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쿠안] 보통의 연애
作 불
bgm. bottle it up
솔직히 많이 보고싶어요. 중국에서 보고있을텐데... 아니 봐줬으면 좋겠네요. 조만간 중국으로 갈건데 암만 도망쳐도 제가 찾아낼겁니다. 딱 기다려요.
권위있는 시상식에서 무려 우수상을 수상한 신인 배우 타쿠야는 소감에서 다짜고짜 보고싶다는 말을 하며 각종 포털 사이트를 장악했다. 테라다 타쿠야 여자친구, 중국 등 인기 만큼이나 뜨거운 관심이었다. 아니나다를까 중국에는 화질 하나는 최고라는 텔레비전 속 타쿠야의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기를 쓰며 집중하는 남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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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씨. 나 수상 소감하는 거 들었어요?
들었어요. 축하해요.
아 이런 날엔 뽀뽀라도 받아야 되는건데.
진짜 중국 올 거에요?
당연하죠.
언제?
놀라지마요.
알겠어요.
사실은 지금 공항이에요. 기자들 몰려와있네요. 전화 끊어야겠다. 미안해요. 플래쉬 소리를 끝으로 끊긴 전화의 여운은 여느때보다도 길었다. 오랫만에 얼굴 볼 수 있는 거야 더없이 기뻤지만 최근에서야 신인배우로서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타쿠야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괜히 중국인 남자와 사귀고 있다는 증권가 찌라시가 돌지는 않을까, 그 소문을 덜컥 인정해버리지는 않을까. 처음 만났던 날로부터 햇수로만 5년이 지났지만, 타쿠야도 위안도 변한 것은 없었다.
평범하지않기 때문에 평범한 행복이 익숙하지 않아서 한결같은 타쿠야에게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그 곁을 떠나야만 한다고 선고해야될 날이 오게 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괴로워할 타쿠야의 모습이 그려져 더 애틋했다.
위안씨 찾았다.
주소는 어떻게 안 거에요?
다 아는 수가 있죠.
이제 알았으니까 더 자주 올게요.
안되요.
애인끼리 안되는게 뭐가 그렇게 많아요?
...
이럴줄 알았으면 애인 하지말껄. 그럼 집에도 자주 가고 뽀뽀도 받을 수 있을텐데.
능청스러운 투로 말을 거는 타쿠야에게 대꾸도 하지 않고 할 일만 하는 위안이 얄미웠다.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도통 알 길이 없는 미묘한 표정들은 늘 헷갈리기만 했다. 무뚝뚝하고 표현도 잘 못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앞서서 했었지만, 위안의 반응은 영 시원치 않았다.
저 안반가워요?
반가워요.
난 진짜 보고싶었는데... 위안씨는요?
보고싶었어요.
...나한테 뭐 화났어요?
진이 빠졌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이럴때면 9살 나이차를 뼈저리게 느꼈다. 타쿠야는 위안이 저보다 더 어른스럽다는 것도, 그 말들이 대부분 옳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평범한, 보통의 연애를 즐기고 싶었다. 이런 보통에 대한 로망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보통의 연애
많은 생각을 해요. 타쿠야씨와 내 미래에 대해서라던가... 그런데 원하는 만큼 보통 이지는 않더라고요.
난 우리 자체로 보통의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것도 내 보통의 생각이란걸 알아야 되요.
정적이 흘렀다.
쉬운 건 재미없지만, 어려운 것도 그리 재밌지는 않아요.
타쿠야는 긴 팔로 위안의 어깨를 감쌌다.
한국에는 올 일 없어요?
왔으면 좋겠어요?
당연하죠. 나 보러 오는 거면 더 좋고. 사실은 그냥 같은 땅 밟고 같은 공기 마신다는 것만으로도 좋고.
위안은 베이지색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의 전원을 켰다. 주기적으로 해주는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가 재방송되는 채널이 그대로였다. 그리고 그 채널은 얼마전에 종영한 타쿠야 주연의 드라마의 재방송이 잦았다. 여자와 진한 입맞춤을 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나왔다. 화들짝 놀란 타쿠야가 채널을 돌려버렸다.
나 없을때 저런거 보는 거에요?
뭐... 애인 주연이니까.
괜찮아요?
하도 봐서... 그냥 그런가보다 해요.
난 위안씨가 저러면 미칠 것 같은데.
진심이 아닐거니까 신경 안쓰는 거죠.
타쿠야는 덤덤하게 말하는 위안이 신기했다.
한국엔 언제 돌아가요?
곧. 오늘 저녁에.
...아.
왜 좀 더 있다갈까요?
저거-재방송-보면 되잖아요.
아아, 진짜.
잘 있어요.
위안씨도요.
대신 제 짐을 챙기는 위안의 턱을 들어 입을 맞추고 나갈 채비를 했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아쉬웠지만 사실은 그 애틋함도 좋았다. 늘 보고싶은 사람이 서로라는 사실이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