키니 당연하게도 모든 말을 고분고분 잘 들었었다. 윗 선에서도 널 예뻐했어, 총에 소음기가 없을 때는 누구보다 너를 먼저 내세웠어. 근데 어째서 넌. [배신자.] [형 미안해요.] "루한이랑 같이 코드명 받고 셋이서 운거 생각 안나나." "오, 나 그때 생각난다, 난 그냥 루한이라고 불렀잖아. 넌 시우민으로, 종인이는 카이로. 코드명 받고 얼싸안고 울었잖아." 루한은 추억에 젖은 듯 말했다. 그래, 코드명을 받고 우리는 울었다. 이제 조직에서 쫒겨날까 하루하루 노심초사 안할 수 있다고. 이제 편히 훈련받을 수 있다고. "형들 다 좋은 형이였어. 적어도 피는 싫어했지" "카이, 윗 선에서 널 좋아했다고 허세 부리지마, 물론 이제는 배신자 주제 밖에 안되지만. 이제 김종인이라고 불어야하나." "그래, 난 지금 배신자야. 하지만 형들이 나중에 정신을 차릴때는 나처럼 배신 조차 하기에 너무 늦은걸 자각해야해." 씨발. 민석이 제 분을 못 참고 종인의 어깨를 조준하였다. 탕- 언제나 루한은 총소리를 들으면 경쾌하다, 고 생각했다. 직업이 이 모양이니 우리편에서 누군가를 맞추기 위해, 죽이기 위해 쏘는 총소리는 언제나 경쾌했고, 신났다. 루한에게는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음악이였다. 그러나 오늘은 마냥 이 음악을 즐길 수만은 없었다. 아무리 배신자래도 14년을 함께 해왔으니까, 고운 정 미운 정 다 들었는데 죽이기란 쉽기 않았다. 그래서 종인에게는 고통스럽겠지만 총알을 낭비해가며 시간을 벌었던 것이다. 민석이 답답한 듯 총을 뺏기는 했지만, 민석도 종인의 어깨만 맞출 뿐이였다. 하지만 종인도 다섯 발을 다 받아냈으니 체력이 부쳐가는 듯했다. "시우민, 나한테 뭐라고 하더니, 여섯 발 쓰게 생겼네." "닥쳐, 레이꺼 훔쳤다며, 그럼 상관없어." "홀, 너무 많이 갈굼 당해서 무감각해졌겠다?" 누구 때문인데, 너부터 쏴버릴꺼야. 민석이 총구를 루한 쪽으로 돌지마 루한은 장난스레 두 손을 들어보였다. 웬 병신같은 것들만 꼬여서... 민석이 한국말로 낮게 읊조리자 루한은 킥킥 웃었다. "한국어하면 카이한테 도망치라고 말하는 것 같잖아, 어찌보면 지금 이 상황에서는 둘만의 밀어(密語) 쯤 되지않나." "김종인부터 처리하고 떠들어대." "총은 너한테 있어." 아, 민석의 입에서 짧은 탄식이 나왔다. 루한은 정신 못차리는 민석이 웃긴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민석은 총을 오른손으로 옮기고 왼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오른손에 걸친 총이 위태로워 보였다. 민석의 상태가 좋아보이지 않는지 루한이 내가 쏠까? 라며 민석에게 다가왔다. "가자." "응? 니가 웬일로 살려둬?" "총알이 없거든, 이 허접아. 너 때문인 것 같은데?" "글쎄, 마지막에 어깨 쏴버린 사람이 누구더라. 죽일 것 마냥 총 뺏더니만." "닥쳐, 그럼 니가 지키고 있던지. 내가 총알 가지고 올테니까." "오, 노노노. 그건 사양이야." 그럼 닥치고 따라와. 오케이- 루한은 살짝 기분이 좋아진 듯했다. 카이가 살았다. 적어도 내 손으로 죽이지는 않았다. 총상이 조금 아플지라도 치명타는 아니였다. 윗 선에서의 징계는 무시 못하겠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은 가벼웠다. 민석은 그런 루한을 보고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자, 여분 총탄 2개가 만져졌다. 항상 가지고 다니던 것이라 의도치 않게 오늘도 있었다. 루한이 이것을 안다면 종인이를 죽일까. 민석이 루한을 올려다보자 들떠보이는 얼굴이였다. [형, 미안.] 갈린 종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루한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한국어로 말했으니까 민석과 종인 둘끼리 대화하라고 배려해준 것같다. 민석이 뒤를 돌아봐 '안녕' 이라고 입모양으로 말했다. 그 모양을 본 종인은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민석이 자신도 울세라 앞을 돌아보며 눈을 꾹 눌렀다. 종인은 알았다. 일부로 안 죽인거다. 민석이 걸을 때마다 들리는 짤랑거리는 소리는 꼼꼼한 성격에 가지고 다니는 여분 총탄이였으리라. 소리에 예민한 루한이 그것을 모를리가 없었다. 그깟 정때문에 징계를 무시하고 저를 살리는, 저들이 조직의 간판이라니. [내가, 꼭, 꼭... 꺼내줄게.] 어깨가 아려왔다. "그래서, 카이를 살렸겠다?" "살린게 아니지, 못 죽였을 뿐이야." 아이링이 나른한 표정으로 담배를 태워갔다. 독한 담배향이 좁은 방안을 채워갔다. 아, 정말이지. 너희를 믿고 보낸건데. 담배재를 탁자 위에 털어가며 조직일원들 프로필이 적힌 서류를 뒤적거리던 아이링이 찾았다, 라는 말과 함께 종인의 프로필을 확 떼어냈다. "이거, 알아서 버리고. 징계는 뭐, 예상했겠지." "윗 선에서 좀 노는 아이링씨? 최소한으로 생각해보라고." 루한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아이링은 멍하니 그 얘기를 듣다가 가치 없다는 듯 픽하고 비웃었다. 담배가 거의 타들어갈 수록 담배향과 연기가 짙어졌다. 뿌연것이 안개속에 있는 것 마냥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담뱃불이 아이링 손에 거의 다 와갈 즈음, 툭 담배를 아무렇게 바닥에 버리고는 구두 굽으로 대충 비벼꼈다. 창문 열어, 환기 시켜. 아이링의 말에 민석이 일어나 블라인드를 치고 창문을 살짝 열였다. "이럼 곤란해. 너희가 카이의 약점을 잘 알아서 보낸건데." "약점을 안만큼 정도 많았고, 총탄 부족은 너희 책임이야, 일주일에 15개라니. 가뜩이나 시비 잘 붙는 우리 둘한테." "시우민, 답지않게 왜이래? 같은 한국인이라고 이러기야?" "한국인이냐 아니냐가 문제가 아니지. 난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총탄을 좀 더 배부해달라고." "그 말은 무시할게, 징계나 말해주지." "지 혼자서 정하네." "닥쳐. 루한, 너 요즘 눈에 뵈는게 없냐? 내가 니네 코흘리개때부터 오구오구해줬다고 함부로 대하지마." 아, 예. 루한이 건성으로 대답하자 아이링의 짙은 아이라인이 꿈틀거렸다. 거머리. 민석은 생각했다. 아이링의 맑은 눈동자를 숨기는 거머리같은 아이라인이라고. 나이 30후반에 맞지않게 그려진 짙은 눈화장이 민석은 맘에 들지않았다. 저것 때문에 사람들이 아이링을 무서워하는거라고, 민석은 장담했다. "강등시키면 혀 깨물어서 죽을 새끼들이라 말이지." "잘 아네." "이주간 총탄배부는 없어." "뭐?" 루한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쿠당탕, 의자 넘어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이봐, 길가다가 시비라도 붙으면 어쩌라는거야? 격앙된 목소리에 아이링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니까, 나가지말라는거야. 이 호구새끼야. 빨간 입술이 씰룩거렸다. 루한은 그 입술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이주간이라면, 그냥 불편할 정도지만 아이링이 저를 불편하게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않았다. 게다가 이 나이에 외출금지령. 어금니가 빠득빠득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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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유지태 못알아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