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848414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공지가 닫혀있어요 l 열기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예고없음 전체글ll조회 555








백일홍

03



w. 예고없음


















 바닷물이 넘실거렸다. 덮기 좋은 것을 가져왔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남한으로 가기도 전에 병에 걸렸겠다며 경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해일은 고급 일제 담배를 꼬나물고 있었고, 그 옆에는 해일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백현이 있었다. 백현은 바닷물에 세수를 했다. 짠맛이 날 법도 했으나 그런 것에는 연연치 않는다는 듯이 백현은 세수를 끝마쳤다.








동무, 무섭나.








 경직되어있는 경수에게 해일이 물었다.








, 아닙네다. 무섭지 않습네다.








 무섭지 않다는 말을 내뱉고 있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지금 떠나면, 조국이 아닌 곳에서 시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소름이 돋았다. 경수는 부대 내에서도 상당히 어린 나이였다. 20년이라는 시간동안 몸을 담고 있었으니 이제는 적응이 될 법도 했지만 겁 많고 어리숙하기 그지없는 경수에게는 이런 고역이 또 없었다. 그래서 경수는 왜 자신이 이런 중요한 일에 투입되었는지 영문조차 몰랐다.








두렵다면 떠나도 좋다. 하지만 우리는 대공화국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무슨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두렵지 않습네다. 이 일을 성공하면……. 어마이를 볼 수 있는 것이디요?








 경수의 말에 해일이 선글라스를 벗었다. 내리쬐는 햇살에 본능적으로 인상을 찌푸린 해일이 경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위대하신 김정은 장군님께서 허락하셨디. 그라이 우리들은 장군님의 명령만 받들면 되는 것이다.








 해일의 뒷모습을 보는 백현의 인상이 일순간 굳어졌다 풀렸다. 경수는 해일의 따스한 손길에 울먹거리고 있었으며, 쌀 포대로 얼굴을 가리고 잠을 청하던 세훈의 입가에는 이유모를 미소가 띄워졌다. 해일과 경수의 모습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해일의 말에 눈물을 흘리는 경수의 심성이 퍽이나 아름다워 보인다는 듯이.

 그들은 며칠을 꼬박 배 위에서 보냈다. 그리고 여느 때보다 강한 햇살이 그들의 눈을 괴롭혔을 때, 남한의 땅덩어리가 어렴풋이 보임을 네 사람은 알 수 있었다.











*









000. 잘 들으십시오. 000씨는 일거수일투족을 이제부터 저와 함께 하셔야합니다.



「…….









 울다 지쳐 잠에 들었던 00이 깨어났을 때, 준면은 쇼파에 앉아 잡지를 읽고 있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00의 시선을 눈치 챘는지 준면은 여전히 잡지에 시선을 고정한 채 00에게 말을 건넸다. 잠이 덜 깬 00의 목소리가 어린아이처럼 울렸다.








오늘입니다.



?



오늘 새벽 쯤 도착했을 겁니다. 박해일, 오세훈, 도경수, 변백현. 네 사람 말입니다.









 기지개를 켜던 00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00은 애써 밝게 웃으며 태연히 말했다. 하지만 00의 목소리는 가녀리게 떨리고 있었다.









난 대한민국 땅을 밟는 데 까지 몇 년이 걸렸는데, 그들은 단숨에 와버렸네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00씨는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고 있으니까요.



무섭지 않아요?








 예상치 못한 00의 물음에 준면은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간접적인 '전쟁'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사실 준면은 그만큼 긴장하고 있었다. 무섭다기보다는, 긴장이 됐다. 애초부터 두려움 따위는 없었다. 아주 적은 양의 두려움이라 할지라도 국가가 관리하는 일에 있어서는 큰 변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들은 5106 화부대에 명함조차 내밀 수 없이 일찍부터 배제되기 일쑤였다.









무서웠다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요. 그리고 저기…….








 머뭇거리는 00를 보며 준면은 눈을 깜빡였다.









고마워요. 미안하고.









 00의 말에 준면이 고개를 내저었다. 괜찮다는 표시였다. 이야기가 길어지면 또 다시 00이 눈물을 터뜨릴 것 같아 준면은 읽던 잡지책을 테이블 위에 대충 올려두고는 부엌으로 향했다. 마땅한 찬거리가 없어 냉장고에 있는 것으로 대충 요리를 마치니 그럴듯한 음식들이 식탁 위에 놓였다. 준면은 00을 불렀다. 불안한 듯이 계속해서 밥을 깨작거리는 00이 신경 쓰였지만, 준면은 식사에 열중했다.











*











 이른 아침부터 기자회견장 내부가 떠들썩했다. 북한이 도발 통보를 했기 때문이었다. 내용은 이랬다. 대한민국의 언론이 북한의 최고권위를 무시하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했으므로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고. 언론은 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 각 채널 하단에는 뉴스속보가 떴으며,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서도 '북한', '북한 도발' 등의 단어가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진영은 곧바로 기자회견 시간을 잡았다. 진영의 속은 말 그대로,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장관님! 북한의 도발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러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남북관계 회복 가능성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김정은 체제 돌변 이후 북한의 이상 징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자들이 난감한 질문을 쏟아냈다. 수십 명의 목소리가 한데 섞여 시끄러운 소음을 냈다. 진영은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떴다. 마이크에 대고 헛기침을 하는 진영의 목소리가 기자회견장 안을 가득 메웠다. 기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숙연해졌다. 카메라 셔터소리를 제외한 다른 이들의 목소리는 단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오늘새벽 0328분경에 북한 최고 사령부에서 도발 통보를 했습니다. 정확한 날짜는 밝히지 않았으며,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것이라는 통보만을 남겼습니다. 국방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현재 국군은 전투태세를 강화하고 있으며, 도발을 견제하고 북한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2의 연평도 포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 국민의 의견입니다!



북한이 심리전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장관님, 대답해 주십시오!









 진영이 가차 없이 뒤로 돌았다.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는 진영의 발걸음이 너무나도 무거웠다. 걸음마를 연습하는 갓난아이처럼, 아주 힘겹게 진영은 한 걸음씩 발을 옮겼다.











*









 경구는 나갈 채비를 했다. 슬슬, 움직여야 할 때가 온 것이었다. 근 일주일 간 회의에 집중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행동에 옮기는 것뿐이었다. 더불어 남은 시간 역시, 삼 주 뿐이었다. 시간이 촉박했다. 경구는 정말 이번 일에 자신의 목숨을 걸 용의가 있었다. 그 정도 각오쯤은 매번 해 왔던 것이어서 안일하게 넘어갔는지도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정말, 정말로…….








아빠!









 죽어버릴 것 같았으니까. 도저히 살아서 돌아올 수 없을 것만 같았으니까. 경구의 어린 딸, 영아가 경구의 품에 안겼다. 외투 속주머니에 든 총이 영아의 여린 상체에 닿았다. 경구는 아주 잠깐의 시간동안 외투라는 얇은 벽 사이에서 가족과 정의를 고민했다. 경구의 답은 이미 나와 있는 셈이었다. 정의. 그것이 경구가 이번 생에 이뤄내고자 했던 목표였다. 정의는 죄 없는 이를 함부로 죽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정의 그 자체였다.









우리 딸. 엄마 말 잘 듣고 있어야 한다.


. 아빠, 나 미미인형 갖고 싶어.


말 잘 듣고 기다리면 아빠가 미미인형 사올게.










 경구의 딸이 개구지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경구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뺨에 입을 맞췄다. 뒤돌아보면 미련이 생기기 마련인데, 경구는 현관문으로 걸어가는 내내 몇 번이고 뒤를 돌아 딸과 부인의 얼굴을 확인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부인 역시 졸린 눈을 비비며 경구에게 손을 흔들어 배웅했다.









여보, 다녀올게. 영아야, 아빠 갔다 올게.









 도어 락 소리가 들렸다. 이 철문이 닫히면, 이제 경구는 한 가정의 가장이 아닌 한 국가의 비밀특수부대 요원이 된다. 앞으로 약 3주 동안 목숨을 담보로 한 최대 규모의 게임을 펼치면서.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EXO] 백일홍 03  1
11년 전

공지사항
없음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이거슨. . . . 이거슨. . . . . . . . , . . .대작의느낌. . . . 크 신알신하고가요 자꽈님 화이팅!!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툰] 함참 무제15
10.09 01:50 l 왼손가락
[쑨환] 조폭과 피아니스트 0732
10.09 01:42 l 참외배꼽
[쑨환] 하얀 운동화 0734
10.09 01:23 l 흰둥이
[쑨환] 간질간질 0122
10.09 00:48 l DanA
[국대] 백일홍-100일동안 피는 꽃 0511
10.09 00:37 l 기휘혈내꺼라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3
10.09 00:36 l 디노미
[EXO/찬백] 딱히 쓸 말은 없는데281
10.09 00:29 l 잘났어열
[EXO/카디] 짐승의 향기 0421
10.08 23:51 l EPP/펜네임
저는 못생기지 않았습니다 스윗한 편입니다 3 (1,2편도정리했음)15
10.08 23:40 l
☞이대훈☜ 헤어질까?4
10.08 23:39 l 호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9
10.08 23:27 l 누나
[EXO/카디] 사과 Ep.2289
10.08 23:19 l 지구여행자
[EXO/찬백] 오늘도 나 혼자서만 미는 찬백ㅋ백현아 내 맘을 You Know?24
10.08 23:11 l 찬백행쇼
[카백] 아나ㅠㅠㅠㅠ;;;41
10.08 23:10 l 양념치킨
기성용 망상글 ; Driving to you (드라이빙 투 유)10
10.08 22:54 l Physical
[B.A.P/영대] 버스정류장에서 훈남한테 번호따임ㅋ 57
10.08 22:53 l 스테이끄
[국대망상/기성용] 꽃처럼 아름다운 그대에게 바칩니다46
10.08 22:42 l 기성용하투뿅
[블락비/우표] 내동생게ㅇ인거같애;56
10.08 22:41 l 누나
[윤석영] 좋아7
10.08 22:30 l 창혁
내 애인은 낮이밤져5(동성주의)9
10.08 22:28 l 낮져밤이
[찬백카디] 느끼지 못하는 남자 00, 01 (+알림)9
10.08 22:24 l 녀리야
[수열] 천만번째 남자 00240
10.08 22:17 l 수열앓이
[동성] 옆집언니랑 사귐!12 (언능와!!!!)15
10.08 22:01 l 봉봉이
[국대망상] 구자철 망상7
10.08 21:56 l 모기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3
10.08 21:54 l 와따
[블락비/피코] 미래괴담 1120
10.08 21:43 l 발아파
☞박주영☜ 언젠간 만날꺼야5
10.08 21:37 l 호봄


처음이전0210220232024025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2:18